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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하는 호랑이 스카레게밴드 ‘스카웨이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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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하는 호랑이 스카레게밴드 ‘스카웨이커스’ 8인조 브라스밴드…부산 인디씬의 베테랑
‘쿵짝, 쿵짝’ 흥겹고 탄탄한 리듬 위를 서핑 하듯 가로지르는 관악기 소리가 시원하게 귀를 채우며 한증막을 방불케 한 공연장의 후끈한 열기를 가라앉혔다.

지난 16일 토요일, 경성대 인근 라이브클럽에서 열린 ‘레이블무브먼트vol.1’ 현장에서는 8인조 브라스밴드 ‘스카웨이커스’의 음악에 100여 명의 관객이 일제히 춤을 추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 스카웨이커스의 앨범발매 쇼케이스. ⓒseungko.egloos.com

서울의 유명 음악레이블 연합투어공연인 레이블무브먼트vol.1에 부산밴드 대표 격으로 초청된 스카웨이커스는 자메이카에서 온 스카(Ska)와 레게(Reggae)를 연주하는 팀으로 이미 부산에서 밴드사운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두루 알려져 있는 9년차 인디밴드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해 지금은 해외 초청공연까지

드럼, 기타, 베이스, 건반 등 4명의 리듬라인과 트롬본, 트럼펫, 색소폰의 관악기 3명 그리고 보컬까지 8인조의 흔치 않은 규모와 포지션으로 구성된 스카웨이커스는 모두 같은 대학 출신의 선후배 관계다.

부산대학교 민중가요 노래패와 몸짓패, 즉 학생 문예운동을 하다가 처음 인연을 맺은 이들은 기성 집회문화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가장 선배 격이었던 드러머 이광혁과 보컬 정세일이 ‘좀 더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음악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마음 맞는 후배들과 함께 ‘록 밴드 구성으로 우리만의 노래를 만들어 공연을 해보자’는 의지를 모아 2007년에 현 스카웨이커스의 전신인 ‘웨이크업(Wakeup)’을 탄생시켰다.

초기에는 펑크, 힙합, 모던 록 등 다양한 시도를 하다가 그 해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 보컬 정세일은 일본의 ‘도쿄 스카 파라다이스 오케스트라(Tokyo Ska Paradise Orchestra)’의 공연을 보게 됐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함께 춤추고 열광하는 모습에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멤버들은 당시 합주실로 들어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스카’음악에 대해 설명하던 정세일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거두절미하고 ‘우리는 무조건 이 음악을 해야 한다’라는 그의 말에 당시 스카가 뭔지 레게가 뭔지, 자메이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그들은 무작정 스카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드럼, 기타, 베이스 등 기본 리듬라인 구성을 제외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트럼펫, 트롬본, 색소폰이라는 생소한 악기를 접하게 됐고 악기 선정과정에는 민주적(?) 방법인 가위바위보가 적용됐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어요.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더라면 아마 시작도 못 했을 겁니다. 심지어 악기를 택배로 받은 지 일주일 만에 공연도 했는걸요”

▲ 2015년 駐태국한국문화관 초청공연 Local to Asia vol.2. ⓒ주태국한국문화관 페이스북

그렇게 ‘말도 안 되게’ 시작된 부산 최초의 브라스 스카‧레게밴드는 2012년 현재의 8인조 ‘스카웨이커스’으로 재편성, 이후 국내 여러 도시는 물론 후쿠오카, 타이페이, 카오슝, 방콕 등 해외 초청공연까지 활발한 라이브공연을 해오고 있다.

정규앨범과 싱글앨범이 각종 매체에 소개됨은 물론, 네이버 ‘오늘의 뮤직-이주의 발견’ 선정에 이어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출연하는 등 현재 각종 음악 매체와 평론가들의 관심 속에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식민지 애환 담긴 자메이카 음악, 다양한 집회현장에서 함께 해

갑자기 생겨나거나 이유 없이 시작된 문화현상은 없다.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많은 문화들이 각자의 명분을 갖고 태어나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온 것들이다.

스카웨이커스가 연주하는 스카와 레게 역시 오랜 식민지 시절을 겪어오며 쌓인 한(恨)과 해방의 기쁨이 태동시킨 자메이카 음악이다. 자메이카의 아픈 역사와 애환이 녹아있는 이 리듬은 우리 민족의 정서와 많이 닮아있다.

스카웨이커스는 국가와 인종을 넘어 인간 모두의 근간은 일맥상통 하다고 노래한다.

자메이칸 리듬을 한국적 정서로 풀어내고 삶의 희로애락을 신명으로 승화시키는 이들의 음악은 그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있게 두드리며 다가오는 힘이 있다.

스카웨이커스는 이런 에너지를 그들의 음악이 필요한 현장에서 힘이 필요한 사람들과 나눠오고 있다.

자신들의 음악이 시작됐던 곳이 바로 ‘거리’였고 사람들과 소통할 때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스카웨이커스의 음악은 밀양, 강정마을,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에서도 사람들과 함께였다.

스카웨이커스는 아픈 현실을 미화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정확히 마주한다. 분노할 때는 거침없이 분노하고 그 힘으로 사람들에게 다시금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 부산 로컬씬 연합 공연 '동백락원'에서 공연중인 스카웨이커스. ⓒGiteinberg photography

우리의 노래가, 우리의 몸짓이, 우리의 신명이 우리들의 무기라네
–스카웨이커스 ‘Music is Our Weapon’ 중에서

최근 발매한 여름 싱글앨범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요>에는 총 3곡이 수록돼 있다.

소풍 가는듯한 느낌의 오센틱스카(Authentic-ska) 연주곡과 신나는 네오스카(Neo-ska),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원드롭 레게(Onedrop Reggae)곡으로 스카웨이커스는 우리가 원하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에 대한 열망을 이야기한다.

부산지역 음악씬과 후배 뮤지션 양성에도 힘써

스카웨이커스는 자체 레이블 ’루츠레코드(rooTs record)'을 만들어 락커빌리 밴드 ‘하퍼스’, 얼터너티브 여성2인조 밴드 ‘비나인’, 록큰롤 밴드 ‘더 브록스’ 등 새로운 뮤지션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덧 10주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들은 본인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 힘겹게 걸어왔던 소중한 경험과 노하우를 이제 막 시작하는 후배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음악철학’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2주에 한 번씩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음악의 본질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을 해오고 있다.

스카웨이커스에게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보라’거나 ‘잘나가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 혹은 ‘언제쯤이면 뜨겠냐’는 주변의 걱정 서린 조언들이 끊이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들어주고 응원을 해 주면 물론 좋겠지만, 그들은 단순히 유명해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스카웨이커스는 단지 오랫동안, 함께, 즐겁게 음악을 하고 싶다.

이들이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 역시 특별한 의무감이나 사명감을 띠고 하는 것이 아니다. 너와 나의 소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노래하고 춤도 추고 사랑도 마음껏 하는 소중한 삶을 위해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것일 뿐이라는 것.

▲ 함께 즐겁고 오래 음악을 하는 것이 목표라는 스카웨이커스. ⓒ사상인디스테이션

지금도 한 걸음씩 내딛는 스카웨이커스의 행보는 어찌 보면 느린 것 같지만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의 깊이만큼, 그들이 부르는 가사의 무게만큼 진중하다.

내년에 새로운 정규앨범과 10주년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는 그들의 다음 발자국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디를 향해 있을지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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