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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박근혜 넘어, '기득권 카르텔'을 저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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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순실·박근혜 넘어, '기득권 카르텔'을 저지하자

[민교협의 정치시평] 최순실 사태의 본질은?

하루가 멀다 하고 끝도 없이 터져 나오는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 그리고 이들을 앞세운 세력들의 국정농단과 비리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기세등등했던 준(準)권위주의 정부는 연이어 터져 나오는 증언들과 명백한 증거들 앞에서 공황 상태에 빠졌지만, 곧바로 대오를 정비하고 조직적으로 개입하며 최순실 관련자들을 대거 귀국시키는 등의 조치를 통해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국민을 개, 돼지로 아는 것이라고 밖에는 해석하기 어렵게도, 최순실은 귀국 직후 구속이 아니라 정부 당국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어딘가로 사라졌다. 여전히 저들의 권력은 새파랗게 살아있는 것이다. 따라서 보수 일부가 박근혜 정권을 버리는 전략으로 돌입한 것은 맞지만, 이 정권과 그 배후 세력들이 쉽게 권력을 포기할 자들이라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현재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 내 주요 인사들을 사임시키고, 검찰은 이들 자택과 사무실 등은 물론 청와대까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많은 관련자들을 이미 수사하고 있다. 거대한 기획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시간을 벌고 사태를 조작할 수 있는 힌트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인 거국 중립 내각 구성안을 역으로 제안했다. 이 거대한 기획이 정치권에서도 작동되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통령이 국가 붕괴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하야하도록, 야당과 시민사회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자진 하야가 아니면 탄핵 외의 다른 방법, 특히 거국 중립 내각과 같은 방법은 전혀 대안이 될 수 없다. 현재 드러난 사안들만으로도 다른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이미 사임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사임을 거부했다면 야당과 민중은 탄핵을 위해 거세게 싸웠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 땅의 야당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기득권 카르텔'은 최순실, 박근혜보다 더 공고하다

현재 하야냐 탄핵이냐의 논쟁은커녕 주요 야당들은 어정쩡한 자세로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는 국면이다. 그러나 반드시 관철해야 할 역사적 임무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최순실을 비롯, 국정을 유린한 소위 비선들과 같은 당사자는 물론, 새누리당과 새누리당에게 직간접적으로 부역한 집단에 철저한 응징이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인지하고도 은폐하고 협박하기 바빴던, 정권의 주구를 자임해 왔던 수사와 감찰 단위에 대한 처벌도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병을 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고 여러 가지로 자격이 없는 자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이익과 특권을 마음 놓고 취한 이 땅의 다양한 보수 기득권 카르텔 세력들에 대한 철저한 응징이 필요하다. 그 카르텔에는 일각에서 주장하듯 재벌과 같은 자본 세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직접적으로는 새누리당 안팎의 정치가들이 있다. 또 국정원과 검찰을 비롯한 각종 국가 기구 관료들, 언론인들, 교수들, 종교인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과 인맥과 혼맥, 지연과 학연 등으로 얽혀 우리 사회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부정의한 특권을 강화하고 있는 각종 기득권 지배 세력들이 있다.

늘 강조하듯 현실 사회에서 보수 정치 세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보수 세력이라는 것은 전통적 가치를 옹호하거나 기존 사회 체제 유지를 통한 안정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 같지 않다. 탐욕과 특권의 독점적 확보와 확대를 추구하는 기득권 지배 세력에 불과하다. 즉 정치 사회의 보수 정당 세력은 이 사회 지배 집단의 이익을 반영하는 세력들 중 일부분일 뿐이다. 그들은 부를 독점하고 착취하고 지배하고 있는 실제 세력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을 해 오고 있다. 그리고 이 헤게모니 하에서 그들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집단과 오랜 기간 세뇌된 집단들이 있을 뿐이다.

서구에서 그 집단들은 끈질긴 저항, 사회주의 국가 탄생 등 위협으로 인해 타협을 했다. 그리고 일정 부분 양보하며 제도적으로 통제당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비중심부, 비서구 국가들은 이런 통제 장치가 없다. 자신들 외의 힘과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같이 하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 보수의 진짜 모습인 것이다.

현재 충격적이라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이 땅의 지배 기득권 세력들 중 상당수는 최순실 등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이미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최순실 일당의 권력 남용과 이익 독점 정도가 너무 심해 그들 내에서도 불만 세력들이 생겨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 일이 어느 수준까지 폭로될 것인가' 부분이었다. 권력 누수 현상이 심화되고 넓은 의미에서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확실하게 든 순간부터, 그들은 갑자기 돌변하기 시작했다.

단임제 하에서, 우리 사회의 진짜 지배 기득권 세력에게 있어서 박근혜나 최순실과 같은 이들은 필요에 따라 쓰여지거나 버려지는 도구에 불과하다. 넓은 의미에서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게 보일 경우 얼마든지 이들은 버려질 수도 있다. 단지 넓은 의미에서 이들은 같은 배를 타고 있으며 일정정도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통제를 벗어난 필요 이상의 권력 투쟁으로 가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 강도를 조절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리고 그 선봉에 <조선일보> 등 여론을 주무를 수 있는 집단이 있다.

우리가 반드시 각인해야 할 것이 있다. 박근혜 비판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조선일보> 등을 보며 '그들 내부에 분열이 일어났다', '보수도 등을 돌렸다'고 환호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박근혜 카드를 완전히 버린 것도 아니다. 이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검찰 조사도 안 된 상태에서 어마어마한 정보들이 각 언론사들에게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그들은 비판을 하지만 그 타겟은 최순실, 우병우, 정호성, 안종범 등등에게 맞춰져 있다. 본질을 흐리는 이들의 전략은 매우 교활하기 이를 데 없다.

대통령의 '퇴진'이 먼저, 그리고 '기득권 카르텔'을 해체해야

따라서 대통령의 하야나 퇴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반드시 다양한 기득권세력들의 특권적 권력 박탈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설사 대통령의 하야와 새누리당의 해체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조치가 없을 경우 유사한 상황은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 또한 현재 최순실 일당에게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세간의 관심에 대해 우리는 조금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연설문 유출 부분을 보자. 대통령 자신과 측근들의 천인공노할 국정농단과 국고탕진, 그리고 그 다양한 악행들만으로도 천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우리는 최순실 개인 등 소수 비전문가들 뿐 아니라, 어떤 전문적인 세력이 연설 자료 전달을 넘어 많은 부분 관여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기밀 문서들 중 수정했다는 부분들은 최순실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 있으며, 위험을 무릅쓰고 단순히 그 일인에게 문서만 전달했다는 것 역시 적극적 은폐의 한 모습일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검찰이다. 현재의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조차 친(親)우병우 인사들을 대거 투입한 검찰 권력은 이명박근혜정권 내내 정치 검찰의 전형을 보여줌과 동시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다. 사실상 단 한 명의 용기 있는 언론인의 의지에 의해 폭로되기 전까지 모든 것을 감추기에 급급하고 오히려 문제제기하는 자들을 투옥하기에 바빴던 검찰을 비롯한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근본적인 수술을 필요로 한다. 이런 부분을 밀고 나가야 한다.

그리고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박근혜를 비판하며 스스로 개혁파인 양 나서는 새누리 당 내 인사들의 정치쇼다. 여기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설사 새누리당이 해체되거나 분당이 되는 상황으로까지 밀리더라도 이러한 기득권 세력의 위장술에 속아서는 절대 안 된다. 즉 유승민 등으로 대표되는 쇄신파들이 따로 나와 반기문이나 손학규,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안철수를 비롯한 그럴싸한 인물들과 새로운 당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여권 재편 기만술, 즉 기득권의 지배 연장술에 속아 넘어가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현 정국에서 마치 피해자인 양 뒤로 빠져 있는 재벌들이야 말로 진정한 배후 세력이라는 것을 직시하고 이들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단순히 미르 재단 등에 막대한 돈을 제공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들이야 말로 최순실-박근혜-보수 관료 라인을 철저하게 이용해 민영화나 쉬운 해고와 성과연봉제 도입, 규제완화, 법인세 인상 저지 등,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려 해 왔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뒤로 빠져 있는 재벌들의 연관 고리들을 철저하게 폭로할 필요가 있다.

기득권 세력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어쩔 수 없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보수 언론들도 조만간 반드시 아주 치밀하게 반격을 시도할 것이다. 벌써 <조선일보>는 내치는 거국 내각에 맡기고 북한을 옥죄는 대북정책만 신경을 쓰라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근혜 게이트가 아니라 최순실 게이트인 양 비판의 초점을 비틀고 있다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이들의 계획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우려되는 것은 대중의 관심이 잦아든 이후이다. 대통령도 이 정도인 줄 몰랐다는 등, 그들에게 당한 부분도 많다면서 동정론을 선동하기도 할 것이다. 보수 세력 이탈층을 다시 끌어 모으기 위해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유사한 일들이 있었다며 비선이나 권력 남용 등의 사례를 왜곡하거나 과장해 선동할 수도 있다.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라는 카드를 꺼내, 부화뇌동하는 일부 야권 인사들을 끌어 모아 개헌론에 다시 불을 지필 수도 있다.

'여성 대통령은 안된다'는 식의 비난도 우려된다. 이 사태와 관련해 최순실 모녀로 집중되는 비난이 성 차별에 근거한 비난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우리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정권 내에 끔찍한 역사적 후퇴가 일어났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료, 철도, 가스, 수도 민영화 추진, 교학사 교과서 논란,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카톡 검열, 교과서 국정화 강행, 건국절 논란 유도, 성완종 리스트 무시, 미군 탄저균 배달 사고, 각종 검찰 비위 사건 및 정치검찰의 불공정한 편파적 기소, 테러방지법 입법 강행, 위안부 문제 졸속 합의, 개성공단 폐쇄, 노동법 개악 시도, 전교조 법외 노조화, 박정희 우상화 작업에 예산 낭비, 4대강 수질 악화 방치 및 확대 기도, 세월호 특조위 조사 방해 및 임기 종료, 가습기 살균제 조사 방해, 고 백남기 농민 사건 탄압, 사드 배치 강행, 일베, 롯데, 어버이연합, 권력 실세 등에 대한 비호 및 엉터리 수사, 문화계 블랙 리스트 등등.

이러한 일들 중 상당수가 최순실이 개입한 것으로도 보도된다.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최순실 개인이 개입한 것이네, 아니네'로 문제의 본질이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수사는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에게 모든 죄를 최순실에 뒤집어 씌우고 한 두 관료를 집어넣는 것으로 현 사태가 끝난다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다시 몇몇 인물만 바뀐 채 저들의 지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시민들의 총체적, 전면적 개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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