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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암초' 만난 박원순·이재명의 청년정책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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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암초' 만난 박원순·이재명의 청년정책 대해부

[청년, 청년 배당을 말하다 ⑦] 서울과 성남 청년정책 비교해보니…

"저 취업 포기한다구요!"

그 순간 부모는 입이 떡 벌어졌다. 사학을 전공하던 대학시절부터 아르바이트 뛰어 모은 돈으로 군대 다녀오자마자 배낭여행을 다녀온 막내 아들. 취직할 생각은 없고 편의점에 대리운전에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는 아들이 답답해 "이제 아르바이트 그만하고 취직 준비에 매진하라"고 닥달하던 중 나온 아들의 '취업 포기' 선언이었다.

한창 방영 중인 김수현 작가의 새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의 한 장면이다. 극중 이순재-강부자 부부의 막내 손자 역으로 나오는 유세준(정해인 분)의 얘기다. 27세의 세준은 취업 대신 자신의 꿈을 말한다. 알바 뛰어 번 돈으로 다시 세계여행을 가고 블로그에 쓴 여행기를 모아 책도 쓰고, 그 돈으로 다시 여행을 다니면서 쌓은 노하우로 작은 여행사를 차리겠다는 세준의 말에 부모는 그저 기만 막힐 뿐이다.

▲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에서 알바를 전전하는 유세준(정해인 분)의 모습. ⓒSBS


'꿈도 좋지만 먹고 사는 일의 엄중함과 비루함을 아느냐' 다그치는 부모에게 세준은 철없게 보일 뿐이다. 그런데 만약 세준이 그 꿈을 이룰 때까지,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된다면 어떨까? 세준이 정말 여행사를 차려 안정된 수입을 얻을 때까지, 일정한 돈을 나라가 보장해 준다면?

그런 세상이 가능할까? 최근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입되고 있는 이른바 '청년 배당'은 그런 세상의 시작이 될 수 있을까?

이 시대 청년은 복지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전통적으로 복지는 약자를 위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아이와 노인, 장애우 등이 대표적이다. 한 인간의 생애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이 가능한 청년이 복지의 대상은 될 수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2013년 8.0%, 2014년 9.0%, 2015년 9.2%로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1월의 청년 실업률은 또 올라 9.5%였다. 1999년 통계 기준이 변경된 뒤 최고치를 매년 갱신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수치는 구직 활동을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 제외된 통계다.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실업률 통계에서조차 제외된 인원은 지난 1월 60만 명을 넘겼다.

설사 바늘 구멍을 뚫고 취업을 한다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청년 취업자 5명 가운데 1명은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렇다고 나머지 4명의 일자리가 '질 좋은 고임금'이냐면 물론 그것도 아니다. 8일 통계청이 내놓은 '가계동향'을 보면, 20~30대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제가 어려운 건 모든 세대에게 같은 조건이었지만, 소득이 줄어든 연령대는 20~30대 뿐이었다.

이런 상황은 청년이 어느덧 '약자'의 대열에 포함됐음을 의미한다. 청년을 보호해야 할 복지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자라기 시작한 배경이다. 성남시가 올해 시작한 청년 배당은 청년이 복지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지 논란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성남시의 청년 배당은 특정 연령(만24세) 청년에게 1년 간 100만 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지난 1월, 처음으로 대상자에게 12만5000원을 지급했다. 서울시도 청년활동지원사업, 이른바 청년 수당이라는 이름의 청년 대상 지원금 정책이 곧 공식 탄생을 앞두고 있다. 논란은 이미 거세다. 주로 새누리당과 정부 여당의 집중 포화가 쏟아진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시민이 낸 세금을 시장이 개인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 남용하는 포퓰리즘은 악마의 속삭임이자 달콤한 독약"이라 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이 또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된다. (일부 지자체장이) '우리가 좋은 일 하려는데 왜 중앙정부가 훼방 놓고 있냐'는 식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 자체가 포퓰리즘"이라고 전 국민 앞에서 말했다.

"청년복지는 악마의 속삭임? 청년이 기성 세대보다 많은 가능성을 지닌 사회는 끝났다"

폭격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동시에 쏟아졌지만, 사실 두 정책은 출생지부터가 다르다. 지원 대상은 청년으로 동일하지만, 근본적으로 결이 다른 정책이다. 성남시의 청년 배당이 소득에 관계 없이, 취업 여부에도 관계 없이, 해당 연령층에게 같은 금액이 지급되는 부분적 '기본 소득'의 개념이라면, 서울시의 청년 수당은 일부의 청년에게 지급되는 선별적 복지의 성격이 더 강하다.

보편 복지냐, 선별 복지냐를 둘러싼 논쟁은 2010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 본격화됐다. 당시 한나라당(현재의 새누리당)은 선별 복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2015년 청년 정책을 둘러싼 논란에서, 정부여당이 서울시의 선별 복지마저 '포퓰리즘'이라며 맹비난하는 것은 재밌는 대목이다.

이는 이들이 청년을 복지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눈 높이를 낮춰 어디서든 일하면 되지 않냐"는 논리다. 그러나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런 시각에 대해 <프레시안> 인터뷰를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기성 세대보다 새로운 세대가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사회는 끝났다"는 것이 이재명 시장이 말한 청년 복지의 필요성이다. (이재명 시장과의 인터뷰 전문 기사는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OECD 국가 가운데 청년에게 아무런 수당 안 주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지자체에서 추진한 보편적 청년 지원 정책이다. 이재명 시장의 선거 공약은 아니었다. 2014년 이 시장의 재선 이후 시장인수위 격이었던 시민행복위원회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성남시의 두 차례의 연구용역으로 이어졌고, 현재의 모양새가 갖춰져 공론화된 것이 지난해 여름 즈음이다.

▲성남시는 지난 1월 만 24세 청년 대상으로 첫 번째 청년 배당금을 지급했다. ⓒ연합뉴스

성남시는 이 정책이 '부분적 기본 소득'의 출발임을 강조한다. 청년배당 실행방안 연구를 맡았던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OECD 국가 가운데 청년에게 아무런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국가는 사실상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말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청년에 대한 다양한 복지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최장 25세까지 모든 어린이와 청년에게 20만 원 안팎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학생은 연 505만 원의 학생 수당을 받는다. 특정 연령에 한정된 성남시의 정책보다 훨씬 파격적이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청년에 대한 투자는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독일 경제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고, 청년의 경제적 기반이 든든해지면서 노인연금의 재원이 확대되는 등 기성 세대도 그 투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독일 뿐 아니라 호주에서도 학생지원법에 근거해 모든 청년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는 보편적 학생 지원제도가 시행 중이다. 16세에서 24세의 모든 청년이 독립여부나 결혼여부, 자녀 유무 등에 따라 차등적인 수당을 받는다. 스웨덴은 16세 이상 20세 미만 학생들에게 학업수당을, 20세 이상 학생들에게도 학생지원금을 지급한다. 노르웨이와 핀란드도 일정 연령이 되면 학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업을 시도조차 못하거나 중간에 포기하는 일은 최소한 없다는 얘기다.

강남훈 교수는 "청년배당은 지역의 공유자산으로부터 얻어지는 수익을 공동으로 향유할 권리가 청년들에게 있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며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실질적인 기회 균등 보장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기본 소득 보장'에 방점 찍힌 성남시 vs '비금전적 활동 지원' 강조하는 서울시

성남시의 청년 배당이 '기본 소득'의 보장 차원이라면, 서울시의 청년 정책은 사실 소득 보장 그 자체보다 활동 지원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서울시 청년 수당과 성남시 청년 배당이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굳이 비슷한 예를 들자면 성남시는 노인 기초연금이고 서울시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라고 말했다.

대상자에 비해 혜택을 받는 인원이 극소수이고, 금전적 지원보다 비금전적 지원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음은 서울시도 부인하지 않는다. 공개를 앞두고 있는 서울시의 최종 사업안을 보면,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에서 29세 사이의 청년 가운데 3000명이 우선 대상이 된다. 서울시는 올해 7월 경 참가자 공모를 통해 청년활동지원신청서를 제출 받아, 사회·경제적 여건을 정량화 해 대상자를 선발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면접 등을 통한 상대평가보다는 청년 개인의 의지를 키워주는 방식으로 선발 과정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상자가 선정되면 서울시는 이들에게 최대 6개월 동안 월 50만 원씩을 지급할 계획이다. 1인당 받는 돈의 금액만 놓고 보면 300만 원으로 성남시의 청년 배당 액을 뛰어 넘는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는 단순히 돈이 아니라 선정된 청년들에게 강의, 포럼, 활동 현장 참여, 커뮤니티 지원, 멘토링 등의 다양한 비금전적 지원을 쏟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현재 있는 모든 청년 정책을 뛰어넘는 정책으로 단순히 활동비 지원이 아닌 희망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성남시가 '성남사랑상품권'이라는 지역화폐로 배당금을 지급한 데 반해, 서울시는 청년미래카드로 지원금이 지급된다.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은 매달 개인별 활동결과를 등록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돈 50만 원을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6개월 프로젝트가 끝날 때, 해당 청년이 스스로 삶의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를 위해 서울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최대한으로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그런 점에서 정확히 말하자면 서울시의 정책 비교 대상은 성남시의 '청년 배당'이라기 보다는 고용노동부가 시행하고 있는 '취업성공패키지'라 할 수 있다. 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는 정부 지정 교육기관에서 직업훈련 혹은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지만, 서울시의 정책은 '자기 주도적' 활동을 서울시가 돕는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거침 없는 이재명 vs 자율 선호하는 박원순…좌초 위기는 어떻게 넘을까?

재밌는 것은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 관련 정책이 묘하게도 해당 지방정부 수장의 스타일을 닮았다는 것이다. 화끈하고 돌파력이 강하며 거침 없는 이재명 시장의 스타일과 섬세하고 다양성을 강조하며 자율적 활동을 좋아하는 박원순 시장의 스타일이 두 지방정부의 청년 정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는 자치 단체 정책 결정 과정의 특성이 반영된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프레시안


실제 최초 아이디어가 제기된 시점은 성남시가 2014년, 서울시가 2013년으로 서울시가 더 앞서지만, 서울시는 이제야 구체적인 추진안이 확정된 반면 성남시는 이미 1분기 지원금까지 다 줬다.
서로 다른 성격과 모양새로 추진되는 정책이긴 하지만, 시작부터 좌초 위기에 놓여 있는 건 똑같다. 서울시의 정책은 보건복지부가 소송을 걸어 놓은 상태고, 성남시의 정책은 경기도가 소송을 제기했다. 각각 다른 소송이지만, 핵심은 같은 소송이다. 복지부와 경기도가 소를 제기한 표면적인 이유는 서울시와 성남시가 사전 협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해당 정책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성남시도 각각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본안 판결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예산안 집행에 대한 가처분 결정은 이르면 3월 중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4.13 총선 전에 나올 것인지 여부가 관심사다. 대법원이 복지부와 경기도의 요구를 받아들여,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두 지방정부의 청년 정책은 일단 전면 중단이 불가피하다.

심지어 정부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협의 없이 복지사업을 추진할 경우 지방교부세를 깎을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도 개정했다. 중앙정부가 법전과 돈줄로 청년 정책의 목을 죄고 있는 셈이다. 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 것 같냐는 질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집권여당이 청년 정책을 중단시킬 수는 있어도 이미 심각해진 청년 문제를 중단시킬 수는 없다고 본다."

이 시대, 청년에게 복지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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