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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발목잡는 드루킹, 김태호 발목잡는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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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경수 발목잡는 드루킹, 김태호 발목잡는 홍준표 김경수 "대선 댓글도 조사 대상"…김태호 "지금 한국당엔 미래 없다"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인 김경수 의원이 이른바 '드루킹 여론조작' 논란과 관련, 지난해 대선 당시의 일까지 특검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언급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8일 오전 관훈클럽 주최 경남지사 여야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대선 당시의 댓글 활동까지 특검 수사 대상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어떤 의견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 어떤 불법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며 "불법이 확인되면 응분의 책임을 당연히 물어야 하고, 특검 조사가 이뤄진다면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여야는 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을 놓고 지난 주말 동안 원내지도부 간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협상 과정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특검 대상을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으로 하자고 주장한 반면, 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대선 여론조작 진상규명'을 특검 명칭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다만 야당의 주장처럼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여론 조작이 이뤄졌는지는 불확실한 상태다. 이날 <조선일보>는 "경찰이 대선 전인 2016년 10월부터 '드루킹' 김모 씨 일당이 기사의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드루킹 최측근의 집을 압수 수색해 대선 전 댓글 조작 등을 보여주는 다수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김 의원은 드루킹 사건 논란과 관련해 "필요하면 특검뿐 아니라 더한 조사도 받겠다"는 기존 입장을 이날 수 차례 재강조하면서, 자신이 드루킹에게 기사 10개의 인터넷 주소를 보내며 홍보를 부탁했다는 데 대해서는 "좋은 기사가 있으면 주변에 보내 주고 (널리) 알려 달라고 하는 것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것이다. 오히려 10건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런 것(여론 조작 지시)이 없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드루킹이 인사 청탁을 하고, 그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을 협박했다는 데 대해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인사 추천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열린 시스템이다. 이번 사건은 그런 문재인 정부 인사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협박성 발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정치인이 민원인을 만나면 자기 요구를 안 받아준다고 험악한 협박성 발언을 듣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원칙적으로 처리했고, 그 결과가 조사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의원실 직원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는 "비록 제가 그사실을 안 직후에 반환을 지시하고 사직서를 받는 조치를 했지만, 직원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책임은 당연히 국민께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저는 지금도 떳떳하고 거리낄 것 없다. 오히려 이 사건을 정치공세의 장으로 삼는 정치권 행태가 이번 기회에 함께 극복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호, 드루킹에 대해 말하지 않기…오히려 洪에 선긋기 주력

이날 토론회에서는 예상과 달리 자유한국당 후보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드루킹 사건 관련한 공세를 펴지 않았다. 김경수 의원이 답한 드루킹 사건 관련 질문은 모두 사회자나 언론인 패널 등의 입에서 나왔다. 제1야당 후보인 김 전 지사는 김경수 의원에 대한 공세보다는 오히려 소속 당 대표인 홍준표 대표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하는 언급을 해 주목을 끌었다.

김 전 지사는 홍 대표가 최근 남북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주사파", "위장평화쇼" 등의 언급을 내놓은 데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홍 대표가 표현이 거칠었다"며 "너무 많이 나간 느낌"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홍 대표 말에) 국민 뜻이 반영돼 있다. 야당은 10개 중 9개를 잘 해도 1개를 잘못하면 비판적으로 공격하는 게 국가 전체로 봐서는 득"이라고 일면 홍 대표를 감싸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계속 속았으니 이번에도 믿을 수 없다'는 것도 옳은 태도는 아니다"라며 "민족, 평화의 문제는 야당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전 경남지사인 홍 대표가 무상급식 정책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내놓은 것과는 달리, 김 전 지사는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부분을 지적하는 질문에 그는 "무상급식은 이념 문제가 아니라 교육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과거에 (내가) 포퓰리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고 '전향' 선언까지 했다.

특히 김 전 지사는 '현재 한국당이 보수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당이 이런 모양으로 가서는 미래가 없다. 정신 못 차리고 있다"며 "보수의 스펙트럼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국가주의에서 자유주의로, 다원주의로, 코포라티즘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보수가 변화의 수단을 가지지 않으면 보수의 가치도 지킬 수 없다"며 "지역·남북 이데올로기에 기대는 것은 끝났다. 다 우리에게 불리하게 됐다. 달라지는 결과를 보이지 않으면 보수는 미래가 없다. 그런 차원애서 앞으로 지각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정계 개편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했다.

이런 그의 발언을 듣던 김경수 의원이 "보수를 지키는 게 중요한 가치라고 했는데, 그러면 홍준표 대표에게 한국당을 맡기지 말고 오히려 본인이 한국당을 맡는 것이 보수를 지키는 것 아니냐"고 지방선거 대신 차기 한국당 전당대회로 방향을 틀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이에 대해 "너무 많이 나가셨다"며 일축했다. 다만 그는 김 의원이 홍 대표의 '창원 빨갱이', '패고 싶다' 발언을 들춰내자 "저도 좀 놀란 부분"이라며 "부적절했다고 생각하고, 그런 말씀은 신중하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홍 대표에 대한 간접 비판을 계속했다.

김 전 지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자신이 친박 진영의 이해를 대변했던 정치적 전력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그래서 20대 총선 1년 전에 불출마를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직 사퇴, 총선 불출마 선언 등 좌충우돌 행보로 '돈키호테'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던 데 대해서도 "당시 김태호의 수준이 그렇다"며 "지금 와서 생각하면 (당시 갈등 대상이었던) 김무성·유승민 대표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정치인은 언행에 신중해야 함을 더욱 유념하겠다"고 반성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인사청문회에서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한 거짓 해명이 들통나 낙마한 데 대해서도 그는 "지금 생각하면 제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며 "'40대 국무총리'(라는 이름이) 너무 욕심났다. 완벽해야 한다는 욕심이 기억까지 가렸다"고 "시인"했다. 홍준표 대표에 대한 차별성 부각이나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의 모습에 대한 반성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김 전 지사가 이번 지방선거를 자신이 보수진영의 새 지도자로 발돋움하려는 계기로 삼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경남도지사 선거 여야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왼쪽)과 자유한국당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8일 관훈토론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지사 선거 현안은?

한편 두 후보는 토론에서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난 '영남권 신공항' 문제나 조선산업 현황 등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았다.

김 전 지사는 공항 문제와 관련 "제가 경남지사였던 시절, 공항 문제로 부산과 치열한 유치 경쟁을 하며 많은 갈등이 있었다. 이제는 전문가들에 의해 김해로 결정된 만큼, 소음 대책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어야 한다"며 "집권 여당 후보가 이 문제를 재론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또 다른 국익 지역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국책사업을 보다 내실 있게 만들어가는 쪽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의원은 "과연 김해공항이 동남권 관문 공항 역할을 할 수 있느냐"며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입지를 재검토해야 한다. 소음 때문에 밤 11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뜨고 내리지 못하는 공항이 어떻게 관문 공항이냐.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김해시민 8만 명이 소음에 시달린다. 김해공항 확장은 참여정부 때 어렵다고 결론내렸던 문제"라고 했다.

경남지사 선거가 '문재인 대 홍준표 대리전' 혹은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 '홍준표 전 경남지사 도정 평가' 등으로 의미부여가 되는 데 대해,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 대한민국 성공에 대단히 중요하고, 이번 지방선거 이후 여소야대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국정을 끌어가기 위해 지방선거 결과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그같은 의미 부여를 꺼리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으나 김 전 지사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 질문 자체가 과거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라고 손을 내저었다.

경남지사 선거에 승리하면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들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김 의원은 "대선은 제가 질 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으나 김 전 지사는 "너무 나가신 얘기 같다"고 부인하면서도 "대권에 관한 얘기는 도민들이 '깜'이 된다, 역량이 된다, 큰 일을 하라는 평가(를 해 주는 상황)가 전제돼야 한다. 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새로운 대통합의 믿음 속에서 경남의 위기를 가능성으로 열어가는 데에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미묘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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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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