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비례 공천, 어떻게 이뤄졌고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의당은 일단 김 의원의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대한 조사도 피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11일 "진상조사단이 사실 확인을 하고 거기서 결론을 내면 신속하게 모두 밝히겠다"면서, 김 의원 공천 과정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전체 다 조사하고 투명하게 말씀드릴 것"이라고 답했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진상조사단장으로 임명된 이상돈 의원(전 중앙대 법대 교수)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13일 최고위에 조사단 인선 안(案)을 올리면서, 비례대표 공천 의혹도 조사 범위에 포함할지 의견을 물을 것"이라며 "안철수 대표의 의지에 따라 공천 의혹까지 조사할지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그러나 이날 최고위 회의 후 "일단 리베이트가 있었는지 확인한 뒤 (공천 과정 조사 여부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한 발을 뺐다. 손 대변인은 이 의원 외에 박주선 최고위원(국회 부의장)과 김경진, 김삼화 의원 등 법률가 출신으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고 밝히면서 "조사 범위는 1차적으로 선관위 고발 사건에 한정하고 그 이후 조사 범위 확대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언론과 당 내 일각에서 김 의원의 공천 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배경에는,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홍보업체 '브랜드호텔'을 이용해 국고 보조금 일부를 불법 정치 자금으로 조성하도록 도운 것이 일종의 공천 대가가 아니겠느냐는 의심이 자리잡고 있다.
총선 전 비례대표 명단을 발표할 당시부터 김 의원이 공천 명단에 포함된 데 대해 의구심이 제기돼온 것은 사실이다. 당 안팎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영환 국민의당 사무총장(총선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이 자신과 친분이 있던 김모 숙명여대 교수에게 총선 홍보와 관련해 도움을 청했고, 김 교수는 자신의 제자인 김 의원을 소개했다. 이후 안 대표는 3월초 숙명여대를 방문했을 때 김 의원과 처음 만났다. (☞관련 사이트 : )
김 의원은 당 선대위 홍보위원장으로 위촉돼 총선 업무를 했고, 같은달 23일 발표된 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전격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국민일보>에 따르면, 비례대표추천위원회 위원들조차 김 의원의 이름을 발표 후에야 들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당초 비례대표 후보 공천 신청을 하지도 않았고, 면접 등 심사도 받지 않았다. 천근아 연세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당 비례대표추천위원회가 당 지도부에 올린 추천 명단에도 김 의원의 이름은 없었다. 김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에 포함된 것은 안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결정한 '전략 공천'이었던 것.
특히 비례대표 명단을 최종 결정했던 당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김 의원이 널리 알려진 전문가도 아니고, 브랜드호텔이 허니버터칩 포장지 디자인을 하기는 했지만 유명 업체도 아닌데다 청년 고용 창출 등 사회 공헌 실적도 없다'며 반대 의견이 개진됐지만 김 의원은 결국 공천을 받았다고 한다. 안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선숙 당시 사무총장마저 김 의원의 부친이 과거 신한국당 비례대표(구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낸 사실을 뒤늦게 알고 재고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어떤 인물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할지, 어떤 순번에 배치할지는 전적으로 각 정당의 자율에 맡겨진 문제다. 사법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 것은 공천 대가로 돈을 주고받는 등의 범죄 혐의로 국한된다. 이와 관련해 검찰 조사에서 규명돼야 할 부분은 김 의원이 대표로 재직했던 브랜드호텔의 돈이 국민의당으로 흘러왔는지 여부다. (☞관련 기사 : 국민의당 vs. 선관위…리베이트 의혹 쟁점은?) 다만 비례대표추천위원회 등 당이 자체적으로 정한 공식 기구와 절차를 배제하고 당 내부의 공감대 없이 추진된 공천이라면 안 대표는 그 '정치적' 부담을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
한편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참신한 청년, 유명한 벤처 광고기획자, 이런 것으로 발탁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비례 후보 7번 선정에 대해서는, 당시 우리 국민의당이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봐서 5~6번까지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했기 때문에 실제로 그 후 번호(6번보다 뒷순번)를 제시받은 사람들은 상당한 숫자가 (공천 제의를) 거절했다. 우리가 지금은 13번까지 당선이 되었지만 여러 가지 분석을 보면 '5번 이후에는 어렵다'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애초에 '7번'은 당선 가능권이 아니었기 때문에, 청년 인재 발굴에 의미를 두고 이름을 올렸을 뿐 무슨 '공천 대가'씩이나 받을 만한 일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말이다. 박 원내대표는 "그리고 왜 공천 신청도 하지 않았는데 (공천을) 주었는가, 또 공천 심사도 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은, 청년 등 가치 있는 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발탁해서 서류를 (당에서) 직접 만들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이런 정치 관행을 안다고 하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수민 지도교수 검찰 소환조사…'리베이트' 의혹 추가 쟁점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리베이트' 의혹 본건과 관련해서는, 국민의당이 공보물 제작 업체인 B사에 수의계약 형식으로 20억 원의 일감을 맡긴 것이 새로 쟁점이 됐다. 선관위는 국민의당 홍보 실무를 맡은 당직자들이 공개 입찰을 추진했으나, 왕주현 당 사무부총장(검찰 고발됨)이 이를 무산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주 의원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애초 경쟁 입찰을 공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공식 루트로 3개 이상 업체에서 제안서가 들어왔을 뿐인데 와전된 것"이라며 "내부 검토를 통해 우수 업체에 맡긴 것으로 당시 다 알려진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당초 이 '일감'은 브랜드호텔로 갈 것이었으나, 김 의원이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되면서 다른 업체에 맡겨진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용주 의원은 지난 9일 "비례 후보가 대표로 있던 업체와 홍보 계약을 하는 게 모양새가 안 좋아서, 하청 업체를 주된 계약자로 하고 기획은 브랜드호텔이 제공하는 걸로 진행했다"고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당직자는 <조선일보>에 "브랜드호텔이 홍보를 맡는다고 했을 때만 해도 '참신한 청년 벤처기업'이라는 당 간부들 설명에 납득하는 분위기였는데 그 대표(김 의원)가 갑자기 비례대표 후보가 되고 생전 처음 듣는 업체(B사)가 수의계약으로 홍보를 맡게 되자 '이상하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총선 홍보 업무를 브랜드호텔이 아닌 B사에 맡긴 것은 3월 17일이다. 비례대표 후보 선정(3월 23일)을 1주일 앞두고, 미리부터 김 의원이 후보 공천을 받을 것을 예상하고 브랜드호텔이 아닌 B사에 일을 맡겼다는 얘기가 돼,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국민의당은 이 부분에 대해 "당은 원래 B사와 계약을 한 것이고, B사가 브랜드호텔에 외주 형식으로 일을 맡긴 것"(김경록 대변인)이라고 했다. 이용주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지난 9일에 했던) '비례 후보가 대표로 있던 업체와 계약하는 게 모양새가 안 좋아 하청 업제를 주 계약자로 했다'는 설명은 B사가 아닌 S사와의 계약에 대한 이야기"라고 다시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에는, B사가 협력 업체로 브랜드호텔을 선택한 것에 김 의원이나 왕 부총장 등 당 홍보 담당자들의 영향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남게 된다. B사와 국민의당, B사와 브랜드호텔 간 각각 맺어진 계약 2건은 같은 날(3월 17일) 체결됐다. 또 실제로 당 PI를 만든 것은 브랜드호텔이고, 당시 김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도 아니었던 상태인데 왜 당이 브랜드호텔과 직접 계약하지 않고 B사를 통해 하청 방식으로 일을 맡긴 것인지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또 이날 <동아일보>에 따르면, 국민의당이 브랜드호텔에 처음으로 당 PI(상징물) 제작을 맡겼을 당시 다른 유명 홍보 업체에서 'PI 제작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당에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신문 인터뷰에서 "당 PI 작업은 2~3억 원 정도 든다"며 "무료로 해주겠다는 업체 대신 브랜드호텔이 일을 맡은 뒤 당 홍보국은 사실상 관련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은 이같은 의혹 및 선관위가 고발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김 의원의 지도 교수였던 김모 교수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김 교수는 검찰에서 '리베이트'로 알려진 돈은 정당한 수입이었고, 사후 계약서 작성은 업계 관행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의 핵심 의혹인 '돈이 국민의당으로 흘러갔느냐'와 관련, 김 교수는 "(TV 광고 업체인 S사로부터 6000만 원의 체크카드를 받아쓴) '국민의당 선거홍보 TF팀'은 당 소속이 아니라 브랜드호텔 TF팀"이라며 "나와 김 의원 등 3명으로 팀을 꾸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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