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 어제저녁에 정리해고 대상자에게 이메일 통보가 왔다고 들었다. 직원들 분위기는 어땠나?
박이삼 : 원래 예정된 명단 발표 시각이 오후 6시였는데, 그때부터 9시 정도까지 순차적으로 이메일 해고 통보가 왔다. 누구는 해고 통보를 받고 누구는 안 받고 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계속 가슴을 졸였다. 당시 노조 집행부랑 노조 사무실에 있었는데, 집행부 전원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결국 노동조합 활동을 파괴했다는 생각도 했다.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나니…. 다른 직원도 같겠지만 막막하다. 앞으로의 미래가 없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다수 부기장이 항공기 운항 면허를 따면서 상당히 많은 돈을 들인다. 빚도 있는 상황에서 해고가 되니 그 빚을 갚을 도리가 없다. 그런 걱정들을 많이 한다. 막 결혼해서 와이프가 임신하고 출산을 앞둔 분 이야기도 들었다. 둘이 붙잡고 엄청나게 울었다고 하더라."이스타항공 경영진은 해고 회피 노력 다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 정리해고를 앞두고 노조가 정리해고 인건비 감축분만큼 무급 순환휴직을 하자는 고통분담안을 냈다. 회사에서는 반응이 있었나? 그간 노사 논의 과정은 어땠나?
박이삼 : 이렇다 할 반응은 없었다. 회사가 근로자 대표들과 회의한다. 노조는 대표성이 없다는 이유로 노사회의에 참관만 하고 있다. 처음에 노조가 무급 순환휴직 이야기를 했을 때 근로자 대표들이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회의 때 다 돌아섰다. 압력을 받았던 것 같다.
그간 사측과 근로자대표 회의에 많이 참관했지만 근로자대표 중 과반수 정도는 사측 뜻대로 따른다. 의결사항 있으면 근로자 대표가 사측 입장을 대변하고 그걸 직원에게 이메일로 뿌린다. 사실 근로자 대표들이 무슨 힘이 있겠나. 자기들도 잘릴 것 같으니 그렇게 했을 거다.프레시안 : 꼭 노조의 제안이 아니더라도 따로 사측에서 해고 회피 노력이 있었나?
박이삼 : 지금은 무턱대고 내보내고 있다. 정리해고를 통보하기 전에 최소한의 해고 회피 노력은 했어야 한다. 이번 정리해고 명단이 제주항공 매각 과정 당시 구조조정안을 적용한 거라고 한다. 시작부터 인력 감축에 몰두했다.
회사는 한 달 전쯤에 노동자들이 무급휴직에 반대했다고 하는데 그때 노동자들이 말한 건 회사나 오너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체납한 고용보험료 5억 원을 내주면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직원들이 3월까지 유급휴직을 할 수 있으니, 이런 대안도 함께 놓고 논의하자는 거였다. 그 뒤 노조가 해고만은 막아야 한다고 무급 순환휴직을 제안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프레시안 : 회사가 정리해고 후 경영상황이 안정된 뒤 재고용을 약속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이삼 : 노조가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기업이 있으면, 그 기업에서 고용유지와 재고용에 대한 답을 받아서 보여달라고 했다. 이에 대한 답은 없다.
최종구 대표이사가 입장문에서 재고용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직원들이 받은 해고 통보서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그냥 해고한다는 내용만 있다. 한국 사회에는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재고용을 안 했을 때 노동자가 강제적으로 재고용하라고 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 복직할 때까지 몇 년이 걸릴지 누가 알겠나. 그 기간을 버틸 수 있는 노동자는 없다."정부·여당이 코로나19 대량해고 묵인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프레시안 : 오너였던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고를 막기 위해 노력한 면이 있나?
박이삼 : 이상직 의원은 2월부터 지금까지 말 한마디 없었다. 지난달 중순경에 이상직 의원이 회사 근처에 나타난 적이 있다. 조카인 재무팀장과 보좌관 출신인 전무와 이야기했다고 하더라. 그 뒤 일주일 지나고 정리해고 발표가 나왔다. 그때 무슨 결단을 한 게 아닌가 짐작한다.
이상직 의원이야 그렇다고 쳐도 정부 여당은 한마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기조가 고용유지 아니었나.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사태가 어제 갑자기 나온 일이 아니지 않나. 그런데도 말 한 마디 없이 묵인하고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이럴 거면 항공 산업 지원방안은 왜 발표하는 것이며 고용유지지원금은 왜 만든 건가.프레시안 : 코로나19 위기가 오기 전에도 이스타항공 상황이 안 좋았나?
박이삼 : 제가 1월에 95시간 비행을 했다. 한 달에 6일 쉬었다. 매출도 상당했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확 죽었다. 단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돈이 어디로 빠져나갔는지 한 번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박이삼 : 일단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려 한다. 정리해고를 하면서 해고회피 노력이 없었다.
노동자가 체불임금으로 발생한 임금채권을 갖고 법원에 이스타항공 회생 신청을 하는 방법도 검토할 거다. 공탁금이나 변호사 비용이 만만치 않고 다들 생계가 막막해 쉽지는 않겠지만 직원 여론을 보면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원이 지정하는 관리인이 이스타항공을 다 들여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만약 배임이나 횡령 등이 있었다면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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