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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맞은 노동자의 단식 28일째, 재벌만 감싸는 검찰과 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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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맞은 노동자의 단식 28일째, 재벌만 감싸는 검찰과 노동부

[기고] 정부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복직 대책 마련해야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도 복직하지 못한 노동자가 28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정남 전 지부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재하청업체인 아시아나케이오에서 9년 8개월 동안 수하물을 분류했다. 그는 작년 5월 11일 해고되었다. 내일은 그가 정리해고를 당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김정남 전 지부장의 정년은 지난 4월 30일이었다. 5월 31일이 정년인 기노진 회계감사와 정년 전 복직 외치며 단식을 시작했는데 기노진 회계감사는 건강이 급속히 안 좋아져 단식 17일째 병원에 실려갔다. 김정남 전 지부장은 정년 전 복직을 이루지 못했지만 다른 해고자들의 복직을 위해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 지난달 22일 복직 요구 단식 10일차를 맞은 김정남 전 아시아나케이오 지부장(왼쪽)과 기노진 아시아나케이오지부 회계감사(오른쪽). ⓒ프레시안(최형락)

검찰의 재벌 감싸기

해고자들은 지난 1년 동안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박삼구 전 회장은 2019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했지만 금호문화재단의 이사장직은 유지했다.

금호문화재단은 자신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아시아나케이오 등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경영권 방어와 사세확장을 위한 주식을 사들였다. 예를 들면 박삼구 회장은 2015년 10월 금호산업 인수를 목적으로 금호기업을 설립한 뒤 그룹의 공익법인인 금호문화재단과 학교법인 죽호학원이 각각 400억 원과 150억 원을 출자하도록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케이오·케이에프·케이에이·케이알·에이큐·케이지·에이오·에이에이치·에스티엠 등 금호문화재단 소속 계열사와 죽호학원 소속 계열사에 2019년 총 1253억 원의 일감을 몰아주었다. 이런 불법과 편법은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다.

작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를 이용해 총수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금호홀딩스)을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박삼구 전 회장과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320억 원을 부과했는데 검찰은 아직도 박삼구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금호그룹 전직 임원이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을 매수해 박삼구 전 회장에게 불리한 자료를 삭제해 달라고 청탁한 사건에 대해서도 전직 임원만 구속했다. 누가 지시했는지를 찾아야 할 게 아닌가?

검찰은 2018년에도 기내식 대란 관련 배임 혐의와 승무원 성희롱에 대해 박삼구 전 회장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작년엔 금호문화재단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아시아나케이에프가 회삿돈으로 박삼구 전 회장의 선산 명당을 조성한 일에 대해서도 케이에프 임원 등 5명에 대해서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박삼구 전 회장은 불기소 처분했다. 박삼구 전 회장의 지시 없이 박삼구 전 회장의 선산 명당 조성이 가능한 일일까?

최근 2년간 검찰 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들끓었지만 검찰의 재벌 감싸기는 여전하다.

회사 입장 대변하는 노동부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은 부당해고 판정 이행을 위한 노동부와 정부의 역할을 요구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부당해고 판정은 국가기관의 판정으로, 국가기관이 판정 이행을 위해 강제력 있는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사장들의 불복을 인정한다면 판정을 내릴 이유가 무엇인가?

하지만 노동부는 1년 내내 수수방관했다. 불법을 바로 잡기 위한 특별근로감독도 없었고 박삼구 이사장과 금호문화재단 관계자들을 불러 내지도 않았다. 회사에 대한 어떠한 제재 조치도 없었다.

노동자들이 참다못해 지난 4월 14일 서울고용노동청장을 찾아가 면담을 신청했지만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다. 김정남 전 지부장의 정년이 다가오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어 4월 26일 다시 찾아갔지만 서울고용노동청 청장은 '아시아나케이오의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만 했고 '노동청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했다. 해고자들이 '수억 원 수임료가 드는 김앤장 변호사를 선임하는 회사가 왜 돈이 없느냐'고 항의하자 청장은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1년을 기다렸던 노동자들은 6시간 만에 끌려나왔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 부끄럽지 않은가?

항공산업에 수조 원의 노동자 민중 혈세를 투입하고 있는 정부의 책임은 결정적이다. 아시아나케이오의 원청인 아시아나에어포트와 아시아나항공은 수 조원의 노동자 민중 혈세를 지원받으면서도 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하청, 재하청 업체 노동자들은 '악' 소리 한 번 못내고 무급휴직으로, 정리해고로 밀려나고 있다.

정부가 원·하청노동자의 고용보장을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비롯한 공적자금 지원의 의무조건으로 내세웠더라면 상황은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아시아나케이오처럼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으면서 무급휴직과 정리해고를 밀어붙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자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게 해야만 했다. 공익재단의 허울을 쓰고 '사람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 금호문화재단의 공익재단 인가를 취소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 역시 수수방관했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정부의 목표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다",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라는 마음으로 정부는 고용회복과 고용 안정망 강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당해고 판정을 받는 노동자들도 복직되어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정년을 맞은 노동자가 28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데, 정부는 어디에 있는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그 증거를 단 하나라도 보여 달라!

▲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부당해고 판정에 따른 복직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17일째 단식해온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기노진 씨가 지난달 29일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

오래 싸우는 노동자들이 그렇듯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들도 이렇게 싸움이 길어질지 전혀 몰랐다. 부당해고 판정까지 받았는데 두 달이면 세 달이면 끝나겠지 판단했다. 하지만 정부와 검찰, 노동부 모두 외면하는 사이 이들은 외롭고 긴 싸움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당함을 바로 잡기 위한 싸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항공산업 위기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정작 따로 있는데, 위기의 대가를 그동안 성실히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지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했다. 민주노조를 만들어 하청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바꾸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도 부당하다고 했다. 이 해고를 인정한다면 앞으로 누가 쉽게 저항에 나설 수 있냐고 했다.

자신들이 해고된 후 다시 불도 켜주지 않는 캄캄한 비행기 안에서 노동자들이 청소를 하고 있고,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합병으로 수천 명의 하청노동자들이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데, 자신들이 현장으로 돌아가 해야 할 일 역시 부당함을 바로 잡는 일이라고 했다.

부당함을 바로 잡기 위해 28일째 피가 마르는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1년째 길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 노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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