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개헌 논의에 불을 지폈다. 박 의장은 "내년까지가 적기"라며 구체적 로드맵까지 시사했다. 박 의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헌절 기념식에서 "헌법이 개정된 지 33년. 한 세대가 지난 현행 헌법으로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우리 국민을 지키고 미래를 열기 위해 우리 헌법의 개정이 불가피한 때"라고 했다. 박 의장은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삼고 있다. 권위주의 청산을 위해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와 자유권적 기본권을 확장하는데 중점을 둔 헌법"이라며 "(그러나) 세계 질서가 격랑에 빠져들고, 4차 산업혁명의 새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시대상의 변화를 언급했다. 특히 박 의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국가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성찰도 시작되고 있다"거나 "국민 기본권에 대한 인식도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경제규모는 1987년에 비해 10배 넘게 커졌다. 시대환경도, 국민적 요구도 크게 달라졌다"며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사회권적 기본권, 자치분권, 시민 참여 등 새로운 시대가치를 담아내는 새로운 국가 규범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박 의장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내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시대정신과 국민의 마음을 담는 그릇인 헌법을 중심으로 답을 찾고 길을 물어야 한다"면서 "시대변화에 발맞춰 헌법을 개정할 때가 됐다. 앞으로 있을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내년까지가 개헌의 적기이다. 코로나 위기를 한고비 넘기는 대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오래 전부터 개헌의 필요성을 절감해 왔고, 국회 차원에서도 이미 수많은 개헌 논의가 있었다"며 "20대 국회만 하더라도 여야 합의로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1년 반 동안 진지한 논의를 했다. 넓은 공감대 속에 당장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여야는 권력구조 문제 등 정당의 이해관계라는 마지막 고비를 끝내 넘어서지 못했다"며 "권력구조 문제는 20대 국회에서 이미 충분히 논의했다. 선택과 결단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의 이해가 아닌 오로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시대 정신을 반영한 새 국가 규범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박 의장의 제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개헌에 대해서는 이미 정부가 마련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라며 "특별히 더 언급할 내용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박 의장은 경축사에서 "나는 국회의장으로서 북측 최고인민회의 대표에게 남북 국회회담 개최를 공식 제의한다"며 "국회의장으로서 북측 최고인민회의 대표를 언제 어디서든 만나 마음을 열고 남북관계와 민족문제를 진정성 있게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박 의장은 "남과 북의 국회 대표들이 만나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의 의지를 천명하고, 남북관계를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안을 찾아내자"며 "북측 최고인민회의의 담대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남북 국회회담은 한반도 평화에 의구심을 갖는 내외의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방역·보건·의료·농업·산림분야 그리고 남북 철도·도로 협력 등 민족의 안전과 공동번영에 대한 제도적 방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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