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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몽니'에 선거법 못 고쳐,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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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몽니'에 선거법 못 고쳐, 정상인가? [하승수 칼럼] 국회 관행이 헌법 위에 있다고?
헌법과 국회관행이 충돌한다면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을까? 말할 것도 없이 헌법이다.


그렇다면 만약 국회가 헌법에 어긋나는 조건을 붙여서 의결을 했다면, 그 조건은 효력이 있을까? 당연히 효력이 없다.

그런데 이런 상식적인 판단이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바로 국회에서 운영 중인 정치개혁특위가 문제다.

지난 6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정치개혁 특위 구성 결의안이 통과됐다. 여당 9명, 야당 9명으로 구성된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법안심사·처리권을 갖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수결'이 아닌 '합의제'로 처리한다고 결의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느 한 정당이라고 합의를 거부하면 정치개혁특위는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필자가 만난 어느 국회 보좌관은 '처음부터 안 될 것을 알고 만든 정치개혁특위가 아니냐'는 얘기까지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유한국당은 중요쟁점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민심그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반대, 만18세 선거권도 반대한다. '합의제'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하는 행동이다.

이대로라면 정치개혁특위의 활동시한인 연말까지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 그동안 정치개혁특위는 전체회의 3차례를 진행했지만, 합의가 될 전망은 전혀 없다. 12월말로 끝나는 정치개혁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해봐야 그것도 의미가 없다. 어차피 '합의제'라면 자유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거제도 개혁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한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정치인이라면 선거제도 개혁이 얼마나 절실하고 중요한 지에 대해 공감대가 있다. 보수-진보의 문제를 떠난 문제다. 민심을 왜곡하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 때문에 건강한 정책경쟁은 실종되고, 오로지 정쟁만 벌어지는 국회가 만들어졌다. 국회의원 재선을 위해서는 지역구 관리가 국회의사당에서의 의정활동보다 더 중요한 정치풍토가 만들어졌다. 이런 식의 국회로는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사실 국회에서 '합의제'로 안건을 처리한다는 것은 헌법위반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49조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 되어 있다. 국회법 제54조도 "위원회는 재적위원 5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본회의에서 '다수결이 아닌 합의제로 처리한다'라는 조건을 붙여서 정치개혁특위 구성을 의결했다고 하더라도, '합의제'라는 조건은 헌법위반으로 무효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는 일반적인 안건심사절차에 따라 의결을 하면 된다. 국회법에 따른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치개혁특위 위원 과반수의 동의가 있고, 무기명표결에서 5분의 3이 찬성하면 가능한 일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원혜영 위원장과 위원들은 정말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권고했고, 2016년에는 만18세 선거권 연령을 권고했다. 지난 대선 당시에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위와 같은 선거제도 개혁에 찬성했고, 유승민 후보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라는 한 정당의 '몽니' 때문에 개혁을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작년가을부터 일어난 촛불민심은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를 원하고 있다.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정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다. 이런 요구를 이번에는 담아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오로지 헌법에 충실해야 한다. 그동안 국회 내에 있었던 초헌법적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헌법과 국회법에 어긋나는 '조건'은 무효다. 따라서 헌법과 국회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정치개혁과제들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그것이 역사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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