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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SLBM 시험발사, '先핵폐기론' 비웃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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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SLBM 시험발사, '先핵폐기론' 비웃기? [정욱식 칼럼]군사적 대응 역효과 확인, 협상 나서야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수중발사 시험했다. 5월 8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시된 이 시험은 탄도미사일의 비행 시험이 아니라 잠수함에서 미사일이 정상적으로 발사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사출시험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9일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발기와 세심한 지도 속에 개발완성된 우리 식의 위력한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발사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실험 지역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신포 인근 해역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신포에는 북한의 마양도 잠수함 기지가 있으며, 지난 2월에는 신포 해안에서 수직발사관 사출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북한 노동신문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며 공개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수중 시험 발사 보도를 한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이 모스크바 대신 신포에 간 이유

김정은 위원장은 시험 직후 "우리 식의 공격형 잠수함에서 탄도탄을 발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인공지구위성을 쏘아올린 것에 못지않은 경이적인 성과"라며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드리는 훌륭한 선물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략잠수함 탄도탄이 생산에 들어가고 가까운 시일에 실전배치되면 적대세력들의 뒷잔등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탄을 매달아 놓는 것으로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김정은의 발언을 통해 세 가지를 짚어볼 수 있다. 하나는 SLBM이 부친인 김정일의 인공위성 개발 업적에 버금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을 과시하려는 시도이다. 또 하나는 북한이 앞으로는 "핵 억제력 강화" 분야에서 SLBM에 상당한 비중을 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끝으로는 김정은이 러시아의 전승 70주년 기념일 참석 대신에 SLBM 발사를 참관했다는 정치외교적 의미이다. 김정은이 이 시험을 참관하기 위해 모스크바 방문을 취소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러시아가 북한에게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을 요구하자 김정은이 방러 계획을 철회했다는 일본 <지지통신>의 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결국 김정은은 블라디미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구를 SLBM 발사로 응수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 2차 공격 능력 확보 눈앞에?

북한은 올해 들어 지상과 수중에서의 사출시험을 통해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초보적인 능력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탄도미사일 개발 능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SLBM 자체를 제조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잠수함이다. 이번에 동원된 신형 잠수함은 2000톤 급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정도로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운영하는 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향후 3000톤 급 이상의 디젤 잠수함 개발에 나설 공산이 커 보인다. 이에 더해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북한이 실전 운용이 가능한 SLBM을 보유하게 된다면, 그 파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북한으로서는 핵 억제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2차 공격 능력 확보에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핵 억제력 강화"를 내세워온 북한으로서도 SLBM이 가장 탐나는 방식일 것이다. 영토가 좁고 한미일의 정보망에 상시 노출되어 있는 처지를 고려할 때, 더더욱 그러하다. 다른 핵보유국들도 SLBM을 가장 효과적인 억제 수단으로 삼아왔다. 이에 따라 북한이 SLBM을 갖게 되면 외교적, 군사적 자신감도 배가될 것이다. 이는 위에서 소개한 김정은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을 위해 '킬 체인'과 미사일방어체제(MD) 등으로 이뤄진 한미동맹의 '맞춤형 봉쇄'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바다 속에서 발사되는 SLBM은 탐지·추적이 대단히 어려워 선제공격을 통해 파괴하거나 MD로 요격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한반도의 군비경쟁 양상을 보면, 한미동맹이 이른바 '맞춤형 억제'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을 무력화하려고 하면, 북한은 다른 방식을 통해 이를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작년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 신형 방사포 및 저고도 미사일 발사 훈련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북한의 SLBM 개발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들 무기는 상대방의 선제공격과 MD에 대응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들이다. 이러한 현실은 한미 양국이 협상은 외면하고 군사적 대응에 치중해온 방식이 역효과만 내고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시켜준다.

이제 한미 양국은 '선 핵폐기론'과 '전략적 인내'가 얼마나 자해적인 정책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조속히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물질이 더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북한의 추가적인 핵물질 생산을 동결시키면, SLBM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그 결과 북한이 이러한 전략 무기를 생산할 동기도 위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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