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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첩이 아닙니다"… 유우성, 2년 9개월 만에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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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첩이 아닙니다"… 유우성, 2년 9개월 만에 웃다 [현장] '간첩 조작극'으로 막 내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피고인 리우찌아강.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 말리던 나날들의 종지부를 찍는 데는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고인 유우성 씨가 29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2년 9개월 만에 간첩 혐의를 벗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9일 유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여권법·북한이탈주민보호법 위반, 사기 혐의만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29일 대법원 선고 후 기자들을 만난 유우성 씨. ⓒ프레시안(최형락)

유 씨는 북한 보위부 지령을 받고 탈북자 정보를 북한 보위부에 넘겼으며, 신분을 위장해 탈북자 정착지원금을 부당 수급하고 여권을 발급받아 행사한 혐의 등으로 2013년 2월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는 유 씨의 동생 유가려 씨가 합동신문센터에 있을 당시 '오빠는 남파 공작원'이라는 취지로 쓴 진술서인데, 대법원은 유가려 씨 진술서에 대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가려(유우성 여동생)가 국정원 수사관들로부터 조사를 받을 당시 실질적인 피의자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한 진술서, 자술서, 반성문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특히 유가려 씨의 진술은 장기간 '사실상 구금'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이뤄진 것이므로 무효라는 원심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결국 유가려에 대한 수사에서 국정원이 법적 재량권을 넘어섰으며,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침해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국정원의 합신센터 수사가 언제나 위법하다고 보는 취지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간첩죄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한 것과 달리, 여권법 위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위반, 사기 혐의 부분은 유죄로 인정,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2565만 원을 선고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증거 조작' 김모 국정원 과장, 징역 4년 확정

대법원은 이날 유 씨에 대한 간첩죄 무죄를 선고하는 한편, 이 사건의 증거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 등에 대해선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2013년 8월 1심 당시 증거 불충분으로 간첩죄 무죄 판결이 나오자, 즉각 항소한 뒤 유 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중국 대사관 측으로부터 기록이 위조됐다는 답변이 오면서 국가 기관의 간첩 조작 사실이 만천하에 밝혀졌고, 관련자들은 모해증거위조 및 모해증거위조 사용 등 혐의로 기소됐다.

담당 검사들은 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 인정돼 내부 징계에 그쳤으나, 김모 과장, 이모 처장, 권모 과장 등 국정원 직원들과 이인철 전 주선양총영사관은 혐의를 벗을 수 없었다. 이들은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 6개월,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6월 및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 및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후 2심에서 김모 과장은 위조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점 등을 인정받아 징역 4년형을 받았다. 김 과장은 △2013년 9월 허룽시 공안국 명의 출입경기록 △허룽시 공안국 명의 회신공문 △중국 출입국관리기관인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명의의 일사적답복(답변서) 및 거보재료(범죄신고서) △일사적답복·거보재료에 대한 이 영사 명의의 확인서 △연변조선족자치주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 및 공증서 등 총 5개의 문서위조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김 과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2심에서 모해증거 관련 혐의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모 처장은 벌금 1000만 원, 권 과장과 이 영사에게는 벌금 700만 원을 받았고, 이날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날 유 씨와 증거 조작 가담자들에 대한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간첩 조작 사건으로 비화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법정 공방은 2년 9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프레시안(최형락)

"간첩이 아니라고 수백 번을 얘기해왔다"

초조한 표정으로 선고를 기다리던 유 씨와 변호인단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지난 2년 9개월은 그저 무심하게 흘러간 시간이 아니었다. '우여곡절'이라는 말로도 다 담기 어려운 일들이 있었다.

유 씨는 "힘들었던 시간"이라며 그간의 심정을 토로했다.

"나는 간첩이 아니라고 수백 번을 얘기해도 들어주지 않고, 동생과의 대질 수사를 요구해도 하나도 들어주지 않고, 처음부터 모든 게 아니라고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3년간 재판을 이어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언론에서는 검찰에서 뿌린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처럼 얘기해서 힘들었습니다. 동생 유가려도 중앙합신센터에서 6개월 넘게 불법 상태로 구금하고 폭행 구금당했는데, 상고심에서 이를 인정하고 진실 밝혀진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간첩 조작 사건은 30~40년 전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일들입니다. 1‧2심에서 조작이라고 밝혀졌지만 누구로부터도 사과 한 마디를 듣지 못했습니다, 간첩 조작 피해자들을 대표해 정부 기관에서 앞으로 간첩 조작을 하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유우성 씨가 자신의 변호인이자 배우자인 김자연 변호사와 함께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유 씨와 3년에 걸친 법정 투쟁을 함께 한 양승봉, 김용민, 천낙붕, 김유정, 김진형, 김자연 등 변호인단은 이날도 역시 유 씨 곁에 섰다.

김용민 변호사는 "합신센터의 위법 수사, 불법 구금 등을 대법원도 인정한 것"이라며 "무죄를 받기까지 그 과정에서 드러난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위법에 대해선 차근차근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낙붕 변호사도 "유가려 씨가 입국한 게 3년 전 내일인 10월 30일이다. 그로부터 딱 만 3년 만에 무죄 확정을 받은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천 변호사는 "그동안 국가정보원과 중앙 검찰에 의해 탈북자가 기소되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날 판결은 탈북자들을 간첩으로 조작하는 공안 검찰의 불법을 막을 마지막 보루가 법원임을 새삼 깨닫게 하는 판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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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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