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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회 변화, 도시 변화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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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회 변화, 도시 변화를 봐야 한다 [차이나 프리즘] 개혁기 중국의 도시변화와 도시연구의 필요성
필자는 학위논문에서 중국 랴오닝성(辽宁省) 선양 톄시구(鐵西區) 공인촌(工人村: 노동자 거주지역)의 공간변화를 다루었다. 톄시구는 일본의 괴뢰국가 만주국은 물론 2차 대전이 끝나고 국공내전을 거쳐 1949년 중국 건국 이후에도 계속 중국 최대의 중공업 밀집지역으로 사회주의 중국을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존재했다.

1980년대 개혁기에 들어서 자본주의적 변화 가운데 조금씩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어가다가 1990년대 말부터는 기업의 연쇄도산과 노동자 대량해고가 발생했고, 2004년부터는 노후공업기지 개조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중국 중앙정부 차원의 동북진흥정책이 추진되어 톄시구에서는 급속한 국유기업 개혁이 시작된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산업구조조정과 기업소유권개혁을 목표로 진행된 톄시구의 국유기업 개혁이 "공간"(space)을 매개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국유기업 개혁을 추진하던 톄시구 정부는 공장이 있는 바로 그 장소에서 산업구조조정과 기업소유권개혁을 한 것이 아니라, 선양경제기술개발구라는 경제개발지구를 테시구 옆에 따로 획정하고 기존에 톄시구에 있던 국유기업들을 이 경제개발지구로 이전시켜서 기존 기업부지의 토지사용권을 매각한 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중요한 것은, 국유기업의 공간이전을 통해서 상대적으로 수익이 떨어지는 업종을 사영화(privatization)시키고 소수의 기업만을 국가가 보유하고, 결정적으로 노동자의 신분도 "공장의 주인"에서 "계약에 의한 노동자"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지면의 한계로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러한 "공간생산"(production of space)의 방식을 통한 국가주도의 국유기업 개혁은, 무엇보다도 토지소유권을 (지방)정부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념적 법률적으로 토지소유권을 보유한 (지방)정부가 토지의 사용권을 매각하여 국유기업 개혁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변화를 주도하는, 우리에게 낯선 이러한 도시현실은 사실 개혁기 중국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미국 도시의 정치과정을 설명하는 개념 중의 하나가 이른바 "성장연합"(growth coalition)이다. 이것은 토지에 기반을 둔 특정 도시의 기업, 언론, 대학, 상공회의소 등의 엘리트 집단이 정치적 연대를 형성하고 도시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규모 개발프로젝트에 개입을 하여 부를 축적한다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중국에서도 대규모 개발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성장연합이 형성되는데, 문제는 미국의 경우와는 달리 대부분의 경우 (지방)정부가 성장연합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앞서 지적했듯이 (지방)정부가 토지소유권을 보유하고 토지사용권을 매각할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와 부동산개발상, 건설기업 등이 함께 중국식 성장연합을 구성하는 주체인데, 이들 기업은 (지방)정부가 일정정도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주식회사 형태의 국유기업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중국식 성장연합은 결국 국가의 주도 하에 국유건설기업과 기타 기업들이 함께 구성하는 것이며, 토지개발수익의 상당부분도 도시정부의 세수로 확보되는데, 어느 중국연구자의 주장에 따르면 많게는 개발수익의 70%가 지방정부의 세수로 들어간다고 한다.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중국은 1990년대 들어서 시장화 개혁의 중점이 농촌에서 도시로 옮겨감에 따라서 기존 도시공간구조의 급격한 변동이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기존 도시연구의 이론과 분석틀로 설명이 되지 않거나 중국의 현실에 기초해서 새로운 이론과 분석틀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들이 대량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사실 서방에서 도시사회학, 인문지리학, 도시계획학, 정치학 등을 전공하는 연구자들 중에서 일부는 이러한 중국 도시변화의 역동성에 주목하여 1990년대 말부터 이미 학술네트워크를 구축해왔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중국도시연구네트워크"(The Urban China Research Network, 이하 UCRN)이다. UCRN은 1999년 미국 뉴욕주립대학(올버니)와 브라운대학을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되었는데, 현재는 미국만이 아니라 상하이사회과학원, 푸단대학, 중산대학, 홍콩침례대학 등 중국의 학술기관들과 함께 학술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으며, 몇 번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매년 한 두 차례 국제적인 학술회의를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개최하고 있다.

UCRN은 홈페이지에 회원명부를 공개하고 있으며, 일정한 조건이 갖춰진 연구자들의 가입도 공개적으로 받고 있다. 또한 신진연구자와 박사과정학생들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여 국제회의 참가를 지원하고 있다. UCRN 홈페이지에는 지금까지 개최된 국제회의의 주제, 발표논문, 발표자 이름 등을 공개하고 있다. UCRN 국제회의에서 발표된 논문과 주제는 당대 중국의 도시현실의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안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도시연구자들이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까지 이렇게 중국의 도시현실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는 근본 이유는, 개혁기 특히 1990년대 들어서 본격화된 중국의 도시변화는 규모, 속도, 파급력에서 사상 유례가 없다는 점에 있다. 이것은 몇 가지의 통계수치만 제시해도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매년 1000만 명의 농민이 도시로 이주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가 8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흔히 도시의 2등 시민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2억6000만 명에 달하는 농민공의 1년 소비지출액이 인도네시아 전체의 소비지출액의 1.5배에 달한다. 서방 국가들이 산업혁명 이래 150년간 경험해온 각종 도시의 사회문제들을 중국은 불과 20년이 좀 넘는 기간 동안 압축적으로 경험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1949년 건국 이후 누적된 각종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모순들이 집중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공간이 바로 지금의 중국 도시이다.

사실 국내의 많은 현대중국 연구자들의 주제들 중 이미 상당수는 도시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에 관한 것이다. 농민공, 국유기업 개혁, 파업, 실업, 단위체제, 호구제도, 사구건설, 인터넷, 집단시위, 시민사회, 빈곤, 농민자살 등 어느 하나 도시와 관련 없는 주제가 있는가. 흔히 삼농(三農)문제라고 하는 농촌, 농업, 농민의 문제도 거주지, 산업부문, 신분의 문제로서 사회주의 시기와 개혁기의 도시중심 경제성장모델과 직접적인 관련 있다는 측면에서 도시연구의 연장선상에서 사고해볼 수 있다.

최근 홍콩대학 자살연구예방센터는 1995~1999년 연평균 10만 명당 23.2명이었던 중국 자살률이 2009~2011년에는 9.8명으로 10여년 만에 무려 58%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농촌 여성자살률이 이 시기 90%나 감소한데 그 근본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도시화와 현대화의 진전으로 농촌보다는 도시의 자살률이 급증한다는 19세기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켐의 이론은, 과거에는 남성보다 여성의 자살률이 높았으며 도시보다 농촌이 자살률이 높았다는 사실과 현재에는 도시화의 진전(도시화률 2011년 50% 초과, 2020년 60% 도달 예상)으로 오히려 자살률이 감소했다는 통계수치에 의해 정면으로 부인된다. 결국 도시화와 현대화가 중국인의 행복감을 증진시켰다는 주장인데, 과연 그럴까?

최근 중국 국가사회과학기금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중국 농촌 노인자살률이 20년 동안 5배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도시로 진출한 농민공들이 과거처럼 돈을 벌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자식들을 데리고 아예 도시에 정착해버리기 때문에 농촌에 독거노인이 대량으로 발생했고 도시에 비해 열악한 농촌의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인프라에 노출된 노인들이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대량자살 사회집단이 농촌 여성에서 농촌 노인으로 옮겨간 것에 불과한 것이며,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화에 따라 저임금 노동력 수요가 발생하였고 이는 대량의 농민이 도시로 이주한 현상과 분리해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중국 도시의 이러한 역동성에 대한 연구는 단지 기존 도시연구 패러다임의 전환, 개념과 방법론의 재구성이란 학술적 차원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엄청난 변화가 바로 바다 건너 가까운 데서 일어나고 있으며, 조만간 어떤 형식으로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국내에는 아직 "중국전공" 연구자들을 제외하고는 기존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분야에서 중국 도시의 연구자는 없으며, 중국전공 연구자들조차도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지, '도시화에 의해 나타난 기술, 제도, 신념, 이데올로기'라고 하는 도시주의(urbanism)의 관점에서 사회정치적 공간으로서의 도시가 구조화하고 도시에 배태된 개혁기 중국의 현상을 연구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최근 필자는 앞서 언급한 UCRN 국제회의에서 발표된 논문과 주제를 중심으로 당대 중국 도시변화의 역동성에 연동하여 연구자들이 어떤 학술적 관심과 실천적 개입을 논의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국내 학계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개혁기 중국의 사회와 정치를 도시를 중심으로 도시연구의 연장선상에서 방법론적으로 고민하는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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