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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사람 노태강'은 왜 국가기록원엔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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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사람 노태강'은 왜 국가기록원엔 없었을까 [전진한의 알권리] '기록의 날'에 발생한 기록인의 반발
국가기록원이 10년 만에 기록학회 등 민간학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가 파행으로 끝이 났다.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과 한국기록학회·한국기록관리학회가 공동으로 6월 9일 '기록의 날' 기념행사 및 정책세미나를 서울기록관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루 전날 발표자들의 발표거부선언과 한국기록학회 불참으로 정책세미나는 정부 측 인사의 발표만이 있었다.

국가기록원은 그동안 정치적 편향성을 보인 것과 세월호 관련 기록 등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30년 동안 봉인할 수 있도록 추진한 것에 대해, 기록전문가들에게 비판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동안 국가기록원이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왔던, 민간 학회와의 관계개선을 목적으로 기획했으나 국가기록원의 무리한 요청이 원인이 돼 행사가 파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를 기획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국가기록원 관계자가 발표자의 발표문 중 2009년 국가기록원이 '노무현 대통령, 비서진'을 고발했다는 표현을 문제삼은 것이 발단이 되었다. 실제 국가기록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진을 고발했으나 대통령 당사자는 고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시 국가기록원의 고발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도 공개서신을 통해 "모두 나의 지시로 비롯된 일이니 설사 법적 절차를 들어가더라도 내가 감당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퇴직한 비서관, 행정관을 고발하겠다고 하니 내가 어떻게 더 버티겠습니까?" 라고 공개서한에서 고충을 토로한 적이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시위 등 어려움에 처해있었고, 정국전환용으로 이 사건을 이용했다.

발표자는 표현의 잘못이 있으면 토론 및 청중 질문을 통해 이의제기를 하라는 제안을 국가기록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발표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다른 발표자 및 토론자도 참여를 거부했고, 결국 행사는 파행되었다.

참여한 인사들의 쓴 소리도 이어졌다. 더불어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기록의 날을 축하하지만, 너무 참담한 심정이 든다. 오늘 행사를 바라보는 대한민국 기록인들이 행복할 지 의문이다. 작금의 현실이야 말로 추락할 대로 추락해 버린 국가기록원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 말했다.

또 다른 행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발표자의 발표 거부가 아니었다. 그동안 국가기록원은 기록전문가들에게 위압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이 쌓여왔다. 기록원이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 반대의견서를 보내오면, 취하해달라고 압박했고 심지어 학회 인사를 블랙리스트로 찍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국가기록원의 지속적인 갑질이 있었기 때문에 초청자 발표문을 주관기관이 수정 요청을 하는 것을 선의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실제 이소연 한국기록학회 회장(덕성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도 공식 입장문에서 '학회 측 발표자 중 한분이 국가기록원에 참여거부를 통보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다른 발표자와 토론자도 이런 상황에서 참여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함에 따라 학회장이 축사를 하기도 적절치 않게 되었습니다, (중략)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하면서 오랫동안 소통이 단절되었다는 것, 그러는 상이 파인 골이 생각보다 매우 깊다는 것, 하루의 행사를 같이 치른다고 해서 그 모든 쓰린 기억과 불신이 마법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살피지 못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이상진 국가기록원장은 "기록인들의 생일이고 잔치인 '기록의 날' 행사를 통해 기록인 모두가 서로의 우의를 다지는 것은 물론, 새롭게 구축해 나갈 기록관리의 모델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수많은 기록인은 다시 상처를 받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지난 10년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기록탄압 행위에 동참해 왔다. 그 행태를 모든 기록전문가는 알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에서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과거의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의 내부개혁 없이 조직개편 및 위상의 조정만으로 국가기록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담보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힘든 시절이었지만, '나쁜 사람 노태강'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국가기록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자는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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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2002년부터 알권리운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정보공개법 및 기록물관리법을 제도화 하고 확산하는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은 정보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햇볕을 비추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컨텐츠를 쉽고 재밌게 바꾸는 일을 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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