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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야구'로 다시 시작하는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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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야구'로 다시 시작하는 롯데 [베이스볼 Lab.] 2015 KBO리그 미리보기 <4> 롯데 자이언츠
스토브리그: CCTV 사태 후폭풍 속에 어수선한 상태로 오프시즌을 맞이했다. 김시진 감독 후임으로 경남고 감독을 지낸 이종운 코치에 사령탑을 맡겼다. 이종운 감독이 누군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기준으로 롯데팬의 신/구세대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실망스러웠던 외국인 선수 3인방 –유먼, 옥스프링, 히메네스- 과는 모두 계약을 해지했고, 대신 투수 레일리-린드블럼과 외야수 아두치를 영입해 빈 자리를 채웠다.

롯데의 오프시즌은 나쁜 뉴스로 가득했다. FA 자격을 얻은 기둥투수 장원준은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고, 베테랑 김사율과 백업포수 용덕한도 kt로 적을 옮겼다. 여기에 중견수 전준우와 유격수 신본기까지 군에 입대해 센터라인이 한꺼번에 뻥 뚫렸다. FA 보상선수로는 정재훈을 선택, 김성배-김승회에 또 한 명의 두산 출신 불펜투수를 추가했다.
예상 라인업 (2014 wOBA, wRC+)

포수 – 강민호 (0.338, 84)
1루수 – 박종윤 (0.349, 91)
2루수 – 정훈 (0.365, 101)
3루수 – 황재균 (0.388, 116)
유격수 – 문규현 (0.335, 82)
좌익수 – 김대우 (0.243, 24)
중견수 – 아두치 (기록없음)
우익수 – 손아섭 (0.443, 151)
지명타자 – 최준석 (0.407, 128)
전준우-신본기-용덕한 등 센터라인 선수 3명이 단숨에 빠져나갔다. 이 중 가장 큰 치명타로 보였던 중견수 자리를 외국인 타자 아두치 영입으로 메웠다. 아두치가 외야로 가면서, 지난해 ‘반반’씩 돌아가며 나오고 아프던 히메네스와 최준석의 지명타자 포지션 중복도 자연스레 해결됐다. 지난 시즌 히메네스와 최준석이 동시에 출전해 활약한 경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올 시즌 주로 지명타자로 나오는 건 최준석이겠지만, 강민호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날에는 DH로 출전하며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현대야구에서 지명타자 자리는 발 느리고 수비 못하는 선수 1명의 전유물이 아니라, 가벼운 부상이 있거나 휴식이 필요한 선수들이 번갈아 가며 나오는 자리다. 히메네스 퇴출-아두치 영입은 롯데를 지독히 비효율적인 팀에서 효율적인 구단으로 바꿔 놓았다. 진작에 이랬어야 했다.

2014년 내내 롯데의 골칫거리였던 좌익수 자리도 올해는 한결 강해질 전망이다. 상무 제대 2년차의 김민하가 스프링캠프에서 급성장한 모습을 보여줬고, 기존의 김대우와 하준호도 공수에서 발전하는 모습이다. 김민하는 퓨처스리그에서도 펀치력 하나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던 선수. 우타자 김민하와 좌타자 김대우-하준호를 적절히 섞어가며 플래툰으로 기용하면, 롯데의 좌익수는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될 수 있다.

시범경기에서 나타난 롯데 타선의 화력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14시즌에도 롯데는 넥센-삼성 다음으로 강한 공격력을 뽐낸 구단이었다(팀 wOBA 0.364로 3위). 최소 지난 시즌만큼의 공격력만 유지해도 웬만한 팀 상대로는 밀리지 않는 방망이를 갖췄다. 의미 없는 시범경기 기록 중에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롯데 타자들의 높은 삼진 비율. 팀 장타율 2위(0.452), 순장타율 2위(0.196)의 파괴력을 발휘하면서, 타석당 삼진도 23.77%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삼진을 의식하지 않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스윙은 로이스터 감독 시절의 ‘노피어’ 야구를 연상하게 한다. 이종운 감독은 취임 이후 줄곧 “화끈한 공격야구”를 이야기한 바 있다. 롯데의 시범경기 맹타는 우연이 아니다.


예상 투수진 (2014 FIP)

1선발: 레일리 (기록없음)
2선발: 린드블럼 (기록없음)
3선발: 송승준 (5.35)
4선발: 홍성민 (6.72)
5선발: 이상화 (6.54)
불펜: 김승회(마무리) / 정재훈 / 최대성 / 이명우 / 김성배 / 심규범 / 배장호 / 이정민
만족스러운 타선에 비해 투수력에는 의문부호가 많다. 일단 국내 선발투수 중 확실한 믿음을 주는 투수가 한 명도 없다.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해본 투수는 송승준 하나뿐. 연평균 WAR 2.05승을 꾸준히 올려주던 송승준이 부활하더라도, 4선발 이후로는 신생 kt나 한화와 비교해도 크게 나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장수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새 투수들이 모두 성공하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자칫 외국인 투수 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마운드 전체가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롯데 투수진의 오래된 특징. 외국인이건 국내 투수건 불문하고 파이어볼러가 드물다. 위력적인 직구로 삼진을 잡기보다는, 인플레이 타구를 유도해서 아웃을 잡는 유형이 많다. 새로 영입한 레일리와 린드블럼도 빠른 볼 구속은 140km/h 초중반으로 평범하다. 이 때문일까. 시범경기에서도 롯데 투수들은 유인구보다는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는 피칭을 구사했다. 그 결과 롯데 투수진의 타석당 볼넷은 4.91%로 10개 구단 중 최소치를 기록했다. 이 또한 로이스터 감독 시절의 공격적 투구 전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2008~2010년 기간 동안 롯데 마운드는 8개 팀 중 두산과 함께 가장 볼넷허용률이 적었다. 다만 이런 피칭 전략이 성공을 거두려면, 페어가 되는 타구를 처리하는 수비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단 시범경기에서 롯데는 0.723의 범타처리율로 LG-넥센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선발진에 비하면 불펜은 다소 사정이 나은 편이다. 구위가 무시무시한 투수는 최대성 정도지만, 대부분 경험이 풍부하고 기용 가능한 투수 수가 많아서 리그 평균 수준은 된다. 시즌 초반만 잘 넘기면 정대현과 강영식도 부상에서 돌아올 예정. 다만 취약한 선발진이 일찍 무너지는 경기가 잦아지면 여파가 불펜까지 미칠 수도 있다. 선발과 불펜은 원래 아랫돌과 윗돌처럼 서로 빼서 채우는 관계다.
2015 전망: 이종운 감독 당시 평가는 둘로 엇갈렸다. 프로 감독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위험한 카드라는 견해도 있었지만, 이종운 감독의 스타일이 그간 롯데의 팀컬러와 잘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 이종운 감독은 고교 감독 시절 대표적인 ‘덕장’으로 평가받았다. 어린 선수들을 다그치거나 강압적으로 대하는 대신, 격려하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면서 편안하게 해주는 스타일이었다. 한국 고교야구 현실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롯데는 김용희(현 SK), 로이스터, 양승호 등 주로 ‘자율’을 추구하는 덕장이 사령탑일 때 좋은 성적을 내 왔다. 특히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덕장 김용희 감독 시절 롯데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1995년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종운 감독도 부임 이후 선수들의 훈련을 자율에 맡기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주문하며 침체됐던 팀 분위기를 바꿔가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살짝 드러난 화끈한 공격야구, 스트라이크 위주의 공격적 피칭은 로이스터 시절 롯데가 추구하던 야구와 통하는 면이 있다. 이렇게 색깔이 분명한 야구를 정규시즌에서도 계속해서 보여줄 수 있다면, 떠나간 부산 팬들의 마음을 조금은 되돌릴 수도 있지 않을까. 올 시즌 롯데는 객관적 전력상 중하위권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하지만 팬들의 마음에 쏙 드는 야구를 하고 흐릿해진 팀컬러를 다시 선명한 롯데 색으로 되살릴 수 있다면, 성적과는 별개로 성공적인 시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두운 과거를 털고 새롭게 출발하는 시즌에는 그것도 나쁘지 않다.

예상 순위: 7-8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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