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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오스트리아 농촌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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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독일, 오스트리아 농촌에 가보니… [협동연대 대안국민농정]<21> 돈 버는 농업이 아닌 '사람 사는 농촌'
"사람 사는 농촌공동체마을의 선험적 선행모델을, 그 날것 그대로의 현장과 진실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는 것. 독일, 오스트리아 농촌공동체연수의 목적이었다. 목적은 100% 달성됐다. 애초 기대와 욕심 이상이었다. 진실을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2~3일이 지나자 머리로 이해됐다. 4~5일 후에는 가슴으로 인정됐다. 약간의 감동과 전율마저 느껴졌다. 독일 등 유럽의 농촌과 농업을 배우는 이유와 필요를 깨달았다.

농촌마을에는 휴지 한 장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우토반에서는 교통사고는커녕 단 1건의 교통위반 사례도 목격할 수 없었다. 현지인들은 약속된 시간을 1분, 1초도 어기지 않았고, 시민들은 법과 질서와 원칙을 목숨처럼, 답답할 정도로 준수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제 분수와 제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 듯한 국가와 잘 정리정돈 된 사회. 다른 건 더 살펴볼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호도 과장하지 않고 온 국토가 생태공원이나, 휴양치유마을이나, 내 집 마당정원의 모습이었다. 결국, 이 나라의 지독한 국민들이 소름 끼쳤다. 무서웠다.

특히 독일은, 한국이 배우고 따라하기에 최적의 선행모델로 다가왔다. 가히 ‘사람 사는 선진농촌이자 선진국’의 전범이라 부를만했다. 비록 시공간의 제약으로 전체의 천분의 일, 만분의 일밖에 보지 못한 아쉬움은 남는다. 그래서 섣부른 평가나 경솔한 판단이 다소 조심스럽다. 하지만 적어도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한 장면들은 후한 점수를 매길 수 있다.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평소, 이른바 ‘협동과 연대의 농·노·도(農.勞.都) 상생 100% 대안국민농정’을 대한민국 농정의 대안모델이라 믿고 따른다. 그래서 5% 농민들만이 아닌 나머지 95%의 도시민, 국민이 함께 농정의 책임주체로 참여하는 정책이나 제도를 공부하고 연구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개발하고 전파하는 일을 직업이자 책무로 삼고 산다. 무엇보다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가 농촌의 한계상황을 깨치고 지속할 수 있는 미래를 여는 유력한 방법론이라고 확신한다. 협동과 연대로 사람 사는 농촌공동체를 지키는 독일, 오스트리아에서 그 가능성을 나는 봤다.

▲프라이부르크 생태도시. ⓒ정기석

농민들의, 농촌에서의 ‘기초생활’을 책임지는, 정부와 국가

8박10일의 일정으로 독일, 오스트리아의 농가와 마을 사례지를 둘러보는 동안 중요한 화두가 떠올랐다. 그리고 내내 그 화두에 매달렸다. "결국, 농부의 만용과 욕심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게 상책이 아닌가."

독일의 농정목표는 ‘돈 버는, 또는 돈 되는 농산업'이 아니다. 한마디로 '농민도 사람 꼴을 하고 살 수 있는 생활농촌의 철학과 가치'에 두고 있다. 모든 농정의 행정과 현장이 그런 공평하고 공정한 농정목표와 가치를 실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농민들은 굳이 만용도, 욕심도 부릴 필요가 없다. 그럴 여지를, 위험을 사전에 법으로 제도로 차단하고 예방하고 있다.

물론 관광농업이니 농식품가공이니 유기농이니 '돈도 되는 농업전략과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기업농, 대농이 농산업을 주도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어느 지역에서도, 결코 경쟁적이거나 독과점적으로 농업을 상업화하지 않는다. 중소농도, 영세농도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농촌생태계를 지키고 있다. 법으로, 조합정관으로, 그리고 농촌과 농업공동체의 동지들 사이의 약속으로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저 혼자만 잘 먹고 잘살 수 없도록,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돈 이상은 못 벌도록.

놀랍게도 ‘농촌에 최소한 유지되어야 하는 인구밀도'가 헌법에까지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붙잡는데 주로 농업예산을 투자하고 노력한다. 아예, 굳이 떠날 생각조차 들지 않도록 농업소득만큼 농지보전직불금을 정부가, 국가가 지급한다. 농촌에서, 농사짓고 살아야 하는 농민들의 기초생활 정도는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정부를, 그런 국가를 농민들은 믿는다. 농촌을 떠나지 않는다. 굳이 고향 농촌을 떠나 객지 도시에서 난민 같은 생활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

마주치는 연수현장마다, '돈을 버는 기업농이나 농산업'이 아닌 '농민의 기본생활'에 초점을 맞춘 이 나라 농정의 힘이,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 나라 정부의 책임감과 도덕성이, 이 나라 국민들의 기본적인 '인간의 도리와 양식'이 부러웠다. 그러자, 곧 화가 났다. 지난날 수많은 한국의 공무원, 연구원, 학자, 전문가들이 독일, 유럽의 선진농업과 농촌을 공부하고 연구했다. 그런데 도대체 그들은 뭘 보고 느끼고 돌아온 건가. 오로지 농업의 기업화나 공업화, 농촌의 관광지화나 공원화를 통한 외부인 구경거리 만들기에만 헛심을 쓴 것 아닌가.

평야지대가 70%를 차지하는 독일은 농지도 넓다. 국토면적의 절반이 넘는 52,4%이다. 산악지형이 70%인 한국과 정반대 조건이다. 하지만 독일도 농가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농지면적은 큰 변화가 없다. 정부에서 농지를 보전하는 정책을 철저히 고수하기 때문이다. 37만여 농가(125만 농민)가 평균 40여ha의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 110만여 농가(280만 농민)의 한국은 평균농지가 1.5ha 수준에 불과하다. 비교가 무의미하다. 그저, 농사를 지을 뿐, 농업은 가능하지 않은 형편이다.

독일 농가는 연간 250억 유로(약 34조7000억 원)의 소득을 밀 등 곡류로 올린다. 낙농, 축산은 총 221억 유로, 우유가 95억 유로, 돼지고기 66억 유로, 소고기 38억 유로, 양계 19억 유로 수준이다. 평야 초지의 넓은 장점을 살려 축산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손이 많이 가고 품이 많이 들어 생산원가 부담이 큰 과일, 야채 등은 피한다. 주로 인근 국가에서 수입해 먹는다.

농업의 매출은 독일 전체 GDP의 0,8%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은 3% 수준이다. 한반도 1.5배 크기의 독일 국토 절반의 땅을 농지로 사용하는 농업이, 겨우 0,8%의 GDP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의아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돈 버는 농업, 상업농'이 농정의 최고목표가 아니라는 명백한 방증이다.

대신 농민에게는, 농지를 보전하고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연간 수십억 유로에 달한 보조금을 지원한다. 2010년을 기준으로 EU의 총예산 1229억 유로 가운데 농가에 571억 유로가 지원됐다. 전체 예산의 46,5%에 해당한다. 437억 유로는 농가에 직접지불금 형태로 지원하고 경관보전, 농촌지역개발 분야의 간접지원도 챙기고 있다.

기본적으로 농가당 소유한 농지면적 기준으로 지원금이 산정된다. ha당 340 유로(약 47만 원) 꼴이다. 가령, 독일 내 소농 약 19만 농가는 농가당 연평균 1590유로의 직불금(약 22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전체 농가의 1.5%인 이른바 대농 5690농가는 농가당 연간 28만3105 유로(약 4억 원)를 지원받는다.

전체적으로 농가의 수입은 농민 1인 기준으로 연간 2만5300유로(약 3500만 원, 2007년 기준)이다. 평범한 도시 노동자의 수입과 비슷하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먹고살 만한 수준이다. 독일의 농업인들은 전문화되는 추세다. 거의 대학을 이수하고 농업관련 마이스터 과정을 수료한 전문 농업인들이다. 치즈, 육류 등 농식품가공, 농박, 농촌체험 등 관광농업,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소득창출 경로를 다양화하고 있다. 따라서 부가가치 또한 높아진다.

농민들은 무엇보다 혼자 하는 재래식 농사로는 한계가 있다고 절감하고 있다. 그래서 협동하고 연대하는 생산자조합형(Gemeinschaft) 농업경영방식이 농촌공동체 활성화의 대안으로 삼고 있다.

'협동과 연대'로 함께 사는 농촌공동체, 서로 돕는 지역공동체

▲라인스바일러 포도주마을. ⓒ정기석
호헨로헤 농민시장과 슈베비슈 할 생산자조합(www.besh.de)은 독일식 '협동연대 대안국민농정'의 성공모델이다. 총면적 950㎡의 시장에서 4,000여 종류의 지역농산물을 파는 호헨로헤 농민시장은, 직판장 외에도 식당, 정원, 빵가게, 지역여행사, 태양광발전소 등을 운영한다. 사실상 한국의 지역농협의 역할을 농민들 스스로 감당하고 수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는 호헨로헤와 슈베비슈 할 주 지역의 관광관서의 공동협력의 산물이라는 의미가 크다. 슈베비슈 할 지역농민 생산자조합(Gemeinschft)이 관광업체와 협력해 지역관광산업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1986년 설립 당시 불과 몇 명의 조합원으로 출발, 지금은 1450명의 조합원에, 연간 1억200만 유로(약 1400억 원)의 외형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대표적 생산자공동체 ‘한살림연합’은 생산자 2000명, 연 매출 300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역사와 경영방식은 다르지만 서로 비견할만 하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동쪽 35km 지점, 로츠홀트마을에 위치한 슈바츠 군 단위 농업회의소는 티롤주 농업회의소 산하 3개 지역, 9개 시군단위 농업회의소 가운데 하나다.

오스트리아의 다른 농업회의소와 마찬가지로, 농업행정 및 지도사업 관련 업무를 국가기관 대신 수행하고 있다. 즉, 한국의 시·군 단위 농정과와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을 농업회의소에서 대신하는 셈이다. 업무와 책임은 국가기관과 다를 바 없지만, 회장은 정규 공무원이 아니라 4년 임기의 선출직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농업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상근 인력의 인건비, 경비 등은 일체 국가의 지원을 받는다. 교육비, 지도비 등은 별도 수입으로 관리한다.

오스트리아의 농가당 평균 농지면적은 19ha, 연간 평균소득은 농업 1만4000유로, 직불금 1만6000유로를 합쳐 총 3만 유로(약 4100만 원) 수준이다. 현재 한국도 2015년까지 농업회의소를 법제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진안, 거창, 나주 등 전국 7개소에서 시·군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농어업회의소법안이 국회에 발의 중이다.

‘농부고시에 합격한 전문 공익농민'들에 의한 '국민농업', 농장주 요셉 클라우스씨 부부가 단출하게 꾸려가는 홀러 가족농 경영사례를 경청하면서 떠오른 정책아이디어다. 홀러 농축사물 직판농가는 말 그대로 오스트리아 최고의 6차 산업형 농가로 꼽힌다.

외형으로는 20ha의 농지에 낙농, 양계, 양봉 등을 영위하는 평균적인 오스트리아 소농이다. 농업 소득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제빵, 치즈 유가공, 햄류 육가공, 양봉 등 농식품가공을 병행한다. 농장주는 겨울철 농한기에 목공제품을 제작해 판매하기도 한다. 오스트리아 치즈대회에서 최고의 지역농특산물에 주어지는 ‘맛의 왕관(Gueness Krone)’ 최고상을 받는 등 농민 마이스터로서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하다.

그럼에도 정부 보조금을 단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고 한다. 지원은커녕 오히려 치즈 등 농식품가공을 하려면 별도의 자격증을 따야하고, 교육비도 전적으로 자부담해야 한다. 농업회의소에서 400시간 교육받는데 500만 원 정도를 내야한다.

농사든, 농업이든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나라 국민들이 농업에 임하는 철학이고 자세다.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지켜낼 각오가 서 있는, 농업학교를 졸업한 농부자격증 소지 농사 전문가가 농업을 맡아야한다는 것이다.

사회지도층마저 부동산투기꾼으로 돌변해 농민의 농업직불금을 가로채곤 하는 한국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겹쳐진다. ‘농업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농부고시를 통과한 전문 공익농민’의 필요를 절감하는 이유다.

빌더케제 치즈 공방은 오스트리아 티롤지방 지역농가들이 협력해 공동운영하는 치즈테마 복합체험관이다. 오스트리아 최고상을 받은 명품치즈, ‘알펜-벨치케제’ 등을 생산한다. 가공장, 직판장도 함께 운영한다.

디스마스 훈제생햄 맛 인증 농가는 오스트리아 티롤지방 미밍마을의 가족농이다. 농장주 마틴 알버는 직접 사육한 돼지로 티롤지방 전통방식의 수제 육가공품을 제조, 직판하고 있다. 주력 제품인 훈제 베이컨, 훈제 소시지는 오스트리아 최고 인증 지역농특산물에게 주어지는 ‘맛의 왕관(Gueness Krone)’을 수차례 수상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최고 수준의 호텔에 납품할 정도다.

1990년대 들어 농가직판을 시작하고 2000년에 비로소 농가에 자가도축장, 부분육 처리실 등을 마련해 자체 생산, 매주 일정 요일을 정해 방문객들에 한해 직판하고 있다. 농장주 마틴 알버씨는 농업전문학교를 졸업한 육가공 분야 마이스터로, 자체 연구·개발한 육가공 기술 및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직판 등을 통해 전업농으로서 농가자립경영의 기반을 갖추는 좋은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

농장주 아들 역시 가업을 잇기 위해 농업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정규학교 과정 이외에도 농업마이스터시험, 티롤 농업회의소의 육가공, 마케팅 등 정기보수교육과정 등을 이수하며 전문 농업인의 길을 가고 있다.

바벨 관광 민박농가는 독일 네셀방 지역의 가족농 형태의 관광 민박 농가이다. 민박, 농가레스토랑, 농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민박은 70명 규모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로, 실내수영장, 스파 시설 등을 갖추는 등 기업화, 고급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바베큐장, 승마장, 산악자전거코스 등 체험과 휴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모래놀이터 등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자연친화적인 공간 및 시설 구성에 적지 않은 투자를 했다. 주요 고객은 가족단위 휴양객이다.

보봉단지는 프라이부르크시의 11만 명 규모 생태주거단지를 말한다. 1992년 이곳에 주둔하던 프랑스군이 철수하면서 ‘보봉포럼’ 주도로 생태주거단지를 조성했다. 태양열 주택, 자동차 카쉐어링, 쓰레기 최소화, 우수 이용, 콘크리스 사용 억제 등이 단지설계의 주요 지침이다.

태양광 패널을 기반으로 한 잉여에너지 하우스, 패시브하우스 등 생태주택을 기본 주택양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밖에 우드 칩, 천연가스 연료로 열병합발전소를 가공, 지역 전기의 65%를 자급하고 있다. 특히 단지 입구에 공동주차장을 신축하고 전차 배차간격을 7분 이내로 해 ‘차 없는 주택단지’를 지향하고 있다.

독일의 환경수도로 불리는 프라이부르크시는 3대 에너지자급 전략을 정책기조로 삼고 있다. 에너지 절약, 기존 에너지 효율적 이용, 재생에너지 다양한 활용 등이다. 한국에서도 녹색당을 비롯해 생태환경 정책을 최우선가치로 실천하는 정당, 시민사회단체에서 벤치마킹 사례로 삼고 있다. 완주, 부안 등에서 마을단위의 에너지자립모델을 실행하고 있다.

인근 슈바르츠발트(흑림) 지대의 풍력발전소는 500명이 넘는 시민들이 공동출자해 운영한다. 시간당 1.8KW(1기당)를 생산해 창출된 잉여전력은 국가에서 높은 가격으로 구매한다. 수익금은 출자자에게 돌려준다. 평균수익률은 은행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준이다.

클라인가르텐의 사전적 의미는 ‘도시 속의 작은 정원’이다. 하지만 사회적 의미는 작지 않다. ‘공동체 복원’, ‘사회 융화’ 등을 목적으로 한다. 클라인가르텐은 도시에 공용녹지를 구획, 정원을 조성해 공기를 정화하고 도시민의 여가 선용과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도시농업을 통한 안전한 먹을거리 제공, 어린이 교육체험장의 효과도 점차 주목받고 있다.

칼스루에시에는 평균 250~300㎡의 클라인가르텐이 79개 단지에 약 7800개 조성돼 있다. 독일 전체로는 총 140만개에 달한다. 칼스루에시 반경 15km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신청할 수 있으며 월평균 30유로 정도의 사용료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한국은 경기도에서 2007년부터 별장형 주말농장 개념의 ‘클라인 가르텐(kleingarten)’ 사업을 벌이고 있다. 숙식이 안 되는 독일과는 달리 숙식도 가능하게 만든 ‘한국형’이다. 도시민을 대상으로 입찰경쟁을 통해 연간 수백만 원 이상의 사용료로 임대하고 있다. 경쟁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수익성을 노린 개인 사업자들이 클라인가르텐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공동체 복원’, ‘사회 융화’라는 애초의 사업목적을 훼손하지 않도록 적정한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지역의 14개 마을이 연합해 ‘라인스바일러 포도주마을’이라는 일종의 통합 관광농업 브랜드를 이루고 있다. ‘공생’을 위한 전략적 컨셉의 지역공동체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관에서 파견한 전담직원 2인이 상주하는 관광안내소가 거점마을에 소재하고 있다. 거점마을의 경우 전체 180가구 중 와인농가는 16가구뿐 이다. 하지만 다른 농가는 와인시음장, 호텔급 민박(농가당 9객실 이하) 등을 운영하며 서로 연계하고 있다. 독일 농가 평균소득 이상을 창출하고 있다. 생산농가와 비농가의 협동과 연대를 통한 지역공동체 활성화 상생해법의 전형적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호헨로에 생산자협동조합. ⓒ정기석

독일처럼 우리 농민도 할 수 있다, 다만 교육부터 다시

개인적으로, 우리 농업, 농민, 농촌의 살길은 크게 세 갈래 정도로 깨닫고 있다. 농정의 정책이나 제도, 전략 개발 이전에 더 중요한 게 있다. 근본적인 농정의 패러다임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번 독일, 오스트리아 농촌공동체 연수를 통해 확신은 더해진다.

우선, 생산자인 농민만의 고립된 농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비자이자 국외자인 국민들도 함께 농정책임의 주체로 동참해야 한다. 이른바 '국민농업‘이라야 한다. 또 농업은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의 식량주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대접받아야 마땅하다. 국가기간산업의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농업이, 기업농이나 상업농이 아닌 '공익농업‘으로 인식되고 인정받아야 한다.

그리고 초국적자본이나 세계열강과 자유무역전쟁에서 농민은 물론 국가로도 역부족이다. 승산이 희박하다. 결국, 지역단위에서, 마을공동체 단위로 자급하고 유기적으로 순환하는 '지역농업‘의 기틀부터 다져야 한다.

정책의 기조도 전환하고 혁신해야 한다. '농정의 4대 정책기조'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사회민주적 농민' 정책으로 소득의 양보다 복지 등 생활의 질을 높여야 한다. 또 빚이 빚을 낳는 한계농, 돈 놓고 돈 먹는 상업적 투기농이 아닌 '사회경제적 농업'이 기본이자 주류가 되어야 한다. '사회생태적 농촌' 정책을 펴서 농촌다운 농촌을 복원하고 지켜야 한다. 그래야 농민생활이 행복하고, 농업경제가 돌아가고, 농촌문화가 아름다운, '사회혁신적 3농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농업정책 이전에 교육을, 학교를 바로 고쳐야 한다. 사실 독일에서 농업이나 농촌보다 더 감동과 충격을 받은 건 교육이다. 독일 농정의 정상화와 선진화는, 독일농민의 의식수준과 생활방식은, 바로 독일 교육의 성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깨달음이다.

가령, 독일에서 사실상 교육의 시작인 유치원을 책임지는 정부부처는 교육부가 아니라 사회복지부라고 한다. 유치원 3년 동안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놀고 또 노는 게 전부다. 자연과 더불어, 남의 집 친구들과 사이좋게 어울리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3년이 지나도 글을 못 익히고 마치는 아이들이 많다. 부모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4년 동안은 줄곧 같은 선생님이 담임을 맡는다. 아이들을 4년 내내 지켜보고 진로를 책임진다. 그 정도는 아이를 관찰하고 가르쳐봐야 공부를 더 할지, 기술을 배울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의 미래를 부모에게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는 비로소 중학교에 가서야 처음 배운다. 중·고 통합 과정 내내 선후배, 학연, 지연 따위는 따지지 못하게 한다. 패거리를 만들지 못하게 한다. 잠깐 쉬는 시간에는 교실에서 쫓아내 전 학년이 함께 쉬고 떠들고 놀 수 있게 한다. 학교폭력, 왕따, 학연, 지연이 생길 수가 없다.

대학 도서관에서 산만하게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심신이 허약한 학생은 대개 한국유학생이다. 독일인 대학생은 3~4시간 정도는 의자에 붙어 공부한다. 심신이 건강하고 공부가 재미있는 아이만 대학에 오기 때문이다.

의대는 공부를 좀 못해도 갈 수 있다. 대신 병원실습 2년을 하고 오면 학업성적이 좀 모자라도 의사가 될 기회를 준다. 공무원은 실습 3년을 견뎌내야 임용을 받을 수 있다. 한국같이 암기력만 좋아서, 시험만 잘 봐서 신분상승 로또에 당첨되듯 공직을 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농부가 되려는 아이는 농업전문학교에서 공부해야 한다. 졸업하고도 수년의 현장실습을 마쳐야 농부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농부자격증이 있어야 농부로 인정받고 농업을 직업 삼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같은 교육이 모두 무상이다. 미래의 인재를 키우는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다.

이번 독일, 오스트리아 농촌공동체 연수의 결론이다. 한국 농업의 문제는 농업에 뿌리가 있지 않다. 그 전에 교육이, 학교가 문제다. 그게 시작이자 끝이다. 늦더라도, 설사 앞으로 수십 년이 더 걸리더라도 그곳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아니면 농업후진국 한국 농정의 출구는 찾는 노력은 여전히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독일 농업처럼, 독일 교육처럼 하면 된다. 확신을 얻고 거듭 단언하는 것이다.

연수를 통해 ‘농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해법이자 대안은 한결 더 명확해졌다. 바로 ‘협동과 연대의 대안국민농정 모델’이다. ‘협동연대 대안국민농정’이란 ‘인구수, GDP 5%에 불과한 ‘농촌의, 농민에 의한, 농업을 위한 한계농정’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도시민, 노동자 등 나머지 95%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협동과 연대를 통한 100% 국민 모두를 위한 3농혁신 대안농정’을 실천하는 전략을 말한다. 마을공동체, 지역공동체의 공생과 공영을 위한 실사구시적인 해법을 말한다.

지금 연구하고 있는 공익농민 월급형 기본소득제, 농촌 유휴시설 사회적자산은행 등은 그 일환이다. 앞으로 100여 가지가 넘는 정책적, 제도적 대안들을 지속해서 연구하고 개발할 계획이다. 오로지 노력의 강도와 진정성의 깊이를 더해갈 뿐이다.

■ 연재 목록

1. [농민] '귀농촌'의 협동연대 대안 - 도시난민에서 '마을시민'으로
2. [농민] '농촌복지'의 사회적 서비스 해법 - 100세시대 '협동사회경제형'으로
3. [농민] '농민운동'의 연대 전략 - '사회연대적' 농민운동으로
4. [농민] '공익농업'의 국가기간산업화 -공익농민에게 '월급 기본'

5. [농민] '여성농민'의 가치 - 여성농민에게 '절반의 영농권 소득을
6. [농업] '6차농산업화'의 정도 - 중소농 중심 '협동화 6차산업'으로
7. [농업] '기업화 농산업'의 대안 - '마을·지역 공동농업'으로
8. [농업] '먹거리 정의'의 중요성 - '농도상생형 사회복지'의 열쇠
9. [농업] '농산물 유통'의 혁신 대안 - 도시민이 책임지는 '농민의 생활'
10. [농업] '친환경농업'의 실천 방안 - '잘 먹고, 잘 사는' 지름길

11. [농촌] '농촌교육공동체'의 전망 - 마을을 살리는 '학교'
12. [농촌] '협동조합'의 사회적 경제 - '을(乙) 중심'으로
13. [농촌] '농촌마을만들기'의 출구전략 - 사회생태적 '마을살리기'
14. [농촌] '농정협치(거버넌스)'의 가능성 - '한국형 농업회의소'의 법제화를
15. [농촌] '에너지자립마을'의 전환 - '지역순환농업' 기반으로

16. [농정] '식량주권'의 정책목표 - '양적 식량자급'과 '질적 먹거리 안전'
17. [농정] '농정 재정'의 개선 방향 - 중앙집중에서 '지방분권'으로
18. [농정] '도시농업'의 역할 -'국민농업'의 학교이자 전진기지
19. [농정] '지역공동체'의 발전전략 -'지방재정'의 균형부터
20. [농정] '농협'의 개혁 해법 - '경제협동조합'으로 환골탈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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