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살농정책' 기조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 초지일관이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에서 발표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발전계획(2013년~2017년)'을 들여다보면 바로 확인된다. 아무리 두 눈 부릅뜨고 살펴봐도 분야별 투·융자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약 83조 원가량의 농식품분야 국가재정운용계획만 아주 짧게 개략적으로, 요식적으로 언급했을 뿐이다.
이래서야 농민이나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 농정의 방향과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방법이 없다. 진의와 진심을 헤아리기 어렵다. 새로운 농정 실천전략과 해법은 고사하고, 과연 농정 재정이나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는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예산계획대로 제대로 집행은 될 수 있는 것인지, 심지어 재정계획을 합리적으로 충분히 고민하고 연구한 것인지, 농정당국에 대한 의문과 의심이 계속 따라붙는다.
모름지기 선례가 없는 최초의 실험이나 실수는 위험하다. 과거 역대 정부의 농업·농촌계획에서 분야별 투융자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투·융자계획이 없는 박근혜 정부의 농정은 위험한 최초의 실험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만사의 근본인 인사도 제때,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부가 적시에, 적재적소의 계획을 제대로 세웠을 리 만무하기는 하다.
사상 최초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상 최초로 농림분야 예산을 삭감했다. 공약이행비용조달을 위한 '공약가계부'를 보면 향후 5년간 5조2000억 원의 농정예산이 삭감될 예정이다. 사실상 '농업포기 정책', '살농정책'의 기조를 이 정부는 공공연히 선언한 셈이다. 게다가 2014년 농식품부 예산안은 전년 대비 1.1% 증액된 13조5344억 원에 그쳤다. 국가예산증가율은 그 4배가 넘는 4.6%에 달하는데 불구하고 말이다. 국가 전체 예산 중 농식품부 예산 비중은 2008년 4.8%에서 2014년 3.8%까지 1%포인트나 감소했다. 괜히 박근혜 정부의 '창조농업 농정'을 두고, 이명박 정부의 '살농정책'을 그대로 답습한 '나쁜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게 아니다. 근거가 이렇게 분명하다.
농정 재정은 ‘중앙집권적 설계주의’가 문제다
충남대 박진도 교수는 비합리적, 비효율적인 농정 재정문제의 원인을 ‘중앙집권적 설계주의’에서 찾고 있다. 농정 추진체계 또한 중앙집권적 설계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농정을 계획할 때 중앙정부가 육성대상 농가나, 개발 대상 마을의 정량적 목표치를 미리 설정해놓는다. 그리고 기획에서 집행까지 총괄 집행하는 방식을 고집한다. 행정이 서비스가 아니라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당최 지역의 특성이 반영되거나, 지방의 자율성이 보장될 리가 없는 비과학적, 비민주적인 구조다.
가령 2010년 충남의 농림수산사업비는 국비 48.9%, 도비 11.8%, 시·군비 22.1%, 융자 5.5%, 자부담 11.7%로 구성된다. 이때 어차피 국비사업에는 도비, 시·군비, 자부담이 수반된다. 따라서 결국 72%나 되는 사업비가 국비사업에 과도하게 투여되는 구조다.
'안 쓰일 게 뻔한 허수'로 과대포장된 기만적 농림예산
지난해 7월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12년 결산 부처별 분석’ 자료를 보면, 제도적 결함으로 인한 농림사업 분야의 불용·이월 예산이 14%를 넘은 것으로 밝혀졌다. 무려 2조3319억 원에 달한다. 농식품부 전체 예산 16조2404억 원(2011년 이월예산과 예비비 포함)의 14.4%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다. 또 지난해 농가소득 가운데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4년 농업·농촌 종합대책 당시 설정했던 10%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수치다. 보고서는 정부의 농정 재정 운영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통렬히 문책하고 있다.이 보고서를 보면 일단 농림예산은 대체로 ‘과잉책정’, ‘과대포장’되는 측면이 짙다. 가령 2011년 6월 농식품부는 그해 수확기 쌀값을 80㎏들이 한 마당 15만2000원으로 예상, 2012년도 변동직불금 1867억 원을 예산 국에 신청했다. 하지만 예산 국은 쌀값을 14만5000원으로 농식품부보다 낮게 책정, 변동직불금은 4620억 원으로 대폭 증액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는 4000억 원을 삭감하고 620억 원만 예산에 반영했다. 결과적으로 그해 수확기 쌀값은 변동직불금 발동가격을 넘어섰다. 결국,국회에서 대폭 삭감한 수준인 620억 원조차 전혀 사용되지 않고 전액 불용 처리됐다. 농정 예산을 계획하고 편성하는 데 있어 합리적인 기준도, 과학적인 예측기법도 일체 부재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2012년에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변동직불금 예산은 6월에는 농식품부의 620억 원, 10월에는 예산 국의 3252억 원, 12월에는 국회의 252억 원으로 갈팡질팡하고 널뛰기를 거듭했다. 결과는 2011년의 재연이었다. 결국, 전액 불용처리됐다. 이때 눈에 띄는 뭔가 이상한 장면이 있다. 각 부처가 올리는 예산을 삭감하는데 주력하는 예산당국이, 유독 변동직불금 예산만은 늘 크게 증액해 국회에 제출하곤 했다는 사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림예산 가운데는 편성 과정에서 문제가 있거나 관련 사업의 제도적 결함 때문에 불용되고 이월되는 예산이 과도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밭 직불제는 책정된 예산 623억6500만 원 가운데 절반도 안 되는 40.9%(255억3600만 원)만 집행됐다. 단위면적당 지원금 기준이 워낙 낮은 데다(40만 원/ha) 다른 직불금과 중복신청이 금지되면서 농가로부터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친환경 업직불금의 경우도 처지는 엇비슷하다. 저농약 신규인증제 폐지로 대상 농가가 줄면서 전체 예산의 3분의 2만 집행됐다. 나머지는 다른 사업 예산으로 전용됐다.
한편, 예산은 넘치지만 일반 농가들에게는 ‘그림의 떡’처럼 여겨지는 농림사업도 적지 않다. 바로 지방비·자부담 조건 때문이다. 지방정부나 지역농가나 자기 돈이 없으면 중앙정부의 돈을 받을 수 없다. 조사료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농식품부는 조사료 자급률을 끌어올리기위해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사업 예산을 2011년 939억 원에서 2012년 1240억 원으로 증액했다. 하지만 사일리지(Silage) 제조비용의 지방비 부담률이 50%에서 60%로 커지면서 재정력이 약한 일부 지자체에서 사업을 포기했다. 또 자부담 능력이 없는 농가들은 이 사업을 외면했다. 결국 443억 원이 이월되거나 불용됐다. “조사료 생산지역은 대부분 재정이 열악한 농촌지역임을 고려할 때 지원조건을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품목별 대표조직 육성사업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2012년까지 전국을 대표하는 품목별 조직 30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0년부터 대표조직에 운영비와 연구비를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1년 에는 관련 비용을 100% 지원하고, 3년 에는 국비와 자부담을 50%씩 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예산 집행률은 2010년 97.7%, 2011년 83.7%, 2012년 69.2%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11년에는 포도·고추·딸기·광어 4개 대표 조직이 자부담 조성액 부족으로 사업을 포기했다. 2012년에는 양봉·파프리카·단감·무·배추 조직이 탈락했다. 농가 현장에서는 3년의 지원기간이 끝난 이후 농가들로부터 걷는 돈만으로 조직을 자생적으로 끌어가기엔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라고 호소한다. 대부분 품목조직이 지난해 4년 를 맞아 정부지원이 끊겼다. 따라서 명맥도 끊겼다.
농가소득 보전 효과 미흡한 ‘직불제' 전반 혁신을
정부는 2004년 중장기 투자계획인 ‘농업·농촌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2013년까지 농가소득 가운데 직불금 비중을 10%로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비중은 4.5%로 1년 전의 6.2%보다도 낮았다. 관련 지원 예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직불금 예산은 1조5905억 원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직불금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영국 19.5%, 미국 12.2%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10%를 웃돈다. 이처럼 농어업인 소득안정을 위해 공공재정으로 생산자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직접지불사업이 농가소득 보전 과가 미흡해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농식품부의 국감제출자료 및 국회예산정책처 2012 회계연도 결산부처별 분석자료를 보면 애초 2012년도에 목표했던 직불사업 예산비중 23%(2012년 실적 15.2%)와 직불금의 농가소득비중 10%(2012년도 실적 4.5%)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전체 직불사업 예산의 60% 이상이 쌀에 편중, 채소, 과수, 축산 등 농가 소득의 다양화에 대한 기여도도 낮을뿐더러, 전체 직불금 예산에서 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정도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쌀 수입에서 차지하는 직불금 비중은 6.3%에 그쳐 쌀농가의 소득보전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친환경농업직불 등 일부 직불사업은 사업설계 결함으로 집행 및 사업성과가 부실해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2년도 예산현액(전년도 이월액 및 이전용을 포함) 1조6426억 원 중 15%에 해당하는 예산이 불용(2,086억 원)되거나 이월(374억 원)되었다. 부문별로는, 순직불제는 예산현액 9842억 원 중 20.4%에 해당하는 2005억 원을 불용하고, 기타 직불제는 예산현액 2107억 원 중 7%인 148억 원을 이월했다. 한편 직불금의 농가소득 보전효과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업예산 중 직불사업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18%(2013년), 미국 14.8%(2008년), 일본 15.5%(2008년), 영국 16.5%(2008년) 등에 비해 높은 것으로 비교되고 있다. 하지만 농가소득 중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4.5%(2012년)인데 비해 미국 12.2%, 일본 7.9%, 영국 19.5%로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나 사업의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애초 목표했던 직접지불제 예산비중 23%, 직불금 농가소득 비중 10%에 각각 7.8%, 5.4% 미달해 부진하게 집행된 사실은 그동안의 직불사업의 성과가 미흡했다는 방증이다. 또한 밭농업직불제는 애초 목표대비 37.6%만 집행돼 사업수요 자체가 저조하고, 친환경농업직불은 사업신청 저조, 사업포기자로 인해 최근 4년간 예산액의 21.5%~28.1%가 미집행되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우선 농정당국이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부문 간 재원배분을 최적화해 재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쌀에 편중된 자원배분구조를 탈피해 농가단위 직불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되었다. 차제에 직불사업 전반에 대해 근본적이고 실제적인 혁신방안 마련도 요구된다. 유통·수출 관련 사업의 예산도 효과가 거의 없었다. 매년 과다 전용·이월·불용되는 대표적인 분야다. 이명박 정부가 벌인 한식세계화사업이 대표적이다. 한식세계화사업의 최근 3년간 집행률은 70~80%에 그치며 불용과 이월을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 한식세계화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국내를 대상으로 한 사업 비중이 지난해 50%를 넘었다. 단기성 홍보 등 홍보 부문 예산이 30%를 넘어 정부의 정책홍보를 주목적으로 집행되는 사업이라는 오해와 의혹을 사고 있다. 농축산물 판매촉진사업도 비슷하다. 이중 수출물류비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 따라 2021년 전면 폐지될 예정이다. 그래서 농식품 수출 선진국들은 수출업체에 대한 물류비 지원을 줄이는 대신 수출시장 개척과 같은 인프라 강화 예산을 늘리는 추세다. 하지만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해 인프라 강화 관련 예산 집행률은 40%에 그쳤다.재정 집행과정부터 국회의 상시 국정감사가 필요하다
농정 당국, 농식품부의 2014년 예산은 세수 족 등 어려운 재정여건하에서 편성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편성이 중요한 게 아니다. 향후 재정 사업이 최소한 편성안대로, 애초 계획 의도와 목적대로 충분한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절히 집행되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차제에 재정사업의 평가와 점검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집행 완료 이후가 아니라 집행과정부터 실시간으로 꼼꼼히 챙겨갈 필요가 있다. 국회의 국정감사도 상시 감사시스템이 돼야 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그래야 애초 의도한 정책성과를 실수 없이, 차질 없이 성취할 수 있다. 가령 일선 지자체 행정창구와 농가 현장에 고질적으로 만연한 보조금 부정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개발해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계획된 예산을 차질 없이 집행하기 위해서는 농업·농촌 투융자 재원을 확보하는 게 순서이고 관건일 것이다. 2014년 신규사업을 포함한 기존사업은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이미 반영돼 있다. 농식품부는 매년 투융자 성과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환류해 기존사업의 세출 구조개편도 병행하여 추진하기로 했다. 관계부처 사업으로 추진되는 정책과제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해 관계부처와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지속해서 관리해야 한다. 이때 부처별 개별사업 추진에서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의 투자계획을 고려해야 하며,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개별 사업의 중기재정계획에 대한 검토를 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우선, 농림어가 소득안정 부문에 대한 재원배분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 분야 재정규모가 정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6.2%에서 2012년 5.6%로 계속해서 감소했고, 향후에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향후 과제는 한정된 재원하에서 부문 간에 효율적으로 여하히 재원을 적절히 배분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같은 기간 중 농림어업인 소득안정 및 복지 부문에 배분되는 재정규모가 줄어들었다. 또 2012년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의 57.6%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도시와 농촌 간의 소득격차는 계속 확대되는 점을 고려할 때, 농림어가 소득안정 부문에 대한 재원배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식품업은 지난 5년간 가장 예산 증가폭이 높았다. 애초 목표로 했던 농수산식품 수출 100억 불 목표(2012년 80억 불) 및 한식의 세계 5대 음식화 목표(한식경쟁력 지수는 조사된 12개 국가 중 7위, C등급) 등에 미달하는 등 성과가 특히 저조하다.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비리와 부정의 징후마저 포착되고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외에도, 농식품산업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중소기업 간 정책자금 공급과 수요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식품업과 농가소득의 연계도 미흡하다. 국가 식품클러스터 및 한식세계화 등 국책사업의 추진실적도 부진하다. 이로써 농어업 부가가치 제고 정책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향후 식품산업이 국내 농수산물의 핵심 수요처의 기능을 수행하고 농림어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농어업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재정 계획을 최적화하려면 부처별 재정투자계획을 연계해야
국가재정운영계획과 농식품부 등 부처별 재정투자계획을 연계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의 재정운영계획 사이에는 약 –1172억 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국가재정운영계획(2011~2015)에서 발표한 농림·수산·식품 분야의 재정투자규모와 국회예산정책처가 ‘201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2011.10월)’의 사업별 중기재정계획에 근거를 둔 재정투자규모 추정치가 서로 다른 것이다. 2013년 이후 연도별 신규 농림·수산·식품 분야 사업 추진을 가정한 추정치 사이에는 1조5180억 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재정당국과 부처 간 개별사업의 중기재정계획 불일치로 재정운용 비효율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중기재정관리 규모보다 실제 예산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에서 중기재정소요액이 적다. 이는 이 계획이 부처별 재정사업의 추진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 부처별 개별사업 추진에 국가재정운영계획에서의 중기재정관리규모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말이다.
또 국토해양부의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처럼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사업내용 면에서 타 분야의 재정으로 편입된 사업도 발굴, 재정운용의 일관성을 정비하고 조정할 필요도 있다. 성과정보를 반영한 재정계획도 필요하다. 성과주의 예산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단기 연도 예산뿐 아니라 중기 예산운용에서도 사업성과를 반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렇게 성과보고서에 따른 단위사업의 성과지표와 사업집행률에 근거해 중기재정계획을 수립하고 프로그램의 성과지표에 따라 분야·부문의 중기재정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개별 사업의 성과평가 결과를 반영하여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해야 한다. 가령 농수산물유통공사출자사업은 사업불용액 및 이월액이 많고 융자금이 조기 상환되는 등 사업집행 및 성과가 부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기사업계획은 2013년 이후 사업규모 증가를 제시하고 있어 중기재정계획이 사업성과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이다.
문제는 농정에 무지하고, 농정을 무시하는 박근혜 정부
2014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안(13조6371억 원)은 막상 추경을 포함하면 2013년 예산보다 –2.2%인 3049억 원이 줄어든 것이다. 물론 정부가 내년 농림사업 가운데 융자사업을 이차보전 방식으로 전환(2706억 원)함으로써 기존에 외형만 부풀렸던 '과대포장' 예산의 거품을 뺀 점을 감안해도 총지출 규모를 밑도는 건 피할 수 없다. 마땅히 예산당국이 책정한 예산안은 농업계의 요구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애초 농식품부에서 요구한 14조5048억 원에 비해서도 1조 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농식품부가 의욕을 갖고 추진하려던 사업에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하다.우선 쌀고정직불금 조기인상도 어렵게 됐다. 올해 1㏊당 80만 원에서 내년에 90만 원으로 높이려는 계획이었다. 밭 직불제 대상에 동계 논 이모작 식량·사료작물이 추가됐지만 지급단가는 기존품목의 50%에 불과한 낮은 단가(20만 원/ha)이라 실효성이 의심된다.
농촌복지 예산은 더 실망스럽다. 국가 전체 복지예산은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지만, 농식품부의 전체 농촌개발·복지증진 관련 예산규모는 지난해(1조6484억 원)에서 오히려 줄어든 형편이다. 특히 농촌지역 취약계층의 영양보조를 위한 푸드스탬프 제공, 농촌지역 방문의료전담팀 운영, 슬레이트지붕 대체 지원, 농가 통신비 지원 등 신규사업 도입은 아예 시작도 못 해보고 무산될 운명이다.
농업생산기반 투자도 미흡하다. 수리시설 개보수 예산이 애초 요구안(5000억 원)보다 500억 원이 줄었다. 박근혜 정부가 이른바 '창조농업'을 선도하는 대표과제로 꺼내 든 농업 6차 산업화 예산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농식품부는 2057억 원을 요구했지만 고작 184억 원만 반영됐다. 애초 요구한 예산의 10분의 1 수준이다. 6차 산업화 지구 20곳을 조성하려던 계획은 3개소로 축소해야 한다. '창조농업'이나 '6차 산업화'라는 게 애초 공허한 구호가 아닌가 의심은 됐지만, 박근혜 정부 농정계획 전체의 진정성이나 예측가능성마저 의심되는 결정적인 대목이다.
1. [농민] '귀농촌'의 협동연대 대안 - 도시난민에서 '마을시민'으로
2. [농민] '농촌복지'의 사회적 서비스 해법 - 100세시대 '협동사회경제형'으로
3. [농민] '농민운동'의 연대 전략 - '사회연대적' 농민운동으로
4. [농민] '공익농업'의 국가기간산업화 -공익농민에게 '월급 기본'을
5. [농민] '여성농민'의 가치 - 여성농민에게 '절반의 영농권 소득을
6. [농업] '6차농산업화'의 정도 - 중소농 중심 '협동화 6차산업'으로
7. [농업] '기업화 농산업'의 대안 - '마을·지역 공동농업'으로
8. [농업] '먹거리 정의'의 중요성 - '농도상생형 사회복지'의 열쇠
9. [농업] '농산물 유통'의 혁신 대안 - 도시민이 책임지는 '농민의 생활'
10. [농업] '친환경농업'의 실천 방안 - '잘 먹고, 잘 사는' 지름길
11. [농촌] '농촌교육공동체'의 전망 - 마을을 살리는 '학교'
12. [농촌] '협동조합'의 사회적 경제 - '을(乙) 중심'으로
13. [농촌] '농촌마을만들기'의 출구전략 - 사회생태적 '마을살리기'로
14. [농촌] '농정협치(거버넌스)'의 가능성 - '한국형 농업회의소'의 법제화를
15. [농촌] '에너지자립마을'의 전환 - '지역순환농업' 기반으로
16. [농정] '식량주권'의 정책목표 - '양적 식량자급'과 '질적 먹거리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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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농정] '도시농업'의 역할 -'국민농업'의 학교이자 전진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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