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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최고의 '투수 강타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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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최고의 '투수 강타자'는? [베이스볼 Lab.] 타자보다 더 잘 치는 투수들

어제(한국시간 8월 17일) 메이저리그 경기에서는 매디슨 범가너, 잭 그레인키 등의 에이스들이 승리를 자축하는 홈런포를 쏘아올리는 모습들이 있었다. 지명타자 없이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 경기에서 종종 나오는 이런 투수들의 기대 안 하는 홈런은 정말 내셔널리그를 보는 깨알같은 재미 중 하나이며, 야구의 의외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모든 투수들의 타석에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범가너나 그레인키만 하더라도 타격에 소질이 있는 투수들로 널리 알려져 있다. 범가너는 이미 통산 10호째 홈런을 쳐냈으며 작년 실버슬러거를 수상했고, 투구보다 타석에 서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그레인키는 2013년 3할 타율과 4할 출루율이라는 웬만한 야수보다 나은 타격 성적을 기록하면서 실버슬러거를 수상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이 투수들은 어떻게 그렇게 뛰어난 ‘부업’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또 범가너와 그레인키 외에 최고의 투수 강타자로는 누가 있을까?

▲모르고 보면 30홈런 타자 포스, 범가너 ⓒAP=연합뉴스


매디슨 범가너
올해 타격 성적: .245/.273/.491 4홈런
통산 타격 성적: .178/.218/.292 10홈런

좌완투수이지만 우타석에 들어서는 매디슨 범가너의 타격 성적은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2009~2013년 타격 성적 .138/.185/.192) 형편없었다. 그러나 작년 78타석에서 4개의 홈런을 치면서 타격에 눈을 뜬 범가너는 올해에도 벌써 4개의 홈런을 쳐내면서 통산 10홈런을 달성했다. 작은 샘플사이즈이며, 직접 비교는 어디까지나 장난으로 해 보는 것이지만 올해 14타석마다 한 번씩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는 무지막지한 범가너는 매 14.9타석마다 홈런을 하나씩 치는 마이크 트라웃보다 홈런 페이스가 좋다.

올해도 실버슬러거 수상이 유력한 범가너는 학생때부터 타격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07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드래프트 전체 10번째 픽을 범가너에게 행사하기 전, 범가너는 고등학교 대회인 4A 스테이트 챔피언쉽에서 타율 .424, 11홈런 38타점을 기록하는 맹타를 휘두른 바 있다. 당시 범가너는 마운드에서도 86이닝을 던지면서 143개의 탈삼진을 잡아내고 1.0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잭 그레인키
올해 타격 성적: .226/.236/.358 2홈런
통산 타격 성적: .220/.264/.339 6홈런


류현진이 대활약을 펼치던 2013시즌 .328/.409/.379의 타격라인을 기록하면서 국내에까지 잘 치는 투수의 대명사로 알려진 잭 그레인키의 타격 실력도 꽤나 유명하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지 않는 아메리칸리그의 캔자스시티 로얄스에서 드래프트 된 덕에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데뷔 초창기 투수로서의 의욕을 잃고 방황하던 시절 야구방망이를 안고 잔 것은 유명한 일화다. 투수로 대성하고 난 뒤에도 "투수는 돈 벌기 위해 하는 것이고, 타격에 더 흥미를 가진다"는 인터뷰를 할 정도로 타격에 관심이 많다.

될성부를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그레인키의 타격 성적은 어릴때부터 환상적이었다. 고등학교 4년 내내 타율이 .444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으며, 통산 31개의 홈런과 144타점을 기록했던 것. 어린 시절 골프와 테니스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정도로 운동능력이 좋았던 그레인키는 고등학교 시절 유격수로 야구를 처음 시작했었다. 지금도 골드글러브급 수비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레인키의 수비 비결은 바로 유격수로 데뷔했던 덕. 만약 투수를 하지 않았더라도, 어쩌면 우리는 잭 그레인키의 이름을 알게 되었을지 모른다.


요바니 가야르도
올해 타격 성적: .500/.500/.500 0홈런
통산 타격 성적: .196/.222/.330 12홈런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뛰던 요바니 가야르도가 올 시즌을 앞두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심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현역 투수 중 통산 홈런 1위 자리에 올라있는 투수가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로 팀을 옮겨갔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크게 줄었고, 당연히 타격 연습도 이젠 과거처럼 하지 않겠지만 그 재능만은 어디로 가지 않는지 가야르도는 미국시간 4월 2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홈구장인 체이스필드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2타수 1안타의 활약을 펼쳤다. 가야르도는 작년에도 등판하지 않는 날에 대타로 나와 끝내기 안타를 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활약을 보인 적도 있었다.

▲현역 투수 최고의 강타자, 가야르도 ⓒAP=연합뉴스

지금은 은퇴한 카를로스 잠브라노 이후 최고의 타격 실력을 가진 투수로 꼽히는 가야르도 본인도 트레이드 이후 타석에 들어서지 못하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댈러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것을 사랑했었으며, 타격을 즐긴다. 타석에 자주 들어서지 못하는 것이 이번 트레이드의 아쉬운 점 중 하나지만, 인터리그가 있다.” 이런 말을 하기도 했었다.


트래비스 우드
올해 타격 성적: .111/.172/.111 0홈런
통산 타격 성적: .184/.208/.323 9홈런


어제 통산 10호째 홈런을 친 매디슨 범가너에 이어, 통산 10호 홈런을 향해 달려가는 투수로 시카고 컵스의 트래비스 우드가 있다. 우드의 장점(?)은 바로 꾸준함. 올해는 아직 홈런이 없지만 2010년 데뷔 이래 작년까지 매 시즌 1개 이상의 홈런을 쳐내면서 5년 연속 홈런을 쳐내고 있다. 우드는 2013년에는 제이크 피비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치기도 했으며, 올해 스프링트레이닝에서는 대타로 나와 홈런을 치고 바로 교체되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내셔널리그의 대표적인 타자 친화 구장 신시내티 레즈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뛰다가 역시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 중 하나인 시카고 컵스의 리글리 필드를 홈으로 사용한 덕에 피홈런도 상당한 편이지만, 홈런포를 쏘아올리는데 있어서는 조금 더 유리하다. 물론 본업은 어디까지나 투수이기에 결코 이익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말이다.


C.C 사바시아
올해 타격 성적: 타석에 들어선 적 없음
통산 타격 성적: .225/.232/.333 3홈런


성적만 놓고 봐서는 이 리스트에 오르기 초라하지만, 타격에 재능이 있는 투수로 사바시아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바시아는 과거 코리안특급 박찬호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낼 만큼 타격 솜씨가 뛰어나다. 그의 육중한 몸을 생각하면 믿기 힘든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바시아는 고등학교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야구, 농구, 미식축구에 모두 재능이 있는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진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당시 사바시아는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질 때 말고는 1루수, 좌익수로도 뛰었다. 고등학교 마지막 해에는 80타수 동안 타율 .563, 80타수에서 10개의 홈런을 쳐내는 괴력을 뽐내면서 전미의 유망주를 평가하는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고등학교 올-아메리칸 팀에 무려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오르기도 했었다. 아메리칸리그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드래프트 된 덕에 우리는 역대급 타격 재능을 가진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을 그다지 자주 볼 수 없었다. 사바시아 본인도 타석에 들어서는 것을 좋아했지만, 2008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의 반년 렌탈 시즌을 제외하고는 한 시즌도 10타석 이상 들어선 적이 없는 커리어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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