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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D의 몰락과 재기가 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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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A-ROD의 몰락과 재기가 주는 메시지 [베이스볼 Lab.] '약물'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몰락은 야구 역사상 가장 슬픈 이야기 중 하나였다. 그러나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극적으로 부활했다. 정규시즌이 시작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게 보인다.
로드리게스는 4월 27일(한국 시각) 열린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시즌 5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통산 659호 홈런이다. 이제 메이저리그 역대 4위(윌리 메이스) 기록까지 단 1개의 홈런이 남았다. 남은 시즌 동안 1개의 홈런만 기록한다면, 로드리게스는 600만 달러(64억 4880만 원)의 보너스를 양키스로부터 받게 된다.
뉴욕 양키스의 단장 브라이언 캐시먼과 뉴욕 양키스의 팬들이 그토록 주기 싫어했던 600만 달러를 받기까지 '롸동자(로드리게스와 노동자의 합성어)'는 영광과 치욕이라는 단어로 점철된 길을 걸어왔다.
스테로이드 복용이 발각되고 양키스의 한 관계자가 "이제부터 그는 경기만 뛰고 급료만 받으면 되는 노동자일 뿐이다"라고 말한 후부터, 대부분의 국내 메이저리그팬들은 그를 본명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보다 '롸동자'라고 불러왔다. 2009년부터 무려 5년이 지난 이야기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지만, 그도 소위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드래프트 당시부터 역대 최고의 타격 재능으로 꼽혔고, 드래프트 전체 1위로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단 2년 만에 마이너리그를 제패하고 시애틀 매리너스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를 굳히자마자 MVP 투표 2위에 올랐고, 아메리칸리그 유격수 실버 슬러거를 수상했다. 1998년에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2명밖에 없었던 4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데릭 지터, 노마 가르시아파라와 함께 '유격수 빅3'로 불렸으나 최고의 선수가 알렉스 로드리게스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다.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2000년, 로드리게스는 10년 2억5200만 달러라는 초특급 규모의 계약을 받으며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했다. 2001년부터 3년 연속 홈런왕(52,57,47)을 달성한 후 뉴욕 양키스로 자리를 옮겼다. 2007년 54개의 홈런을 친 후 옵트아웃을 선언했고 10년 2억 7500만 달러의 계약을 받아냈다. 역대 그 어떤 선수도 누리지 못한 영광의 시절이었다. 적어도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그랬다. 이 기간 동안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12차례의 올스타, 3차례의 아메리칸리그 MVP, 골드글러브 2차례, 실버슬러거 10차례, 유격수로서 5차례의 홈런 1위를 수상했다.
하지만 영광스럽기만 했던 '로열 로드'에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2008년 마돈나와의 불륜이 폭로되면서 부인과의 이혼소송이 있었던 것이 시초였다. 2009년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 로드리게스의 주변에서 여러 사건이 터졌다. 양키스의 전 감독 조 토레의 자서전에는 로드리게스가 거만하고 감독을 우습게 본다고 적혀있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2003년 비밀리에 실시한 도핑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104명의 선수 중 한 명이 로드리게스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로드리게스는 <ESPN>과의 인터뷰에서 "텍사스에 있던 시절 근육강화제를 복용했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정규시즌 가까스로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했고, 타율 .365 6홈런 18타점으로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첫 번째 약물 적발 사실이 알려진 직후의 여론은 생각보다 호의적인 편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2013년 1월 바이오제네시스 스캔들에 연루됐다. 스테로이드 사용을 시인한 후에도 '은밀한 복용'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로드리게스는 계속해서 싸울 의향이 있다고 말해왔지만, 공청회에서 증언하는 것만큼은 계속해서 거절했다. 법정 선서가 없는 증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증언하지 않음으로써 역설적으로 자신의 약물 복용 사실을 실토해버리고 말았다. 이로써 야구 실력과 외모, 그 밖의 모든 것을 가졌던 로드리게스는 완전히 몰락했다.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그에게 162경기 정지 처분을 내렸다. 변호를 맡았던 데이비드 콘웰의 법무법인에 역으로 고소를 당했다. 고의적으로 변호사 수임료 지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막음을 위해 사촌 형 유리 수카트에게 100만 달러를 지급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고등학교 시절의 팀 동료는 로드리게스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약물을 복용했다는 인터뷰를 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게 해주었던 에이전트도, 팀 동료도 모두 그를 등졌다.
로드리게스는 철저히 혼자가 된 것이다. 간간이 로드리게스의 이름이 나올 때면 기다리고 있다는 듯 조리돌림이 이어졌다. 몰락한 영웅은 결국 구단을 찾아 사과하려고 했지만, 양키스는 이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보통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법이다. 로드리게스는 구단을 원망하고, 부진하고, 끝내 재기에 실패해서 좌절 속에서 은퇴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로 보였다. 혹여 마지막 남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남은 연봉을 포기하고 은퇴하는 일도 있을법했다. 양키스 구단으로서는 그러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드리게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양키스는 스프링캠프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보다는 팬들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스는 팬들에게 사과하는 자필편지로 답했다.
양키스는 겨우내 1루, 3루, 지명 자리를 보강했다. 마치 로드리게스가 돌아올 자리는 없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7일 현재 로드리게스는 .267/.405/.583(타/출/장) 5홈런 13타점으로 양키스 타선을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팬들의 반응은 어떨까. 놀랍게도 지난 1년간 그를 비난하던 팬 중 상당수는 태도를 바꿔 로드리게스의 별명인 에이로드(A-ROD)를 연호하며 응원하고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들이 데이비드 오티즈를 응원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이를 통해 선수가 잘하면 관중들은 환호한다는 것, 약물 복용 사실은 인기에 있어서 그렇게까지 치명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약물을 끊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모든 것을 갖고 있었던 영웅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약물을 복용했고, 비난을 극복하기 위해 약물을 끊지 못했다.
얼마 전 도미니카의 두 투수 어빈 산타나와 헨리 메히아가 약물 복용이 적발돼 80경기 출장 정지를 받았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무모한 시도'가 적발된 대가이다. 로드리게스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두 투수가 돌아와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비난은 줄어들 것이다. 이를 위해 어빈 산타나와 헨리 메히아는 다시 한번 약물을 사용할지도 모른다.
로드리게스의 몰락과 재기는 미첼 리포트 파동,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이라는 커다란 사건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스포츠계에 약물복용자들이 만연해 있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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