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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집 사장님이 파워·슈퍼·울트라에 돈 뜯기다 결국 배달원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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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집 사장님이 파워·슈퍼·울트라에 돈 뜯기다 결국 배달원 된 사연 [배달 '혁신'의 민낯 下] ② 배달일 하는 김 씨의 이야기

플랫폼(platform). 사람과 집단 간 내지는 집단과 집단 간 소통하는 틀이다. 일종의 디지털 인프라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은 스스로 시장을 만들지는 못 한다. 다양한 집단 내지 사람을 연결해주는 인프라만 제공할 뿐이다.

요즘 '핫'한 배달앱을 예로 들어 보자, 이 플랫폼은 자영업자와 소비자, 그리고 배달원을 연결하는 역할만을 한다. 문제는 그렇게 연결하는 역할만으로도 자체 시장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다만, 배달앱에서는 이를 시장이라 부르지 않고 '공동체'라고 칭한다. 공동의 이해관계에 기반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그런지는 의문이다. 공동체라 칭하나 그러한 '공동체' 속에서도 착취와 피착취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배달앱에서 배달원과 함께 '공동체'를 떠받치고 있는 자영업자가 어떤 구조에서 일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플랫폼의 구조적 모순이 무엇인지를 지적해보고자 한다.

(바로가기 ☞ : 배달 '혁신'의 민낯 )

김동우(가명) 씨는 배달 일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 일을 한 건 아니다. 이공계 대학을 나와 중소IT기업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했다. 10여년 정도 일했다. IT업계라 마흔만 넘어도 '노인네' 취급을 받았다. 이직을 고민하다 마음을 고쳐먹고 장사를 하기로 했다. 그때가 마흔이었다. 10여년 일한 퇴직금에 1억5000만 원 은행대출을 받고 PC방을 차렸다. 동네 장사였지만, 전체 49석이 주말에는 꽉 찼다. 나름대로 전공을 살린 셈이었다. 인생 2막의 시작이었다. 한동안은 장사가 잘 됐지만, 인근에 새로 PC방이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가격 경쟁을 해야만 했다. PC방 주변이 재개발을 시작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PC방 이용객도 줄어들었다. 난감해졌다. 대출금 이자만 한 달에 90만 원이 필요했다. 5년간 운영해온 PC방을 부랴부랴 다른 사람에게 넘긴 이유다.
▲ 상권이 밀집된 홍대거리. ⓒ프레시안(최형락)

매출 1300만 원, 손에 쥐는 돈은 200만 원

처자식이 있는 몸으로, 이제는 무엇을 먹고사나 싶었다. 더는 대출 받아 장사하고 싶지 않았다. 몸으로 할 수 있는 청소업이나 소자본이 들어가는 푸드트럭을 알아봤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라고 했던가. 준비한 사업들이 여러 이유로 모두 어그러졌다. 시간만 속절없이 흐르면서 집에 가져다 줄 돈이 줄어들어 갔다. 빠르게 할 수 있는 장사가 프랜차이즈였다. 돈만 내면, 가게가 '뚝딱' 만들어졌다. 가맹금으로 1000만 원에다가 인테리어, 피자화덕, 냉장고 등 장비 구입비로 1억2000만 원 정도 들었다. 모두 본사를 통해 구입해야 했다. 그렇게 피자 프랜차이즈 가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체 매출에서 20%의 수익만 나오면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대략 한 달 2000만 원의 매출이 나온다고 들었다. 첫 달 매출은 1300만 원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권 씨 손에 잡히는 돈은 20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어디에서 이렇게 돈이 새는지 따져봤다. 일단 피자 1만 원짜리를 팔면, 소스, 플라스틱용기, 밀가루 등 재료비가 4000~4500원 정도 소요됐다. 이 재료는 본사에서 모두 구입해야 했다. 본사에서 구입하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됐다. 매달 광고비도 나갔다. 이번 달에 1000만 원어치 재료를 본사로부터 샀다면, 1000만 원의 6%(60만 원)를 광고비로 내야 했다. 여기에 월세가 200만 원 가까이 나갔다. 직원 인건비, 배달비 등을 따지니 순수익이 200만 원도 되지 않았다. 본사에서 챙기는 수수료가 과하다 생각했다. 여러 차례 항의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 이름만 다른 '수수료'들

배달도 문제였다. 처음에는 배달원을 고용해서 피자 배달을 했지만, 점차 생활에 쪼들리면서 배달원과 '아름다운 이별'을 해야 했다. 사실 가게를 시작할 때만 해도 배달앱에 관심이 없었다. 이제는 배달앱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애초 배달앱 1위는 배달통이었다. 2010년 4월, 국내 최초로 음식점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업계 1위를 유지했다. 그러던 것을 2011년 출범한 배달의민족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업계 1위 타이틀을 빼앗았다. 강력한 마케팅 비용으로 소비자와 김 씨 같은 업주들을 사로잡았다. 소비자에겐 무료배달과 음식을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을 뿌리고, 음식업주들에게는 무료로 광고를 해준다고 하면서 사람들을 배달앱으로 끌어들였다. 그렇게 업계 1위가 된 배달의민족은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을 찾았다. 시작은 파워콜이었다. 가입 업주들에게 3만3000원의 월 회비를 받기 시작했다. 앱에서 업주들 가게를 홍보해주는 대가였다. 어느 정도 돈벌이가 됐다. 배달의민족은 이후 이보다 진화한 '울트라콜'을 선보였다. 한 달에 5만5000원을 내면, 파워콜 회원 업주보다 더 좋은 위치에서, 더 자주 가게 홍보를 할 수 있었다. 울트라콜은 가격도 더 비쌌지만, 모바일 결제 기능인 '바로결제' 서비스를 필수로 하도록 했다. 배달의민족은 이 서비스 수수료로 매출의 5.5~9%를 받았다. 과하면 아니함만 못한 법. 과도한 광고비와 수수료로 업주들의 반발이 커졌다. 그러자 2015년 8월, 앱상으로 결제하는 '바로결제' 서비스 수수료를 폐지했다. 즉, 업주들이 앱에 내야했던 수수료가 제로가 된 셈이다. 당시 배달의민족 매출의 30%가 여기에서 나왔으니 통 큰 결단이었다. 얻은 것도 많았다. 이러한 결정은 1년 후 등록된 배달음식점수 35% 증가, 월 주문수 67% 증가, 월 바로결제 주문수 150% 증가로 이어졌다. 전년 대비 매출도 43% 신장됐다. '바로결제' 서비스 수수료가 부담스러워 울트라콜을 쓰지 못한 업주들도 대거 울트라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배달의민족은 울트라콜 가격을 기존 5만5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올렸다. 이미 울트라콜의 효능을 맛본 업주들은 일방적인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경쟁 업주들이 다들 울트라콜을 하는 상황에서 자기만 빠질 수는 없었다.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주목할 점은 울트라콜 운영방식이 무한정으로 업주들 돈을 긁어모을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한 달 이용료 8만8000원이라는 금액은 '깃발'이라는 가상의 상품을 1개 사는데 드는 돈이다. 이 깃발이 많으면 많을수록 홍보 효과는 증대된다. 이것이 가게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자연히 업주들은 여력이 되는 한 여러 개의 깃발을 사려 한다. 그러면 다른 업주들도 홍보를 위해 깃발을 여러 개 구매하고, 또다른 업주도 깃발을 최대한 많이 구매하는 식이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한 번 빠져들면 벗어나기가 어렵다. 배달의민족 전체 매출에서 울트라콜은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의민족은 금액을 인상한 지 6개월이 지난 2016년 7월 기준, 울트라콜을 이용하는 배달음식점 수는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배달의민족은 이외에도 '슈퍼리스트'라는 입찰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가장 돈을 많이 내는 업주 가게 순으로 앱 상단에 순차적으로 노출해주는 제도다. 일종의 입찰 광고인 셈이다. 좋은 곳에 배치되어야 손님이 몰리니 금액을 너도나도 올리는 식이다. 김 씨 가게가 있던 지역의 경우, 한창 치열할 때는 최고 입찰액이 100만 원을 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은 이 프로그램으로 업주당 평균 75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 자료사진. ⓒ프레시안(허환주)

프랜차이즈와 계약해지 후 배달일 하는 김 씨

김 씨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배달앱 양쪽에서 수수료를 떼이다 보니 순수익은 매출대비 10%가 조금 넘었다. 버티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문제가 터졌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게 홍보전단 제작을 자기네를 통해서만 하도록 했다. 동네 인쇄소에 맡기면 1만 장에 9만 원이 들지만, 본사는 거기서 약 2배인 18만 원을 내도록 했다. 항의하니 본사를 통해 전단을 만들지 않으면 가맹점 해지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프랜차이즈 회장 아들이 전단 업체를 운영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항의를 했고, 결국 계약해지를 당했다.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이참에 가게를 접고, 다른 일을 알아 보겠다 마음먹었다. 가게를 정리하니 빚만 남았다. 신용대출 빚만 2000만 원이었다. 경기도 하남의 아파트 한 채가 유일한 재산이었다. 팔고 빚잔치를 했다. 빚만 없으면 어떻게든 살 수 있겠다 싶었다. 집을 팔았으니 살 집을 마련해야 했다. 전세를 가려고 전세대출을 받으려 했는데, 대출이 막혔다.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그때 실감했다. 10년 동안 가게를 운영한 결과는 무일푼으로, 빚도 못내는 신세로의 전락이었다. 맨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배달 일이 눈에 들어왔다. 또다시 빚을 내서 장사한다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생활은 쉽지 않았다. 여기에도 각종 수수료를 떼어갔다. 하루 10시간 이상씩 배달을 했지만, 손에 쥐는 돈은 한 달 평균 200만 원이다. 그래도 여기저기 눈치 보지 않고 일하는지라 마음은 편했다. 오십 넘은 나이에 어디서 재취업을 할 수 있겠나 싶기도 하다. 김 씨는 그렇게 오늘도 배달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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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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