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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1심 판결문, 꼼꼼히 읽어보면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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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희연 1심 판결문, 꼼꼼히 읽어보면 무죄다!" [기고] 사회 교사가 읽은 조희연 판결문
나는 중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사회를 가르치는 교사다. 비록 사회 교과서에 사법 제도와 법치주의 등이 나와 있지만, 나는 그저 아이들에게 그걸 학교에서 가르치고만 싶을 뿐이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곽노현, 조희연 서울의 두 진보 교육감이 모두 송사를 겪게 되는 바람에 교과서 밖으로 나와 재판 참관도 하고 판결문도 읽어봐야 하는 씁쓸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사회 교사로서 생생한 현장 교육을 받게 된 걸 고마워해야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이 누구의 책임인지는 나중에 물을 일이다. 단지 지금 나는 서울 교육의 일원으로서 이 재판으로 서울 교육이 그 뿌리에서부터 송두리째 흔들리는 불행한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지성으로 바라면 정말 이루어지는 걸까? 이런 마음으로 조희연 교육감의 1심 판결문을 보던 나는 그에게 당선 무효형을 내린 판결문이 오히려 그의 무죄를 입증하는 근거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희연 교육감 1심 판결문에서 드러난 무죄 근거를 여기서 살펴보고자 한다.

1. 1심 재판부는 조희연이 하지 않은 발언을 근거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조희연 1심 재판의 범죄 사실 여부 심리의 핵심은 '사실 vs. 의견'을 가르고, 이때의 사실이 허위 사실에 해당하는가를 밝히는 것이었다. 조희연이 '고승덕의 두 자녀는 물론 본인도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고승덕은 서울 교육감 후보 자격이 없다'고 기자 회견에서 밝혔다면 그건 명백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이다. 그러나 조희연이 실제 기자 회견에서 한 말은 '다수의 제보에 따르면, 고승덕의 두 자녀는 물론 본인도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이 있으니 이에 대해 해명을 하라,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고승덕은 서울 교육감 후보 자격이 없다'였다. 전자에서 '사실=고승덕의 두 자녀는 물론 본인도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 의견=고승덕은 서울교육감 후보 자격이 없다'이며, 후자에서 '사실=다수의 제보에 따르면 고승덕의 두 자녀는 물론 본인도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 의견=의혹이 사실이라면 고승덕은 서울 교육감 후보 자격이 없다'이다.

두 개는 그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해 보이지만, 실은 큰 차이가 있다. 무엇을 사실로 볼 것인가가 허위 사실을 유포했는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아주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에 엄격하게 구분해 보아야 한다. 전자에서는 고승덕과 두 자녀가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후자에서는 그런 의혹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판결문 21쪽에서 '피고인이 공표한 허위 사실은 교육감 후보자인 고승덕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했는지 여부로서…'라고 명시한 것에서 보듯이 1심 재판부는 의혹이 있다고 얘기한 조희연이 영주권이 있다고 얘기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영주권을 가졌다는 건 허위 사실이지만 그런 의혹이 있다는 건 최경영의 트윗과 2000 건이 넘는 리트윗으로까지 확대된 실제 상황을 그대로 얘기한 것이며 허위 사실이 아닌 명백한 사실이다. 1심 재판부는 엄청난 혼란에 빠져 판결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조희연은 자기가 하지도 않은 말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범죄자가 되었다.

2. 1심 재판부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은 일에 당선 무효형을 내렸다

판결문 21쪽에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이 고승덕의 지지율에 나쁜 영향을 준 것은 인정되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고승덕이 낙선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거법의 입법 취지는 선거 과정의 행위로 인해 유권자의 민의가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함에 있다. 그런데 선거 과정의 어떤 행위로 인해 유권자의 민의가 왜곡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도 그 행위를 이유로 유권자들에 의해 당선된 선출직의 직을 박탈하는 판결을 내리는 것은 잘못된 판결이며 선거법의 취지를 근본에서부터 부정하는 행위다. 민의를 지키라는 사명을 받은 재판부가 오히려 민의를 훼손하는 셈이 아닌가? 또한 선거 재판에서 범죄 사실의 판단 근거는 선거 운동 과정의 후보자에 대한 지지율이 아니라 당락을 결정한 득표율이다.

이 점에서 조희연의 의혹 해명 요구가 고승덕의 지지율에 나쁜 영향을 주었는지 직접 조사된 바도 없지만, 설사 그랬다 하더라도 득표율이 아니라 지지율에 영향을 준 행위는 선거법상 범죄 성립 사유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선거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선거법의 입법 취지와는 무관한 자의적 판결에 불과하다. 더구나 조희연의 의혹 해명 요구는 5월 25일 기자 회견에서부터 5월 27일 고승덕의 여권 사본 제시까지 단 3일 만에 영주권 없음으로 의혹이 밝혀지면서 끝났다. 이러한 전개 과정은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이라는 점에서는 고승덕이 아니라 오히려 조희연에게 더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더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3. 조희연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사실 확인은 고승덕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판결문 3쪽에서 "고승덕이 2003년 무렵 출간한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라는 책에 (…) 고승덕이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러한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 기자 회견문을 작성한 뒤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13쪽에서 "구체적 사실이 진실한지를 확인하는 일이 시간적‚ 물리적으로 사회 통념상 가능하였다고 인정되고"라고 명시하여 영주권 보유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을 조희연의 범의로 규정하고 있거나 최소한 중대한 오류로 해석하였다. 의혹 해명을 해야 할 당사자가 쓴 책이 객관적 해명 자료가 될 수 없음은 상식적인 것이다.

더구나 선거 당시인 2014년에 발간된 개정판 고승덕 자서전 <꿈!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에는 2003년 판에는 있던 "영주권을 신청한 적이 없다"는 문장이 빠져 있다. 따라서 그나마 사실 확인 자료라고 재판부에서 지적한 고승덕 자서전조차 영주권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킬 자료이지 의혹을 해명해주는 자료가 될 수 없다. 영주권 보유 여부는 당사자가 객관적 자료로 밝히지 않고 제3자가 사실을 확인하려면 공적 기관인 검찰조차 몇 달이 걸려서야 확인할 수밖에 없는 일이란 것이 재판 과정에서 증명되었다.

그런데 제3자 아닌 당사자는 비자가 찍힌 여권 제시만으로도 사실 여부를 금방 확인해줄 수 있는 일이고 또 당시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었다. 그러니 공적 기관도 아니고 당사자도 아닌 조희연으로서는 사실 확인을 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 고승덕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1심 재판부가 조희연에게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명백한 오류다. 또한 본인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이 '시간적‚ 물리적으로 사회 통념상 가능한' 일이 아니라 '재판부의 주관적 관점상 가능한' 일이라고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이런 잘못된 판단을 조희연의 범의의 근거로 보고 유죄 판결을 한 것 역시 재판부의 실수거나 오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 1심 재판부는 똑같은 행위를 한 최경영과 조희연의 행위를 달리 보고 있다

1심 판결문의 곳곳에는 최경영의 행위를 법적으로 범죄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단순 의혹 제기'라고 밝히고 있다. 최경영의 트읫 발언과 조희연의 기자 회견 발언을 비교해 보자. 최경영은 트윗에서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나선 고승덕 후보는 자녀들을 어디서 교육시키셨나요? 한국에서 공부를 시키지 않으셨다면 왜 그러신 건가요? 본인 역시 미국 영주권을 갖고 계시지요? 정말 한국의 교육을 걱정하고 계십니까? 걱정할 만큼 잘 알고 계십니까? 궁금합니다." (2014년 5월 23일 오후 7시 39분 현재 리트윗 2119건 최경영 트위터 계정)라고 말했고, 1심 재판부는 이 발언을 '단순 의혹제기에 불과한 위와 같은 최경영의 글'이라고 규정하였다.

"제보에 따르면, 고 후보는 두 자녀를 미국에서 공부시켜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 후보 자신 또한 미국에서 근무할 때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였다는 것입니다. (…) 고 후보는 그 자신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고 후보는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 1. 고승덕 후보는 자신의 미국 영주권 보유 문제와, 두 자녀의 미국 영주권 보유 문제에 대해 사실대로 밝히라 (…)"

이것이 조희연 기자 회견의 내용이다. 최경영은 궁금하니 답을 달라 요청하였고, 조희연은 의혹이 있으니 밝혀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렇다면 최경영의 행위가 단순 의혹 제기에 불과한 것이듯이, 조희연의 행위 역시 단순 의혹 제기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최경영을 허위 사실 공표죄로 보지 않았듯이 조희연도 허위 사실 공표죄로 보지 않아야 한다.

판결문 12쪽에서는 '두 자녀를 미국에서 공부시켜', '고 후보 자신 또한 미국에서 근무할 때'를 기자 회견문에 추가한 것이 대단한 악의를 가진 듯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표현이 없는 사실을 덧붙인 거라면 악의적 의도가 있다고 볼 근거가 되지만 객관적으로 명백한 사실이며 이것들이 추가되었다고 해서 최경영의 트윗 내용과 질적으로 다른 얘기로 바뀐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두 표현이 추가되었다고 최경영과 조희연의 행위를 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로 삼는 것 또한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5. 1심 재판부는 조희연의 객관적 소명 자료 요구가 '부당하다'는 판단을 조희연 유죄 판결 근거로 삼았다
1심 판결문 18쪽에서 재판부는 '미국 영주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고승덕에게 객관적 소명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명시하였다. 의혹을 받는 이에게 객관적 소명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 정당한, 아니 정상적인 판단인가? 의혹을 받는 이에게 객관적인 소명 자료를 요구하지 않으면 도대체 무엇을 요구한단 말인가? 더구나 재판부는 1심 판결문 21쪽에서 '피고인이 영주권 보유 여부는 공적 사항으로 청문 절차를 거치지 않는 선출직의 경우 선거 과정에서의 적격 검증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상대방 후보자인 고승덕에게 객관적인 소명 자료를 요구한 것이어서 그 경위를 참작할 점이 있다'라고 쓰고 있다. 결국 1심 재판부는 스스로 고승덕에 대한 객관적 소명 자료 요구가 부당하다는 자신의 판단이 부당한 것임을 고백하고 있다.

이상에서 1심 판결문 안에서 사실상 스스로 밝히고 있는 조희연의 무죄 근거들을 살펴보았다. 조희연 사건은 형평성을 잃은 기소권 행사도 문제고 선거 과정에서의 적격 검증을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선거법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250조 2항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와 별개로 현행법을 그대로 인정한다 해도 법 적용과 해석상의 오류로 인해 잘못된 판결이 내려진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법 전문가가 아닌 일개 사회 교사의 분석이라 오류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얼마만한 것인지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판단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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