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던 곳에서 계속 일하기 위해, LG트윈타워 농성장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는 50~60대 청소노동자들이 16일째 농성하고 있다. 찬기가 올라오는 바닥에 은박지와 침낭을 깔고 생활한다. 그 위에 누워 침낭 한 장을 덮으면 잠자리가 된다. 유리로 만들어진 벽과 천장은 밖에서 새어들어오는 빛을 막아주지 못한다. 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해 자면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날이 밝으면, 빗자루와 걸레 대신 피켓을 들고 로비를 오가는 LG그룹 임직원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알린다. 농성 자리에서마저 내쫓길까 싶어 식사 때가 되면 조를 짜서 번갈아가며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고령의 청소노동자들이 한겨울 건물 로비에서 이런 생활을 이어가는 이유는 31일 사실상의 집단해고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이들의 회사인 지수아이앤씨(지수)는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스앤아이)과의 청소 용역 계약이 종료됐다'며 이들에게 오는 12월 31일자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하고 사직서 서명을 종용했다. 청소노동자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에스앤아이는 LG그룹과 LG트윈타워 건물관리 계약을 맺은 회사다. 지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두 고모인 구미정, 구훤미 씨가 50%씩 지분을 나눠 소유한 회사다. 두 회사는 근 10년간 LG트윈타워 청소용역 계약을 유지해왔다. 청소노동자들은 계약 종료의 배경에 노조 결성이 있다고 본다. 박소영 LG트윈타워분회장은 "노조가 생기기 전 근무시간 꺾기나 관리자 갑질 등을 참고 일 해왔다"며 "노조가 생기고 부당한 일들에 대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니 그게 보기 싫었던 것 같다"고 했다. LG그룹이 간접고용 청소노동자를 상대로 '무노조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30일, 청소노동자들은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 하얀 민복을 입고 LG트윈타워에서 구 회장의 집이 있는 용산 한남더힐까지 3시간여가 걸리는 거리를 걸었다. 당일 우원식, 박홍근 등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농성장을 찾아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청소노동자들이 구 회장과 의원들에게 전한 바람은 하나. 노조가 있는 지금의 일터에서 다시 전처럼 일하는 것이다. 박 분회장은 "다른 회사들은 노조를 인정하고 상생하는데 왜 LG는 못 받아들이는지 묻고 싶고 답답하다"며 "이 엄동설한에 여기서 내쫓기면 먹고 살 수가 없다. 우리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농성"이라고 말했다.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의 복직을 위해, 청와대 앞 단식농성장
청와대 앞에서는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부지부장, 성미선 녹색당 운영위원장 등 7명이 한진중공업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요구하며 열흘째 단식 농성하고 있다. 이들의 방한대책은 침낭과 바람막이용으로 세워둔 박스가 전부다. 종로구청이 코로나19 확산 우려 등을 이유로 청와대 인근 천막 설치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1986년 옛 대한조선공사(현재 한진중공업) 노조의 어용성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고문당한 뒤 회사로부터 해고됐다.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2009년 11월과 올해 9월, 한진중공업에 김 위원의 복직을 권고했다. 지난 10월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김 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한진중공업은 김 위원의 복직과 관련해 '복직을 수용할 법적 의무가 없다'며 '재채용'안을 내고 있다. 35년 해고 기간의 임금에 대해서는 배임죄 성립 소지가 있어 지급할 수 없고 8000만 원의 위로금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는 이를 '김진숙 복직의 사회적 의미를 부정하려는 것'으로 보며 거부하고 있다. '복직 및 해고기간 임금 지급'과 달리 '재채용 및 위로금 지급'에는 과거 김 위원의 해고가 부당했다는 뜻이 담겨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30일 트위터에 "앓는 것도 사치라 다시 길 위에 섰다. 연말까지 기다렸지만 답이 없어 청와대까지 가보려한다"는 글을 남기고 부산 호포역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걷기를 시작했다. 암 투병 중인 상황에서 내린 결단이었다. 단식 중인 정 부지부장은 김 위원의 복직에 대해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국가폭력에 의해 부당하게 일어난 해고"라며 "반드시 복직을 통해 권위주의 시대의 잘못을 바로잡고 새 시대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지부장은 "복직이 없으면 정년도 없다"며 "12월 31일 김 위원의 정년이 지나더라도 김 위원의 복직이 이뤄지지 않는 한 단식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국회 인근 단식농성장
국회 본청 앞에는 '사람을 살리는 단식농성장'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천막이 세워져 있다. 안에서는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센터 이사장 등 산재 유가족이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21일째 단식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 의원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 제정의 필요성을 선전하고 필요한 경우 기자회견 등에 참여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일과다. 국회의 중대재해법안 심사 상황에 대응하기도 한다. 국회 정문 앞에 쳐진 천막에서도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의 누나 김도균 씨, 고 이동준 CJ제일제당 현장실습생의 어머니 강석경 씨 등 6명이 단식 중이다. 이들은 동조단식자와 함께 국회 정문 앞에 세워진 김용균 노동자 조형물 앞에서 매일 2400배를 한다. 2400배를 참여자 수로 나눠 절하는 횟수를 채운다. 그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에서 동조단식자가 오고갔다.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국회에 제출된 5개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두고 입법 심사를 시작했다. 29일 정부는 △ 2명 이상 사망으로 중대재해 범위 축소 △ 건설·조선업 발주처 등 원청 기업 책임 삭제 △ 중소사업장 법 적용 유예 조항 강화 △ 인과관계 추정 조항 삭제 등 기존 법안에 비해 약화된 법안을 법사위에 냈다. 정부안이 나온 날, 김 이사장과 이 이사장은 국회 법사위에서 '말도 안 되는 정부안을 갖고 왔다', '처벌 수위를 너무 낮춰서 사람을 살릴 수 없는 법안을 만들어놨다'고 항의했다. 이에 30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을 가진 뒤 중대재해의 정의를 '1명 이상 사망한 재해'로 정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단식 중인 이 부위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김미숙 이사장이 중대재해를 사망자 2명 이상이 발생한 재해로 정의하면 김용균 노동자나 구의역 김군 같은 경우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게 되기 때문에 화를 많이 냈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의원들 중에는 중대재해법을 만들 것이니 단식을 멈추라는 이들도 있지만 감시의 눈길을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대재해법은 조문 하나 하나가 김용균 노동자, 김태규 노동자, 이한빛 피디의 죽음으로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는 재계 눈치를 보며 법안을 약화시려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정말로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더 촘촘한 법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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