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7 재보선 이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한 차례 통화한 일이 있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야권의 대선 준비 과정에서 '킹 메이커' 역할이 주목되는 인사다. 앞서 그는 2012년 대선(새누리당), 2016년 총선(더불어민주당), 2021년 재보선(국민의힘)을 각각 승리로 이끈 이력이 있다. 김 전 위원장은 21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는 "하도 사람들이 이상한 얘기를 하니까 분명히 얘기하는데, 내가 한 번 전화를 받았다. 한 달 전쯤"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날이 아마 선거 끝나고 한 3일인가 후니까 지난 4월 10일"이라며 "혹시 전화연결이 안 될까 해서 어떤 사람이 찾아와 '몇 분 후에 전화가 올 테니까 받아주십시오' 해서 내가 전화를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이런저런 인사차 얘기도 하고, '한 번 언제 시간이 되면 만나보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그런데 자기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형편상, 언론에 노출되고 하는 상황 때문에 현재로서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을 했는지, 그 다음에는 제3자를 통해서 '현재 상황에서 만남은 좀 피해야 되겠다'는 연락이 와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간 것"이라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윤 전 총장이 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한 시점(4월 10일)은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떠난 후 한참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비판할 즈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9일 <연합뉴스>와, 12일 <매일경제>와, 14·16일 <경향신문>과, 19일 TV조선 <뉴스9>와 각각 인터뷰를 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는 긍정적 평가와 △5월(인터뷰 시점에서는 '다음달') 중순께 윤 전 총장이 정치적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두 가지였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지금 시대정신인 공정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렸다"(매경), "대한민국에서 검찰관료가 그만큼 소신을 갖고 일한 사람을 여태껏 처음 봤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람이고, 그런 경력을 쌓아왔다"(경향)이라고 호평했다. "국민의힘에 안 갈 것 같다. 저 아사리판에 가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매경), "지금 국민의힘에 들어가서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경향)이라는 예측도 했다. "특정 정당에 들어간다고 대통령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올랑드가 마크롱을 배신자라고 했지만, 국민의 신망을 받은 마크롱이 대통령이 되면서 기성 거대 양당(사회당·공화당)이 붕괴됐지 않느냐"(경향)는 것이다. "강력한 대통령 후보자가 밖에서 새 정치 세력을 규합해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대통령 출마를 하면 그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거기에 국민의힘이 합세할 수도 있다"(TV조선)고도 했었다. 윤 전 총장이 움직일 시점에 대해서는 "5월쯤 되면 무슨 빛이 보이지 않을까"(매경)라고 했었다. 당시는 김 전 위원장이 4.7 재보선 후 국민의힘을 떠나 당 중진들에게 한창 날을 세우고 있던 시점이다. 그런 상태의 자신에게 연락을 해온 점, 특히 재보선 직후 정치권에서 '킹메이커'로 불리던 자신에게 접촉을 시도한 점 등이 윤 전 총장에 대한 그의 판단 근거가 됐을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의 통화 하루 전날인 4월 9일에 한 <연합> 인터뷰에서는 "윤 전 총장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연락한 적도 없다. 대통령이 무슨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해줄 수는 있어도 달리 도와줄 방법은 없다"고 다소 건조한 태도를 보였었다. 같은달 14일 <경향> 인터뷰에선 '연락한 적 없다'는 부분이 "만나본 적도 없고 대화해본 적도 없다"고 바뀌어 있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윤 전 총장을 언제쯤 만날 계획이냐'는 CBS라디오 진행자의 추가 질문에 "그건 내가 정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내가 무슨 특별한 목적의식이 없는 사람을 기다리고 하는 입장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우리 가족이나 절친한 몇 사람 이외에는 스스로가 먼저 전화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도전한다고 해서 반드시 국민의힘으로 입당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는 기존 관점은 유지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터를 잡더라도 국회의원들이 좀 붙어야 힘을 얻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국회의원이 붙고 안 붙고는 대선에 별로 지장이 없으리라고 본다"며 "의원이 붙고 안 붙고는 자연적으로 붙는 거지, 그게 일부러 붙인다고 붙여지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서 누가 '나는 여야를 떠나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등장하겠다'고 해서 국민 지지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가만히 있어도 거기에 따라붙게 돼 있다. (거기에) 당 전체가 따라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나라 경영 욕심 갖고 준비해와…金이 민주당 후보 되면 어렵겠다 생각"
문재인 정부 고위관료 출신이지만 현 여권 주류와 각을 세워온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서도 김 전 위원장은 언급했다. 그는 "김 전 부총리는 본인 스스로가 부총리를 그만두고 나서 지금까지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를 해온 것만큼은 사실"이라며 "부총리를 그만두고 난 다음에 자기 나름대로 '한국의 실정에서 뭐를 어떻게 해야 나라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람이 첫째로 경제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그리고 그 사람의 성장 과정을 놓고 봤을 적에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참 대단하다고 할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웬만한 사람들은 공직에서 떠나서 그다음에 어떤 자리를 오퍼(제안)하면 다 따라가는 버릇이 있는데, 그 사람은 그런 것을 다 피하고 자기가 홀로 '내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겠다'고 준비를 한 것"이라고 거듭 호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도 나라를 한번 어떻게 한번 매니지(경영)해보겠다는 그런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에서 이광재 의원 등이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권 사람'이라며 야권행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데 대해 그는 웃으며 "마크롱 대통령은 '올랑드 대통령 밑에서 장관까지 한 사람이 배신했다'고 하니까 '나는 프랑스를 위해 봉사할 사람이지 어느 정권에 봉사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응수했다. 그는 "신의라는 게 나라에 대한 신의가 중요한 거지 무슨 개인적인 신의? 문재인 정부에서 부총리 한 번 시켜줬다고 그걸 지키는 것이 신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는 특히 "그쪽(민주당)은 이미 대통령 나올 사람이 많지 않느냐"며 "나는 솔직히 얘기해서 이런 생각도 해봤다. '민주당이 지금 대통령 후보감이 3명이나 거물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저것도 다 싫으니까 김 전 부총리를 후보자로 내세우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선거가 굉장히 어렵겠다' 그런 생각도 해봤다"고 말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다만 "내가 보기에 그럴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신진들이 출마를 선언을 하고 새로운 세대하고 과거 세대하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을 한 것 같다"면서도 "대표 출마자가 10명 가까이 되는 모습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좀 자제를 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국회의원 선수(選數)가 높으신 분들이 출마를 많이 하셨는데, 과연 그분들이 다 당을 이끌어서 당을 근본적으로 쇄신할 수 있는 복안이 있어서 나오는 건지 개인적 욕구 충족을 위해서 나오는 건지 확실치 않다"며 "자제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중진들을 겨냥해 "'우리가 과거에 정치를 하면서 여러 가지 잘못을 많이 했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에 당을 한 번 맡겨보자' 이런 아량의 자세가 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 모습이 안 보이고 신구 대결을 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역동성은 보이지만 그게 정치적으로 봤을 때 나는 별로 안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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