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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냐고요? 나이 든 사람이 일 못하면 잘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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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냐고요? 나이 든 사람이 일 못하면 잘리잖아요" [LG트윈타워를 쓸고 닦은 사람들 ①] 언니들의 힘, 연대의 힘을 알게 된 청소노동자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2021년 새해 첫날부터 집단해고되었다. 차별 속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일해 왔지만 '청소노동'에 대한 선입견, 동정적인 시선 속에 그 삶과 노동은 종종 단순화되고는 한다. 깨끗한 사무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청소노동자의 삶을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들의 목소리가 온전히 세상에 전해지도록 인권활동가들의 인터뷰 기사를 싣는다.

바람의 촉감이 벌써 겨울에서 봄으로 시간의 흐름을 알려준다. 어떤 이에게는 계절의 변화가 반갑지 않다. 그 중 하나가 해고투쟁을 하는 노동자들이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하 LG청소노동자)이 2021년 1월 1일부로 집단해고된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그녀들을 처음 만난 것은 올해 1월 1일, LG가 전기를 끊고 음식물 반입을 막는 인권침해가 있던 날이다. 집단해고된 청소노동자들이 건물 로비에 앉아 농성을 하자 LG는 경호원을 비롯한 직원들을 동원해 출입을 통제하고 음식물도 못 들어가게 했다. 나갈 수는 있지만 들어올 수는 없게 통제했다. 여론이 안 좋아지자 통제를 완화했다. 그리고 'LG가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니니 이들의 농성은 업무방해'라며 가처분소송을 했다. 계약상으로는 청소노동자들은 LG가 아니라 지수(지수INC)에 고용됐기 때문이다. 지수는 LG계열사인 에스앤아이(S&I코퍼레이션)와 위탁계약을 맺고 LG 건물 청소를 시켰다. 이른바 다단계 간접고용이다. 그러나 법원은 사측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수는 구광모 회장의 고모들인 구훤미, 구미정 씨가 각각 50%의 지분을 갖고 있고 에스앤아이는 LG가 100% 투자한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LG에도 청소노동자의 농성을 수인(참고 받아들일)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일감몰아주기' 문제가 불거지자 고모들은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재판 결과 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출입 하는 일이 자유로워졌다.

노조를 만들고 바뀐 것들

5호선 여의나루역 7분 거리에 있는 LG트윈타워 건물은 증권사를 비롯한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몰려있는 여의도답게 삐까번쩍 높이 솟은 건물들이 즐비하다. 데칼코마니처럼 마주한 두 개의 높은 회색건물이 LG트윈타워다. 그 앞에 찬바람을 웅크리고 받아내는 듯 한 낡은 천막이 보인다.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천막이다. 거기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엘지트위타워분회의 민경남 사무국장과 김소원(가명) 조합원을 인터뷰했다. 두 사람은 근무조가 달라서 노조를 가입한 후에야 서로 알게 됐다.
"노조가 있기 전까지는 상대방 이름도 얼굴도 몰랐어요. 파업하기 전에는 야간이 무슨 일을 하는지 주간이 무슨 일 하는지도 전혀 몰랐어요. (주간조) 언니들은 6시에 출근을 하고 우리는 5시에 퇴근을 하잖아요. (휴게실) 한 방을 쓰기 때문에 우리가 있으면 불편할 테니 빨리 자리를 비켜주거든요"
"(주간조라) 아침에 오면 자기 일하기 바쁘고 점심은 끼리끼리 밥 먹고 저녁이면 급하게 퇴근하고. 무슨 일이 발생해도 엄청난 큰일이어야지 제 귀에 들려오죠. 야간에서 당한 것을 주간에서 모르잖아요. 주간에서 당한 것은 주간밖에 모르고. 주간에는 일반인들 워낙 눈이 많으니까 야간만큼은 심각하진 않을 거예요. 같은 노동자라도 어떤 환경에 있냐에 따라서 다르니까요. 공유도 안 되고 공감도 안 되고."
노조는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게 했고 건물 전체 청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각자 어떤 조건에서 일하는지도 알게 해줬다. 노동법 상의 권리도 알게 됐다. 김 조합원이 근무하던 야간조는 주간조보다 노조 가입이 늦다. 고용불안이 심해지자 조합원들이 많이 가입했다. 김 조합원은 야간조는 갑질이 심한 감독 때문에 노조를 만들었다고 했다.
"제가 여기 말고 강남 빌딩에서도 청소 일을 했는데 여기처럼 갑질이 심하지는 않았어요. 감독이 본인은 음식을 해오지도 않으면서 매일 새벽 1시에 저녁을 같이 먹었대요. 감독이랑 같이 잠을 자면 불을 켜지도 못해요, 누가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다 소리가 나면 감독이 고개를 획 들면 무서워서 다시 누워요. 같은 근무조인 사람들은 불도 못 켜고 밥을 먹었어요."
그뿐만이 아니다. 임원층 청소를 하면 받는 수당도 가로챘다. 구광모 회장이 있는 30층을 비롯해 임원이 있는 층이나 (주)LG가 있는 27층, 28층, 29층은 지수아이앤씨의 특별한 면접을 통과한 사람들이 청소를 해왔다. 그러다 27층에 임원들만 쓰는 헬스장과 목욕탕이 하나 생기자 야간조 3명에게 추가 청소를 맡겼다. 한 사람 당 30만 원씩 나오는데 감독은 세금을 빼고 자기한테 입금하라고 했다. 1년 후에야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은 다시 돈을 돌려받았다. 그것도 노조가 감독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노동부에 체불임금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제소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겨우겨우 받아냈다. 회사는 처음에는 징계 요구를 무시하다가 노동부에 진정하자 2주 경징계를 내렸다. 그래서일까. 회사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청소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에스엔아이는 업체를 지수에서 백상기업으로 변경하면서 고용승계는 없다고 통보했다.
▲ 농성 천막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청소, 나이든 사람이 하는 일?

김 조합원이 청소 일을 하게 된 것은 2013년부터다. 그전에는 봉제공장에서 일했다. 나이가 들어 눈이 나빠져서 실을 꿰는 것도 힘들고 일도 지겨워져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우연히 하게 됐다. 강남의 큰 건물에서 청소를 했다. 거기도 갑질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민 사무국장도 청소일을 2014년부터 하게 됐다. 그 전에는 조카가 장사하는 동대문시장에서 일하고 절에서도 일했다. 그러다 남편이 하는 사업이 잘 안 돼 청소 일을 하게 됐다. 처음 청소업무는 H&M이라는 외국계 의류업체였다. 일머리가 있는 편이어서 청소 업무를 교육하러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2016년에 LG트윈타워에서 일을 시작했다. LG트윈타워 입사 시기는 김조합원과 몇 개월 차이가 안 난다. 돈이 필요해서 시작한 청소일은 정말 힘들어서 처음에는 매일 이번 달만 하고 관둬야지 생각했다. 지금은 자녀들이 다 결혼해서 재정형편은 나아졌지만 일이 맞는 것 같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오히려 청소노동이 에너지가 많은 자신과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넓은 공간을 청소하려니 이리 저리 몸을 쓰니 에너지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동료 중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도 많아 지금의 월급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고 했다.
"어떤 분이 저보고 왜 일을 그렇게 빡세게 하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일할 날이 20년, 30년 남았지만, 저희들은 몇 년 안 남아서라고 했어요. 사실 나이 먹은 사람이 일을 못하면 잘릴 기회가 더 많잖아요.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살 날이 많지 않잖아요."
두 사람처럼 나이 든 여성들은 일자리가 없어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인 청소업무를 찾게 된다. 2015년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결과에도 드러난다.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은 여성 72.46%, 남성 27.54%, 평균연령 57.9세로 고령여성노동자들이 주로 일한다. 2006년 국가인권위 자료에 의하면 그 중 77.4%가 비정규직이다

노조를 하며 알게 된 언니들의 힘과 연대

생각보다 길어지는 투쟁에 조합원들의 마음은 어떠냐고 물었다. 민 사무국장도 처음에는 대기업이니 5일만 파업하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작년 11월 지수가 고용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 12월 16일 파업을 시작할 때를 말하는 거다. 당시 회사 쪽에서 대체인력을 쓴 데다 조합원 중에는 회사의 회유에 넘어간 사람도 있어서 파업이 효과가 적었다고 했다. 회사는 위로금 받고 퇴사하면 다른 건물이나 백상기업에 알선해주겠다고 회유했으나 결국 나이가 많다는 핑계로 받아주지 않았다. 쫓아내기 위한 입발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긴 투쟁을 통해 배운 것들이 많다고 했다. 발언도 할 수 있게 됐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한다. 그녀는 이제는 억울해서라도 싸움을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며 웃는다.
"한 달 넘게 농성하며 함께 자다 보니까 동지애가 생겼어요. 하는데 까지 해보려고요."
그녀는 이전에도 비슷한 말을 했다. 1월 14일, 사측의 통제 때문에 건물에서 2주 만에 나와 기자회견 발언을 마친 후, 가로막힌 현관문에서 조합원들과 인사를 나누다 울컥했다. "이렇게 만나니 눈물이 나요. 여러분이 밖에서 (우리의) 이런 모습을 봤군요. 정말 고마워요" 조합원 중에는 아픈 가족을 간병하면서도 굴하지 않고 싸우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김 조합원도 투쟁 중에 아버님이 세상을 떠났다.
"우리 아버지가 아픈데 건물에 갇혀 병원도 못 갔어요. 그때는 정말 마음이 힘들었어요. 당장 오라는데 마음대로 못 나가고…. 그러나 이제는 더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무엇보다 지금 싸우고 있는 조합원들 30명이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았으니 그게 힘인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언니들이 힘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언니보다 한참 어리지만 언니들한테 배우고 있는 거죠."
김 조합원은 박소영 분회장을 비롯한 나이 많은 조합원들이 열성적이고 배울게 많다고 했다. "회사가 우리를 사람답게 쳐줬으면 어땠을까. 우리가 노조를 만들지 않았겠지"라며 말을 이었다. 갇혀있을 때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들이 와서 싸워주고 밥을 넣어주는 걸 보며 연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며, 당시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노조를 하면서 노동법도 알게 되며 싸우면서 세상에 대해서도 눈이 뜨였어요. 무엇보다 이전에는 목소리를 못 냈는데 이제는 소리를 내고, 그래서 기운이 나는 거 같아요."
그래서일까. 그녀들은 김진숙 복직투쟁의 싸움에도, 아시아나케이오지부 해고투쟁에도 열심히 연대한다. 목소리를 내보고 싸워본 사람들이기에 연결의 끈을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지도 모른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오면서 생각한다. 누구나 늙어가는 생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인간사회에서 고령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을 하찮게 여기는 풍토를 바꾸는 것은 청소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은 나에게도 닥친 문제가 아닐까. 이것이야말로 연대의 힘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먼저 연초마다 쫓겨나는 일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우리를 가르는 것들을 함께 부수어야겠지.
▲ 김진숙 복직 촉구 손피켓을 들고 서있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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