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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오클랜드, 이번엔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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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오클랜드, 이번엔 해피엔딩? [베이스볼 Lab.] 2015 시즌 오클랜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14년 야심 차게 대권을 노린 빌리 빈의 도전은 또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시즌 오클랜드는 후반기에 급속도로 추락했다. 사마자와 해멀 그리고 레스터를 영입하면서 간신히 와일드카드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돌풍의 팀 캔자스시티와의 치열한 접전 끝에 무릎을 꿇었다.
그럼에도 2015시즌 오클랜드의 전력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레스터가 떠날 예정이었으나, 사마자가 남아 있었고 제로드 파커와 A.J. 그리핀이 부상에서 돌아올 예정이었다. 레스터 트레이드 때 보스턴으로 건너간 세스페데스와 FA가 될 제드 로우리를 제외하면 주축 타자들도 거의 다 남아 있었다.
이 정도면 약간의 보강만으로도 와일드카드 진출은 물론 AL 서부지구 1위를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이다.
그러나 빌리 빈은 로스터를 완전히 뒤엎는 길을 선택했다. 겨우내 오클랜드에서 가장 가치 높은 선수들이었던 조시 도널드슨, 브랜든 모스, 제프 사마자, 데릭 노리스는 모두 트레이드 됐다.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조시 도널드슨 트레이드였다. 지난 2년간 MVP급 활약을 한, FA까지 4년이 남은 선수를 내보낸 것이다. 빌리 빈은 도널드슨을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보내고 브렛 로리와 세 명의 유망주(켄달 그레이브맨, 프랭클린 바레토, 션 놀린)를 받아왔다.
이 때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이 오클랜드가 리빌딩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클랜드의 후속 영입은 리빌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1루수 겸 지명타자 빌리 버틀러와 3년 3000만 달러에 계약했고, 탬파베이 레이스로부터 '슈퍼 유틸리티' 벤 조브리스트를 영입했다. 조브리스트와 함께 건너온 내야수 유넬 에스코바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구원 투수 타일러 클리파드와 트레이드 했다.
이런 움직임은 2015시즌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한 번 하향 조정된 오클랜드의 예상 순위는 잇단 트레이드 이후에도 올라가지 않고 있다.
이는 명백한 과소평가다. 오클랜드는 2014시즌과 마찬가지로 지구우승 내지는 와일드카드 진출을 충분히 노려볼만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 2015시즌 오클랜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 1. 여전히 강력한 선발 투수진
59승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내달리던 지난해 전반기, 오클랜드의 평균자책점은 3.09로 메이저리그 전체 2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1위 워싱턴과의 차이는 0.01에 불과했다.
오클랜드의 전반기 평균자책점 2위를 이끈 것은 소니 그레이(125.2이닝 ERA 2.79), 스캇 카즈미어(117.1이닝 ERA 2.38), 제시 차베스(114.2이닝 ERA 3.14)로 이어지는 젊은 선발 투수진이었다. 제프 사마자는 전반기 막판에 영입돼 단 두 경기만을 나섰을 뿐이다.
물론 세 명의 젊은 선발진이 일제히 후반기 부진에 빠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소니 그레이는 첫 풀타임 시즌이었고 스캇 카즈미어 또한 부상 공백 이후 첫 풀타임 시즌이었음을 고려해야 한다. 두 선수는 체력적으로 좀 더 준비된 상태로 2015시즌을 치르게 될 것이다.
두 명의 원투펀치에 더해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드류 포머런츠(69이닝 ERA 2.35)와 제시 한(73.1이닝 ERA 3.07)이 가세한다. 이 네 선수만으로도 오클랜드는 평균 이상의 선발진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들에 더해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무덤맨' 켄달 그레이브먼(kendall graveman)이다.
그레이브먼은 평균 93마일(149.6km/h)에 이르는 강력한 싱킹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삼는 선수로, 지난해 싱글A에서 시작해 빠르게 더블A와 트리플A를 졸업하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비결은 90마일(144.8km/h)에 이르는 커터와 체인지업의 장착. 특히 체인지업은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시 도널드슨 트레이드 당시 빌리 빈은 인터뷰를 통해 "그레이브먼의 가능성에 대해서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이 그레이브먼은 시범경기에서 21.1이닝 동안 단 1실점만을 허용하며 평균자책점 0.42를 기록하는 중이다.
비록 구위에 비해 삼진을 많이 잡지는 못하고 있지만, 공격적인 투구로 볼넷을 적게 내주면서도 피홈런을 억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지난해부터 올해 시범경기까지 167이닝을 던지면서 그레이브먼이 맞은 홈런은 단 2개에 불과하다. 그레이브먼은 현지 언론이 꼽는 가장 깜짝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게다가 A.J. 그리핀(2013년 200이닝 ERA 3.83), 제로드 파커(2013년 197이닝 ERA 3.97)도 재활을 마치고 시즌 중 복귀할 예정이다. 제시 차베스, 션 놀린, 크리스 베싯도 여차하면 선발진에 가세할 수 있다. 선발 투수감만 무려 10명이다.
오클랜드와 같은 저예산 팀일수록 젊은 투수진을 다수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즌 중 반드시 찾아오는 선발 투수진의 부상 공백이나 부진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겨우내 빌리 빈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도 선발 투수진의 양적 강화에 있었다.
레스터와 사마자가 떠나면서 생긴 '착시 효과'로 인해 과소평가 받고 있지만, 오클랜드는 양적인 측면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강력한 선발 투수진을 갖추고 있다. 선발 투수진은 2015시즌 오클랜드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 2. 약점이 없어진 야수진
오클랜드는 팀의 클린업 트리오였던 조시 도널드슨, 브랜든 모스,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를 떠나보냈다. 장타를 책임지던 세 선수의 이탈로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몇 가지 영입을 통해 지난 시즌 발목을 잡았던 약점을 보강할 수 있었다.
작년 오클랜드는 두 포지션이 구멍 난 상태로 시즌을 치러야 했다. 2루수와 지명타자 자리다. 특히 카야스포와 소가드가 번갈아 출장한 2루수 생산력은 메이저리그 최하위였다. 둘은 2루수로 출장한 경기에서 .219 .294 .283(타/출/장) 7홈런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탬파베이로부터 벤 조브리스트를 영입하면서, 오클랜드의 2루수는 더는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변했다. 조브리스트는 지난 2년간 장타력이 다소 하락했으나 다른 부분은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2014시즌 fWAR 5.6). 게다가 조브리스트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점은 그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2015시즌 오클랜드는 조브리스트의 다재다능함이 가장 절실한 팀이다. 주전 유격수의 수비력이 영 불안하기 때문이다.
오클랜드의 주전 유격수는 시카고 화이트삭스로부터 영입한 마커스 세미언이 맡게 될 예정이다. 세미언은 사마자 트레이드의 핵심이었을 만큼 타격 능력에 대해서는 정평이 난 선수다. 유격수임에도 15개 이상의 홈런을 기대할 만한 파워를 지녔고, 나이답지 않은 선구안을 갖췄다. 하지만 유격수로서 수비력은 아직까지 메이저리그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다.
세미언의 수비력이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조브리스트가 유격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이 경우 2루수는 세미언이 맡거나, 겨우내 영입한 2루 유망주 조 웬들을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
브랜든 모스를 인디언스로 보낸 대가로 조 웬들을 영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여겼다. 웬들의 더블A 성적(.253 .311 .414)은 좋게 보더라도 그저 그랬기 때문이다. 그러나 웬들은 유구골(Hamate) 골절로 인해 고생하기 이전까지 점차 더블A에 적응하고 있었다. 4월 타율은 .193에 불과했지만, 5월에는 .277을 기록했고, 6월에는 .303을 치고 있었다.
여기에 대졸 2루수라서 받는 저평가도 있었다. 스카우트들은 2루수를 '실패한 유격수'라는 편견을 갖고 바라본다. 카노, 페드로이아, 어틀리는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유망주 시절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유망주 순위 70위 안에 든 적이 없다. 이런 편견을 버리고 바라본다면 3할 가까운 타율에 15홈런 15도루 정도가 기대되는 웬들이 꽤 좋은 유망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구멍이었던 지명타자 자리는 FA로 영입한 빌리 버틀러가 맡게 될 예정이다. 이론적으로 봤을 때 저예산 팀은 고정적인 지명타자를 영입하는 것보다 여러 선수를 번갈아 기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지명타자로 나선 오클랜드 타자들은 .237 .311 .339(타/출/장)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시즌 성적 .223 .290 .290(타/출/장)의 알베르토 카야스포가 지명타자로 출장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버틀러가 'Steamer 성적 예상'대로 .273/.344/.412 정도만 쳐준다면 커다란 전력상승 요인이 될 것이다.
# 3. 빌리 빈
'머니볼'로 널리 알려진 것처럼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은 메이저리그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FIVE THIRTY EIGHT>의 필진 벤자민 모리스는 빌리 빈이 부임한 이래로 오클랜드는 선수단 총연봉에 따른 기대값보다 180.2승을 더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때 평균적인 팀에 비해 13억 8000만 달러(1조 5318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절약하면서도 54.8%의 승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벤자민 모리스는 이런 빌리 빈을 가리켜 빌리언(10억) 달러 빌리 빈이라고 말했다. 물론 약간의 논리적인 비약이 포함됐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빌리 빈은 저평가된 팀 전력으로 이변을 일으키곤 했다.
머니볼이 탄생한 20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지금 오클랜드 선수 구성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12시즌을 닮아있다.
2012시즌 개막전 당시 세스페데스는 쿠바에서 이제 막 탈출한 신인 선수였다. 브랜든 모스는 2010~2011년 22경기에 나서 32타수 4안타 0홈런을 기록한 소위 '망해가는 유망주'였다. 조시 도널드슨은 26세의 마이너리그 포수 중 하나에 불과했다. 보스턴에서 영입한 조시 레딕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선수들이 예상 밖의 성적을 거두며 94승을 이끌어냈다.
선발 투수진도 그랬다. 바톨로 콜론, 브랜든 매카시를 제외하면 2012시즌 이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40이닝 이상을 던져본 선수가 없었다. 하지만 제로드 파커, 토미 밀론, A.J. 그리핀을 비롯한 젊은 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면서 오클랜드는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2위(3.50)를 기록했다.
2015시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로저스 센터의 인조 잔디에서 벗어난 브렛 로리가 부상 없이 많은 경기에 출장하면서 조시 도널드슨과 비슷한 WAR을 기록할 수도 있다. 실제로 로리는 162경기로 환산시 5.4에 이르는 fWAR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레이브먼이 15승을 거두고, 세미언이 15홈런을 칠 수도 있다.
지난 몇 건의 인터뷰로 밝혀졌듯이 빌리 빈은 애초부터 리빌딩 계획이 없었다. 그의 목표는 처음부터 트레이드를 통해 좀 더 젊고 저렴한 선수들로 2014시즌과 비슷한 전력을 구축하려는 데 있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이루어졌다.
2015시즌 오클랜드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릴만한 충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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