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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자원도 무기화하는 중국,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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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자원도 무기화하는 중국, 우리는?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나고야 의정서에 대비하는 중국

봄이 되니 산이나 들이나 길거리에 푸릇푸릇 풀들이 돋아나고 알록달록 꽃들이 피어나 봄을 맞는 이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한다. 누구나 봄이 되면 캐서 나물로 무쳐 먹고 약으로 다려 먹던 시절이 먼 과거가 아니다. 최근 생명유전자원 보존과 이용에 관한 국제사회의 열띤 논의 때문에 이들 하나하나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는 명분은 인간의 무분별한 자원의 이용을 막고 멸종하는 자원을 보호하여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풀 한 포기도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여 쓰자는 것이라, 세상이 점점 더 각박하고 복잡해지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쓰리다.

생물 유전 자원의 무기화 가능성

그렇다고 남의 일인 양 뒷짐만 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미 이에 대해 상당 부분 논의가 진행되어, 한 국가의 자연자원에 대해 그 국가가 주권적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 사회가 합의한 바 있다(생물 다양성 협약).

이에 한발 더 나아가 특정 자원의 이용 시, 자원의 원산지 국가와 이용국 간 이익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나고야 의정서). 즉, 비원산지 국가가 자원을 이용하여 경제적, 비경제적 이익을 얻을 경우 그 이익을 자원 원산지국에게 나누어주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나 중국은 생물 다양성 협약 가입국이나 나고야 의정서 가입국은 아니다. 하지만 가입을 준비 중에 있다. 국제적 흐름이었던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을 거스를 수 없었듯, 생물 유전 자원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그 이용에 대한 이익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도 거부할 수 없는 국제적 조류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쉽게 이러한 조류에 합류하는 것도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국가 내의 자연자원이 그 국가의 소유라 하지만,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이 자연환경이 비슷하여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자연 자원이 비슷한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진 생물 유전 자원을 최대한 확보 및 보호하고, 이를 국부 창출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것은 향후 우리의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과 어떻게 협력하고 경쟁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중국은 생물 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자원 부국으로 생물 다양성이 세계 8위이며 북반구에서는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매우 부러운 일일 수 있다. 동시에 그 풍부한 자원이 무기로써 우리나라를 위협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지난 2000년 중국이 감초 및 마황 등의 중약재에 대한 대(對) 일본 수출을 제한하자 일본 한방 제약 기업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은 사례가 있었다. 일본의 사례가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도 한의약의 원재료나 화장품의 원료 등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중국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에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할 경우 일본과 같이 우리나라 관련 기업이 금전적 손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며 무역 마찰로 인해 양국 간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물 유전 자원 및 전통 지식의 지식 재산권 강조하는 중국

중국은 현재 나고야 의정서 가입을 준비한다는 명목하에 생물 유전 자원의 개발과 보호를 위한 정책을 활발히 구상 중에 있다. 물론 아직 나고야 의정서를 이행할 수 있는 전문 입법은 제정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생물 유전 자원 획득과 이익 공유 관리 조례(生物遗传资源获取与惠利益分享管理条例)'의 초안이 이미 마련되어 이에 대한 입법이 추진 중에 있다. 더욱이 올해 3월에 발표된 법률 제, 개정 5개년 계획에 본 조례의 입법 계획이 포함되어 있어, 머지않아 나고야 의정서 이행을 위한 전문 입법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비록 나고야 의정서 이행에 관한 전문 입법은 없지만, 이에 대한 일관된 정책적 대응을 해 오고 있다. 중국은 나고야 의정서상의 생물 유전 자원이나 전통 지식에 대한 접근 및 이익 공유의 문제를 환경 관련 법률에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특허법(专利法)에서 다루고 있어 생물 유전 자원에 대한 지식 재산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2010년 특허법을 개정하고 생물 유전 자원에 대한 접근과 관리를 법률로써 규정하였다.

이러한 내부 정책 방향은 중국이 이미 체결한 FTA에서도 잘 들어나 있다. 중국은 이미 12개 국가와 FTA를 체결했는데 체결 대상국 중에는 호주(오스트레일리아), 노르웨이, 한국 등 생물 유전 자원 및 전통 지식의 보호를 중요시하는 국가가 포함되어 있다.

중국은 이미 체결한 FTA 협정문상 지식 재산권 챕터에서 생물 유전 자원, 전통 지식 그리고 민속 문화의 내용을 일관되게 포함시키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할 것이 이익 공유의 대상이 민속 문화에까지 확대되었다는 것과 생물 유전 자원과 관련된 전통 지식이 일반 전통 지식으로 범위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중국이 민속 문화를 포함시킨 것은 50개가 넘는 소수 민족의 민속 문화를 보호 및 관리하기 위함일 것이다. 또한 유구한 역사 속에서 일궈낸 풍부한 전통 지식을 법률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정책에 우리는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 한국의 전통 지식 및 민속 문화는 역사적으로 오랜 교류 속에서 형성되어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한국과 중국이 체결한 FTA에서도 전통 지식 및 민속 문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구분을 하고 있지 않아 FTA 이행에 있어 이에 대한 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전통 지식에 중국의 중약품종, 중약재 등이 포함될 경우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한국의 한약 및 한약재의 지식 재산권 소유 관계를 놓고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생물 유전 자원 및 전통 지식의 이익 공유 해법 중국과의 협업 필요

우리나라는 나고야 의정서 가입을 준비하는 사전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생물 유전 자원', '나고야 의정서', '이익 공유', '전통 지식' 등의 용어들이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더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인식제고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양국은 다방면에서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국제 사회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 마찰을 일으킬 경우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 따라서 국내적으로는 생물 유전 자원, 전통 지식 등의 보유 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조사하여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진행해야 할 것이다. 국외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중국의 정책 동향을 파악하고 양국이 협업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들의 과제다.

(윤성혜 교수는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법률연구소 연구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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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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