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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없는 공룡 배달앱, B치킨·B피자 만들지 말란 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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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없는 공룡 배달앱, B치킨·B피자 만들지 말란 법 없다? [배달 '혁신'의 민낯 下] ③ 폭풍 성장 중인 B마트의 문제

플랫폼(platform). 사람과 집단 간 내지는 집단과 집단 간 소통하는 틀이다. 일종의 디지털 인프라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은 스스로 시장을 만들지는 못 한다. 다양한 집단 내지 사람을 연결해주는 인프라만 제공할 뿐이다.

요즘 '핫'한 배달앱을 예로 들어 보자, 이 플랫폼은 자영업자와 소비자, 그리고 배달원을 연결하는 역할만을 한다. 문제는 그렇게 연결하는 역할만으로도 자체 시장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다만, 배달앱에서는 이를 시장이라 부르지 않고 '공동체'라고 칭한다. 공동의 이해관계에 기반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그런지는 의문이다. 공동체라 칭하나 그러한 '공동체' 속에서도 착취와 피착취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배달앱에서 배달원과 함께 '공동체'를 떠받치고 있는 자영업자가 어떤 구조에서 일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플랫폼의 구조적 모순이 무엇인지를 지적해보고자 한다.

(바로가기 ☞ : 배달 '혁신'의 민낯 )

금요일 밤이었다. 취재를 위해 배민커넥트로 배달 일을 하고 있었다. 도보(塗步)로 주문 음식을 고객에게 전달했다. 초짜 배달원인지라 AI추천 배차모드를 선택했다. 한 번에 하나의 배달만 할 수 있었다. 쉽지는 않았다. 끝을 모르는 골목길을 지나야 했고, 인적 없는 으슥한 주택가를 배회해야 했다. 다다익선(哆米益善)이라고 했나.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으면서 일반 배차모드에 도전했다. AI추천모드와는 다르게 배달원이 직접 배달 품목을 선택할 수 있다. 동선이 맞아 떨어지면 여러 개 배달 품목을 '찜'할 수 있다. 건당 배달료가 적다보니, 대다수 배달원이 이 방법을 사용한다. 막상 시작하니, 스마트폰에 뜨는 '콜(call)'의 대부분은 'B마트' 물품들이었다. B마트는 배달의민족에서 2019년 11월 시작한 서비스다. 식품은 물론, 주방용품, 반려동물용품까지 없는 게 없는 온라인마트다. 상품 종류만 6328개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에만 10월 기준으로 25개의 매장이 있다.

도심 한복판에 대형물류 창고가?

스마트폰에 뜨는 여러 개의 B마트 배달 콜 중 하나를 골랐다. 궁금하기도 했다. 말로만 듣던 B마트였다. 어떤 곳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배달할 물건은 아이스바와 00송이 과자. 기자가 있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B마트가 있었다. 네이버 지도로는 공덕역 부근 대형건물 지하 1층에 있었다. B마트는 오프라인으로 판매를 하지 않기에 보통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입점해있다. 문제는 초짜 배달원에게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요일 밤이라 B마트가 입점한 건물에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B마트가 어디에 있다는 표시조차도 없었다. 길게 뻗은 복도와 코너를 얼마나 돌았을까. 그제야 간판은 없지만, 한눈에 B마트처럼 보이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유리문 안쪽으로 하얀 마스크를 쓴 청년들이 분주히 진열대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하나둘씩 꺼내왔다. 그러고는 커다란 흰 봉지에 넣고는 단단히 묶은 뒤, 입구 앞 냉장고에 가져다 놓았다. 단순 반복 작업이었다. 마스크 안 무표정한 얼굴이 그려졌다. 유리문 앞쪽에는 여러 명의 배달원들이 자기가 가져갈 물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거대 물류창고가 존재하는 셈이었다. 천장에 형광등이 빼곡히 배치돼 있었지만, 우울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B마트에서는 배달물이 준비되면, 모니터에 배달주문 번호를 띄운다. 그러면 대기하던 배달원이 자기가 가져가야 할 물품을 가져간다. 포장하는 사람들은 냉장이 필요한 식품이 있으면, 냉장고에 포장 꾸러미를 넣고 그렇지 않으면 선반 위에 올려놓는다. 그 꾸러미 중 하나를 들고 나와서는 고객 집으로 전달했다. 생각보다 쉬웠다. 이전 배달은 각각의 업소에서 음식을 받아 각각 다른 고객에게 가야 하기에 동시에 2개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B마트는 '각각의 업소'를 하나로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좀더 욕심을 내서 배달 콜을 여러 개 잡기도 했다. 그렇게 해도 B마트 배달 콜은 쉬지 않고 울렸다.
▲ 공덕동에 위치한 B마트.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분주히 포장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규제 없는 B마트, 폭풍 성장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B마트는 서비스 시작한 작년 11월 이후, 매출이 매달 증가했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서비스 개시 초기에 비해 10배(963.3%)가량 증가했다. 다만,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폭풍 성장은 온라인시장 확대와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기존 법과 제도의 규제를 받지 않았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플랫폼 기반의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혁신' 기업이어서 기존 법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B마트는 기존 마트와는 다르게 '온라인무점포 소매'로 분류돼 있다. 이는 배달해 주는 서비스라 가능하다. 자연히 기존 마트에 적용되는 각종 법적 제도를 적용받지 않는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월 2회 의무휴무,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또한, 중소기업적합 업종으로 지정된 상품을 팔려고 하면, 중소기업과 협의해야 한다.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제조업(떡볶이떡 등) 4개, 서비스업(보험대차 서비스업 등) 6개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앞서 김치, 단무지, 막걸리 등 제조업에서 85개, 제과점업,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 등 서비스업에서 15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바 있다. 대기업의 자본과 인력이 골목까지 침투할 경우, 골목상권이 살아남기가 어렵기에 만들어낸 자구책인 셈이다. 이러한 자구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B마트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제도에서 벗어나 있었던 셈이다. 예를 들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2019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문구' 업종 관련해서, 18개 문구류 품목을 묶음 단위로만 판매하고 있다. 전국 750여개의 직영점을 운영 중인 다이소도 2018년부터 이를 실행하고 있다. 적어도 공책과 연필 등을 낱개로 판매해서 동네 문방구 밥그릇까지 빼앗지는 않겠다는 취지다. 또한, 신학기 시즌인 2월과 8월에는 할인행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역시 비슷한 취지에서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당시 대형마트 3사와 중소상인들이 협상한 결과, 문구류의 묶음 판매였다"면서 "그런데, B마트는 그런 합의나 규제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B마트가 사실상 배달의민족이라는 운영하는 유통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성원 사무총장은 "배달앱이 이전까지는 배달 중계만 했다면, 이제는 온라인 배달까지 직접 진출한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소량까지도 배달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주택 근처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아이스크림, 문구류 등을 소량 판매하는 골목상권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혁신'의 배민, 어디까지 골목상권 침범할까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식이 다른 배달앱에서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요기요의 경우, B마트와 동일한 '요마트'를 지난 9월부터 정식 운영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배달의민족이 자체 브랜드(PB)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나가지 않을지가 가장 큰 우려다. 대형마트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 '노브랜드'를 마트 내 한쪽 코너에서 팔 때만 해도 '뚜껑 없는 변기시트'와 '와이퍼', '건전지' 등 총 품목은 9개에 불과했다. 2015년 4월의 일이다. 지금은 어떨까. 독립 매장까지 만든 노브랜드다. 점포수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270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개가 증가했다. 대기업 골목상권 침투를 막는 규제를 우회한 결과다. 이렇듯 그나마 규제도 대기업의 진출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의 이름을 두른 배달앱의 골목진출을 막기는 요원하다.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B마트는 한마디로 배달 시장이 커졌으니, 자기들(배달앱)이 직접 물건도 만들고 직접 팔고, 배달까지 하겠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B치킨, B피자가 만들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B마트나 요마트 같은 서비스는 동네 슈퍼와 편의점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동네 알파문고, 모닝글로리 등에서 사던 것을 손쉽게 배달로 해결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어디까지 (골목상권을) 침범할지 모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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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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