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LG트윈타워에서 20일째 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이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스앤아이), 지수아이앤씨 등 사측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6일 고소했다. '부당노동행위'는 회사가 노조 활동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등을 뜻한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가입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이날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장에 신규용역업체가 들어오면 기존인원을 고용하는 것이 청소용역업의 표준 절차임에도 LG측은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뒤 용역업체를 변경해 집단해고를 시도했다"며 "지난 5일에는 사용자인 지수가 청소노동자를 타 현장으로 배치하겠다며 노조에 가입한 청소노동자를 분산 고립시키겠다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서울지부는 "LG그룹 측은 노조 파괴 행위를 중단하고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을 일하던 곳에서 일하게 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를 향해서는 "LG그룹 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LG트윈타워 건물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에스앤아이(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의 100% 출자 자회사)는 올해 10여년 만에 청소 용역업체를 변경했다. 이전까지 LG트윈타워 청소 용역 업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두 고모 구미정, 구훤미 씨가 50%씩 지분을 나눠 소유한 지수가 맡고 있었다. 지수는 여전히 LG트윈타워의 시설 용역 업무를 맡고 있다. 에스앤아이가 새로 선정한 용역업체 백상기업은 LG트윈타워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 전원의 고용승계를 거부했다. 백상기업은 2011년 홍익대학교가 용역업체 변경을 이유로 청소·경비노동자를 대량해고했을 당시에도 비슷한 일을 했던 회사다. 위와 같은 과정에 대해 에스앤아이는 "지난해 초부터 제기되어온 고객사(LG트윈타워에 입주한 LG그룹 본사와 계열사)의 불만족"을 용역업체 변경 이유로 들며 "노조 결성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서울지부는 지난해 10월 청소노동자 노조 설립이 용역업체 변경과 이에 따른 '집단해고'의 주된 이유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에스앤아이가 '고객사로부터 불만이 제기됐다'고 말한 시기는 노조가 생긴 뒤다. 그 사이 청소 방식이나 청소노동자의 인적 구성 변화는 없었다. '집단해고' 이후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지난 5일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서 열린 조정회의에서 에스앤아이는 'LG트윈타워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를 고용하되 다른 건물에 배치한다'는 지수의 입장을 서울지부에 전달했다. 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이에 대해 "LG트윈타워가 있는 여의도로 출근하는 수많은 청소노동자 중 지금 일하는 건물이 아닌 다른 건물에서 일하는 게 고용승계라고 이야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청소노동자 분산 배치는 노동자를 고립시켜 노조를 없애겠다는 생각에서만 나올 수 있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부당노동행위 사건을 대리한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김형규 변호사는 "LG그룹 측은 애초에 노조를 인정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며 "대기업 눈치 보지 말고 철저하고 과감하게 수사해 진실을 드러내는 게 노동부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의 류하경 변호사는 "언론의 주목을 받고 LG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LG측이 고령의 여성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것을 보면 이번 일에 자회사인 에스앤아이를 넘어 LG측의 입김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며 "삼성처럼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임원들이 줄줄이 다 구속되기 전에 LG가 청소노동자들의 노조를 인정하고 이번 사태를 잘 해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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