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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전투기와 전작권 환수 빅딜 성사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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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전투기와 전작권 환수 빅딜 성사되나? [정욱식의 '오, 평화'] F-35 도입 계획의 문제점(상)
단일 무기 사업으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F-35 사업을 두고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존 매케인은 "스캔들이자 비극"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사업의 부책임자를 맡고 있는 크리스토퍼 보그단(Christopher Bogdan) 공군 소장은 "괴물(monster)"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엉망진창인 사업은 처음 본다는 뜻이다. 미국 내에서조차 F-35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한국 상공에서 잠시 잊혀졌던 F-35가 무서운 속도로 다시 날아오고 있다. 9월 24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차기 전투기 도입사업(F-X) 사업이 부결된 이후 F-35 도입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업 선회의 배경에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라는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고려가 강하게 투영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당초 8월 가격 입찰에서 록히드 마틴의 F-35A와 유럽항공방위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탈락하면서 보잉사의 F-15SE(사일런트 이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F-35를 탈락시킨 이유는 너무 비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기존 사업을 부결시키고 F-35를 도입하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 F-35 전투기 ⓒ록히드마틴

F-X 부결은 전작권 환수 재연기 군불떼기?

공교롭게도 이러한 흐름의 전후에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자리 잡고 있다. 8월 28일 브루나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과 10월 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회의(SCM) 회의가 바로 그것이다. 두 회의를 관통하는 한국 측의 핵심 의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였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8월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의 회담을 마치고 "전작권 환수 재연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상호 간 인정하는 부분도 있고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도 있다"며 앞으로 협의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정을 앞당겨 서둘러 귀국하고는 군 수뇌부와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핵심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했다. 김 장관이 이 회의를 소집한 정확한 사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F-X 사업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사실과 추측을 혼합해 논리적으로 추론해보면 이러한 연결 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이 F-35를 도입하길 원한다. 박근혜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또다시 연기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한국은 8월에 F-35가 너무 비싸다며 후보 기종에서 탈락시켰다. 여기까진 '팩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8월 말 김관진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이 F-35를 탈락시킨 것을 재고해달라고 '보이지 않는 손'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박근혜 정부가 쉽게 뿌리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전통적인 한미관계도 있지만, 전작권 환수 재연기라는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모종의 선물을 줄 필요도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헤이글 방한 일주일 전에 방추위를 열어 이렇다 할 토론도 거치지 않고 '부결'을 단독 안건을 상정해 단 2시간 만에 의결시킨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헤이글 방한에 앞서 F-35 도입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면 전작권 환수 재연기에 대한 발언권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참고로 SCM에서는 전작권 전환 재연기 여부를 "조건을 위주로 검토"하고 준비 수준을 계속 "검증"키로 했다.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 안팎에서는 '재연기는 사실상 확정되었고 연기 시기만 남아 있다'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불과 두 달 전에 탈락시킨 기종을 유력한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F-35 도입은 이제 '상수'가 되어가는 분위기이고 구체적인 도입 방식만 남아 있는 것 같다. 크게 세 가지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예산을 대폭 늘려 F-35 60대를 도입할 것인지, F-35와 F-15SE를 '혼합 구매' 하든지, 아니면 F-35 40대를 우선 구매하고 나머지 20대는 나중에 구매하는 '분할 구매' 방식 등이 그것들이다. 어떤 선택이든 당초 책정한 8조 3천억 원보다 많은 예산 투입은 불가피해진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예산 증액을 타진하고 있다.

펜타곤이 한국에게 F-35 판매를 원하는 이유

그렇다면 미국은 왜 한국에 F-35를 판매하려고 할까? 막대한 수입과 군수산업체 종사자의 일자리 확보는 기본이고,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절박한 사정이 엿보인다. F-35 개발 및 생산 비용이 폭등하고, 성능상의 결함이 드러나고 있으며, 예정보다 생산 시기가 늦춰지면서 '악순환의 늪'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미국은 공군, 해군, 해병대의 차기 전투기로 총 3천억 달러를 투입해 2500대의 F-35를 구매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는 대당 가격이 7천만 달러로 추산되었을 때 얘기다. 현재는 대당 예상 가격이 최소 1억 1천만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펜타곤은 총 구매숫자를 2443대로 줄이고, 총 구매가는 3920억 달러로 늘렸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적자로 국방비도 삭감해야 할 펜타곤이 이러한 규모의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외 판매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은 "적은 보이지 않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며 마케팅에 전념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의 반응은 싸늘해지고 있다. 일례로 F-35 공동 개발국이자 최대 구매국 가운데 하나로 예상되었던 네덜란드는 당초 85대를 구입한다는 계획에서 37대로 대폭 축소했다. 대당 구매가격도 폭등하고 있지만, 미국으로부터 건네받은 시제기를 사용해보니 시간당 운영비가 F-16보다 60%나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 때문이다.

록히드 마틴과 펜타곤은 F-35의 운영유지비가 기존 전투기보다 낮거나 비슷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운영유지비는 F-16이나 F-18보다 5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참고로 펜타곤이 예상한 2443대의 55년간 운영유지비는 1조 1천억 달러로 구매가의 약 3배에 달한다.

이처럼 F-35의 개발·생산·운영유지비가 계속 늘어나면, 미국은 국내 조달과 해외 판매 모두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F-35 구매를 결정하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생산비를 낮추고 이에 힘입어 펜타곤의 자체 조달 및 해외 판매에도 숨통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다다익선(多多益善)인 셈이다.

보다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이유를 짚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국이 F-35 도입을 결정하면, 미·일 동맹의 전략가들이 원하는 한-미-일 3각 동맹 구축이 더 용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의 최종건 교수는 "F-35A 전투기는 단순히 전투기가 아니라 동북아 군비경쟁의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무기체계"라고 일갈하고,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일본이 향후 무기수출국가로서 변모하게 되면 우리가 운용하게 될 F-35A 전투기의 후속 군수지원을 일본에도 일정 부분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디펜스21+ 11월호)

일본은 미국과 F-35 사업을 체결하면서 최대 40%의 부품을 일본 기업이 생산할 수 있고 47대 가운데 42를 최종 조립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계약 체결 이후 일본 정부는 무기수출 3원칙을 대폭 완화하고 미쓰비시 전기와 IHI를 주사업자로 선정한 상태이다. 더구나 미국은 미사일방어체제(MD)를 고리로 삼아 한미간의 상호운용성과 한-미-일 3각 동맹의 필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두 전문가의 지적이 기우로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F-35 도입 계획의 문제점(하)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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