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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0구단의 10가지 소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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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0구단의 10가지 소원(하) [베이스볼 Lab.] 하위 4팀+신생 1팀 편

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곤 합니다. 2015 시즌을 준비하며 한창 전지훈련 중인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어떤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랄까요. <베이스볼 Lab.>이 구단별로 1개씩의 소원을 정해서 대신 빌어 봤습니다. 상위 5개팀 편에 이어, 오늘은 하위 4팀과 신생 kt 편입니다.
두산 베어스: 좌완 투수 천국이 임하옵시며

두산은 전통적으로 좌완 선발투수와 인연이 없는 팀이었습니다. 2013년 이전까지 한 시즌 두 자리 승수를 달성한 좌완투수는 OB 시절 윤석환(1984년 12승, 1988년 13승)과 레스(2002년 16승, 2004년 17승), 2000년 파머(10승) 등 3명뿐. 그나마도 윤석환은 선발이 아닌 마무리투수였고, 레스와 파머는 외국인 투수들입니다. 그 사이 두산은 좌완 갈증을 해소하려고 신인 좌투수도 키워보고, 트레이드 영입도 해봤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국내 좌완투수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선발로 두 자리 승수를 달성한 건 2013, 2014년 유희관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릅니다. 두산이 오랜 좌투수 갈증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좌투수 천국’이 될 가능성이 보입니다. 일단 2년 연속 좋은 투구를 한 유희관이 있고, 여기에 FA로 롯데에서 이적한 장원준이 가세해 ‘좌완 선발 듀오’를 이룹니다. 장원준을 데려오기 위해 두산은 구단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쟁탈전에 승리했습니다. 그만큼 장원준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지난 시즌 뒤숭숭한 구단 분위기 영향인지 후반기 크게 부진했던 장원준도 새 유니폼을 입고 의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약 장원준이 넓은 잠실구장과 두산의 좋은 수비진을 등에 업고 군입대 이전처럼 좋은 투구를 보여준다면, 두산은 처음으로 한 시즌 두 명의 10승 좌완투수를 보유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장원준 ⓒ연합뉴스

좌투수는 불펜에서도 풍년입니다. 작년 팀 내 최다경기(65G)에 등판하며 15홀드를 기록한 베테랑 이현승을 비롯해, 원주고 출신 3년 차 함덕주와 최장신 투수 장민익이 대기합니다. 함덕주는 작년 1군에서 31경기에 등판해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줬는데, 좌타자 상대 전문으로 올해 좋은 성적이 기대됩니다. 기대치에 비해 성장세가 느렸던 장민익도 이제는 1군에서 던질 준비가 됐다는 평이 많습니다.

여기에 상무를 제대한 이현호와 경찰청 복무를 마친 진야곱도 이번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제물포고 시절 초고교급 좌완으로 주목받은 이현호는 입단 이후 부상으로 오래 고생했지만 여전히 잠재력이 있는 투수입니다. 역시 부상으로 오래 고생한 진야곱도 2014년 경찰청에서 99.1이닝을 소화하며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탈삼진을 101개나 잡아낼 만큼 구위가 살아난 상태라 불펜에서 충분히 역할을 기대해볼 만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두산 좌투수 중 장원준, 이현호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두산이 드래프트에서 지명해 키워온 선수들입니다. 좌투수 가뭄을 벗어나려는 두산의 오랜 노력이 올해 비로소 결실을 거둘지도 모르겠습니다. 두산 사전에 없던 ‘좌투수 천국’이란 단어를 꺼낼 시기가 되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특정인의 발길을 야구장에서 끊어주소서

따지고 보면 한국 프로야구의 문제 대부분은 프런트가 아닌, 더 위쪽에서 시작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때 팬들이나 언론에서는 애먼 프런트를 비판하지만, 실제로는 프런트는 별다른 힘이 없고 그보다 더 윗선에서 내려오는 압력이 원인일 때가 많죠. 구단의 장기적 비전과는 정반대의 야구인을 낙하산으로 감독 자리에 앉히고, 특정 학교 출신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왕창 뽑게 지시하고, 심지어는 선수나 팬들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본인들이야 야구단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야구에 관한 전문가인 구단 직원들의 판단은 제쳐놓고 야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분들이 이래라저래라 간섭을 하고 좌우하면 팀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만무하겠죠.

지난해 롯데에서는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문제가 커지자 구단 사장과 단장, 운영부장이 옷을 벗었습니다. 몸통은 따로 있는데 ‘깃털’에 불과한 실무자들이 책임지는 모양새로 사태가 종료됐습니다. 문제의 근원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신임 이종운 감독이 아무리 팀을 잘 이끌어도, 새로 뽑은 외국인 선수가 맹활약하고 구단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롯데가 ‘지속가능’한 강팀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은 좀 잠잠하지만, 때가 되면 문제의 근원이 다시 고개를 들고 구단 운영에 이리저리 참견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야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야구를 잘 아는 사람들이 숙고해서 내린 결정을 뒤집고 엉뚱한 방향으로 구단을 이끌어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롯데를 정말 아끼는 사람이라면 두 손 모아 이렇게 기원하는 게 어떨까 싶군요: 새해에는 특정인의 발길을 부디 야구장에서 끊어달라고. 야구장에 눈 돌릴 새가 없을 만큼 다른 문제들로 정신없이 바쁘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당장 올해는 몰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롯데는 잘 나갈 수 있을 겁니다.
KIA 타이거즈: 그들이 ‘이름값’을 하게 하소서

KIA 타이거즈는 2015 시즌 ‘강력한’ 하위권 후보로 꼽힙니다. 이건 엄연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만약에,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뛰는 모든 선수가 자신의 전성기 성적을 낸다면? 그렇다면 KIA는 10개 팀 중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일 겁니다. 한번 선수단을 살펴보세요: 메이저리그 마무리투수로 시대를 풍미한 김병현, 시카고 컵스 중심타자로 활약한 최희섭, 뉴욕 메츠 역사상 ‘가장 저평가된’ 투수 서재응, 여기다 국내 정상급 3루수였던 이범호와 ‘50억의 사나이’ 김주찬, 왕년에 한가닥 했던 최영필과 김원섭, 김진우, 한기주, 곽정철이 전부 KIA 소속입니다. 단순히 ‘이름값’만 놓고 보면 KIA는 프로야구 최강팀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이 이름 중에 최근 몇 년간 1군 무대에서 제대로 한 시즌을 보낸 선수가 거의 없다는 게 KIA의 비극입니다. 이 선수들이 다같이 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누군가는 부상으로, 다른 누군가는 노쇠화로, 또 어떤 선수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유로 모습을 감췄습니다. 이들 중에는 다른 구단이었으면 벌써 정리되었어야 할, 순전히 과거의 명성을 무기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이름도 보입니다.

뭐 어쨌든 좋습니다. KIA는 올 시즌 별다른 보강 없이 스토브리그를 보냈고, 있는 선수들 가지고 팀을 어떻게든 재건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기대해야겠지만, 제대로 된 2군 시스템을 갖춘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팀을 재건하려면 꽤나 시간이 걸릴 겁니다. 현재 선수단 구성으로 볼 때는 KIA가 다시 경쟁력 있는 팀으로 올라서기까지 2~3년 정도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당장 올 시즌에는 모두의 예상대로 하위권에 머물러야만 하는 걸까요?

방법이 있습니다. 앞에 열거한 쟁쟁한 스타들이, 올 시즌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이름값’을 해주면 됩니다. 김병현과 김진우가 선발 마운드를 굳게 지키고, 서재응과 곽정철과 김태영과 최영필이 뒷문을 단단히 걸어잠그고, 이범호와 김주찬이 건강하게 풀시즌을 소화하고, 최희섭이 4번타순에서 홈런을 펑펑 날리면 됩니다. 전성기 기량까지는 아니더라도, 왜 팀에 베테랑이 필요한지를 실력으로 증명해 보이면 됩니다. 그라운드에서 마지막 불꽃을 장렬하게 활활 태우면 됩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KIA는 하위권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어 의외의 ‘돌풍’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선배들이 앞에서 싸우는 동안, KIA의 어린 유망주들은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성장할 시간도 벌 수 있을 겁니다. ‘타이거즈’라는 이름이 과거 해태 시절처럼 위협적인 느낌으로 ‘이름값’을 하게 될 겁니다.

KIA의 노장들이 자신들의 명성에, 타이거즈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는 시즌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한화 이글스: 프로팀의 수비력을 주소서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 기간을 바쁘게 보냈습니다. 지난해 삼미의 팀평균자책점 기록을 뛰어넘은 마운드를 의식한 듯, FA 투수 3명과 외국인 투수 2명을 영입해 투수진을 갈아엎었습니다. 탈보트-유먼-배영수-송은범은 지난 시즌 한화 선수 명단에 없던 선수들입니다. 당연히 이 투수들의 성적에 따라 한화의 2015년 운명이 결정될 겁니다.

한화가 영입한 선수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탈삼진보다는 소위 ‘맞혀 잡는’ 피칭을 하는, 수비수들의 역량에 크게 의존하는 유형의 투수들입니다. 탈보트가 대표적입니다. 2012년 삼성에서 뛸 당시 탈보트는 138.1이닝 동안 탈삼진 68개를 잡아 9이닝당 탈삼진 4.42개를 기록했습니다. 유먼도 2014년 롯데에서 151.2이닝 동안 탈삼진 84개로 9이닝당 4.98개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송은범의 경우 전성기인 SK 시절 성적을 보면 수비무관평균자책점(FIP)에 비해 실제 평균자책점(ERA)이 월등히 좋게 나왔습니다. 리그 최고 수준인 SK 수비수들이 안타가 될 타구를 대거 아웃으로 잡아준 덕분에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단 얘기입니다. KIA 이적 후 송은범의 부진은 예전에는 아웃이던 타구가 안타가 되면서 자신감을 잃은 게 원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언제나 리그 최고 삼성 수비진을 뒤에 두고 있었던 배영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한화가 영입한 투수 4인방이 좋은 성적을 내려면, 좋은 수비수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투수에게는 타자가 일단 친 공이 안타가 되지 않게 만들 능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일단 타구가 페어 지역 안에 떨어지면, 안타가 될지 아웃이 될지는 ‘운’과 수비수들의 능력에 좌우됩니다. 그래서 투수의 탈삼진 능력이 중요합니다.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 버리면 애초에 타자가 타구를 페어 지역으로 날려보낼 기회를 원천봉쇄 할 수 있으니까요. 운 좋게 안타가 되거나 수비 못하는 야수들 사이로 빠져나가는 일을 차단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과거 김성근 감독은 SK 시절 수비수들을 혹독하게 조련하는 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리그 최고 수준의 SK 수비수들은 상대가 친 안타성 타구를 죄다 아웃으로 잡아냈었죠. 또 김성근 감독 시절 SK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좀처럼 공을 던지지 않았습니다. 삼진으로 잡든가 볼넷을 주든가, 가능하면 타자 배트에 공이 맞아 나가는 일을 줄이는 게 SK 투수들의 전략이었죠. SK와 상대하는 타자들은 좀처럼 치기 좋은 공이 오지도 않는 데다가, 어쩌다 쳐서 날려보내도 수비수들에게 잡혀버리는 통에 고통을 받아야 했습니다.

과연 이 전략이 한화에서도 통할까요? 아직은 긍정적인 답을 하기 힘듭니다. 김성근 감독이 취임 후 한화 고참 선수들조차 초주검이 될 만큼 혹독하게 수비 훈련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 리그 최악이었던 한화 수비력을 짧은 시간에 향상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화가 지난해 허용한 BABIP(페어 타구가 안타가 된 비율)은 0.347로, 리그 평균(0.332)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한화 투수가 일단 페어 타구를 허용하면, 이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이 0.347이나 됐다는 얘깁니다.

이에 비해 2007년 당시 SK는 젊은 야수들이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었고, 2006 시즌 팀 BABIP도 0.291(4위)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옥훈련을 통해 수비력을 끌어올릴 기반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던 셈입니다. 그에 비하면 2014년 한화의 수비진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가 막막합니다. 탈삼진 능력이 떨어지는 한화 선발진의 특성을 감안하면 배트에 맞아나가는 타구가 아주 많을 게 확실한데, 이 타구들을 수비진이 아웃으로 처리하지 못하면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치솟을 수밖에 없습니다. 탈보트, 배영수, 송은범 등은 국내에서 막강 수비진의 보호 속에 성적을 내던 투수들입니다.

많은 탈삼진으로 타자가 칠 기회를 봉쇄하고, 일단 맞은 타구도 리그 최고 수비진이 잡아내는 팀. SK 시절 김성근 야구였습니다. 그러나 한화는 투수진의 탈삼진도 적은 편이고, 맞아나간 타구를 잡아내는 수비수들의 능력도 다른 팀보다 떨어집니다. SK 시절과는 정반대 조건입니다. 김성근 감독은 이 악조건에서도 또 한 번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로 신의 존재를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kt 위즈: 이닝 이터가 필요해

프로 1군 무대에 처음 뛰어드는 kt 위즈는 아직 모든 게 부족합니다. 신인급 위주로 꾸려진 선수단은 경험도 부족하고, 기량도 부족하고, 한 시즌 144경기를 버틸 체력도 부족합니다. 물론 신인 선수들이 바로 1군 무대에 적응해서 잠재력을 펑펑 터뜨려 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요즘의 프로야구가 그렇게 만만한 데가 아니라는 건 신인 선수들 본인이 더 잘 압니다.

특히 가장 심각한 문제는 투수력입니다. 2014년 kt 위즈 소속으로 뛴 투수 중에 1군에서 10이닝 이상 던져본 투수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1군 경험이 있는 투수는 20인외 특별지명으로 데려온 장시환, 정대현, 윤근영, 이성민과 FA 영입한 김사율, 외국인 투수 옥스프링까지 6명뿐입니다. 다른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잘해준다 가정해도 10명이 되지 않습니다. 도무지 계산이 서지 않는 투수진입니다.

사실 이런 고민은 2년 전 NC 다이노스도 똑같이 겪은 문제입니다. 그리고 kt의 해법도 NC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시 NC 역시 신인급 투수 위주의 불확실한 마운드로 1군 첫 시즌을 치렀지만, 의외로 나쁘지 않은 투수력을 선보이며 9팀 중 7위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이는 팀의 전체 이닝에서 불확실한 투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데 성공한 덕분입니다.

야구는 꽤나 공평한 경기입니다. 강팀이나 약팀이나 한 경기에서 똑같이 27개의 아웃을 잡아내야 경기가 끝납니다. 하지만 같은 27아웃이라도 누가 마운드에서 던지느냐에 따라 <인터스텔라> 속 행성에서 보낸 시간처럼 짧게 느껴질 수도, 우주선에서 있는 시간처럼 한없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뛰어난 투수가 나와서 가볍게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면 1이닝은 금세 지나갑니다. 반면 패전처리 투수가 올라와서 상대팀을 위한 피칭머신 역할을 하면, 1이닝을 마치는 데 30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구단이 일년 144경기 1296이닝을 끝마쳐야 한 시즌이 끝이 나지만, 같은 1296이닝도 삼성 같은 팀에겐 쏜 살처럼 지나가는 반면 투수력이 약한 팀에는 영겁의 시간일 수 있습니다.

2013년 당시 NC에게 주어진 이닝은 128경기 1152이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중 39.8%에 해당되는 459이닝을 NC의 외국인 투수 3인방이 책임졌습니다. 또 이미 두산에서 1군 경험이 있는 이재학은 156이닝을(13.5%), 노장 손민한은 60.1이닝을 던져줬습니다. NC의 1군 경험 없는 신인급 투수들은 나머지 41%의 이닝, 476이닝만 책임지면 됐습니다. 외국인 투수와 1군 유경험자 투수들의 활약 덕분에, NC는 ‘비생산적’으로 보내는 이닝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Kt의 과제도 비슷합니다. 일단 옥스프링을 포함한 외국인 투수 3인방이 최대한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해줘야 합니다. 당시 NC는 아담 윌크가 예상보다 부진하며 기대보다 적은 이닝(91.2) 소화에 그쳤는데, kt 외국인 3인방이 모두 작년 옥스프링(184.1이닝) 수준의 이닝이터 능력을 보여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FA로 건너온 김사율은 NC 손민한 같은 역할을, 1군 경험이 있는 정대현과 이성민은 NC 이재학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게 이상적입니다. 윤근영과 장시환도 1군에서 각각 72이닝, 61이닝을 던진 경험이 있는 만큼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들 8명의 투수가 800이닝 이상(60%)을 해치우고 나면, 나머지 이닝을 갖고 고졸-대졸 신인 투수들이 나눠 던지면서 경험을 쌓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신인 투수가 나타난다면, kt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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