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십자포화를 퍼붓는 동안 당 내 경쟁자인 김황식 전 총리가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김 전 총리가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을 얻고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묘한 경쟁 기류가 흐르고 있다.
김 전 총리는 18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대중과의 접촉 폭을 넓혔다. 그는 YTN라디오 에 출연해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 선거 과정 이후에 박 대통령과 일체 만나거나 전화 통화한 일이 없다"고 답했다.
김 전 총리는 다만 '김기춘 비서실장과도 통화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김기춘 실장은 법조계 선배이기 때문에 이런 저런 문제에 관해 상의를 한 적은 있다"고 시인했다.
김 전 총리는 출마 선언 전부터 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출마 권유를 받으면서 '박심'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김 전 총리는 이에 대해 "내가 박 대통령의 생각이 어떤 건지는 알 수 없는데, 소위 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는 것은 내가 서울시장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어느 계파의 지원을 받아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명백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공천신청일을 10일에서 15일로 연기한 것이 당 지도부가 미국에 체류 중이었던 김 전 총리를 배려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10일이 마감이었더라도 대리인을 통해 얼마든지 신청이 가능했다"며 "당의 다른 사정 때문이지 나를 배려한 차원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박심' 논란을 빚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명박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하고 총리를 지냈기에 'MB 실정'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그 중에서도 4대강 사업에 대한 김 전 총리의 책임을 묻는 공세가 시작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총리는 SBS라디오 에서 "4대강 사업의 목적이나 기대 효과 등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타당한 사업이었다"며 "사업 시행 과정에서 담합이나 일부 부실 공사 등의 문제가 있는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 들어 뒤바뀐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김 전 총리는 "총체적 부실이다, 부적절한 사업이다와 같은 내용에 대해서는 납득을 못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총리는 'MB 정부 책임론'에 대해서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지만 MB정부에서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열심히, 성실히 했다고 자부한다"며 "MB정부와 함께 물러날 때 많은 언론에서 과분하게도 명재상이라고 평가한 사실들을 상기한다면 나는 훨씬 공이 많고,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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