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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이 때문에 'MB 후예'의 재집권을 용인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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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작은 차이 때문에 'MB 후예'의 재집권을 용인할 텐가?"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길]<2>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복지가 대세다. 무상급식 논란이 촉발시킨 '복지' 담론은 국민들이 낸 세금의 쓰임새와 국가재정,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둘러싼 백가쟁명의 각축장이 됐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코앞에 둔 정치세력들에게는 비껴갈 수 없는 소용돌이인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한정된 국가재정으로 무차별적 시혜를 베풀고 환심을 사려는 복지 포퓰리즘은 문제의 해결책이 결코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 논란은 한층 확산됐다. 감세, 작은 정부, 시장 만능주의의 경제정책을 신념으로 내면화시킨 보수 정부로서는 복지라는 말 자체가 달갑지 않음이다. 하지만 복지 소용돌이는 여권의 미래권력들 사이에 균열을 냈다. '복지 포퓰리즘'을 비판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달리 박근혜 의원은 '한국형 복지'를 내걸고 이슈 선점에 속도를 붙였다.

반면 복지 담론은 야권 전반을 아우르는 우산이다. '뭉쳐야 산다'는 지상명제를 받아든 야권에선 연대·연합의 질서로 '복지동맹'을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원론적 교감만 오갈 뿐 연대·연합의 방법론에서는 동상이몽이다. '복지국가 정치동맹'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프레시안>은 '복지국가 정치포럼'과 함께 야권의 유력 정치인들 및 학계·시민사회 인사들을 두루 만나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길'을 모색한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가 진행하는 연쇄 인터뷰, 이번에는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을 만났다. <편집자>


☞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길]<1> "복지국가 단일정당 못 만들면 한나라당에 필패한다"

▲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 ⓒ프레시안(최형락)

"작은 차이가 'MB 후예의 재집권'보다 중요한가"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은 '광범위한 복지동맹'을 기초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정당, 진보적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단일한 통합정당 건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아우르는 시기 연대와 통합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후보단일화 같은 연대보다는 통합이 훨씬 더 센 힘"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각 진영들 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 차이가 이명박 정권의 후예가 다시 등장해서는 안 된다는 명제보다 결코 우위에 있을 수 없다"며 "사회민주주의와 사회적 자유주의는 공존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 최고위원은 "광범위한 복지동맹을 만들어야 한다는 합의가 가능하다면 그에 입각해 순수한 의미의 단일정당은 아니겠지만 연합적 형태의 통합정당, 단일정당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국형 복지국가'를 '시혜적, 시장종속적 복지'라고 규정한 이 최고위원은 "지금 우리는 가짜복지와 진짜복지의 분수령에 서 있다"며 "다음에 정권을 잡으면 진짜복지의 길로 갈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보다 훨씬 더 진보적인 정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 486 정치인들의 모임인 '진보행동'을 이끌고 있는 이 최고위원은 "민주당 내부에서는 진보의 노선을 더 견인하고, 밖에서는 통합의 매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반성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며 비정규직 문제 등 당의 진보성과 현장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음은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가진 이인영 최고위원과 김윤태 교수의 대담 전문이다.

▲ 이날 인터뷰는 고려대 김윤태 교수(오른쪽)가 진행했다. ⓒ프레시안(최형락)

"4대강 '토건쿠데타'의 직접적 피해가 복지분야"

김윤태 : 이인영 최고위원은 새천년민주당 발기인으로부터 시작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10년을 함께 했다. 먼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부터 묻고 싶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복지국가가 출발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이인영 : 개인적으로는 복지국가의 뼈대와 기초를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4대보험의 전국민화, 기초노령연금이나 장기요양보험의 도입 등이 제도적인 뼈대였다. 그리고 보육에 대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확대됐고, 전반적으로 복지재정의 규모나 양이 늘어가는 과정, 살이 늘어나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진짜 복지국가가 됐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향한 의미 있는 출발이었다고 본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 복지가 국가의 제도나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어떤 면에서 새로운 정체성이 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경우에도 복지가 또 하나의 정체성이 된 것도 이 시기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IMF와 양극화가 심화된 시기의 불가피성으로 해석되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권이나 정치세력의 의지도 함께 작동했다고 본다.

김윤태 :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의 진보개혁 세력은 '복지국가가 시대정신'이라고 이야기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미진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인영 : 뼈대를 제외하고 살이, 복지의 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인지를 따져보면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과연 경제로부터 복지가 독립하고 있는지 여부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당시에도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와 더욱 심각해졌다.

김윤태 :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추종했다는 지적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인영 : 지난 두 정부 때도 과연 복지가 시장으로부터 독립, 병립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자신은 없었다. 일정하게 신자유주의의 길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많았다. 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꼭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중적 성격을 가진 정부였다. 불가피하게 시장으로부터 신자유주의적인 측면에 직면한 부분도 있었지만, 신자유주의와 양극화의 폐해를 보완하고 극복하려는 제도적 장치도 동시에 구축했다. 만일 정말 신자유주의적 정부였다면 그 가치에 위배되는 정책들은 털어내야 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당시에는 그것들을 도입해서 보완해 왔다. 그래서 이중적 성격을 지닌 정부라고 보는 것이다.

김윤태 :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서민복지예산이 정말 줄어들었나?

이인영 : 지난 정부에도 시장으로부터 복지를 어떻게 위치지울 것인지 불명확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훨씬 심각해졌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에 주장하는 복지는 시장적 복지, 시혜적 복지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런 복지마저도 시장경제가 흔들릴 때 굉장한 위협을 받는다. 물론 절대금액은 늘어났지만 참여정부 때까지 유지해 온 복지재정 증가율이 정체되거나 감소됐다. 4대강 사업이라고 하는, 경제적 토건쿠데타가 일어나면서 가장 먼저 줄어든 것이 복지 분야다. 30조 원을 4대강에 쏟아부으면서 복지는 둔화되고 정체됐다. 이번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 서민·복지예산은 싹둑 잘려버리고 사모님 예산이나 형님 예산, 실세 예산만 챙겨준 부분이 아닌가. 시장에서 독립해서, 시장과 병립할 수 있는 복지를 갖추지 않으면 복지는 언제든지 흔들리고 위협받을 수 있다.

김윤태 : 지난 전당대회에서 보편적 복지를 당의 강령으로 채택하는 등 민주당은 최근 다시 복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작은 미국이 아니라 큰 스웨덴으로 가자"는 이야기도 했다. 진보개혁세력 내에서 스웨덴 모델에 대한 논쟁도 있는 거 같다. 해외의 모델 중 어떤 것을 참고하고 있나?

이인영 :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 북유럽 모델에 대해 정통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다. 다만 독일-프랑스형 복지와 북유럽형 복지가 결합된 양태를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시장경제의 경우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에 주목하고 있다. 복지와 어울리는 시장경제 모델이 있고, 그 위에 복지를 쌓아야 탄탄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북유럽식과는 좀 다르다. 그것과 북유럽식 사회적 협약 모델을 함께 결합하는 게 어떤가 싶다. 북유럽이냐, 독일-프랑스식이냐를 구분하지 말고 우리에게 맞는 장점을 찾아볼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최근에는 갑자기 '한국형 복지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까 주춤하고 있다(웃음).

김윤태 : 박근혜의 '한국형 복지모델'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인영 : 박근혜 전 대표가 제기하는 것은 시장종속형 복지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재원이나 재정 조달전략도 부정확하다. 나아가 보수의 정략형 복지라는 측면도 있다. 집권전략 차원이든 보수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시혜적 차원에서 민중들의 요구를 포섭하는 차원이든,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북유럽식 모델과 독일-프랑스식 모델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김윤태 : 어쨌든 미국식 모델은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

이인영 : 영미식 모델은 아닌 것 같다. 프랑스의 복지지출이 스웨덴보다 많다는 면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김윤태 :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대륙의 모델은 사회보험 위주로 가고, 스웨덴 등 북유럽은 국가역할을 강조한다. 어쨌든 두 모델 모두 GDP 대비 복지지출의 비율은 30% 이상으로 상당히 높다. 반면 우리는 8~9% 수준이다. 우리가 유럽식 모델로 간다고 한다면 불가피하게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게 된다. 그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다고 보는가.

ⓒ프레시안(최형락)
이인영
: 대략 300조 원 쯤을 생각할 때 국가재정에서 재정전략, 재정에 대한 배분전략 등을 일정하게 수정하면 가능하다. 산업정책이랄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을 제외하고 산업육성비나 SOC 등을 적절하게 조정하면 국방비에 손을 대지 않아도 5조 원에서 10조 원 정도는 정돈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지하세원을 투명화하는 동시에 조세의 형평성을 갖추면 20조 원 안팎의 추가 세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제를 신설하는 것보다는 능력에 따라 부담하도록 하고, 누진제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이같은 세 가지 방향에서 30조 원 안팎으로는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조세특혜 문제를 손댈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세금을 다시 신설하거나 제도를 손보는 것 외에도 특혜를 주는 세금제도를 정상화하면 10조 원 정도는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인세 등 최근 5년 동안 90조 원을 이야기하지 않나. 그러한 부분만 원위치해도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다. 꼭 새롭게 세금을 신설하지 않아도 이러한 것을 통해 복지재원을 확대하고, 그리고 우선 국민이 복지를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 정도의 단계, 필요한 재원 즉 세금을 늘리자는 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조세신설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때 채택해야 한다.

김윤태 : 장기적으로는 증세가 불가피하더라도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반면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부유세를 이야기하고 있고,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사회복지세와 같은 목적세 신설을 제기했다. 당장 증세하자는 주장에는 반대하는가?

이인영 : 증세를 하자는 이야기, 부유세나 사회복지세 신설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이전 단계를 좀 마련해 놓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조세신설은 필요하면 해야 하겠지만 그것은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여야 한다. 지금은 재정배분 전략의 변화와 조세투명화, 조세정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도 꽤 많은 부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부유세를 신설해서 얼마를 확보하려고 하는 것인지 물어보면 10조 원이나 20조 원 정도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꼭 세금을 신설하지 않아도 재정배분 전략이나 투명화, 조세정의 차원에서 특혜를 정상화하면서 할 수 있는 액수다. 우선은 이렇게 간 뒤에 국민들이 복지경험을 하고 불가피한 증세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접근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정권교체를 위한 가장 센 힘, 연대보다는 통합이다"

김윤태 : 전당대회 때 민주당이 보다 진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민주당 밖에 있는 진보진영과 연대와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관심도 많이 끌었다. 그리고 그 이후 석 달이 지났다. 하지만 민주당 전당대회의 목표가 얼마나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기대가 컸던 탓인지 별로 성과가 없다는 논란도 있는 것 같다. 어떤 일이 진행됐고, 또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이인영 : 연합이나 통합과 관련한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직 하지 못했다. 특히 통합과 관련해 만나자마자 "결혼합시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나. 제 입장에선 사전적 과정에 있는데 두 가지 측면이다. 우선 연합이나 통합을 위해선 지향이 같아야 한다. 가치에 있어 서로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는 물음표가 남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올해 친환경 무상급식이 실현되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복지의 경험이 쌓이면 그 진정성은 빠르게 형성될 것으로 본다. 그 경험은 진보정당이나 진보적 시민단체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그것을 통해 신뢰도 더욱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꾸준히 실천할 것이고 정책 논쟁이나 구체적 투쟁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확대해 가려고 한다. 민주당은 무상급식을 넘어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무상의료 접근법을 이미 발표했고 무상보육이나 등록금 반감 문제도 제기해 나갈 것이다. 그 실천적 뒷받침의 근거가 아직은 부족하지만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김윤태 :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공동행동을 벌이면서 민주당이 진보정당과 진보적 시민단체와 연대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앞으로 연대와 연합의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이인영 : 민주당이 제대로 싸우지 않는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작년 연말 예산정국을 거치면서 이런 부분도 상당히 정리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투쟁과 가치, 바로 이 두 가지 측면에 있어 현재의 민주당을 그 이전의 민주당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대와 연합의 수준을 전면적이고 본격적으로 하겠다. 민주당이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하겠다"라고 선언은 한 상태다. 진보적 시민사회나 진보정당은 여전히 민주당이 연대에 소극적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전략이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옅은 불에 바로 장작을 올려놓으면 탈까? 낙엽을 좀 더 많이 태우고 잔가지도 올려놓고 해서 밑불을 만들어야 장작이 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대와 연합을 위한 민주당의 기초체력을 확보하는 측면에 많이 치중해 왔는데, 그 때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사회나 진보정당의 경우 대중적 토대에 입각해 연대로 나오는 부분은 약하더라. 서로가 약한 상태에서 옅은 불만 모아서 장작을 태우자는 것은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민주당이 일정하게 잃어버렸던 부분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지난 연말을 충분히 쓰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국민에게 어필한 부분도 있고 시민사회의 신뢰를 회복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 전면적, 주동적으로 보다 책임 있게 나가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김윤태: 민주당이 민노당, 진보신당과 연합과 통합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이인영 : 범국민 운동이나 대국민 운동의 수준에서 연대와 정치공조는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나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다. 연대를 넘어 연합의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선거나 권력을 매개로 최소한 정치세력은 할 수 있지 않나. 4월 재보선이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거기까지는 하려고 한다. 오는 3월과 6월에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아마 전당대회도 할 것이고 그것을 통해 정리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진보정당에서는 진보소통합을 먼저 하겠다고 하지 않나. 그 결론을 한편에서는 봐야 할 것 같다. 동시 병행적으로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진보소통합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통합, 범민주진보 대통합을 하자는 것은 일종의 훼방이 아닌가.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참여당도 비(非)민주 선(先)통합을 하자고 하는데 진보정당 입장에서는 일차적으로 멀어져 있는 관심사인 것 같다.

내부적으로는 민주진보 대통합의 담론들이 감정의 문제 아니라 객관적, 이론적으로 성립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면 논쟁도 할 수 있다. 핵심은 이런 것들이다. 우선 정말 2012년에 정권교체를 하려고 하는 것인가? 모든 것을 다 걸고 범진보개혁 세력의 역량을 총결집한 대회전, 정권교체를 이루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가장 센 힘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나는 연합보다는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연합보다는 통합이 훨씬 센 힘이다. 그 뒤에 다시 분리하는 한이 있더라도 2012년의 대회전이 가장 절체절명의 과제라면 연합공천이나 후보단일화 수준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는 이야기다.

김윤태 :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서 선거연합보다 정당통합을 주장하는데, 가능하다고 보는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서는 민주당과 통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이인영 : 만일 연합정권, 연립정권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연합당이나 연립당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대중의 눈에서는 아직은 분리되지 않고 있다.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지만 비례는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상당히 섞여 있다. 유럽처럼 대중의 분열 속에서 진보와 중도가 확고하게 분별정립한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세력이 분열하지도 않은 대중에게 분열을 요청하고 강제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올해 중순, 상반기를 지나면서 통합의 요구는 국민 속에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그 갈래는 여러 측면일 것이다. 노동분규가 많아질 수도 있고 복지체험 속에서도 확대될 것이다. 이명박 정권도 워낙 잘못하고 있다. 그 속에서 국민들은 수권가능한 진보, 실현 가능하고 대안적인 진보는 뭔가하는 부분들을 계속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의 현재 상태가 그 기준에 충족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기 때문에 통합을 하면 더 간명하게 생각할 여지가 많아진다. 그런 면들을 감안하면 올해 중순부터 현재의 상태는 끝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늦어도 11월 전에는 결론을 내야 한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11월이다. 각 정당들이 통합된 전당대회, 법률적으로는 신설합당일 텐데 그것을 하든지, 아니면 불가피하게 연합공천-후보단일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지금은 이론적, 객관적으로 편견없이 이야기를 해 보고 여름쯤 본격적으로 실질적인 이야기를 한 뒤에 연말 전에 결론을 내자는 생각이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움직이자는 것이다. 무작정 움직인다고 되는 성격의 일이 아니지 않나.

ⓒ프레시안(최형락)

김윤태 : 현재 민주당 연대연합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낮은 차원의 선거연합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정당으로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자, 올해 11월까지 결론을 내자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바람직한 방향인지를 떠나서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이인영 : 정치세력 간에는 무엇이 옳은지를 두고 편견없이 토론하고 논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결정은 대중의 요구에 따라 내려질 것이라고 본다. 대중의 요구에 순응하는 세력과 그것에 어긋나는 세력이 나눠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의 요구가 얼마나 강력한 것이냐, 그에 따라 결정될 문제다. 그 요구는 올해 중반부터는 표출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타고 해낼 수 있다 생각한다.

김윤태 :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정치구도가 보수-중도-진보의 삼각 구도보다는 보수-진보 양당 체제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 같다.

이인영 : 삼분립보다는 범진보와 범보수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실사구시적으로 생각해 보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도와 진보의 해법이 다를까? 중소기업과 자영업 문제에 대한 해법이 다를 것인가? 대체로 같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예를 들어 중도가 비정규직 해법과 관련해 "어떤 때는 비정규직이 필요하고, 다른 때는 없어도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한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대책도 "어떤 기업은 망해도 되고, 어떤 기업은 보호해야 한다"라고 할 수 있나? 불가능한 이야기다. 중도적인 해법이라는 것도 결국 범진보의 해법 안에 들어와 있을 수밖에 없다. 범진보와 보수로 정립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복지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민주당의 복지와 진보정당의 복지의 방향이 정말로 다른가? 정도의 차이, 진정성과 치열함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방향 자체가 다른가? 하나의 정당 내부에서 할 수 있다고 본다. 정파등록제 이야기도 들리는데 그런 것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 정서, 과거의 문제를 떠나서 사회민주주의와 사회적 자유주의는 공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진보정당이 내놓은 '건강보험 하나로'를 보자. '하나로'는 사회적 자유주의의 해법이다. 그것을 내놓으면서도 "사민주의와 사회적 자유주의가 공존하는 하나의 정당은 만들 수 없다",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짜복지와 진짜복지의 분수령"

▲ 고려대 김윤태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김윤태
: 이인영 최고위원은 민주당뿐 아니라 민주진보 진영 내에서도 단일한 정당으로의 통합을 가장 강력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1987년 민주쟁취 국민운동본부와 같이 민주헌법, 직선제와 같은 최소강령에 동의한 모든 정치세력이 모인 경험도 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하나의 단일 정당을 만든다면 가치와 이념이 같아야 하는데, 진보정당 쪽에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이중적 시기'라고 규정하기는 했지만 진보진영의 입장에선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보였던 신자유주의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이인영 : 그런 차이는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단지 신자유주의 정부로 규정하는 데 반대한다. 오히려 이중적 성격이 있었다. 그 과정을 뚫고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정권으로 끌어갈 수도 있었고, 백기투항하는 정권으로 방치할 수도 있었지만 당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던 흐름들이 있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그런 마음 정도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시 경제적인 불가피성이 이중성을 강제한 것이지, 그 분들이 본성적으로 또 철학적으로 신자유주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 내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지하는 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대체적인 흐름은 그렇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석의 차이는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차이가 이명박 정권의 후예가 다시 등장해선 안 된다는 것보다 우위에 있는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87년 CA(제헌의회)냐 직선제냐 논쟁이 군사정권을 종식해야 한다는 당위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면 센 힘이 뭔지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연합보다는 통합이 센 힘이다. 그렇다면 그 차이나 각자의 이해와 요구를 조금 절제하고 억제하더라도 더 큰 부분을 위해 걸 수 있어야 한다. 87년 당시 학생운동은 민청련도 불철저하다고 봤고 민통련은 더 멀게 봤고 야당은 정말 우습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만 갔으면 6월항쟁은 실패했을 것이다. 학생운동이 야당과도 함께 하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다. 학생들이 자신들끼리만 화염병이나 각목, 짱돌을 들었으면 국민과 더 멀어졌을 것이다. 보도에서 박수치고, 지나가면서 경적을 울리는 등 국민들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했다. 때로는 학생들이 자기희생을 각오하고 비폭력으로 드러눕기도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시민의 참여와 시민들과의 일체 속에서 성공했다. 현재의 차이가 이명박 정권의 집권연장, 한나라당의 집권연장을 막아야 한다는 명제보다 더 우위에 있을 수 있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진보정치의 정체성이 강화되는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의 진보적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훨씬 더 주동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윤태 : 한나라당의 집권 연장에 반대하는 차원을 넘어서 범진보진영의 연합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이인영 : 우리는 지금 가짜복지와 진짜복지의 분수령에 서 있다. 다음 정권을 잡으면 진짜복지의 길로 갈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보다 더 진보적인 정부를 만들 수 있다. 연합-연립정부를 만들어도 그럴 것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가 정권을 잡으면, 조금 독한 표현이지만 가짜복지의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우리는 복지가 작은 나라여서 양만 늘어도 좋아 보인다. 사람들도 박수를 칠 것이다. 2012년에 정권을 못 잡으면 2017년에도 못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영국의 대처정권과 같이 보수집권의 장기화가 가능해 진다는 이야기다. 보수의 복지는 진보가 바라는 복지와 다르다. 비정규직도 계속 양산될 것이고 게다가 FTA도 있지 않나. 평화의 문제도 그렇다. 다음 정권을 우리가 잡으면 통일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재집권하면 굉장히 멀어질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냉전과 대결을 강화하면서 이 지경이 됐다. 북한의 정권에 변동이 생기는 상황, 설사 북한이 붕괴된다고 해도 통일과 평화의 길로 가겠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고구려가 망했다고 해서 결코 신라로 오지 않았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우리가 집권해야 한다. 진보정치 세력의 이해관계를 봐도 2012년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정권교체를 위해 보다 강력한 힘을 만들 방법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그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없다.

김윤태 : 범진보진영을 결집하는 공통의 목표로 복지동맹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이인영 : 87년에 우리가 직선제 대신 제헌의회 투쟁을 했으면 성공했을까. 복지동맹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어디까지가 복지동맹일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민주당이 완성된 시기도 복지동맹의 차원에서 볼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시기를 거치고 있는가. 광범위한 복지동맹을 만들어야 한다는 합의가 가능하다면 그에 입각해 말 그대로 순수한 의미의 단일정당은 아니겠지만 연합적 형태의 통합정당, 단일정당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을 위한 정세적, 정치사상적, 역사적, 대중적 기초도 있다. 지금 민주당 내의 진보행동은 대체로 이런 부분까지는 공감하는 것 같다. 이것에 입각해서 민주당 안에선 진보 노선을 더 견인하고 밖에서는 통합의 매개 역할을 하려고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내년 총선에서 한번 붙어보자"

김윤태 : 민주진보 진영의 연대나 통합이 단순한 반(反)MB연합을 넘어 반(反)신자유주의적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한 흐름이 민주당 내에선 진보행동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있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386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리고 이제 386, 아니 486 세대 정치인들은 중견 정치인이 됐다. 이들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

이인영 : 민주당이 과거에 제대로 투쟁했느냐, 민주당이 진보적이었느냐의 부분보다 더 심각하게 진보행동 구성원에게는 비판과 비난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지난 전당대회 때 저를 단일후보로 내세우려고 했던 것은 지난 시기에 대한 자성의 출발이었다. 중대 이슈마다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우고 서로 다른 후보를 밀고 있었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 저를 단일후보로 만들려고 했던 취지였다는 이야기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지난 12월에 거리에서 열심히 선전하고 시민들 만나고 서명도 받았다. 10여 명 정도가 꾸준히 참여했다. 좀 더 나아가자면 "비정규직 현장에서 너희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할 생각이다. 비정규직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 파견법이나 비정규직법도 검토할 생각이다. 민주당의 공공의료 강화 정책과 중복된 측면도 있지만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도 우리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과 노선도 그렇지만 현장의 실천도 강화할 생각이다. 그런 곳에서 우리의 모습을 더 많이 봐야 채찍을 주려던 분들이 사탕도 주시지 않겠나. 그렇게 할 생각이고 비판도 감수할 것이다. 반성했다는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천이 아닌가.

김윤태 : 거리에 나가서 투쟁하는 것 외에 더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이인영 : 김영춘 최고위원이 민주당 서민특위를 맡아서 각종 삶의 현장을 찾아가고 대안을 만들고 있다. 저는 비정규직특위를 맡아서 그 쪽에 집중하려고 한다. 임종석 전 의원도 이 문제에 대해 깊은 사고를 하고 있더라. 비정규직특위를 통해 현장에서 다 들을 생각이다. 두세 달 정도는 욕도 먹겠지. 그래도 갈 것이다. 그렇게 쌓아올린 것을 토대로 대책을 만들고, 정기국회 때 쟁점화시킨 뒤 내년 총선에서 진짜 붙어보려고 한다. 그 과정에도 진보행동은 함께 할 것이다. 작년 연말 한두 달이 민주당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듯 진보행동 역시 그렇게 갈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지난 전당대회 때보다 더 큰 폭발력이 젊은 정치인들 속에서 새롭게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누적된 근거와 기반 속에서 올 연말쯤 포문을 열기 시작하면 더욱 큰 당의 변화를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김윤태 : 마지막 질문이다. 486 정치인들이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으로서 진보를 대변하는 세력이 되어야 한다는 포부로 들린다. 연말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할 의사는 있나?

이인영 : 제가 또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웃음). 우리들 중 누군가 담대한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의 정책과 노선 그리고 세력의 변화를 넘어 세대의 변화까지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김윤태 : 다음 전당대회를 기대하겠다. 오랜 시간 말씀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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