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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민주, 1950년대 안보관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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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종인 더민주, 1950년대 안보관에 갇혔다" [한반도 브리핑]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시각 버려야
한미 양국 실무자들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한다고 발표한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취한 입장은 다른 야당들에 비해 모호하다. 정의당이나 국민의당은 사드 반대라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사드를 반대하면 한미 동맹이 손상될 것을 우려했다.

물론 이런 우려를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가 "한미 동맹이 손상돼 주한 미군이 주둔하지 않기라도 하면 그 다음 날부터 한국 경제는 무너질 것"이라고 말한 것은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1950~60년대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으로부터 군사 원조를 받으면서 미국의 무기 체계에 대해 감탄하고, 미국이 없으면 우리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자라나던 시기의 한미 관계 인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낡은 안보관

지금 한미 동맹은 북한에 대한 억제를 넘어서 동북아 지역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일 동맹을 바탕으로 한미 동맹이 결합하면서 한-미-일 삼각 군사 협력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타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 해당한다. 이러한 추세는 한미 상호 방위 조약에 따른 동맹의 범위와 발동 요건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한미 동맹이 이렇게 변화하는 것은 과거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원조와 피원조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미국은 자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따른 한미 동맹의 새로운 역할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미 동맹이 변화하고 있는 이유다.

심지어 한미 동맹은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미-중 갈등이나 동중국해서 벌어지는 중-일 갈등에 연루될 소지도 있다. 미국은 한미 동맹이 남중국해나 동중국해의 갈등에도 관여하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한미 동맹은 한미 상호 방위 조약에 기초해 미래지향적이고 성숙하게 발전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때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사드 배치가 과연 한미 동맹의 미래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드를 배치하지 않으면 주한 미군이 철수할 것이라는 야당 대표의 견해는 시대정신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사고이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은 사드 반대를 매국, 사대주의, 종북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사드 논쟁을 국내 정치적으로 수구 세력의 기반을 강화하는데 활용하고,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제1야당 대표가 사드 반대하면 미군 철수로 이어지고 그러면 한국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의 논리에 맞장구를 쳐주는 격이다.

한미 관계는 군사 관계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를 비롯하여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라는 공동의 가치를 추구해 나가는 두터운 관계가 되었다. 이 관계를 바탕으로 냉전 시절에 만들어진 낡은 관행을 개선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하는 것이 한미 관계에 주어진 과제이다. 더민주는 한미 관계에 대한 냉전 시대의 오래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권 정당보다는 '만년 야당'에 가까운 더민주 안보관

더민주가 사드 배치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안보 문제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안보 문제는 보수적인 어젠다이기 때문에 이것이 부각되면 더민주가 불리하다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이러한 인식은 수권 정당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안보 문제를 회피해서 어떻게 수권 정당이 되겠는가?

▲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 경선 대회'에서 본선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오른쪽부터), 이종걸, 김상곤 후보, 그리고 탈락한 송영길 후보가 꽃다발을 든 채 서 있다. ⓒ연합뉴스

더민주가 사드 문제에 대해서 능동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안보 문제에 대한 시각과 입장을 정립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지금처럼 안보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로는 수권을 포기한 '만년 야당' 신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은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시대의 간절한 염원을 외면하는 행위이다.

무엇보다도 더민주는 안보에 대한 튼튼한 기초 체력을 키워야 한다. 그것은 현대적 안보 개념으로 무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안보에 여야가 없다'는 프레임을 깨야 한다. 안보는 사람에게 공기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수구 세력들은 안보를 정치적 기반 강화를 위해서 이용해왔다. 안보를 위해 국민들이 위임한 권한을 가지고 무기 도입 비리를 저질러서 사욕을 채워왔다. 이러한 안보 현실을 두고 안보에 여야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안보에 대한 콤플렉스의 반영일 뿐이다.

수구적 안보 개념을 과감하게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현대적 안보 개념을 정립하고 이것을 더민주의 안보관으로 체화시켜야 한다. 현대적 안보 개념이란 낯선 것이 아니다. 이미 국제 사회에서는 안보를 군사 안보에 국한시키지 않고 있다. 식량, 환경, 경제, 에너지 등의 영역에서 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군사 문제에서부터 이런 영역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포괄적인 안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 전략을 보더라도 군사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보건 문제까지 바이오 안보(Bio-Security)라고 말하고 있는 지경이다.

예를 들어 한중 경제 관계는 한국의 무역에서 25%를 차지한다. 한중 수교 이후 지난 30여 년간 한국 경제는 중국과 교역을 통해서 발전해왔다. 중국과 경제 관계를 보호하는 것이 한국 국민들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적인 안보인 것이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국익?

한중 관계와 한미 관계를 대비시켜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론'도 낡은 안보관에 기초한 것이다. 한미 동맹과 한중 경제 관계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안보다. 이런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수 있어야 집권이 가능하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 미군이 철수할 것이라는 논리는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를 '제로섬'으로 보는 1차원적인 사고이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논리도 수구적 안보관의 공세에 대해 대안적인 안보관을 만들지 못해서 나오는 수세적 논리이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국익이고, 국익을 위한 안보는 현대적이어야 한다"는 논리를 세워야 한다.

안보에 대한 욕망은 국민들의 본능이다. 수구적인 안보는 수구 세력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해서 보수 세력을 수구 세력 아래 편입시키는 정치화된 안보이다. 결국 '수구-보수 동맹'을 구축해서 수구 세력의 안정적인 기반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안보는 보수적으로'라는 논리다.

안보를 현대적인 개념으로 정립하고 정책을 수립하면 수구-보수 동맹에서 합리적인 보수를 부분적으로 분리시켜 낼 수 있게 된다. 이는 수구적 안보관이 작동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게 될 것이다.

대중국 무역을 하는 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인, 소상공인들은 사드 배치에 동의하지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중 경제 관계에서 생기는 안보 이해 관계를 현대적인 안보 개념으로 정립하고, 이에 따라서 더민주가 사드 배치에서 지금처럼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면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사람들의 시련을 대변하고 치유하게 된다. 이것이 수구적 안보프레임이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출발점이다.

더민주 전당대회, '더민주국가안보회의' 설립을 공약으로

더민주는 이같은 안보 논리를 현대적으로 정립하기 위해서 전당대회에서 출마하는 당대표 후보들이 더민주를 현대적인 안보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해야 한다. 이 공약의 핵심은 당대표가 위원장인 '더불어민주국가안보회의'를 설치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국가위기의 통합적 조정을 못하는 상황에서 더민주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착안한 당차원의 NSC로 이러한 형태의 회의체를 설치, 안보에 대해 보다 능동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회의체 운영은 미국 NSC를 참조하되, 정당의 기구답게 운영하면 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국가 안보에서 더민주가 유능하고 현대적인 안보 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수권이 가능하다.

더민주는 안보관의 정립에 바탕을 두고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본질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국제 정치의 기초 이론에 따르면 사드를 비롯한 요격 미사일 체제는 방어적이 아니라 상대방의 제2공격 능력을 무력화시켜서 전략 균형을 깨는 공세적인 것이며 △사드는 대중국 견제용이고, 사드 배치로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의 미사일 각축장으로 전락할 것 △사드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비롯한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막지 못하며, 어디에 배치해도 수권 방어는 불가능하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세 가지가 사드의 본질이라는 것을 명백히 인식해야 하는 것은, 사드 논쟁이 장기화되면서 매국, 사대주의, 종북 등으로 논점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과 연동되어 제기되어 온 것이므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안 모색과 입장을 피력해야 한다. 대화와 협상만이 해결책이라는 주장은 대안이 아니다. 북한이 공공연하게 호전적인 주장을 해온 상황에서 이런 주장으로는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기본임을 전제로 해서 비핵화와 평화 체제에 대한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 이는 중기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당면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응하고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위한 협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도 국제 사회와 협력한 실효적 제제 방안와 군사적인 대비책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대북 제재는 실효성이 약화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제재를 무력하게 만들어버릴 것이다. 지난 기간 동안 북한에 대한 제재를 평가하고 제재의 효과와 한계에 기도한 국제적 협력 방안을 새롭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드는 이러한 프로세스를 창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핵과 미사일에 대한 군사적 조치로서 한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KAMD)의 조기 구축과 이에 따른 한국의 요격 미사일(L-SAM) 조기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사드는 이에 대한 가능성을 불확실하게 만들어버렸다. KAMD와 L-SAM에 대해는 중국도 반대할 수 없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절차적인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서 '3대 설득'을 정부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설득해야하고, △국민과 국회를 설득해야 하며, △성주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러한 3대 대상을 설득하지 않으면 절차 문제 때문에 사드 배치 결정은 무효라고 압박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안보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국론 통합적인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 이 세가지 설득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 것이 국론 통합적인 안보 정책 결정 과정이 된다는 점을 더민주가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신(新)균형 외교를 위한 정책과 실력을

여기서 중국에 대한 설득은 한국의 몫이라고만 할 수 없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국이 마치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새우 신세가 되고 있다. 한국은 낀 새우 신세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이 중국을 설득할 몫이 있다. 더민주는 정부가 미국에 대중국 설득을 해야할 필요성을 제시함으로써 한미 동맹이 한중 관계와 갈등하지 않게 만드는 균형외교가 된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한중 정상 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사드 배치 반대 요구에 대해 어떻게 답변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한국이 낀 새우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는 돌고래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더민주의 새 지도부는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대중국 포위망을 완성하는 상황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은 구축되었지만 포위망 곳곳에 허점이 존재하고 있다.

베트남이나 인도와 같이 미국이 대중국 포위망 구축의 주요 국가로 선정한 나라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다. 미중 간의 힘의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과 중국과 경제협력에 대한 실리 때문이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이를 잘 지적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은 다음에는 또 어떤 사태가 닥칠 것인가. 미국의 힘의 재균형이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인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이나 인도 같은 나라들은 미-중의 갈등 속에서 이중, 삼중의 안전 정치를 만들면서 실용외교와 다차원적인 등거리 외교를 펼치고 있다.

'외교는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도 신외교 개념은 아니다. 신외교는 국회나 시민 단체도 외교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새로 선출되는 더민주의 지도부는 대통령 선거 당내 경선을 관리한다는 실무적인 임무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여 수권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정치적인 임무까지 안고 있다.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대적인 신안보에 입각해서 남북 관계가 미중 갈등의 구실로 활용되는 것을 막는 외교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익을 중심으로 세계의 보편적 가치와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정책과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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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고려대학교, 경남대 북한대학원, 동국대 대학원, 평화연구소, 한국사회연구소에서 학술 및 연구 활동을 벌였고 1998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정책실장을 지냈습니다. 2003년부터 청와대 NSC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에서 근무했습니다. 현재 (사)한반도 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 코리아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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