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제안이 합리적인가요?"
지난 2월 9일 LG는 트윈타워 해고 노동자 30명에게 LG마포빌딩 근무를 제안했다. 노동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의 모든 언론은 LG 입장만 상세히 보도했다. 몇몇 언론은 노동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노동자들을 비난했다. 노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먼저 LG마포빌딩은 되는데 LG트윈타워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LG의 자회사 에스엔아이는 올해부터 새로운 미화업체가 90여 명을 신규 채용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트윈타워에서 일하도록 하려면 신규 채용된 인력이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럼 마포빌딩에서 일하는 20여 명의 청소노동자는 어떻게 되는가? LG의 공식 답변은 없지만,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에스앤아이 측은 기존 '마포빌딩 청소인력 19명을 두고 추가로 고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1인당 청소면적이 줄어드는 등 근무조건이 개선된다'라고 했다. LG 마포빌딩은 지상 17층, 지하 4층 단일 건물로 연 면적이 1만 842평이다. LG트윈타워는 지하 3층, 아트리륨 3층, 지상 34층 2개 동으로 연 면적이 4만 7745평이다. LG트윈타워의 상주인원만 7000명(트윈타워 홈페이지)이고 수용인원은 1만 명이다. LG마포빌딩과 비교할 수가 없다. 쓰레기의 양이 다르다. 그런데 1만 평 건물에 50여 명이 청소, 4만 7000평 건물에 90여 명이 청소, 이걸 안으로 내놓다니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서 노동자들은 LG의 제안이 합리적이냐고 물었다.두 배로 올라간 LG트윈타워 청소노동 강도..."그게 가능해?"
LG트원타워에서 20년 넘게 청소 노동을 했던 분이 홍이정 조합원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노조 만들기 전의 일이다. 이 분은 1987년 LG트윈타워가 준공되었을 때, 준공 청소를 시작으로 2010년 LG트윈타워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일했다. 이 분이 처음 일할 땐 160여 명이 함께 일했다고 했다. IMF 외환위기 후 많은 청소노동자가 잘렸지만 그래도 100명이 훨씬 넘는 청소노동자가 일했다고 했다. 현관 청소 세 명, 아르리륨 네 명, 특수층(임원실이 있는 층) 세 명, 그리고 나머지 층은 한 사람이 한 층을 맡았다. 지금은 현관 청소 한 명, 아트리륨 한 명, 특수층도 한 명, 나머지 층은 한 사람이 두 개 층을 맡는다. 홍이정 조합원이 이 분과 통화할 때 옆에서 잠깐 들었다. "그때는 덜 힘들었어. 숫자가 많았지. 1년에 한 번씩 야유회도 가고. 회식도 자주 하고. 바베큐도 하고. 선물도 꽤 많이 나왔어." 그 얘기를 듣던 홍이정 조합원이 웃었다. "언니, 우리는 3개월에 한 번 하는 회식 때 삼겹살 많이 먹었다고 혼났는데." LG나 에스엔아이의 주장대로 마포빌딩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다. LG와 에스앤아이의 주장이 이상하다는 얘기다. 그동안 LG트윈타워 조합원들은 1인당 청소면적이 너무 넓다고, 노동강도가 너무 세다고 수없이 주장했다. 20년 넘게 일했던 청소노동자의 말처럼 인원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LG와 에스앤아이는 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인력충원 요구에는 계속 입을 닫고 있다가 갑자기 마포빌딩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얘기한다. 정말 시급한 트윈타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요구는 무시하면서 말이다.왜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해야 했나
홍이정 조합원은 이렇게 얘기했다. 8년 5개월 일한 김영례 조합원은 이렇게 얘기했다. 조합원들은 지금 LG트윈타워에서 새로 신규 채용되어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쫓아 보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게 전혀 아니다.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거다. 왜냐하면, 늘 인력 부족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90명+30명, 즉 120명으로 늘려도 홍이정 조합원의 아는 분이 얘기한 160명에는 턱없이 부족한데, 그래도 노동조건은 훨씬 나아지지 않겠는가? LG와 에스앤아이는 왜 마포빌딩 인원 충원은 되는데 트윈타워 인력충원은 불가능하냐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한 번도 내놓지 못했다.다시 LG가 대답할 차례
노조를 만든 후 조합원들은 더 힘들게 일해야 했다. 가뜩이나 인원이 부족한 대다 관리자들이 조합원들의 흠을 잡으려고 수많은 곳에 핸드폰 후레쉬를 비추었기 때문이다. 김영례, 홍이정 조합원 둘 다 똑같이 얘기했다. 이랬는데 서비스 질 저하로 계약해지 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노조 탄압이 계약해지의 본질임이 많이 알려졌다. LG와 에스엔아이가 서비스 질 저하한 노동자들을 다른 LG 빌딩으로 보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트윈타워를 맡은 새로운 업체 백상기업 대표는 '지수아이엔씨가 서비스 문제로 재계약을 못 했기에 인원을 승계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지수 소속 직원도 10여 명을 새로 뽑았다고 했다. 이 역시 눈 가리고 아옹이다. 대부분 관리자들인 10명만 서비스 질이 좋았다는 얘기인가. 노조 때문에 고용승계를 못한다는 얘기일 뿐이다. 노조탄압을 위한 부당해고가 명백한데 노동자들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대신 다른 데 가서 일하라니, 그것도 LG트윈타워에서의 고용승계가 불가능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다른 데 가서 일하라니, 노동자들의 울분만 쌓여간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주는 언론은 찾기 힘들다. 노동자들이 수없이 얘기했듯 청소업종에서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는 관행이다. 자본 입장에서도 숙련된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LG트윈타워나 예전의 홍익대처럼 노조를 탄압할 때는 다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싸웠고, 정치에도 조금씩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도 지난 대선 때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 공약을 내걸었다. 물론 지키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LG도 에스앤아이도 비용 문제를 얘기하진 않는다. 아마 대재벌, 대기업이 돈 얘기를 꺼내자니 궁색하기 때문일 거다. 그렇다면 결국, 남는 문제는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온전하게 인정하느냐의 문제다. 노동자들은 LG트윈타워에서 일했다. LG트윈타워에서 노조 할 권리를 외쳤다. LG트윈타워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그 노동자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아무리 싸워도 온전한 고용승계는 불가능하고 자기 자리에선 일할 수는 없다는 뜻인가? 구광모 회장이 있는 곳에서 노조 꼴은 못 보겠다는 뜻인가? 진정으로 청소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인정한다면 온전한 고용승계가 상식이고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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