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오세훈 전 시장이 선출됐다. 100% 시민 여론조사로 진행된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인 나경원 전 의원을 꺾으면서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4일 당사에서 경선 결과를 발표하며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자로 오 후보가 선출됐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서울시장 후보 경선 결과는 오세훈 41.64%, 나경원 36.31%, 조은희 16.47, 오신환 10.39% 순이었다. (여성 가산점 포함, 득표율순) 그간 의원들의 지지세 등 당내 여론·분위기에서 나 전 의원이 앞선 것으로 평가되며 '나경원 대세론'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것에 비춰보면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는 평이다. 이같은 '착시'는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층에서 나 전 의원 지지세가 높았다는 점, 그러나 국민의힘 당내 경선은 일반 시민 여론조사 100%로 치러졌다는 점 등에 기인한다. 특히 오 전 시장이 경선 기간 내내 나 전 의원에 대해 폈던 '강경보수' 공세가 주효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4명의 후보자를 추려낸 1차 경선에서도, 전체 경선 결과는 나 전 의원이 1위였으나 시민 여론조사 부분에서는 오 전 의원이 앞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1차 경선은 당원투표 20%, 시민 여론조사 80% 비율로 치러졌다. 오 전 시장은 후보 수락연설에서 울먹이며 감동을 표현했다. 그는 "정말 죄송했다.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 시장으로 10년간 살아오면서 그 죄책감, 자책감이 가슴에 켜켜이 쌓였다"며 "여러분의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날을 나름대로 준비해 왔다"고 했다. "부족하고 못난 사람"을 자처하며, 경선 승리를 "서울시민 여러분께 지은 죄를 갚으라는 격려와 회초리를 들어주셨다고 무겁게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오 전 시장은 "반드시 단일화를 이뤄내겠다"며 "분열된 상태에서의 선거는 스스로 패배를 자처하는길이다. 제 출마선언이 조금 매끄럽지 않았던 것도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야권 분열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는 나름의 결단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촛불'을 먼저 언급하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의 뜻은 결코 '민주당 지지'가 아니었다"며 "그 촛불의 잔영이 가시기도 전에 (여당은) 배신과 기만, 분열과 보복의 정치, 국민 무시 정치를 펼쳐왔다. 4.7 보궐선거는 그 무도한 문재인 정부에 준엄한 심판을 내리는 선거"라고 열변을 토했다. 당내 경선 단계에서부터 경쟁자를 '강경 보수'로, 스스로를 '중도 보수'로 자리매김해온 오 전 시장의 전략과 맞물리는 면이 있다. 역시 중도 주자를 자처해 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야권 단일화 경선을 앞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한편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로는 박형준 동아대 교수(전 국회의원·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가 선출됐다. 부산시장 경선 결과는 박형준 54.40%, 박성훈 28.63%, 이언주 21.54%로,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한 박형준 후보가 과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이번 선거의 성격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선거는 정치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일로 치러지는 선거이고, 견제받지 않은 잘못된 권력의 횡포로 치러지는 선거"라며 여당 광역단체장들의 성 비위 행위가 보선의 원인이었음을 강조했다.
김종인 "서울시민, 오세훈 시정 경험에 안도할 것"
경선 결과 발표 후 인사말을 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지점을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번 보선이야말로 집권 여당 시장들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선거"라며 "자기들 귀책사유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규(당헌)를 갖고 있었음에도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당규를 고쳐서 후보를 내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여당을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4.7 보선에서의 상황은 우리 국민의힘에 부여된 커다란 행운이라 생각한다"면서 "저는 작년 4.15 총선을 마치고 6월 초부터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오면서 어떻게 당을 추스를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으나, 우연찮게 작년 7월 박원순 전 시장이 성폭력 문제로 목숨을 끊으면서 생겨난 기회가 4.7 보선"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또 코로나 방역 및 경제위기 대처에 대해 정부 조치를 비판하고, 중대범죄수사청 등 검찰개혁 문제로 인한 논란에 대해 "정세균 총리 발언을 들어보면 이 나라가 한삼한 나라라고 생각된다. 공직자(윤석열 검찰총장)가 바른 소리를 했다고 질책하는 모습을 보고 이 정부 앞에 희망이 있느냐는 생각을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정부·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에 투표해 달라고 유권자들에게 강력히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매우 야당에 불리하다. 그러나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며 "저는 여론조사 48대12 상황에서도 선거 당일 12% 후보를 당선시킨 경험도 있다"고 관록을 과시했다. "저는 사실 1950년대부터 서울의 선거 과정을 유심히 관찰해온 사람"이라며 "서율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을 잘 안다"고도 했다. 그는 "서울에서 발생한 선거의 결과가 정치적으로 대한민국의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시민들의 성숙한 투표 행위를 의심치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 부산 선거가 급하다 보니 갑작스레 (여당이) 가덕도 특별법을 내놓았고, 선거를 앞두고 4차 재난지원금 20조 원을 확보해서 '폭넓고 깊게 지급한다'고 대통령이 얘기하지만 저는 성숙한 유권자들이 그같은 것에 크게 좌우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반드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 확신한다. 반드시 이겨야만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방향으로) 정치 판세가 변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저렇게 인위적으로 정권을 연장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여당의 노력이 있지만, 현명한 서울·부산시민 유권자들에 의해 현명한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재삼 강조했다. 선거 승리의 주체를 '야권'이 아니라 '국민의힘'으로 못박아 말한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야권 단일화 경선을 앞둔 오세훈 후보에 대해 "시민들께서 과거에 서울시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후보자가 됐다고 하는 것에 매우 안도하리라 생각한다"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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