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생리대, 전혀 사소하지 않아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생리대, 전혀 사소하지 않아요" [작은것이 아름답다] 내 몸에 맞는 생리대는?
우리나라 여성 대부분은 생리용품 종류와 사용법을 모른 채 '어른'이 된다. 생리대 사태 뒤 마트 진열대 밖 '내 몸에 맞는 생리대' 존재를 알게 됐다. 내 몸과 맞는 생리대를 선택하는 걸음마를 뗀 지금. 우리는 진짜 생리를 아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안전'도 '해외직구'?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대안생리대가 있다. 바로 몸에 삽입하는 생리용품인 '생리컵'이다. 생리컵은 종 모양으로 몸 안에서 생리혈을 직접 받는 형태다. '컵' 하면 떠오르는 것과 달리 손안에 쏙 잡힌다. 크기가 다양해 자기 몸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1932년 미국에서 처음 나온 뒤 1987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 만들어진 것이 천연 고무로 된 '키퍼'. 그 뒤 '문컵'을 시작으로 의료용 실리콘 재질 생리컵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여성 3명 가운데 1명은 생리컵을 전혀 모른다. 생리컵에 대한 비호감은 68.4퍼센트에 이른다. 몸 안에 넣는 덕에 거부감이 높고 덜 알려진 탓이다. 반대로 30대 미만 젊은층은 절반 넘게 생리컵에 대해 안다고 답했다. 생리컵 정보는 소셜네트워크(SNS)에 많아 젊은층이 손쉽게 접하기 때문이다. 생리컵 구입도 이른바 '직구'로 나라밖에만 의존하는 형편이다.

▲ 월경컵 수다회. ⓒ이지앤모어

소셜벤처 '이지앤모어'가 최근 우리나라 첫 생리컵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했다. 안지혜(32세) 대표는 안전한 생리용품을 찾으면서 생리컵을 알게 됐다. 생리대는 생필품인데 너무 비싼 것이 불만이기도 했다. 지나친 상업화, 단발성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 유해화학물질까지, 생리대에 뒤섞인 문제들을 알게 됐다. 그 원인은 일회용생리대 비율이 과하게 높은 것이었다.

"나라밖에는 생리컵, 해면, 생리팬티 같이 다양한 생리용품이 개발돼 있어요. 본인에게 맞는 생리용품을 고르기 쉽죠. 우리나라는 생리대 정보가 너무 부족해요."

직접 생리컵을 얘기하는 모임 '월경컵 수다회'를 마련한 이유다. 안지혜 님이 생리컵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한 뒤 참가자끼리 정보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2016년 11월 처음 시작할 때는 10명도 채 모이기 힘들었다. 지금은 한 달에 4∼5차례 진행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지난 10월 24일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한 모임터에서 월경컵 수다회가 열렸다. 크기와 색색별 이십여 가지 생리컵에 참가자들 눈빛이 번뜩인다. 직구 전 염두에 둔 생리컵을 만져도 보고 요모조모 따져볼 수 있다. 생리컵을 사용하면서 궁금했던 점이나 떠도는 소문도 나눈다.

"잘 때 생리컵 속 생리혈이 역류한다고 하더라고요." 안지혜 님이 정확한 사실을 알려준다.

"물구나무를 선 채 12시간 있으면 한두 방울 역류할 수 있대요. 경부 안에 있는 피를 내보내기 위해 펌프질을 계속하기 때문에 피가 다시 거슬러 올라갈 일은 없어요."
생리컵 이용 경험도 솔직하게 나눈다.

"생리컵을 쓰고 생리 주기가 줄었어요. 생리컵에 받아보면 혈이 이렇게 적었나 싶어요."
끔찍하게만 여겼던 생리가 새로워진다.

면생리대 날개 달다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산업단지 가까이 면생리대를 만드는 '개짐살이' 공동체가 있다. 미색 천이 수북한 작은 방은 재봉, 다듬기와 포장 자리로 나뉘어 있다. 대표를 맡은 허필자(62세) 님 세 자매가 꾸려가는 곳이다.

'개짐살이'는 허필자 님이 인천에 시집온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도 인천에 막 생기기 시작한 푸른두레생협과 가톨릭환경연대 첫 회원으로 바로 가입할 정도로 먹거리, 땅과 생명 살림에 관심이 많았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몸살림으로 이어져 자신의 몸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일회용생리대를 쓰다 보니 달마다 늘 상처가 났어요. 첫째 딸 출산 뒤 선물 받은 기저귀천으로 면생리대를 쓰기 시작했죠."

처음엔 기저귀 감으로 많이 쓰는 소창천을 잘라다 접어 썼다. 아이가 있는 엄마들에게서 얻은 천을 끝에만 감침질해 쓰기도 했다. 면생리대를 널리 알리고자 4∼5일 동안 지인들에게 나눠줬다. 품도 비용도 많이 들었다. 두레생협 실무자가 좋은 건 널리 쓰자고 제안해 '개다'에서 유래한 면생리대 옛말 '개짐' '개지미'를 따라 이름 짓고, 2004년부터 생협 물품으로 납품하기 시작했다.

'개지미'는 표백하지 않은 무형광천이다. 가공을 거의 안 한 소창천만 쓰기 때문이다.

"목화 솜 그대로예요. 옥수수 전분으로 풀만 먹였어요."

세로로 들어간 실이 끊기지 않도록 최소한 가공만 했다. 염색한 천은 쓰지 않는다. 천연 염색이 아닌 이상 열 번 넘게 빨아야만 자연화 되기 때문이다. 방수천도 없다. 자궁 건강을 걱정해서다. 실험 끝에 방수천 없이 흡수가 잘 되면서 새지 않을 두께를 찾았다. 가공, 염색, 방수천까지 세 가지가 없는 개지미가 만들어졌다. 단순한 모양새에 당황한 조합원들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모양도 안 예쁘고 화려하지도 않아 1년에 한 서너 번은 전화 받아요. 나중에는 오히려 이해하고 주변에 알려야겠다고 하죠."

2000년대 초반 '피자매연대’'와 여성주의 자활공동체 '마고할미네'까지 면생리대 쓰기는 환경운동과 여성주의 운동에서 비롯됐다. 여성의 몸이 자본에 대상화되는 것에 저항하고 여성 몸과 지구를 살리는 실천이었다. 특히 '피 흘리는' 모든 자매의 연대를 위한 '피자매연대'는 일회용생리대 대안이 알려지지 않은 때, 일회용생리대 위험성을 지적하고 면생리대 만드는 법을 찾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허필자 님도 피자매연대 도움을 받았다. 이렇게 쌓은 경험으로 단체, 정당, 생협, 자신이 후원하는 단체에 먼저 면생리대 교육을 자처했다. 휴일도 없이 우리나라 곳곳 가리지 않고 찾아갔다.

"알고도 안 쓰면 몸 환경, 지구 환경 모두 못 살리는 거잖아요. 깁스 풀면 몸이 어느새 말라 있듯 일회용생리대를 쓰면 우리 자궁도 그러리라 봐요."

면생리대를 쓰면서 생리하는 줄도 모르고 상처 없이 편안해졌다. 개지미를 오래 쓰면 천이 얇아져도 흡수력이 더 좋아지는 탓이다. 냄새날까 조마조마하지도 않다. 교육하면서 다른 이의 생생한 후기도 듣는다. 행사라도 나가면 사람들이 친구인 양 반기며 생리통에서 벗어난 경험을 말해준다.

10여 년이 흘렀지만 면생리대에는 여전히 번거롭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면생리대를 쓰는 사람은 우리나라 여성 8퍼센트 정도.(여성환경연대, '여성 1000명의 월경용품 사용실태', 2017) 허필자 님은 잘 때만이라도 일단 써보기를 권한다.

"천으로 생리대를 바꾸면 마음도 바뀌어요. 생리혈을 보고 내 건강 상황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 개짐살이. ⓒ정현주

건강하게, 당당하게

지난여름 여성환경연대는 '생리컵 사용 경험을 통해 본 월경문화 집담회'를 열었다. '생리대 선택권' 목소리를 높이는 자리에 영화 <피의 연대기> 감독 김보람 님도 참가했다. 문화 속 생리 취재를 하며 '오랜 세월 생리를 터부시해온 문화가 과학기술, 산업, 유통, 교육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술 발전에도 일회용생리대 결함은 개선되지 않고 여성 스스로 새로운 생리대를 개척해도 '외음부'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새로운 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생리도 함께 배우고 '생리컵을 쓰면 처녀막이 찢어진다' 같은 왜곡된 정보를 톺아보는 시간도 갖는 것이다. '여성이 평생 500여 번 하는 생리는 바로 여성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생명활동'이라 말한다.

생리대 사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여전히 생리대 광고가 눈에 띈다. 이제는 '깨끗함'이 아니라 '안전함'을 앞세운다. 지난 9월 28일 식약처는 '생리대에서 검출된 휘발성 유기화합물 10종 검출량이 낮아 몸에 별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발표했다. 질 조직에 관한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기준조차 제대로 세우지 않은 채 안전하다고 발표한 것이다. 안지혜 님은 우리나라 여성 92퍼센트가 일회용생리대를 쓰는데 식약처 조사가 허술하고 근본 문제를 짚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전성분표시제가 확실히 시행되어야 해요. 그래야 안전하면서 건강한 제품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허필자 님은 이번 생리대 사태가 전과 확연히 다르다고 느낀다. 가습기 피해를 비롯해 지금까지 일로 사람들이 화학물질 유해성을 확실히 새긴 것 아닌가 한다. 생리대 사태로 나타날 변화에 희망을 품는다.

"일회용생리대에서 벗어나니 자궁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됐어요. 내 몸을 좋아하는 큰 계기가 된 거죠. 생리대는 전혀 사소하지 않아요."

(10월 17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식약처장은 '전성분표시제에 생리대를 포함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이달 안에 공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안이 공포되면 2018년 10월부터 생리대 전성분 표기가 의무화된다. 편집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