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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의 승부구는 직구 아닌 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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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의 승부구는 직구 아닌 속구 [프레시안 스포츠] 여름철 체력관리가 성적의 열쇠
야구에서 투수가 던지는 변화구는 커브, 슬라이더, 스플리터, 싱커 등 무수히 많다.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포수 미트에 꽂히는 변화구와 구별되는 공은 직구다. 가장 빠른 시간에 홈 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직구는 예나 지금이나 투수들이 가장 먼저 연마해야 할 승부구다.

평균자책 0, 8세이브를 기록하며 일본 프로야구의 대표적 마무리 투수로 떠오르고 있는 임창용(야쿠르트)의 승부구도 직구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의 직구는 직구가 아니다. 홈 플레이트를 통과할 때 변화가 매우 심하다. 오죽하면 '뱀 직구'라는 표현이 나왔을까. 그래서 그의 승부구는 직구(直球)가 아니라 속구(速球)라고 해야 더 정확할 것같다.
▲ 평균자책 0, 8세이브를 기록중인 임창용(야쿠르트).ⓒ연합뉴스

15개의 속구로만 1세이브 올려

임창용은 7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원정경기에서 시즌 8세이브를 기록했다. 6일 만에 등판한 임창용은 다소 흔들렸다. 2-1로 앞선 9회말에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선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지만 후속타자 우치카와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요코하마의 4번 타자 무라타에게 중전 안타까지 맞아 1사 1,3루의 위기 상황을 맞았다. 평균자책 0의 기록이 깨질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지만 임창용은 속구로 5번 타자 사에키와의 8구까지 가는 피말리는 승부에서 승리했다. 사에키가 임창용의 속구를 계속 커트해 냈다. 변화구를 한 번 쓸 법한 상황이었지만 임창용은 속구를 고수했다. 피말리는 승부를 마무리한 공은 시속 153 Km짜리 몸쪽 낮게 깔리는 속구였다. 사에키는 춤을 추며 들어 오는 속구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삼진으로 물러났다. 임창용은 마지막 타자인 요시무라도 윽박지르는 듯한 속구를 던지며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임창용이 이날 경기에서 던진 공은 모두 15개. 그 가운데 변화구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는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속구로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들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변화구 사용빈도는 매우 낮다. 하지만 타자 입장에서 볼 때 임창용의 속구에 쉽게 타이밍을 잡기는 어렵다. 임창용은 주로 사이드 암으로 던지지만 상대에 따라 오버핸드, 드리쿼터로 투구 폼을 바꾸는 파격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을 뿌리는 각도도 다른데다 공 끝의 변화가 워낙 심해 타자들이 애를 먹고 있는 셈이다.

통상적으로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투수들은 왼손 타자에 약점이 있다. 하지만 임창용은 국내 프로야구 시절부터 왼손 타자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왼손 타자의 바깥쪽에 꽂히는 빠른 공과 '칠테면 쳐보라'는 식의 몸쪽 빠른 공이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해태의 마무리 투수로 '창용불패'라는 말이 나왔을 때의 얘기다. 올 시즌 요미우리의 왼손 타자 다카하시나 올 시즌 2천 안타를 고지를 넘어 선 한신의 재일교포 4번타자 가네모토도 모두 임창용의 몸쪽과 바깥쪽을 넘나드는 속구에 맥을 못 췄다.

물론 임창용의 속구 일변도의 투구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체력소모가 많은 여름철에는 변화구의 비중을 좀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만약 속구만을 고집하다 체력이 떨어져 공 끝이 밋밋해지면 상대 타자를 상대하기 어려워 져서다.

1999년 플레이오프의 교훈

1999년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임창용은 체력저하의 후유증을 뼈저리게 겪었다.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앞섰던 삼성은 5차전에서 승부를 내려고 했다. 그 임무는 삼성의 마무리 투수 임창용이 수행해야 했다. 7회 1사후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전날에도 3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속구의 위력도 많이 줄어 들었다. 하지만 빠른 공으로 승부하다 9회말 호세에게 역전 끝내기 3점포를 내줬다. 지칠대로 지친 임창용은 7차전에도 빠른 공을 고집했다. 정직하게 들어가는 빠른 공은 임수혁의 방망이를 피하지 못했다. 임창용은 9회 동점포를 맞았다. 결국 삼성은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롯데에 내줘야 했다.

임창용에게 속구는 분명 최고의 무기다. 하지만 꿈틀거리는 듯한 공 끝의 변화가 생겨야 그 무기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는 올 시즌 선동열 삼성 감독이 현역시절 주니치에서 기록했던 38세이브를 넘고 싶다는 바램을 피력했었다. 여름철 임창용의 체력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그 때쯤 되면 다른 팀들이 임창용의 속구에 대한 분석도 상당히 자세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3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일본 프로야구에 강한 인상을 남긴 선동열은 일본 야구전문잡지 <슈칸 베이스볼>이 선정한 역대 외국인 투수 3위에 올랐다. 선동열은 주니치에서 타자 앞에서 솟아 오르는 빠른 볼도 던졌지만 명품 슬라이더가 있었기에 마무리 투수로 성공할 수 있었다.

훌륭한 투수는 자신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빠른 공의 위력이 떨어졌을 때도 어떻게 승부해야 할지 터득해야 한다. 임창용의 속구는 위력적이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변화구도 필요하다. 일본 프로무대에서 30세이브 이상의 기록을 노리는 마무리 투수 임창용이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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