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보수 진영에서만 그랬다는 게 문제다. 2.27 전당대회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당 지지층 대상 조사에서는 황 대표 지지 여론이 60%를 넘었으나, 전체 유권자 대상 조사에서는 비박계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지지가 40%에 육박했고 황 대표는 20%를 약간 넘기는 수준이었다. (☞관련기사 : '민심'서 밀리고 아슬아슬 과반 황교안號 앞날은?)
때문에 황교안 지도부 출범 직후부터 이른바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줄이는 것이 과제로 지적돼 왔으나, 통합당은 변화에 소극적이기만 했다. 총선 직전 '보수 통합'이 성사되기는 했지만 유승민 의원이 선제적으로 총선 불출마 및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그렇다면 좋다'는 식으로 마지못해 따라갔다는 인상을 줬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세워 '혁신 공천'을 하겠다고 밝혔고 현역 의원들의 대거 불출마 및 컷오프를 이끌어내 관심을 집중시켜놓고도 공천 막판에는 공관위원회를 제치고 최고위원회의가 직접 공천권을 행사해 취지를 퇴색시켰다. 2019년 '5.18 망언' 사태에 이어, 총선 직전까지 '세월호 막말' 논란이 이어지면서 막말 정당이라는 이미지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됐다. 5.18 망언 당사자인 이종명 의원은 1년 넘게 당적을 유지하다 총선 직전 제명되긴 했지만 이는 미래한국당 행을 위한 결정이었지 징계로서의 의미가 아니었다. 차명진 전 의원도 2019년의 세월호 막말 전력이 문제가 됐지만 당당히 총선 공천을 받았고, 이후에 또 막말 논란을 연이어 일으키며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미쳤다. 총선 막바지, 차 전 의원 논란이 김종인 공동총괄선대위원장의 발목을 잡은 일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통합당은 중도로의 확장을 위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해 선거 지휘 전권을 맡겼으나, 김 위원장이 당에 들어온 시점은 이미 공천이 끝난 후였고 이후에도 당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차 전 의원 논란이 선거 막바지 악재로 부상하면서 김 위원장이 2차례에 걸쳐 그를 제명하려 했으나, 황 대표의 측근(경기고·사법고시·연수원 동기)이 위원장인 통합당 윤리위원회는 제명 대신 '탈당 권유'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내렸고 강성 보수 지지층은 김 위원장을 '간첩'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럴 거면 김종인을 뭐하러 데려왔느냐'는 말이 나왔다. 탄핵 사태 이후에도, 오세훈 전 시장은 당 대표 선거에서 떨어지고, 유승민 의원은 '보수 통합'을 위해 불출마 및 백의종군 선언을 선언해야 했으며, 김종인 위원장은 선거 지휘를 맡고도 당내 강경보수 세력에 발목이 잡혔다. 이같은 일련의 일들은 통합당의 패배 원인이자, 2022년 대선을 앞둔 통합당에 남겨진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통합당은 탄핵 이후 줄곧 같은 숙제를 풀고 있으면서도 매번 오답을 제출하고 있다. 통합당의 전국선거 4연패가 의미하는 것은, 당 소속 정치인들과 그 지지층이 '승리의 길'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는 정황이다. '탄핵의 강'이라는 표현으로 상징된, 박근혜 정부와의 단절. 그리고 중도층에 소구하는 당 내부 혁신과 비전 제시. 2017년부터 통합당에 제기된 문제이지만, 강성 보수 지지층과 그들의 여론 동향에 민감한 정치 지도자들은 몇 년째 이를 회피하기만 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 등 SNS를 통해 강화된 확증편향이 정당 지지층을 극단적 방향으로 몰아가고, 정당이 당원을 교육하고 오류를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정서를 추종하며 끌려가는 것은 여야나 국적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미 처방전은 나와 있음에도,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투약도 수술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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