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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랑 안철수가 함께? 절~대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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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이랑 안철수가 함께? 절~대 안돼요" [30대, 정치와 놀다] 윤창중 'GRAB' 하던 날의 수다
바야흐로 난세에도 영웅이 안보이는 시절.

지난해 대선 패배 후 '멘붕'에 빠졌던 민주당이 5개월만에 김한길 조타수에게 방향타를 맡기고 출항했습니다. 명색이 인기 소설가 출신인데다 유명한 탤런트의 남편이기도 한 이 분, 백발이 참 인상적이긴 한데 왕년의 인기만큼은 아닌가 봅니다. 30대 방담 '정치와 놀다'의 패널들에게 인기를 얻으려면 노력 좀 하셔야겠어요. 호기롭게 발의했던 차별금지법안은 왜 철회해서 체면을 구기셨을까요. 아, 군대 시절 김한길 대표의 '글발'에 반했다는 패널도 있으니 그 대목 잘 찾아보시고 위로 받으시길.

그 사이 안철수 의원은 보란듯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국회 의원회관에 자리를 잡았군요. 그런데 이 초보 국회의원은 상임위 배정 문제로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호된 꾸지람을 받네요. 구름같은 지지자들을 몰고다니던 작년 생각하면 격세지감. 어쩌겠습니까, '새 정치'도 국회 문턱 넘는 일부터 시작되는 것을요. 그나저나 인내심 많은 '정치와 놀다' 패널들도 조바심을 냅니다. 새 정치, 새정치, 계속 말만 하시면 '헌 정치' 되는 거 시간문제 같습니다.

방금 미국에서 돌아오신 박근혜 대통령 얘기를 빼놓을 리 있겠습니까. 어렵고 까다로운 외교 문제나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국들의 속셈 같은 복잡한 얘기는 대통령께서 어련히 알아서 풀었으리라 믿고(?), '정치와 놀다' 패널들은 박 대통령의 영어 실력과 한복 자태를 품평해 봤습니다. 한복은 빨간색이 잘 받는다고 하니, 대통령 코디네이터께서 참고해도 좋을 것 같군요.

아쉽게도 이 모든 일들을 한방에 씹어삼키고 'GRAB과 함께 사라진' 윤창중 전 대변인 얘기를 나누지 못했네요. 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하루 전으로 방담 일정을 잡은 주최측 프레시안의 불찰입니다. 지금도 입이 근질거릴 패널들과 독자들에게 꾸벅. <편집자>


패널 소개

임재범 : 나이 마흔 한살. 외국 나이로 계산하면 아직 30대다. 열두 살(아들), 아홉 살(딸), 세 살(딸), 자녀 셋을 둔 유부남이다. 현재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인천에 살고 있음. 과거 극좌적 정치 성향을 가졌으나 최근 들어 점점 직장 동료들을 따라 우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듦.

하지원 : 나이 서른둘. 프레시안 기자의 취재망에 걸려든 길거리 캐스팅의 주인공. 영화 연출가. 처음에는 엄청난 열정으로 시작했으나 영화판의 '저임금 노동착취' 시스템에 질렸다고.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석달 전부터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나 박봉과 과도한 업무로 '개미'처럼 일하고 있다고.

지성 : 서른다섯, 남자. 두 돌이 되는 아들이 있는 직장인이다. 어머니가 권사인 개신교 집안이라 어릴 때부터 대형교회에 다녔으나 고민 끝에 현재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고 함.

이번 방담에는 조연으로 프레시안 기자 세명이 참석했다. 아들 하나를 둔 마흔두살 유부남, 서른다섯 유부남과 스물아홉 싱글녀. 명칭은 '프레시안'으로 통일했다.

"김한길이 대표할 만큼 뭔가 있었나요?"

임재범 : 오늘 주제가 뭐예요?

프레시안 : 민주당 얘기부터 하죠. 말을 잘하는 선수께서 새삼 주제를 물어보시다니….(웃음)

하지원 : 민주당은 이름을 바꿔도 아무도 관심도 없잖아요. 도대체 민주통합당과 민주당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새천년민주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뭐지? 차라리 Y2K 이딴 걸로 짓지. (웃음) 처음부터 끝까지 민주당 하지 괜히 이름만 바꾸는 듯요.

프레시안 : 이번에 김한길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됐어요. 김한길 대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들이세요?

하지원 : 김한길이 대표를 할 만큼 뭔가 있었어요? 세력이라든가, 본인의 민주당 내 업적이라든가 역량이 있었던 사람이에요?

프레시안 : 아름다운 업적이라기보다 주류가 아닌 점에서 반작용을 한 거 같아요. 그러면서 마땅히 그쪽(민주당 내 비주류)을 이끌 수 있는 경륜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게 김한길 대안론의 실체 아닐까 싶은데요.

하지원 : 아, 망하겠다. 민주당이 진보정당이라 생각하지 않잖아요. 합리적 보수를 기대했던 거잖아요. 그런데 얘네는 합리적이지도 못하고 어차피 자기네에게 표 안 줄 보수기독교 세력을 껴안는다는 헛짓을 하고 있구나, 필요에 따라 진보세력과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실망할 것도 없었지만 말이예요.

그리고 김한길은 그가 뭘 했는지 모르지만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잖아요. 저는 차별금지법을 민주당에서 그렇게 했다는 게 정말 싫었는데, 그 중 한 명이 김한길이었잖아요. 그런데 그가 당대표가 되는 걸 보고 민주당은 정말 안 되는거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왠지 인상을 보면 말이 통할 거 같이 보였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실망스러웠어요. 그런 사람이 당대표가 되니 더 실망스러운 거 같아요.

▲ 김한길 대표. ⓒ연합뉴스

프레시안 : 김한길은 겉으로 보긴 참 좋지 않나요. 유명한 탤런트가 부인이고. 김한길이 정치인으로서 이미지가 안 좋은가요?

하지원 : 그냥 '백발이구나' 그 정도? 김한길이 당 대표가 되면 최명길은 당분간 TV에 나오지 않을까 싶은 정도?

임재범 : 백발이라는 이미지 이외에 김한길을 전 모르겠어요. 어떤 엑센트가 없잖아요. 어떤 당의 대표가 되어, 어떤 키를 잡은 사람이 되어, 어떻게 가겠다는 건지를 모르겠어요. 뭐 하는지 모르겠어요.

지성 : 저는 개인적으로 김한길을 좋아해요. 군대에 있을 때, 수양록이라는 일기를 썼어요. 논산훈련소에서 수양록을 열심히 쓰면서 나름 글에 취미가 있나 생각을 했는데, 자대 배치 후 어머니가 김한길이 쓴 <희망일기>를 줬어요. 거기엔 김한길의 군대 시절 일기도 약간 들어가 있어요. 최명길과 사는 거, 미국 이야기 등이 들어있는 데 그 중에 훈련소 이야기가 감동이었어요. 너무 잘 쓴 거 있죠. 같은 20~21살의 감수성으로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때 이후로 일기를 안 썼죠. 너무 재밌게 읽어서 김한길이 쓴 수필을 다 읽어봤어요. 인간적인 매력이 있었어요.

김대중 정부 때, 문화부 장관도 하면서 잘 나갔죠. 초선의원이 저렇게 잘 나갈까 싶었어요. 김대중이 까다로운 사람인데 그 사람에게 잘 보였나 싶었죠. 이후 노무현 정부 때 밉보이고 대통합신당 나가고 그런 점도 있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인간적인 매력이 있으면 그런 거는 작게 보이지 않나요? 민주당에서 김한길이 됐으니, 일말의 기대를 걸어봐요. 우리가 새누리당에 기대를 걸 순 없잖아요.

"민주당 우클릭, 새누리당과 합당하려고?"

프레시안 : 요즘 민주당이 '우클릭'을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이념적 잣대를 대는 게 어색하긴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앞으로 당이 어떻게 갈지가 보여주는 거 같아요. 민주당은 '중도'라는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듯해요.

임재범 : 재밌는 게 민주당이 대선 이후 대선 결과를 평가하면서 '우클릭'이 내부에서 나오면서 실제로 오른쪽으로 갔어요. 그런데 그 뒤, 민주당의 지지도는 더 떨어지지 않았나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말 그대로 표를 먹고 살고, 국민 지지를 받아서 그 힘으로 정책을 펼치는 게 정당인데 말이죠, 자기들이 우클릭이라는 방향을 세웠고, 그에 따라 가는데 지지율은 자꾸 떨어진다? 그럼 그게 제대로 방향을 세운 건가요? 아님 새누리당과 합당하려고 그러는가? 잘 이해가 안 돼요. 뭐하자는 건지.

그렇다 보니 민주당엔 정말 관심이 안가요. 아예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다른 대안으로서 관심을 둘 데도 없어요. 안철수도 새정치를 한다고 하지만 말만 있지 콘텐츠가 없지 않나요? 진보정당은 지리멸렬해 있는 상태고요. 쉽게 말해서 야권 성향의 전체 국민이 50% 있다면 이 사람들이 마음 둘 곳이 없어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10~20% 대로 있다지만 정치적으로 자기의 의견, 처지를 대변해주는, 하다못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대감, 이런 거 자체가 없어져버린 거예요. 공중에 붕 떠버린 거죠. 그러니 뉴스도 안 보는 거예요. 우리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기 때문이죠.

프레시안 : 하지원 씨가 말한 차별금지법 하나로 보수냐 진보냐를 나눌 순 없죠. 그러나 헷갈리는 부분은 있어요. 김한길 대표는 대표 취임 이후 첫 회의에서 '을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고 했어요. 남양유업 이야기가 나오면서 갑의 횡포, 이런 것이 이야기가 되니까 사회적 약자를 '을'로 비유한 거죠. 그런 걸 보면 '사회약자 쪽으로 가는구나'라고 포장을 하는 듯해요. 하지만 내용상으로 보면 오른쪽으로 가고 있어요. 헷갈리는 거예요.

하지원 : 한국 사회에서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하는 수준으로 간 것도 아니고 그냥 많은 요소 중에서 사회적 차별을 두지 말자는 건데도 이걸 동의를 못하는 수준을 보면서 황당했어요. 이 정도 정신머리는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임재범 : 저는 법 부분은 그렇게 생각해요. 국회에서 다수당이 법을 만들어요. 반대로 말하면 사람들은 야당에게 입법이라든지 그런 거를 크게 기대하지 않아요. 야당이 입법을 추진해주길 바라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죠. 입법처럼 굉장히 '포지티브'한 걸 기대하지 않고, 대신 야당에는 어떤 제동 정도? 아님 속 시원하게 대변해준다든가 그런 거에 기대해요. 하지만 민주당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자연히 사람들은 기대하지 않게 되죠. 요즘 제가 뉴스를 안 보는데, 가끔 재밌는 뉴스는 야당이 아니라 성 접대 수사, 남양유업 사태 등이에요. 이런 것들에서 오히려 큰 틀에선 정부와 여당이 더 치고 나가고 있는거 같아요. 주도권을 잡고 말이죠. 국민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을 시원하게 막 긁어주고 있는 거죠.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말이지만요. 하지만 민주당에는 그게 없어요.

하지원 : 남양유업 이야기는 꽤 오래된 이야기예요. 을지로에 사옥이 있는데 간판이 안 달려있어요. 거기에 점주들이 물건 쌓아놓고 '이런 악덕 업체가 이런 짓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예전부터 정당의 지지현수막 하나 본 적이 없어요. 진보정당의 현수막도 본적이 없죠. 알려지지 않았거나 대한문 쪽으로 집중을 하게 됐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지금 보면 야당은 사회적 이슈를 터뜨릴 힘도 없고, 이슈가 터져도 그걸 뭔가 나서서 해결해주지도 못하는 듯해요. 이럴 바엔 야당이 왜 있나 싶어요.

임재범 : 쌍용차 문제도 대선 국면에서 노동 분야에서는 가장 큰 논란이었어요.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도 국정조사를 한다고 나섰었죠. 하지만 대선 끝나고 나니 태도가 싹 달라졌어요. 새누리당은 정치 성격상 그럴 수 있다고 봐요. 그러나 민주당은 뭐 했나 싶어요. 결국 우향우를 했죠. 쌍용차는 사실 상징적인 거예요.

결국은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농성을 하던 노동자들은 8일 고공농성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죠. 기댈 곳 없는 노동자로선 버틸 수 없었던 거죠. 그동안 민주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그쪽에 관심 없다고 하던가. 대선 때는 농성장에 방문하고 국정조사하겠다고 해놓고 말이죠. 지금 민주당은 어디 있나요? 쌍용자동차 사람들은 소수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고 생각해요. 직장 다니는 사람이 제일 힘들어하는 게 고용문제죠. 쌍용차 문제는 사람이 해고된 문제 아닌가요? 힘이 되어주지 못하면서 말로는 '을의 정당이 되겠다'고 해요. 그동안 한 게 뭐가 있나요?

"민주당, 방향 잡으려면 아직 멀었구나"

프레시안 : 민주당이 노동이나 소수자의 문제를 생활의 문제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이념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듯해요. '빨갱이' 콤플렉스가 오래 전부터 쌓여서 그럴 수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나, 이젠 노동, 소수자 문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점은 안타까운 점이에요. 민주당이 방향을 잡으려면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임재범 : 저는 민주당이 문 닫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레시안 : 문은 어제 열었는데요.

임재범 : 지금 상황을 보면 필요없다고 생각해요.

하지원 : 맛없는 식당이 간판 바꿔서 계속 장사하는 듯해요. 왜 저 식당은 망하지 않을까. 그리고 저 식당은 왜 항상 신장개업일까. 민주당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에요.

프레시안 : 기자들에게만 눈에 띄는지 모르겠지만 전당대회에서 신경민 의원이 최고위원에서 1등을 했어요. 인기있는 스타 앵커 출신이라서 관심 좀 있지 않을까도 싶었는데, 그마저도 없었어요?

임재범 : 몰랐어요.

하지원 : 신경민 의원이 무엇을 대표할 수 있을까요?

프레시안 : 민주당 구조 속에 갇혀 있다는 말인가요?.

프레시안 : 신경민은 'MB정부에서 쓴소리 한다'는 이름, 스타성으로 그냥 데려다가 공천을 한거 같은데, 지난 1년 동안 정치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죠.

임재범 : 민주당 내 의원 개개인을 보면 괜찮은 의원이 많아요. 하지만 조직으로는 하나도 나타나지 않아요. 개별 활동은 열심히 하겠지만 전체적으론 안 보여요. 저는 민주당이 우회전으로 가는 게 잘못됐으니 왼쪽으로 가야 하나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아니에요. 야당의 역할이 필요한데,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 생각엔 민주당이 문을 닫고, 다시 창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야권 큰 틀에서 창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고 다시 신장개업을 한다? 또 해봐야 이름 바꾸기에 불과해요. 김한길 호가 마지막 호가 되지 않을까 걱정돼요. 이건 너무 심한가요? (웃음)

프레시안 : 그럼 민주당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임재범 :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두 달 반이 지났어요. 그동안 제가 보기엔 엉망이었어요. 내각도 제대로 구성 못 하고, 그 사이에 정부를 구성할 능력도 떨어지고, 공약도 퇴색했죠. 그런데 야당이 없었죠. 제가 새누리당이고 청와대면 진짜 좋았을 거 같아요. 이렇게 좋은 판이 없죠. 맘대로 해도 되니깐요. 장관 낙마모드에서도 낙마되는 사람들은 민주당이 저지해서 낙마한 게 아니었어요. 언론과 국민 여론이 낙마시킨 거였죠. 민주당은 역할을 한 게 별로 없었어요. 야당이 실종한 거죠.

하지원 : 박근혜는 당에서 딴소리 나오는 걸 안 좋아하는 듯해요. 정권을 재창출 해낸 집권여당이 이렇게 존재감이 없어도 되나 싶을 정도예요. 그 정도로 새누리당은 헤맸다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뭘 했나 싶어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이렇게 날려 먹을 수 있나요? 애초 장관 낙마는 민주당에는 좋은 호재였어요. 정권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고 새누리당도 지금은 정권눈치를 봐야 하니까요. 이때 100석 이상 가진 야당이구나 하는 인식을 갖게 해야 했는데, 결국 그러지 못했죠. 새누리당과 함께 존재감이 사라졌죠.

임재범 : 정치라는 게 긴장감 속에서 가야 국민에게 좋은 거라 생각해요. 긴장감은 견제와 균형이에요. 걱정되는 게 정책을 실패할 때에요. 정부와 여당이 잘 했으면 좋겠지만 만약 정책에 실패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돼요. 견제하거나 비판하거나 이런 기능들이 잘 안 돌아가면 설익은 정책들이 그대로 실현되고 그중엔 실패도 발생할 거예요. 그러다 대형사고라도 터지면 그대로 국민이 덮어쓰게 되죠. 새누리당에도 좋은 게 아니에요. 장기적으로 보면 정책실패가 왔을 때 결국 여당에 화살이 날아 오니깐요. 그때 강력한 지지를 받는 야당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하지원 : 안철수 신당?

임재범 :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안철수 신당은 실체를 모르겠어요.

프레시안 : 야당의 부재, 눈에 보이지 않는 야당. 그런 게 안철수를 소환한 조건인 건 부정하기 어려울 거 같아요.

임재범 : 맞아요. 그게 대선 때도 안철수를 불러냈고 지금도 불러내고 있어요. 대선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이 언젠간 정신 차리겠지 싶었어요. 대선에서 당선되면 정신 차릴까 싶었죠. 하지만 지금 보면 민주당은 끝났듯 해요. 반면, 안철수는 모르겠어요. 성향도 모르겠고, 뭘 하겠다는 것도 모르겠어요. 뭐가 나온 것이 있어야 알아보죠. 새정치는 모든 국민이 바라는 거예요. 문제는 그다음이죠. 새정치의 '새'가 날아다니는 새인지 뭔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새정치에 대한 갈망은 있는데, 그걸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두고 봐야겠죠.

"안철수,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프레시안 : 자연히 이야기가 안철수로 넘어가는데요. 안철수를 지지하는 지성 씨는 안철수의 신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성 : 아~ 안철수 신당이요? 아~ 오늘 기사를 보니 복지위 들어가는 거에 제동이 걸렸더라고요. 이 XX들. 여의도 가서 폭파시킬 수도 없고. 황당한 애들인 듯요. (일동 웃음)

프레시안 : 안철수가 야당 부재 탓에 소환된 건 맞는 듯해요.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도 못 내고 깨갱했죠. 대중에 쌓여있는 '에네르기'가 어떤 측면에선 안철수를 통해 분출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임재범 : 저는 안철수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누굴 응원하는 이가 없어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뉴스도 안 봐요.

지성 : 그럼 다음에 또 새누리당이 하지 않겠어요? 김문수나 김무성이 할 수도 있을 듯요.

임재범 : 갑갑하죠.

지성 : 그러니 누구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야권에서 유일하게 가장 대권 후보와 가까운 사람이 안철수 아닌가요?

임재범 : 그런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막 좋아할 수 없지 않나요?

지성 : 안철수를 왜 몰라요? 다 알지 않나요?

하지원 : 정치인으로서는 잘 모르겠어요.

프레시안 : 아~ 이 긴장감.

지성 : 이제 시작이죠. 시작이고, 벌써 깔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임재범 : 까는 게 아니라 모른다는 거죠. 뭘 내놔야지 판단을 하는데 그런 게 아직 없어요.

지성 : 지금은 기다리는 단계죠.

프레시안 : 조금 얘기를 발전시켜보죠. 대선 전과 지금, 안철수는 뭐가 달라 보이나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하지원 : 그때나 지금이나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임재범 : 물론 대중의 기대감이 그쪽으로 표출되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조심스럽다고 해야 하나? 마음을 주려면 알아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싫어서 모르는 사람과 사귈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요.

지성 : 긍정적인 기대감으로 보는 건가요?

임재범 : 그 범주에 들어가 있는 듯해요. 민주당은 문 닫아야 한다고 하는 게 민주당을 아니까 그런 거고, 안철수는 누군지 잘 모르니 마음을 줄 수 없고, 좀 알아봐야 한다는 거예요. 떠나서 끝낸 사람, 새로 꿈틀꿈틀 하는 사람. 이 사이에서 어디에도 마음이 다가가지 못하는 듯요.

프레시안 : 흥미진진한 논쟁에 끼어들 건 아니지만. 저는 안철수가 극복할 과제가 있다는 건 동의해요. 아직 작년 대선 주자로 나왔던 안철수와 이제 직업 정치인으로 긴 시간을 보내게 된 안철수는 다르다고 봐요. 대선 때의 안철수와 지금의 안철수는 무엇을 보여줄지, 확실히 다른 처지에 놓여있는 게 사실이에요.

지성 : 다 동의해요. 야구도 내가 좋아하는 팀이 있으면 재밌어요. 무당파로 있으면 재미없죠. 정치도 좋아하는 이가 있어야 재밌어요. 안철수는 인생 스토리에 대한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우선은 긍정적으로 마음을 열고 지켜보는 중이에요. 신당을 차리면 민주당 안 찍고 안철수 신당 찍을 거예요.

임재범 : 지성 씨가 안철수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잘 몰라서.(웃음)

지성 : 예? 뭘 몰라요? (웃음) 이명박이 이기고 1년 동안은 정치기사를 안 봤어요. 기댈 곳이 없었어요. 민주당은 정말 지리멸렬했잖아요.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정동영도 안 찍은 사람인데.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안철수가 정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사를 다 찾아봤어요. (프레시안 기자를 지목하며) 안철수 담당 기자시죠? 이런 것도 알고 있을 정도예요. (웃음) 그나마 찾아볼 기사가 있다는 거에 감사할 따름이죠. 정치에 관한 안철수의 '팬심'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어요.

"정치가 얼마나 다이나믹한데 안철수가 민주당을 못 얻을까요?"

임재범 : 대선 전과 후의 차이가 없다는 건 아니고요, 아직 실체를 모르겠다는 면에서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좀 더 지켜봐야겠죠. 야구 빗대서 얘기한 거는, 한편으론 이해하면서 한편으로 다르게 생각하는 게, 정 싫으면 한동안 야구장 안가면 되는 거죠.

지성 : 하하하. 제가 야구팬으로서, 야구 없이는 못 삽니다. 하하.

임재범 : 정치는 내가 싫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므로 그러다 관심 생기면 다시 갈 수밖에 없겠죠.

지성 : 근데 정치가 얼마나 중요해요. 정치는 안 보고 살 수 없잖아요.

임재범 :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반정치가 미덕이에요. 하하.

프레시안 : 안철수 의원이 아직은 반정치에 기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은 들어요.

지성 :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보는데요. 그만큼 반새누리당 진영에 인물이 없었다는 얘기고, 그래서 국민이 안철수를 불러낸 거죠. 보수 쪽에선 자기가 욕심 있어서 나왔다고 하지만, 불러낸 게 맞죠. 그리고 새누리당 세력에 이기려면, 정말 팬심이 강한 사람이 나와야 해요. 그래야 겨우 이겨요.

프레시안 : 노무현처럼?

지성 : 노무현, 김대중처럼 정말 스토리텔링이 강하고 팬심이 강한 사람이 나와야 하고, 그게 현재로선 안철수 의원밖에 없죠.

하지원 : 그런데 좀 다른 게, 노무현이나 김대중은 자기가 스토리텔링의 중심이 되고, 그 열망을 받기 위해 본인들이 치열하게 노력하고 길을 밟아온 사람인데, 안철수는 아까 지성 씨 표현대로라면 우리가 '불러낸 사람'인 거잖아요? 그 차이가 있죠.

지성 : 그때는 정치의 영역이 매우 크던 시절이잖아요. 정치가 경제를 누른 시대였고.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그 외의 영역에서 찾을 수 있는 거죠.

하지원 : 그건 그런데, 아직 본인이 쌓아온 게 약하다는 느낌이고, 뭐랄까 이제 막 무대로 불려나온 느낌?

지성 : 물론 국회의원이 된 건 처음이지만, 정치에 발을 디딘 건 서울시장 선거 나올 때부터라고 생각해요. 이미 1년 6개월이 됐죠. 근데 안철수는 기존 정치인이 보여주지 않았던 양보의 미덕, 이런 걸 보여줬고. 어떻게 보면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아닌가요?

임재범 : 새누리당에 제동을 걸 세력에 대한 갈망이야 물론 있죠. 민주당은 지금 안 되는 것 같고. 그렇지만 여전히 안철수는 잘 모르겠어요. 기대를 싣기보다는 조심스러운 상태에서 보고 있는 거죠. 열망은 다들 있어요. 다만 잠시 짜증 나니까 야구장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거죠. 결국엔 다시 야구를 보러 올 수밖에 없는데, 그때까지 안철수 자신이 보여줘야죠. 여론조사 보면 만들지도 않은 정당이 상당한 지지가 나오잖아요? 그래도 그게 열렬한 팬덤까지는 아닌 거 같고, 현재 야권 지지자들이 정줄 곳이 없으니까, 그냥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는 거죠.

프레시안 : 미래로 가볼까요? 민주당이랑 안철수가 같이 갔으면 좋겠나요?

지성 : 아휴, 절대 안 돼요. 절~대 안 됩니다. 목숨 걸고 안 돼!

하지원 : 같이 못 갈 것 같아요. 안철수 쪽에서 거부할 것 같은데. 민주당이 완전히 망해서 열쇠를 갖다 바치면 안철수가 손 잡겠지만, 그게 될까요? 안철수 지지자들도 그냥 손잡는 건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의석은 적어도 우리끼리 가자, 그런 정서가 있지 않나요? 민주당과 거리 유지하면서 어떻게 잘 풀지가 숙제겠죠.

지성 : 우리나라가 얼마나 다이내믹한 나라인데, 안철수가 민주당을 못 얻을까요?

프레시안 : 민주당에서 이탈자가 나오는 방식을 말하는 건가요?

지성 : 네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 불가능하진 않다고 봐요. 다이내믹한 우리나라 정치 풍토로 볼 때. 저도 민주당 지지하지만, 사실 지금의 민주당 너무 지리멸렬하고 답답해요.

프레시안 : 얘기를 들어보니 민주당과 안철수가 당분간은 같이 안 가길 바라는 것 같은데, 저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2004년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어 주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정치 지형이 진보-자유주의-보수, 이렇게 삼색으로 분화해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죠. 그런데 지금,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의 지향이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어요. 따로 가야 한다고는 하는데, 그럼에도 왜 따로 가야 하죠? 안철수 신당은 우리 정치에 과연 어떤 의미일까 하는 의문?

지성 : 제가 느끼기에, 정치는 일단 집권을 해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집권할 수 있는 국민적 지지를 받는 사람은 안철수밖에 없는 거죠. 민주당에 애정이 있지만, 현재 민주당은 힘들 것 같고.

하지원 : 안철수도 실패하면, 지금도 그렇지만 전 국민의 정치 무관심으로 귀결되지 않을까요? 희망조차 한낱 꿈이었다고 되지 않을까 걱정돼요.

임재범 : 저는 그렇게는 안 봐요. 대부분 국민은 진보까진 아니겠지만 서민 등의 편을 들어줄 만한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대선 과정에서도 그런 건 드러났죠. 하지만 그걸 담아낼 정당이 없는 게 현실이에요. 설사 안철수가 무너져도 국민의 그러한 갈망이 허무주의로 가진 않을 거 같아요. 그 갈망을 등에 업은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날 거로 생각해요.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서 많이 나왔지 않나요?

"박근혜, 빨간색이 잘 받아요"

프레시안 : 화제를 옮겨서 우리 대통령 이야기를 해보죠.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는데요. 어떻게 봤어요?

지성 : 근데 박근혜 대통령은 영어를 잘하더라고요. 영어 발음도 좋던데요?

하지원 : 저는 별로였어요. 영어를 쓴다는 게.

프레시안 : 로마에 가면 로마법 따르라고 하잖아요.

하지원 : 중국 가서 중국어 할 거 아니잖아요.

프레시안 : 그런데 한국 사람이 영어하니까 귀에 쏙쏙 들어오긴 하더라구요.

하지원 : 영어가 대표 언어니까 잘하면 나쁘진 않지만, 오바마가 한국에 왔을 때 좀 더 편안하게 이야기를 영어로 건네는 정도면 좋았을 듯해요. 우리나라 대표로 미국에 가서 연설을 하는데, 그걸 굳이 통역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왜 영어를 했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랄까. 그게 한미 동맹을 강화시키기 위한 제스쳐?

프레시안 : 그런 심오한 뜻이 있는 줄 몰랐네요. 저는 존중이라고 생각했어요. 의회에서 연설한 거는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는거 잖아요. 그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위한 거라 생각했어요. 미국에 간 거는 미국을 설득하려고 한 거 아닌가요?

하지원 : 미국 시민에게 다가가는 게 결국은 외교적 제스쳐 아닌가요? 그런 게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닌 듯해요. 필요에 의한 거였으니까요.

임재범 : 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국제적 관례, 또는 예우 차원 측면에서 보면 나쁘지 않았어요. 그리고 중국어는 세계 공용어가 아니잖아요.

지성 : 그런데 오바마랑 둘이서 10분 정도 대화를 했다고 하잖아요. 좀 안 어울려요. 매치가 안 돼요. 예전 클린턴과 김대중은 둘 다 자수성가하는 스타일이라서 서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오바마는 혼자 자수성가 한 사람이고 박근혜는 그렇지 않으니까. 둘이 어떤 대화를 했을까. 공감 가는 대화는 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제가 최근 도서관에서 김대중 평전을 봤어요. 거기서 보면 김대중이 외국 나가면 민주화 투쟁한 사람이라고 인정하더라구요. 그걸로 스토리텔링해서 외국 정상들과 대화하는 걸 보고 뿌듯했어요. 그런데 박근혜는 그러지 않는 듯해요.

프레시안 : 박근혜가 외국에서 객관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한국 사람이라 잘 모르겠지만, 올해 세계를 움직이는 파워맨에 박근혜가 들어갔죠. 아시아엔 몇 명 안 뽑혔어요. 그렇게 보면 미국 입장에서도 지금 한국 정부의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많이 좀 높아진 측면이 있지 않나 싶어요.

▲ 미국 순방 마지막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현지시간)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화동들로부터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임재범 :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국력이나 경제력은 어느 정도 반열에 올라 있죠. 제가 언뜻 들었는데, 이번이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나라에서 연속적으로 한 게, 예전에 누구더라, 처칠 이후로 처음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만큼 미국에서 상당히 비중 있게 예우를 해준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어쨌든 미국도 신경을 쓴 거죠. 저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우리나라 대통령이니깐 국민을 대표해서 미국 가서 대우받고 그쪽은 또 기분 좋게 해주고, 영어로 이야기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봐요.

프레시안 : 잠시 막간을 이용해서, 전문가 입장에서 박 대통령의 한복 자태는 어땠나요?

하지원 : 아~ 안 봤어요. (스마트폰으로 잠시 검색을 하더니) 빨간색이 좀 받네요. 하하.

지성 : 자기가 다 맞췄다고 하더라구요. 귀걸이부터 해서.

하지원 : 새누리당 색깔을 빨간색으로부터 바꾼 것부터 해서 빨간색이 잘 받는 듯해요.

프레시안 : 전문가의 고견이니 청와대에 누가 전달 좀 합시다. (웃음)

하지원 : 한동안 친구들이랑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박근혜 정부는 다른 별칭 없이 박근혜 정부라고 하기로 했잖아요? 이걸 두고 친구들은 명칭을 내지 않는 거에 부정적이었어요. 정부가 내걸 가치 없이 그냥 박근혜 정부라고 하니 조금 그랬어요.

프레시안 : 저는 기사를 쓸때 노무현 정부, 김대중 정부라고 쓰지 참여정부, 국민의 정부라는 명칭을 쓰지 않아요. 그건 당시 집권세력이 불러달라고 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꼭 그렇게 부를 의무는 없다고 생각해요. 가장 공정하고 중립적인 용어는 김대중 정부, 이명박 정부로 불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원 : 결과적으로 참여정부 때, 사람들이 참여는 했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은 있겠지만, 적어도 그들이 그렇게 불러달라고 한 건 그런 비전을 겉으로라도 의미를 두겠다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그런 점에서 명칭이 없는 박근혜 정부는 박근혜는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지성 : 지난번 방담에서 이야기했잖아요. 삼성 잡는 걸로. (웃음)

하지원 : 그런데 그런 가능성도 없어진 것 같아요. 삼성에서 이번에 또 사고가 났는데, 별 이야기도 없고 유해물에 관한 법도 완화됐어요. 아무래도 재벌 잡기는 김승연 회장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까 싶어요. 재벌 며느리 몇몇이 자식 외국인 학교 보낸 걸로 처벌 받고요.

"북핵 위기, 피부로는 안 와 닿아"

프레시안 : 미국 방문 얘기로 돌아가 보면, 어떻게 보면 박근혜 대통령도 좀 운이 없는 거 같아요. 취임하자마자 북한 문제 터지고… 불행한 일이지만 사실 대북 문제는 우리 정부의 힘만으로 통제하기 힘들잖아요. 하지만 오히려 그럴 때 리더의 모습이 발휘되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원 : 그런데 북한 문제가 피부에 와닿지는 않아요. 개성공단 정도?

임재범 : 머리로는 위기라고 알긴 아는데, 피부엔 안 와 닿죠.

하지원 : 외국에 있는 친구들이 오히려 걱정하죠. 너 괜찮으냐고…. 한국 사람들은 정작 별로 신경쓰지 않는데, 외신도 크게 보도하고 하니 재외 한국인들이 걱정하고.

임재범 : 우리 정부가 이 문제에 있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개성공단 철수도 뭐 우리가 철수했나? 북한이 그렇게 한 거죠.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도 없고, 인도적 지원 이런 얘기도 말이야 할 수 있지만 북한이 별로 바라지도 않는 것 같고요. 우리는 오히려 주변인 같아요. 북미관계나 북중관계에 오히려 달려 있는 거지.

지성 : 군대 제대하고 나서 국제정치학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가 상당히 보수적인 사람이었어요. 근데 교수가 하는 얘기가, 독재정권 같은 경우는 1인자가 모든 걸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1인자가 사라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김정일이 사실 급작스럽게 죽었잖아요. 그래서 흔들릴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흔들리지 않았어요. 두 번째로 직장 동료 중 한 명이 군대서 정보 쪽 일을 7년 하다가 대위로 제대한 분인데, 그 분에 말에 따르면 북한이 흔들린다는 게 다 뻥이라는 거예요. 언젠가는 또 조용해 질 거라고. 아니나 다를까 또 조용해진 것 같고.

하지원 : 미사일 발사 예상 시점이 4월 11일이었잖아요. 저는 뭐 그래서, 아 월급을 10일에 받으니 고향 갈 차비는 있겠구나… 뭐 그런 생각이나 하고. 하하.

임재범 : 뉴스에서 전쟁 위기라고 떠드는데 전 사실 못 느끼겠고 대피 요령 같은 게 나오면 좀 웃기더라고요. 이번에도 사재기 이런 건 없었잖아요. 오히려 담뱃값 오른다고 담배 사재기나 하지.

지성 : 저희 어머니 같은 경우는 다르더라고요. 환갑 넘으신 부분들은 민감함이 다르던데요?

임재범 : 그렇죠.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저희 어머니도 전화 왔어요. 전쟁나면 어떻게 하냐고. 나 바쁘다고 전화 끊었지, 하하.

하지원 : 월급 외에도 든 생각이 있다면, 글로벌 텔레토비의 소재가 떨어지지 않는 구나…. 뭐 그런 생각?

임재범 : 전 한창 전쟁 날 수 있다고 했을 때, 안 날 거 뻔히 알면서 농담으로 이왕 날거면 빨리 나서 은행 전산망 좀 날아가라. 카드 값도 좀 날아가고 은행 빚도 좀 날아가서 새 출발하자! 뭐 그런 생각도 했어요. 근데 은행이나 카드사 서버가 다 외국에 있어서 그런 일은 없다고 하더라고, 하하.

하지원 : 오히려 자산만 날아가고 부채만 남게 될 수도 있다는.

프레시안 : 음모론적인 얘기로는 이런 것도 있더라고요. 박근혜 정부가 남북문제에서 전향적인 선택을 못하는 이유가 한창 지지율이 떨어지다가 북한 문제로 지지율이 오르니까, 일종의 상황 관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거죠.

임재범 : 그 음모론이 성립하려면 남북관계에서 우리 정부가 컨트롤 할 수 있는 힘이나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 없잖아요. 그건 박근혜 정부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세계 역학 관계 속에서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마찬가지지 않을까요? 전 사실 이번 위기 보면서 '아, 통일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통일 관련 주식을 사야 하나…

지성 : 정말요? 전 반대인데.

임재범 : 막연한 생각이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현실성 높은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정치 체제는 보장해주되, 나머지는 모든 걸 개방하는 걸로 가지 않을까 싶어요. 원조나 지원을 해주면서. 그렇게 사실상의 통일 형태로 가지 않을까.

지성 : 저는 정반대로 보는데, 미국이나 중국처럼 북한이란 존재가 고마운 이들이 또 있을까요? 북한이란 핑계로 미국은 군비를 계속 늘리고…군수업체들이 뒷받침하는 나라잖아요. 중국도 북한이란 완충지대가 있기 때문에 자기들 나름의 사회주의를 내세울 수 있고. 북한이란 이른바 '극좌'가 있으니까.

임재범 : 그런데 거꾸로 북한 김정은 체제가 과연 그걸 바라고 있느냐는 생각도 들어요. 북한의 체제 과제가 뭐냐고 봤을 때, 체제 유지라기보다는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큰 것 같아요. 그런데 북한 내부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김정은도 알 거 아니에요. 그걸 타개하기 위해선 결국 미국과 풀어야 하는데. 내놓을 것을 내놓겠죠. 요즘 중국의 스탠스가 굉장히 재밌는 게, 북한이 도와달라고 하면 쓱 밀어내잖아요.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점점 줄어드는 거죠. 그래서 체제 유지의 조건으로 나머지는 다 열어버리지 않을까. 먹고 살게 하지만, 정치 체제는 그대로 가겠다. 그렇게 가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종북적 발언을 했나?

지성 : 에이 전혀 아닌데요.

하지원 : 그건 모르는 거예요, 요즘 종북의 기준이 많이 달라져서. 누구에 따르면 낸시랭도 종북이고, CJ도 종북이라니까.

지성 : 에이 그런 건 무시해야 돼!

임재범 : 하여튼 어떤 식으로든 통일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은 들어요. 연방제가 됐든 어떤 형태로든. 만약 통일이 되면 우리도 가치관이나 철학, 문화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이 바뀔 거예요. 당연히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도.

하지원 : 그럼 이제 북괴 이런 얘기도 안 나오겠네요. 제발 통일 좀 됐으면 좋겠네. 하하.

프레시안 : 이 엄혹한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서 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해답이 나왔습니다. 훈훈한 결말!

하지원 : 원래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거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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