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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문창극(劇)'…마지막까지 '셀프 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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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문창극(劇)'…마지막까지 '셀프 변호'

문창극 마지막 회견, 국민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며 언론과 정치권을 맹비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 내정자로 지명한 후 14일간 국정 공백 상태가 지속된 데 대해서도 별 다른 말이 없었다. 자신의 지지자에 대한 '감사'와 반대자에 대한 '비판'이 기자회견 내용의 주를 이뤘다. 자진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문 내정자는 답변 없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는 자신의 온누리 강연 발언에 대해 사과를 했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지난 11일 KBS의 보도를 통해 문 내정자의 온누리 교회 강연 발언이 알려진 후 강연 보도가 나온 후 "사과는 무슨"이라고 말했다가 "오해의 소지가 생겨 유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곧바로 해당 언론사에 소송을 걸겠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은 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지만, 앉아서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이 보도돼 구설수에 올랐다.

결국 이날 회견 내용을 보면 그간 문 내정자가 했던 사과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문창극 후보자가 23일 사퇴 기자회견에 앞서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정치권, 언론 싸잡아 비판

문 내정자는 24일 오전 10시부터 약 14분 동안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언론과 정치의 희생자로 묘사했다. 그는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이런 상황은 대통령이 앞으로 국정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또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 한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돼 버렸다"고 밝혔다.

문 내정자는 "저는 외람되지만 이 자리를 빌어 감히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고 말문을 연 후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 정치가 된다. 이 여론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이냐.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다"고 지적하며 "이번 저의 일만 해도 대통령이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물론 서청원, 김무성 의원 등, 문 내정자의 역사관을 문제삼고 자진 사퇴를 요구한 여당 유력 정치인들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문 내정자는 언론에 대해서도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고 비판했다. 문 내정자는 언론의 생명은 진실 보도다. 발언 몇 구절을 떼 내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 보도가 아니다"라며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KBS가 문 내정자의 온누리교회 강연 영상의 일부 발언을 발췌해 보도한 것이 전체적인 뜻을 왜곡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문 내정자는 당시 강연에서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 라고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 속으로.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너희들은 이조 500년 허송세월을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남북 분단에 대해서도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며 "그 당시 우리 체질로 봤을 때 한국한테 온전한 독립을 주셨으면 우리는 공산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선 민족의 상징은 아까 말씀드렸지만 게으른 거야.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것, 이게 우리 민족의 DNA로 남아 있었던 거야"라는 말도 했다.

1시간 가량의 동영상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그의 사관이 '오리엔탈리즘'과 뉴라이트의 '식민 사관'을 버무린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 내정자는 관련해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린다.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이다. 제가 평범했던 개인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되느냐"고 말했다. 그는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의 옥중 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했고, 저는 그 책을 읽고 젊은 시절 감명을 받았다. 저는 그렇게 신앙 고백을 하면 안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괜찮은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치 싸움 때문에 나라에 목숨 바친 할아버지 명예가…"

문 내정자는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라며 "저를 친일과 반민족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해 저와 제 가족은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문 내정자는 "저의 가족은 문남규, 남녘 남(南)자 별 규(奎)자 할아버지가 3.1운동 때 만세를 부르다 돌아가셨다는 가족사를 아버지 문기석, 터 기(基)자 주석 석(錫)자 아버님으로부터 듣고 자랐다"며 "저도 그런 당당한 조상을 모신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랐다"고 반박했다.

문 내정자는 총리 내정자 지명 후에야 조부의 독립 유공자 여부를 국가보훈처에 문의한 것과 관련해 "저에 대한 공격이 너무 사리에 맞지 않기에 검증 과정에서 검증팀에 제 가족 얘기를 했고, 검증팀이 보훈처에 알아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 내정자는 "이런 정치 싸움 때문에 나라에 목숨 바친 할아버지 명예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조용히 처리해달라고 (보훈처에) 말했다. 다른 유공자 독립 자손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드릴 수 있는 분도 그분이시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다"며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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