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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의 5.18 판결, 자유한국당이 지적할 입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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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이수의 5.18 판결, 자유한국당이 지적할 입장인가? [기자의 눈] 정작 5월 단체는 "큰 흠결 아냐"…한국당, 자격 있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 후보자가 198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군 법무관으로 내린 판결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군 판사(중위)였던 김 후보자가 시민군 7명을 태운 버스 운전사 배모 씨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특전사 군인들이 대검으로 시민을 난자했다'고 주장한 시민에게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는 것이 논란이 되는 판결의 골자다.

이 판결은 2012년 김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될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당시 김 후보자는 해당 판결들에 대해 "제 마음 속의 큰 짐이었다"며 "사실 안 맡았으면 좋았을 재판이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광주 사람으로서 광주항쟁에 참여해야 할 입장이었는데 재판을 맡게 됐다. 복잡한 입장이었다"며 "상황이 엄중해 재판을 안 하겠다고 하면서 전출을 요구하거나 칭병하고 드러누울 상황도 아니었다"고 했다.

37년 전 광주의 상황을 감안해볼 때, 김 후보자의 판결이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이었고 이에 대해 유감을 표해야 한다는 지적이 물론 나올 수도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2년 청문회를 통과해 헌법재판관이 된 이후인 10월 6일 광주 5.18 묘지를 참배하고 방명록에 "나의 버팀목이 돼준 광주 영령 앞에 섰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런 지적을 '누가' 하는지를 들여다 보면, 아이러니함이 느껴진다. 5.18 피해자 단체? 아니다. 5.18 관련 단체들은 오히려 "김 후보자의 과거 판결이 헌법재판소장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 사안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그간 5.18 관련 부적절한 언행으로 도마에 올랐던 자유한국당이다.

5.18 피해자 단체, 이른바 '오월 단체'들은 최근 김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되고 과거 판결이 논란이 되자 지난달 31일 간담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한 끝에 "그 판결이 헌재 소장을 못할 정도 흠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양래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일 오후 <프레시안>과 한 전화 통화에서 "(5월) 31일 유족회, 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등 3개 단체가 회의를 했고, 다음날인 이달 1일 오월 단체 간담회에 20명 정도가 모여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문제의) 판결에 참여한 것은 저희 입장에서는 누가 했더라도 유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런 판결을) 물론 안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정황으로 봤을 때 당시 중위였던 김 후보자가 가진 재량권은 아주 낮은 정도였다고 알고 있고, 오히려 김 후보자의 경우는 잡혀 온 사람을 두드려 팬다거나, 조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군 합수단으로 되돌려 보내 다시 고문을 받게 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이런 일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이사는 본인도 당시 군사재판을 받았고, 자신을 폭행한 군 검찰관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로부터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피해자 증언은 여태 없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다른 사람들(당시 군 법무관, 검찰관 등)에 비해서는 정도가 상당히 긍정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동아일보>가 보도한, 버스 운전자 배모 씨(71) 인터뷰에 대해 김 이사는 "개인 감정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저도 배 씨 구명운동을 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당은? 한국당은 이번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특위 위원으로 김도읍(간사), 곽상도, 이채익, 전희경 의원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곽상도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이다. 그가 민정수석으로 재임 중이던 2013년 5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5.18 기념식에 참석했으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때 노래를 따라부르지 않아 빈축을 샀다. (☞관련 기사 : 박근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았다)

전희경 의원은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출신이다. 자유경제원은 5.18 축소·왜곡 서술 논란을 빚었던 '국정 교과서'가 박근혜 정부에 의해 추진될 때 배경 논리를 제공했던 우익 싱크탱크다. 전 의원 본인도 국정 교과서 추진을 강하게 주장했던 인사다. (☞관련 기사 : '국정 교과서 전도사' 전희경, 새누리 비례 9번)

한국당은 올해 5.18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내빈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도 이 노래를 따라부르지 않았다. (☞관련 기사 : 박근혜가 싫어하는 '임을...' 제창, 자유한국당은 침묵) 단순히 노래를 따라 부르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어 "5.18 당시 북한군 개입 의혹 등 5.18 진상 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까지도 함께 밝혀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5.18 북한군 개입설'은 일부 극우 인사들이 주장했으나,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해제 문건 등 여러 자료를 통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관련 기사 : 5.18 추모에 재 뿌린 한국당 "북한군 개입 의혹 밝혀야")

이런 가운데 한국당 소속 곽상도 의원이 버젓이 보도자료를 내어 "5.18 민간인 사상자들에 대한 검시에 참여해 자상 흔적을 확인하고도 군의 살상 행위를 알린 이장에게 유언비어 유포죄로 실형을 선고하거나, 시민군 7명을 버스에 태운 운전사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등 광주항쟁 당사자들에 대한 수십 건의 처벌에 가담해 계엄사령관으로부터 표창까지 받은 전력이 있는 김 후보자가 '5.18 정신을 헌법에 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어떻게 국정을 함께 운영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한 것은 눈길을 끄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김양래 5.18 재단 이사는 "한국당이 진정성을 가졌으면 한다"고 점잖게 꼬집었다. 김 이사는 한국당이 '북한군 개입' 의혹을 제기한 사실 등을 거론하며 "한국당이 김 후보자의 판결 내용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만한 위치인지 자기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자기들이 해야 할 얘기가 있고 안 해야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그는 "당시 가해자의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보다"라고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같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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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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