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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마피아'가 고리 1호기 포기한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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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핵 마피아'가 고리 1호기 포기한 진짜 이유는? [초록發光] 고리 1호기 폐쇄의 의미
핵 발전 정책의 변화인가

고리 1호기를 '영구 정지'하기로 사실상 결정되었다. 1978년부터 가동을 시작하면서, 한국이 핵 발전 국가로 가는 첫 문을 연 것이 고리 1호기였다.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더욱 논쟁적인 대상이 되어 왔다. 따라서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은 핵 정책의 전환이라도 된 듯, 극적인 느낌마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고리 1호기 가동 이후 현재 한국은 23개의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뿐만 아니라, 2기의 핵발전소는 준공 단계에 들어서 있다. 최근 발표된 제7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회을 보면, 2029년까지 13기의 핵발전소를 더 건설할 예정이다. 지속되고 있는 핵 발전 확대 정책의 큰 흐름에 비춰볼 때, 고리 1호기의 폐쇄는 아주 작은 '해프닝'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한국은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독일처럼 핵발전소를 전면 폐쇄하거나 프랑스처럼 줄여나가는 세계적인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한차례 연장한 월성 1호기의 수명까지 재연장했을 뿐만 아니라, 신규 핵발전소를 더 짓겠다고 계획하고 있으니 더 할 말이 없다. 한국은 핵 발전에 중독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의 의미는 미묘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핵산업계는 2007년에 1차적으로 수명을 연장한 것은 물론이고, 다시 10년을 더 연장하더라도 안전성은 문제없다고 강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재연장 신청만 하면 받아줄 태세였다.

고리 1호기는 한국에서 처음 건설·가동되었으며 지금까지 고장 횟수도 가장 많았기 때문에 노후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대단히 높았다. 당장이라도 가동을 중지하라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었다. 전국의 시민들은 재수명 연장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그 여론에 밀려 부산의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폐쇄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마지못해 이를 수용한 것이다.

시민들의 승리! 그러나 일시적인…

부산반핵시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을 두고 "핵을 둘러싼 이익 집단에 저항하고 대안을 찾아왔던 시민들의 성과"라고 평가하였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리고 고리 1호기 폐쇄를 요구해온 전국의 시민들, 특히 부산 시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정부가 "원자력 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고리 1호기를 영구 정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언한 것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결정이 한국 정부의 핵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시민들의 승리이기는 하지만, 불안하고 일시적인 승리인 것이다.

제7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 초안에서 원전 13기를 더 짓겠다는 구상을 밝혔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냉정히 말하자면, 고리 1호기 내주고 영덕과 삼척의 신규 핵발전소를 취하겠다는 양상이다.

녹색당이 '환영'이라는 표현을 아끼면서, 고리 1호기가 탈핵을 위한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 결정은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으로 그리고 영덕 그리고 삼척의 신규 핵발전소 계획 백지화로 이어져야 한다. 6월 18일에 예정된 제7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 공청회가 예정되어 있다. 핵발전소의 꼬리뿐만 아니라 머리와 몸통도 함께 잡아야 할 일이다.

ⓒ연합뉴스

폐로 작업까지 부실화되지 않을까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은 미처 챙기지 못하고 있었던 여러 가지 복잡한 쟁점들을 (재)점화시킬 것이다. 한국에서는 짓기만 했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해체하는 것은 처음 해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폐로 작업의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우선 정부의 폐로 비용 산정부터 회의적이다. 정부는 폐로 비용을 6000억 원 정도로 산정하고 있지만, 일본의 사례에 비춰 봤을 때 충분하다고 자신할 수 없다.

첫 번째로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일본 도카이 1호기의 폐로 비용은 8000억 원 정도로 산정되었다. 그리고 첫 작업이 시작된 지 14년이 지나서도 핵심 시설인 원자로의 해체는 시작조차 못했다. 그 비용이 얼마나 늘어날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고리 1호기는 도카이 1호기의 용량(16.6메가와트)보다 3.5배나 크다.

정부가 핵 발전의 비용을 싸게 보이기 위해서 폐로 비용을 가능한 낮게 산정했을지라도, 이제부터는 정말로 제대로 산정해서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핵 발전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는 '핵 마피아'들이 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폐로 작업마저 부실화되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원자로 해체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둘째,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의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최근의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고준위 폐기물의 처리장 건설 방침을 놓고 논란이 많다. 결정적으로 사용 후 핵연료의 최대 규모를 결정하게 될 신규 핵발전소 건설 여부에 대해서 검토와 판단 없이 이루어진 탓이다.

그러나 이 문제와 별개로 핵발전소 해체 과정에서 나오는 많은 양의 중·저준위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경주의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만으로 과연 고리 1호기 그리고 향후 15년간 수명이 완료되는 11기의 해체 과정에서 나올 중·저준위 폐기물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이외에 새로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에 따라서 정부와 지역사회와의 갈등은 재현될 수밖에 없다. 아득하다.

고리 1호기 폐쇄, 밀양 송전탑 근거 사라져

셋째, 밀양을 지나는 초고압 송전탑 건설이 꼭 필요했었던 것인지, 정당성 문제를 다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완공되어 시험 가동까지 마쳤지만, 그 765킬로볼트 송전탑 건설의 필요성을 강변할 수 있었던 것은 고리 1호기를 폐쇄하지 않고 한차례 수명 연장을 더 한다는 전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고리 1호기를 폐쇄하기로 했기 때문에 송전탑 건설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촌로와 그들의 연대자에게 가해졌던 엄청난 국가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마저 없어진 상태가 된 것이다. 또 초고압 송전탑에 과잉 투자하여 결국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낭비한 셈이 된다. 이러한 문제의 책임을 명확히 따져 물어야 할 일이다.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은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그 의미는 제한적이고 아직 불분명하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시스템을 위한 전환을 향한 긴 여정에서 이제 겨우 첫 발을 내디딘 것뿐이다.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을 마음 놓고 환영하지 못하는 내 인색함이 부끄럽다고 생각도 되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우리는 불안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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