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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올림픽이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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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018년, 평창 올림픽이 절호의 기회다 [이충렬의 정권+교체] 천지개벽(大地開闢)을 꿈꾼다
1. 만해 한용운이 풀이한 3·1정신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의 뿌리입니다. 우리의 정신입니다."

2017년 12월 16일 충칭(重慶)의 임시정부청사 기념관을 방문한 대한민국의 국가원수는 이렇게 방명록에 기록하였다. 백년이 걸렸다.

그러나 아직도 한반도에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더 많다. 남한의 냉전극우세력과 북한 정권이 그러하다.

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기원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감격스러운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뿌리를 이루는 정신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중요한 자료가 만해 한용운 선생이 쓴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라는 글이다. 한용운 선생은 1919년 3월 1일 태화관의 민족독립선언서 발표장에서 대표말씀을 하신 분으로, 33인 중에서 평생 변절하지 아니한 유일한 분으로 일제와 타협하지않은 불굴의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의 위대한 스승이었다.

독립선언서 발표 이후 체포되어 감옥 생활 중 3·1독립운동의 정신을 상세히 저술한 것이 바로 위의 글이다. 이 글은 1919년 11월 4일 상해에서 발간되던 <독립신문>에 실렸다. 그러다가 1945년 해방이 되고서야 국내에서도 비로소 알려졌다. (만해선사는 1944년 입적하였다: 필자 주).

3·1독립운동을 철학적·사상적으로 해설한 자료는 그리 많지 않다. 이 글에 따르면 만해는 3·1독립운동의 기초로 자유·평등·평화의 사상을 설파하고 있다.

"자유는 만유의 생명이요, 평화는 인생의 행복이다. 그러므로 자유가 없는 사람은 죽은 시체와 같고 평화를 잃은 자는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생명을 터럭처럼 여기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희생을 달게 받는 것이다. (중략) 평화의 정신은 평등에 있으므로 평등은 자유의 대등개념이 된다. (중략) 완전한 자유와 평등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게 된다. '절대적 자유가 곧 절대적 평등'인 것이다."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에서 인용)

민족의 자주독립국이 지향할 가치로 자유·평등·평화를 예시한 것이다.

2. 6월항쟁과 촛불혁명의 정신

6월항쟁을 30세에 겪은 필자는 평생 항쟁의 정신을 탐구하고 실천하느라 나름 노력했다. 필자가 본 6월항쟁의 정신도 자유·평등·평화였다.

"6월 혁명이 우리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전쟁, 프랑스 대혁명과 같다고 보아야 한다. 실제 1987년 대혁명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독재타도라는 구호로 정치적 자유를 갈구하였고, 자유의 공간이 열렸을 때 비인간적 수탈의 대상이었던 민중들로부터 평등의 욕구가 7-9월 노동자 대투쟁이라는 형태로 터져나왔다. 그리고 전쟁과 분단을 겪은 민중들 사이에 평화적 통일에 대한 열망이 노도와 같이 분출하였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평화 이것이 6월 혁명의 핵심 가치였다." (<김대중 박정희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 레디앙 2015년 19쪽)

그리고 2016-17년 촛불혁명이 일어났다. 민주공화국의 정신을 부정한 대통령을 탄핵하고 평화적으로 민주정부를 탄생시켰다. 필자는 6월항쟁에서 확인된 자유·평등·평화의 정신이 활화산으로 타오른 것이 촛불혁명으로 본다. 따라서 향후 민주정부가 지향해야 할 지향점이 바로 자유·평등·평화라는 것이다.

3·1독립운동으로 시작된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이 수많은 능선과 봉우리를 거쳐 백 년 만에 촛불혁명이라는 천왕봉까지 이르렀다. 등산이라면 이제 하산해야겠지만, 우리의 국운은 더욱 계속 상승해야 한다.

민주정부의 출범은 촛불혁명의 도구에 불과하다. 2018년 우리는 이 도구를 통해 천지개벽의 변화를 완수해야 한다.

3. 정치개혁의 대사변을 위해!

2018년을 맞이하여 자유·평등·평화라는 지향점으로 전진하기위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자유와 평등은 국내적 개혁과제와 맞물려 있고, 평화는 한반도의 전쟁구도를 해체하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우선 자유와 평등으로 전진하기 위한 어젠다를 살펴보자. 행정부는 민주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입법부와 사법부 그리고 언론을 비롯한 기득권구조는 아직도 앙샹레짐(구체제)의 견고한 카르텔로 버티고 있다.

민주당은 120석으로 과반수에 한참 미달하는 1당이고, 107석의 자유한국당은 막구가내로 구시대로의 퇴행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중간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회에서의 정치개혁논의는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장일치'나 '전원합의제'로 운영되니 자유한국당이 몽니만 부리면 단 하나의 개혁도 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으니 말이다.

국회가 민의를 담지 못한다면 국회를 민심에 따라오게 만드는 다양한 대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원전건설 문제 해결에 사용한 '숙의민주주의제' '공론위원회' 등에서부터 다시 촛불을 드는 문제까지 시민이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선거구제와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정치개혁을 완수하지 않는다면 촛불혁명은 앙꼬 없는 찐빵이 될 것이다.
4. 평창올림픽을 평화의 터닝포인트로!

자유와 평등은 어떻든 시동이 걸렸다고 보아야 하지만, 가장 어려운 문제는 평화의 문제다. 이는 북한과 미국·중국 등 주변 강대국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린 고차방정식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올해 초 미국에는 '오로지 미국'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했고, 5월 9일 민주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실험을 간단없이 밀어부쳐 한반도의 긴장은 폭발직전까지 내몰렸다.

갓태어난 민주정부로서는 정신차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차분하고 실용적으로 대응한 결과 이제 주변 4대강대국과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민주정부의 평화구상을 펼칠 단계에 도달하였다.

국제외교관계가 본질적으로 약육강식이고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핵심과 선후관계를 잘 조율해나가면, 대한민국이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는 많다고 보여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 국제무대에 데뷔를 완료하였고, 주변 강대국의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한반도의 평화문제는 대한민국이 이해관계가 가장 크다. 전쟁이 터지면 우리 땅에서 터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북한체제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된 점을 고려한다면,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평화를 안정화시키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의 국제질서에서 강대국이라해서 안하무인격으로만 행세할 수는 없다. 한국의 사활적 이해관계를 중국과 미국의 엘리트 층이 구한말처럼 도맷금으로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힘과 설득력을 대한민국이 이제는 가지고 있다. 또 중국과 미국에도 합리적인 지식인과 정책결정자들이 많다.

한반도 핵문제 해결과 평화정착을 위한 신중하지만 담대한 한 걸음을 내디딜 때가 왔다. 내년 2월 9일 열리는 평창올림픽이 절호의 기회다. 남한도 북한도 미국도 중국도 체면과 기존 논리를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대화의 시동을 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남한과 북한이 능동적인 대화를 시작할 계기로 이보다 더 적합한 이벤트는 없을 것이다. 우선 전격적인 특사교환으로 국면 전환과 분위기 전환을 시도할 때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도 이제 더 이상 카드가 없지 않은가? 남북이 선제적으로 대화를 시작하자. 우리 민족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음을 주변 강대국에게 설득해보자!

정치개혁과 평화정착을 통해 자유·평화·평화라는 국가이념이 본격화하는 천지개벽의 2018년을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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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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