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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난민에서 '마을시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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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도시난민에서 '마을시민'으로 [협동연대 대안국민농정]<1>'귀농촌'의 협동연대 대안
우루과이라운드, 한칠레FTA, 한미FTA에 이어 TPP까지. 우리 농업은 자유무역의 파도 속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그 사이 농정은 생산성 강화라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압박만 계속해왔을 뿐 유효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농업과 농촌, 생태의 가치를 느낀 이들의 귀농촌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기본적인 소득원을 찾지 못해 역귀농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마을주의자'를 연재 중인 정기석 정의당 국회정책위원이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시합니다. '협동연대 대안국민농정' 기획은 매주 화요일 20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편집자.

필자 서문:'협동연대 대안국민농정' 연재를 시작하며….

우리 농업, 농민, 농촌의 살 길은 크게 세 갈래 정도로 보인다. '농정의 3대 패러다임 전환'으로 의미와 목적을 부여한다. 우선 정책이나 전략 이전에 농정의 패러다임부터 바꿔야한다.

생산자인 농민만의 고립된 농업에서 우선 벗어나야 한다. 소비자이자 국외자인 국민들도 함께 농정책임의 주체로 동참해야 한다. 농업의 판을 '국민농업, 또는 협동경제사회형 농업'으로 갈아야 한다.

또 농업은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의 식량주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대접받아 마땅하다. '공익농업, 또는 국가기간산업형 농업'으로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오늘날 초국적자본이나 세계열강과 자유무역전쟁은 승산이 없다. 농민은 물론 국가로도 역부족이다. '지역농업, 또는 유기순환형 농업'으로 지역공동체를 자급자족해야 한다.

정책의 기조도 전환해야 한다. '농정의 4대 정책기조'를 새로 다져야 한다. '사회민주적 농민' 정책으로 소득의 양 보다 복지 등 생활의 질을 높여야 한다. 빚이 빚을 낳는 한계농, 돈 놓고 돈 먹는 상업적 투기농이 아닌 '사회경제적 농업'이 기본이자 주류가 되어야 한다. '사회생태적 농촌' 정책으로 농촌다운 농촌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농민생활이 행복하고, 농업경제가 돌아가고, 농촌문화가 아름다운, '사회혁신적 3농공동체'를 재생할 수 있다.

이같은 농정 패러다임과 정책기조 위에 '협동연대 대안국민농정'의 실천해법을 제안한다. 귀농촌, 농촌복지, 농민운동, 공익농업, 여성농민, 6차농산업, 기업농, 먹거리 정의, 농산물 유통, 친환경농업, 농촌교육, 협동조합, 마을공동체사업, 농정협치, 에너지자립, 식량주권, 농정재정, 도시농업, 농협, 지역개발 등의 해묵은 숙제들이다.

오늘날 우리 농정의 존재감은 인구수로나 GDP로나 예산으로나 고작 5% 정도에 불과하다. 5% 짜리 농촌의, 농민에 의한, 농업을 위한 한계농정, 고립농정으로 안 된다. 노동자를 비롯한 나머지 95% 도시민, 국민들과 서로 협동하고 연대하는 대안국민농정이라야 한다.

이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합의를 상호호혜적으로, 유기적으로 이루어야 한다. 생산자 농민은 소비자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소비자 국민은 생산자 농민의 생활을 지키는 상생의 약속을 해야 한다. 그래야 식량주권과 국가주권을 국민 모두가 함께 나서 100% 지킬 수 있다.

"협동과 연대의 힘으로, 농민과 국민이 모두, 함께 살자!"

▲ 귀농인 마을, '장수 하늘소 마을' ⓒ정기석

귀농촌 현장에서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은 우호적이지 않다. 귀농촌 정책에 대한 평가는 차갑고 박하다. 귀농촌인들은 정부의 정책을 의존하기는 하되 신뢰하지 않는다. 정책이나 제도가 실효성도, 진정성도 부족하다는 불만이 일반적이다.

다만 문제의 본질은 정책이나 제도의 탓이 아닐 것이다. 귀농촌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고민과 성찰이 절실해보인다. '귀농촌'의 정의, 목적, 가치, 효용에 대해 제대로 점검하고 정립할 필요가 있다.

가령 정부 아래 관제 지원기관과 민간 시민사회 운동단체 사이에도 귀농촌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지원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방법론과 목표의식의 편차가 크다. 이로 인해 귀농촌을 예비하는 도시민들은 혼란스럽다. 섣불리 나아갈 방향을 정해 결행을 하기 쉽지 않다. 이미 귀농촌 현장에 몸과 마음이 들어선 귀농촌인들도 막상 정처로 삼는 건 좀 불안하다.

굳이 농사짓는 경우는 '귀농', 농사짓지 않는 경우는 '귀촌'으로 칼로 가르듯 따로 구분짓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따라 지원정책의 정도와 종류를 달리하려는 노력은 어쩌면 부적절하거나 무의미해보인다.

사실 농촌마을의 논과 밭에서는 그런 이분법적 구분의 경계조차 뚜렷하지 않다. 오로지 농사만 지어 먹고사는 역량 있는 전업농부의 수효는 그리 많지 않다. 가족 중 누구 하나는 부업으로 알바를 뛰곤 한다. 철마다 날품을 팔러 길거리로, 객지로 나서곤 한다. 그래야 겨우 처자식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가난한 귀농촌 사례는 주변에 넘친다. 이게 엄연한 귀농촌 현장의 풍경이자 현실이다.

언어학적으로도 '귀농'이라는 말 자체가 '농사나 농부로 돌아가는' 걸 뜻하기보다, '농촌으로 돌아가는 행위'를 나타내는 게 한결 자연스럽다. 가서 순정한 농부가 되든 농부가 되지 못하든 상관없다. 최소한 '현대 자본주의 구조악의 육묘장이나 난민촌같은'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돌아가려는 모든 노력과 시도는 존중받고 대접받아야 한다. 그 결심과 결행 자체가 용기 있고 지혜로운 선행으로 마땅히 칭찬받고 격려 받아야 한다. 여기서 귀농이나 귀촌을 따로 나누지 않고 그냥 '귀농촌'으로 부르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1998년 IMF외환위기에 내몰린 귀농촌 대열을 귀농촌 1세대로 규정한다. 사람으로 치자면 이제 '한국의 귀농촌 역사'는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기를 준비해야하는 시점이다. 그동안의 '운동' 일변도 관행이나 관성에서 벗어날 때다. 좀 더 활동과 사업의 지평을 확장해 자립하고 독립할 때가 왔다.

요즘 '생태귀농', '수행귀농', '도사귀농', '탄광귀농', 심지어 '도피귀농'이나 '자폐귀농'이라는 귀농촌 현장의 이견과 내부의 자조가 잦아진다. 이제 귀농촌의 주류를 선도해온 정책개발자나 활동가들은 이런 자성의 소리에 능동적으로 대꾸해야 한다. 귀농촌의 골격이나 근육이 좀 더 유연하고 실사구시적인 '생활귀농', '마을·지역공동체살이'의 모습으로 진화하거나 혁신할 필요도 있다.

여기에서는 이른바 '마을시민론', '공익농민제', '지역주권법' 등 이른바 '협동하고 연대하는 귀농촌 정책'을 대안으로 제안한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95%의 도시민과 5%의 농민이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고 상생해야 귀농촌 정책은 완성도와 실효성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이렇게 해야 해묵은 농업·농촌·농민의 숙제도 더불어 풀릴 수 있다. 나아가 도시문제, 국가문제의 사회혁신적인 실마리도 도시와 농촌이 만나는 귀농촌의 접점에서 찾을 수 있다. 확신한다.

일반적 사회현상이 된 귀농촌의 문제점도 일반적

1998년 IMF환란을 피해 6409가구가 주로 도피성, 생계형 귀농촌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2011년 1만503가구, 2012년 2만7008가구 등으로 귀농촌 인구는 전년대비 2.6배 이상 폭증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귀농촌은 더 이상 일부 선도자들의 용기 있는 선택이 아니다. 일반적인 사회현상으로, 또 하나의 생활방식의 대안으로 인식되고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반적 사회현상이 된 귀농촌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적지 않다. 우선 교육 등 사전준비가 미비하고 부실하다. 귀농촌인의 수는 급증하는데 귀농촌인의 70%는 귀농촌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귀농촌'을 하고 있다. 굳이 귀농촌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댄다. 정부기관이나 민간단체에서 실시하는 귀농촌 교육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소득원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미흡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귀농촌에 실패하고 도시나 타 농어촌지역으로 재이동한 경우'는 일자리 부족(34.6%), 부족한 소득(26.9%)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4명 중 3명에 가까운(71.5%) 귀농촌인이 당장 '먹고사는 절박한 문제'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정착에 실패한다.

지역공동체의 역할도 모호하거나 아예 부재하다. 어느 지역에서든 외지인인 귀농촌인과 원주민과의 갈등과 불화가 상존한다. 귀농촌 지원정책을 원주민에 대한 역차별 특혜라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농민단체는 비판한다.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귀농촌인의 역할과 책임, 기여도를 실증해야 한다.

이러한 귀농촌 일반화의 속도를 법률과 제도는 미처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가령 현행 쌀 직불금 수령 자격은 특정기간(2005.1.1.~2008.1.1.)에 직불금을 1회 이상 정당하게 수령한 농업인에게만 주어진다. 그 이후에 논농사를 시작한 많은 귀농촌인들은 원천적으로, 법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법과 제도가 귀농촌 일반화의 속도를 따라잡아야

귀농촌 지원을 위한 법률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해당 법률이나 관련 규정이 사방에 산재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법제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귀농촌을 지원할 법적 근거는 여전히 미비하다.

또 현재 전국 104곳의 지자체마다 귀농촌 지원조례가 제정되어 있기도 하다. 주로 농업 경영 등 각종 정보 제공, 농업 경영에 필요한 교육훈련 지원, 농업관련 창업자금 지원, 지자체 농촌진흥기금 지원, 농가 주택자금 지원, 자녀학자금 지원, 귀농·귀촌인의 집 지원, 농가 주택 수리비 지원, 귀농인 농업인턴제 사업 지원, 농기계 임대사업 등이 주요 내용을 이룬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상위법령이 미비된 상태에서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지원은 불가능하다. 특히 귀농촌 인력의 지역사회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조업법, 식품위생법(제36조), 주세법(제6조) 등을 우선 개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농가주, 장류, 효소 등 소규모 농가형 농식품가공사업을 하는 데 일정 규모 이상의 제조시설과 판매업 면허를 갖추도록 강제하는 규정은 완화될 필요가 있다. 이는 귀농촌 문제 뿐 아니라 농업의 6차산업화 활성화 정책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선행조치로 판단된다.

현재 정부와 국회는 귀농촌 지원법률 제정을 위해 나름대로 힘을 쏟고 있다. 이미 귀농촌 지원 관련 법안 3건이 발의되어 있다. 하지만 3개의 법률안의 내용은 천편일률적이다. 귀농인 지원종합계획 수립, 지원위원회 설치, 지원센터 지정,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정착 및 경영기반 조성, 민간단체 지원 등이 주요 골자다.

농식품부 및 각 지자체 내 귀농촌 전담지원부서 신설, 초기 정착 및 생활안정을 위한 생활비 지급 등 공익농민제 적용, 공영주택 보급, 귀농촌인 자격요건 확대 등의 혁신적 대안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정책은 협동사회경제적인 기반과 환경이 우선

▲ 상주 공동체 귀농학교. ⓒ정기석
법률의 한계 등으로 지원정책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2009년부터 '귀농·귀촌종합대책'을 수립해 영농정착자금, 교육프로그램, 귀농촌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 농지.시설.주택 등 구입자금 지원, 각종 교육훈련 프로그램, 전원마을 조성 등에 이르는 다양한 지원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귀농촌 희망자가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행정지원시스템이 여전히 미비하다. 일선 민원창구에서 법률, 조례와 지원정책이 서로 충돌해 따로 해석되고 적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지역의 원주민들과 함께 하는 상호호혜적이고 지속발전가능한 협동과 연대의 지역공동체 프로그램도 여전히 빈약하다. 이런 불친절하고 비합리적인 지역의 정책지원 환경은 귀농촌인이 지역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요즘 농촌에는 농업 뿐 아니라 교육, 보육, 문화, 의료, 평생학습 등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사회서비스 분야의 노동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자체가 귀농촌 인적자원을 지역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통합시키려면, 이들의 경제활동 못지않게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회적 활동 참여 및 수행 기회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가령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협동사회경제적 사업체의 창업과 운영 활성화의 기반과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지자체의 주요한 역할이다. 홍성군(마을활력소), 진안군(귀농·귀촌활성화센터), 완주군(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등 귀농촌인 중심 민관거버넌스형 중간지원조직과 지역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구축 사례는 좋은 본보기다.

'마을시민론'은 구체적인 해법을 실천하는 방법론이다. 귀농촌인은 지역사회의 발전을 견인하는 유력한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 된다. 또 '혁신적 연결망을 구축하는 인적 자본'으로서 주요한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지역공동체적 사회자본, 혁신적 인적자본으로서 주체적 역할을 감당하는 귀농촌인을 '마을시민'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때 '마을시민'이란 '마을기업 같은 마을공동체사업을 세우고 꾸리는 역량을 보유한 책임있는 사업주체'를 의미한다.

'공익농민제'의 개념도 유용하다. 일본의 경우는 2012년부터 '45세 이하의 청년 취농자에게 준비기간(2년)과 독립기간(5년) 등 총 7년에 걸쳐 급여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급액은 연간 150만 엔(한화 약 2200만 원)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농업의 붕괴와 농촌 인구의 감소를 막기 위해 농업 취업 희망자에게 월급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의당 등 진보정당은 일찍이 보다 전향적인 '국가고용 공익농민제'를 제안했다. "국가가 농업종사자를 고용해 초기 5년간 30만 명, 장기적으로 100만 명의 공익농민을 육성하겠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운다.

농민단체는 '농민기본소득보장제'를 제기하고 있다. 주권국가의 국가기간산업이자 생명산업의 식량주권을 지키는 공익농민에게는 월급처럼 매월 일정액의 기본소득으로 대우하고 보상해야 마땅하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이 제안의 당위성은 농업의 다원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이른바 '지역주권법'도 시급하다. 농촌지역개발사업으로 전국에 산재한 농식품가공장, 체험교육장, 도농직거래판매장, 도농교류체험장 등 유휴시설들은 농업 등 농촌형 사업을 모색하는 귀농촌인에게 유용한 자원이자 기반이 될 수 있다.

또 이같은 농촌지역개발사업 운영 사업조직을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농촌형 사회적기업으로 법인화하는 과정에 귀농촌인이 주도적으로, 주체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 이때 지역의 원주민과 귀농촌인이 마을공동체사업을 통해 상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영국의 '지역주권법(Localism Act)'에 상응하는 유휴시설의 사용권을 제공하면 된다.

귀농촌의 성패는 공동체 정신과 이타주의가 열쇠

귀농촌인으로 농촌의 마을주민으로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오랜 세월 시장경제주의에 물든 도시난민의 처지에서 벗어나 협동과 연대의 협동사회경제 공동체시스템에 충실한 마을시민으로 살아내는 일이 쉬울 리 없다.

하지만 귀농촌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은 그만큼 투자하고 헌신할 가치가 있는 도전이다. 귀농촌인, 또는 마을시민이 떠나는 노정에 국정교과서란 없다. 표준전과나 범용매뉴얼도 없다. 여러 가지 귀농교육프로그램, 귀농학교가 차려져 있지만, 수료증이나 졸업장이 귀농의 현실이나 진실을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 어떠한 법률이나 제도,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저 앞으로 첫 걸음을 떼기 전에, 서두르지 말고 귀농 선배, 선험자, 선도자, 선구자들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 살펴보는 학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귀농촌 관련 책을 공부하고, 귀농한 사람으로부터 소중한 선험을 전수받고, 또 귀농의 현장을 몸소 오감으로 겪으며 공부하는 게 상책이다.

이때 귀농촌인 또는 마을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경력, 주특기, 전문성은 아닌 듯 싶다. 그러니까 사양(스펙)이나 외양은 아닌듯하다. 그보다는 스스로와 가족의 생계와 안녕에 집착하는 이기심을 뛰어넘는 게 먼저다. 농촌의 현실을 제 가족의 현실처럼 염려하고, 농촌의 재생과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나서 행동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이타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 사회적 자본이자 지역의 혁신적 자산으로서 헌신적인 활동가가 농촌에는, 지역에는 많이 필요하다. 어디를 가든 환영받고 대접받고 존중받는다.

결론적으로 귀농촌의 성패는 첫째도 진정성(Authenticity), 둘째도 진정성, 셋째도 진정성, 백 번째도 진정성에 달려있다. 돈보다, 땅보다, 기술보다, "도대체 왜, 마을공동체로, 지역사회로 귀농촌하려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대답이 필요하다. 스스로 확신이 들 때까지 부단히 자문하고 학습하고 단련해야 한다. 농촌으로, 마을로 하방해 지역공동체에 도움이 되려는 이타적 진정성이 과연 있는 것인지.


연재 목록

1. [농민] '귀농촌'의 협동연대 대안 - 도시난민에서 '마을시민'으로

2. [농민] '농촌복지'의 사회적 서비스 해법 - 100세시대 '협동사회경제형'으로

3. [농민] '농민운동'의 연대 전략 - '사회연대적' 농민운동으로

4. [농민] '공익농업'의 국가기간산업화 -공익농민에게 '월급 기본소득'을

5. [농민] '여성농민'의 가치 - 여성농민에게 '절반의 영농권'을


6. [농업] '6차농산업화'의 정도 - 중소농 중심 '협동화 6차산업'으로

7. [농업] '기업화 농산업'의 대안 - '마을•지역 공동농업'으로

8. [농업] '먹거리 정의'의 중요성 - '농도상생형 사회복지'의 열쇠

9. [농업] '농산물 유통'의 혁신 대안 - 도시민이 책임지는 '농민의 생활'

10.[농업] '친환경농업'의 실천 방안 - '잘 먹고, 잘 사는' 지름길


11.[농촌] '농촌교육공동체'의 전망 - 마을을 살리는 '학교'

12.[농촌] '협동조합'의 사회적 경제 - '을(乙) 중심'으로

13.[농촌] '농촌마을만들기'의 출구전략 - 사회생태적 '마을살리기'로

14.[농촌] '농정협치(거버넌스)'의 가능성 - '한국형 농업회의소'의 법제화를

15.[농촌] '에너지자립마을'의 전환 - '지역순환농업' 기반으로


16.[농정] '식량주권'의 정책목표 - '양적 식량자급'과 '질적 먹거리 안전'

17.[농정] '농정 재정'의 개선 방향 - 중앙집중에서 '지방분권'으로

18.[농정] '도시농업'의 역할 -'국민농업'의 학교이자 전진기지

19.[농정] '지역공동체'의 발전전략 -'지방재정'의 균형부터

20.[농정] '농협'의 개혁 해법 - '경제협동조합'으로 환골탈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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