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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없는 대통령의 한중 FTA 데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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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없는 대통령의 한중 FTA 데드라인

[송기호의 인권 경제] 중국은 한중 FTA를 변칙처리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반드시 30일이라도 처리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에게 처리 시한까지 '교시'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맞지 않다. 특히 아시아 법치 모델국가라는 한국의 중대한 국가적 비전을 손상하는 일이다.


중국 모델과 미국 모델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지점에 선 한국의 국가 전략은 무엇인가? 나는 아시아 법치 모델국가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의 민주적 법치를 선도하여 한국이 아시아의 매력 국가가 되는 것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을 방도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한중 FTA에 대한 인식은 그러한 고민이 없다. 데드라인의 논리는 올해가 가기 전에 한중 FTA를 발효시켜 중국의 관세를 낮추고(1차 인하), 내년 1월 1일에 다시 얼른 2차년도 인하를 시키자는 것이 전부이다.

이 논리는 중국산 제품에 매기는 한국 관세가 없어지는 또 하나의 동전의 양면을 외면한 것일 뿐 아니라, 심각한 법치주의적 흠결이 있다.

모두 알다시피 중국은 아직 한중 FTA 발효 절차를 끝내지 않았다. 한중 FTA가 발효되려면 한국과 중국 두 나라가 모두 국내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한국의 국내 절차를 보면, 한국은 FTA 협정문을 통째로 국회에 보내어 비준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국내 절차를 밟는다. FTA 협정문 전부를 헌법상의 국회 동의가 필요한 '조약'으로 대우해 준다. 그러니 국회의 동의를 받아 FTA를 비준하면 FTA 협정문 자체가 '국내법'과 같은 지위를 갖는다. (헌법 6조)

그렇다면 중국은 어떤가?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다른 나라와 맺은 조약과 중요한 협정의 비준 또는 폐기를 결정한다"고 되어 있다. (67조 14호 중국어 원문은 '决定同外国缔结的条约和重要协定的批准和废除'이고 위 한글 번역은 대한민국 국회도서관 발간 <세계의 헌법>을 인용)

그러니까 중국이 한중 FTA를 처리하기 위한 전인대 상무위원회를 열고, 한중 FTA 비준을 결정하지 않는 한 아무리 한국이 박 대통령의 데드 라인에 맞추어 통과시켜도 한중 FTA는 발효되지 않는다.

현재 전인대 상무위원은 장더장 위원장을 포함하여 175명이다. 그리고 상무위원회를 소집하기 위하여서는 7일 전에 소집통지를 해야 한다. 현재 중국이 한중 FTA를 처리하기 위한 전인대 상무위 소집을 통지했다는 소식은 한국 정부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박 대통령이 말하는 이른바 한중 FTA 데드라인이라는 것은 딱 하나의 경우를 제외하면 실체가 전혀 없다.

그것은 무엇인가? 중국이 한중 FTA를 중국 헌법상의 조약이나 중요 협정으로 취급하지 않는 경우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중국은 한중 FTA의 발효를 국무원(정부)의 승인으로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헌법상 중국 국무원은 조약을 맺을 권한이 있을 뿐이다. (89조 9호 원문: 管理对外事务,同外国缔结条约和协定, 국회 번역: 대외사무를 관리하며 다른 나라와 조약 및 협정을 맺는다.)

한국은 한중 FTA를 중국 헌법상의 조약이나 주요 협정으로 처리하라고 중국에게 요구해야 한다. 만일 한국이 이를 포기했다면 이는 한국 법치주의의 심각한 좌절이다.

한국은 중국에게 한중 FTA를 중국 헌법에 따라 처리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국회에 최소한 중국도 한중 FTA를 처리하기 위한 전인대 상무위원의 소집 통지를 한 상태인지 알려 주어야 한다.

만일 중국은 한중 FTA를 헌법상 조약으로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면, 그 따위 문서를 한국은 헌법상 조약으로 대우하기 위하여 대통령까지 나서서 데드라인을 교시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한국 법치주의는 모델이 아니라 최소한 중국인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한중 FTA의 국회 통과를 강력히 요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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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도 먼 자유무역협정을 풀이하는 일에 아직 지치지 않았습니다. 경제에는 경제 논리가 작동하니까 인권은 경제의 출입구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뛰어 넘고 싶습니다. 남의 인권 경제가 북과 교류 협력하는 국제 통상 규범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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