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연합훈련 실시 여부, 향후 남북관계 회복의 시금석
지난 6월 초래된 남북관계 파탄의 위기 상황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의 '보류'를 지시하여 파국은 면했다. 남한은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의 외견상 소강상태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에 관하여 연합훈련의 8월 실시 여부가 첫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일 실시한다면 그것으로 문재인 정부에서의 남북관계는 확실히 끝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연합훈련 없이 가능한 중요한 세 가지
첫째, 연합 훈련 없이도 우리가 독자적으로 대북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의 남북한 국력과 국방비, 화력 비교 수치들을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것이 얼마나 오래전에 결론이 났는지만 짚어보자. 1979년 국방백서는 남한의 전쟁 수행 능력이 북한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다고 밝혔다. 1990년대 초 탈냉전기에 북한은 외교적 고립과 경제난으로, 남한은 고도 경제성장으로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을 때 소위 '한국방위의 한국화' 논의가 한미 양국군 사이에서 일어났다.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은 지원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구상이었다. 2006년 9월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주어진 위협의 성격과 준비 수준을 감안할 때 한국군은 지금 당장에라도 독자적으로 그들의 나라를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연합훈련을 없애는 대신 한국군 단독의 훈련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군과도 실기동을 함께 하지 않는 지휘소연습(CPX)는 계속할 수 있다. 한국군의 훈련에 미군이 '참관'하여 함께 사후평가를 하고 동맹으로서 협력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하여 협의할 수도 있다. 둘째, 연합훈련 없이도 전작권 환수가 가능하다. 연합훈련을 통해 한국군의 초기운영능력(IOC, 2019년 완료), 완전운영능력(FOC, 2020년 예정), 완전임무능력(FMC) 등을 검증해야만 정상적으로 전작권을 환수할 수 있다는 논리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 이는 마치 불필요한 신호등을 여러 개 설치해 놓고 파란불 켜는 권한을 사실상 미군의 승인에 해당하는 '검증'에 맡기는 것과 같다. 다른 방식을 근거 없이 배제하고 있다. '전작권 조기 전환'이라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를 인질로 삼아 훈련의 필요성을 강변하는 것도 잘못된 논리다. 전작권 환수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한국군의 능력과 정부의 의지다. 앞에서 인용한 벨 사령관의 평가는 사실 2009년에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당시 럼스펠드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것이다. IOC, FOC, FMC 등의 절차들이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다. 최초로 합의한 전작권 전환 시한은 2012년 4월 17일이었고 한국군에서 가장 유능한 장군들이 2009년부터 '전환 추진단'을 이끌며 유사한 절차를 세워 착실히 준비했었다. 스스로 자신감도 얻었고 미군들로부터 높은 평가도 받은 바 있다. 이제 한국군 지도부가 모여 마지막으로 제반 군사적 사안들을 점검한 후 정부에 '보고'하고 미군에 '통보'할 일만 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 연합 훈련 없이도 한미동맹 발전이 가능하다. 분명히 해두자. 한미동맹은 한국의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다. 미국에게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자산이다. 또 분명한 것이 있다. 한미동맹은 한국에게 평화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에게도 전략적 이익의 측면에서 마찬가지다. 지난 7월 17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감축안을 백악관에 제시했다'는 소식으로 짐짓 심각한 우려를 담은 후속 언론보도가 한국과 미국에서 나오고 있지만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미국은 한국에 으름장을 놓아 패닉을 조성하고 주한미군을 통하여 국가이익을 확대하려는 것 이상이 아니다. 연합훈련은 군사용어로 '작전적 수준(operational level)'의 군사활동이다. 그 아래에 교전이나 전투와 같은 전술적tactical) 수준이 있고 그 위에 전쟁의 억제나 수행과 같은 전략적(strategic) 수준이 있다. 한국이 자주적으로 대북 군사대비태세를 확고히 유지하고 전작권을 완전하게 환수한다면 한미동맹은 당연히 전략적 수준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논의는 사실 탈냉전기부터 제기되어 그동안 '전략동맹' '가치동맹' '포괄적 동맹' 등의 개념이 나왔다. 이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과감히 중단하고 '한미전략대화'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 증진, 협력안보와 위기관리, 인도주의 활동 지원 등과 같은 새로운 전략 목표를 위한 '연합훈련'을 시도해 봄직하다. 30년간 '줄기차게' 추구해 온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 이제 실천할 때다.* 이 글은 7월 22일 <내일신문>에 게재된 기고문을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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