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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극중'은 자유한국당과 연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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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극중'은 자유한국당과 연대인가 김이수 부결 이어 캐스팅보트 국민의당은 어디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 처리를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개혁적인 성향을 보여온 김명수 후보자에 반대할 명분을 찾기가 어려운 탓이다. 만약 국민의당이 보수 야당과 손잡고 김명수 후보자 임명 동의안마저 부결시킨다면, 안철수 대표의 '극중주의' 노선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박성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국회 논의의 물꼬는 트였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박성진 후보자 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법부 수장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오는 24일 이전에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공은 '캐스팅보트'인 국민의당으로 사실상 넘어왔다. 김명수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는 이날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자유한국당이 김명수 후보자가 '좌편향'이라는 이유로 아예 보고서 채택 자체를 거부하는 한편 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청문위원들은 보고서 채택에 협조해달라고 야당에 읍소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국민의당 손금주 간사는 "모든 당이 다 참여해야 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바른정당 소속인 주호영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은 "여당 간사(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가 오는 24일 전에 본회의 날짜를 세팅해달라"며 양승태 현 대법원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24일 전에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본회의 표결을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뒀다.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뗑깡 발언'을 사과할 때까지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의사 일정 합의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추 대표의 사과와 의사 일정 문제를 연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추 대표의 태도가 부적절했다고 하더라도, 김명수 후보자 임명 동의안은 '자율 투표'하겠다면서도 국회 의사 일정 자체를 거부하는 국민의당의 태도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김명수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등 딱히 결격 사유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도 국민의당으로서는 딜레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김명수 후보자의 적절성 여부를 묻는 기준으로 내세운 것은 표면적으로 두 가지다. 안철수 대표는 15일 "사법부 독립을 잘 지킬 수 있는 분인가, 사법부 수장으로서 균형 잡힌 생각을 가지고 사법부 전체를 잘 이끌어가실 수 있는 분인가, 이 두 가지를 두고 의원 각자가 헌법기관으로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가 내세운 기준으로 봐도 김명수 후보자는 적임자라는 반론이 더 설득력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최고위원은 "재판의 독립은 외부로부터의 독립도 있지만, 내부, 즉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높은 쪽에서 내려오는 사실상의 재판 관여와 간섭으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법원행정처를 거치지 않고 오로지 야전에서 재판만 30년을 해온 김명수 후보자가 지금이야말로 사법부 개혁의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역시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을 향해 "이렇다 할 결격 사유를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인사 일정 자체를 지연시키는 행태는 정치적 구태이며, 사법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은 판단 기준은 김명수 후보자의 이념적 균형성 문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김명수 후보자가 좌편향적이고, 동성애자의 인권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김 후보자를 이단아로 낙인찍으려 한다. 그러나 '색깔 검증'과 거리를 두었던 국민의당이 보수야당과 같은 논리로 김 후보자의 균형성을 문제삼을 경우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국민의당, 보수 연대냐 사법 개혁이냐


국민의당이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국민의당 노선과도 직결된다. 안철수 대표는 '극중주의'를 내세웠지만, 현실에서는 결국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찬성과 반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전자를 선택하면 '사법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며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지만, 후자를 택하면 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의 '색깔론'에 동조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많은 우파 국민으로부터 저희 당 의원들이 (김명수 후보자를 낙마시키라는) 문자 메시지를 많이 받고 있다. 국민의당 의원들에게도 그런 문자 메시지가 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국민의 힘에 의한 야 3당 공조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국민의당의 '우경화'를 부추기고 있다.

대법원장 공백이 불러올 사회적 파장도 부담이다. 이미 지난 7월부터는 대법원 전원 합의체 심리가 중단된 상태다. 대법원장 인선이 늦어지면 대법관들의 인선도 늦어져 대법원의 사상 초유의 업무 공백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장이 공석이었던 적은 헌정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2011년 9월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자신들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거부하자, 본회의 보이콧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솔로몬 앞에 자식을 둔 어머니의 심정"이라고 본회의 참석 결단을 내렸고,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밀던 현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명 동의안 처리에 협조해준 바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러한 사례를 언급하며 "국회의장으로서 대법원장 공백 상황만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한다. 여야가 지혜를 모아서 국민을 위한 결정을 (양승태 현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나기 하루 전인) 24일 이전에 꼭 내려 주기를 기대한다"고 야당에 호소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도 "김명수 후보자는 사법 개혁의 적임자로 반대할 명분이 없다"며 "사법부의 수장이자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직위인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을 헌법재판소장에 이어서 또다시 정쟁의 제물로 삼고 있는 정당들은 무책임한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국회 인준 절차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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