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조로운 백신접종, 빠진 것은 없을까?
정부의 코로나19 예방접종 현황자료에 따르면, 6월 10일 기준, 1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923만 명,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은 232만 명에 이르렀다.(☞ 바로 가기 : ) 백신 관련 정보 공개와 유통이 순탄하게 진행되고 백신접종이 본격적으로 물살을 타는 지금, 이주민 등 의료 접근권이 취약한 이들도 빠짐없이 백신접종에 참여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세심한 개입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정부는 3개월 이상 장기체류하는 외국인의 경우 한국 국민과 동일한 기준으로 예방접종을 받을 것이며, '불법체류를 포함한 외국인 모두 똑같이 접종대상에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바로 가기 : <연합뉴스> 4월 6일 자 '40만 불법체류 외국인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받는다') 지난 4월 발표된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의 Q&A 자료에서도 75세 이상 외국인에 대한 예방접종을 안내하면서 외국인등록번호가 없는 경우에는 보건소에서 신청하고 접종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3개월 미만 단기체류자, 여행목적 방문자 등 제외). 그렇다면 정부의 발표대로 이주민들은 차질 없이 백신접종을 받고 있을까.
지위가 불안정한 이주민이 접종을 망설이는 이유
영국 이주민건강연구그룹은 이주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파악하고 코로나19 백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주민 32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이주와 건강>에 발표했다.(☞ 바로 가기 : ) 인터뷰 참여자들은 18세 이상, 15개 국가 출신으로 모두 영국에 체류한 지 10년 미만인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망명 신청자(19명), 미등록 이주민(8명), 난민(3명), 체류 기간이 제한된 이주민(2명) 등 모두 지위가 불안정한 이주민이다. 2020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진행된 인터뷰에서 23명(72%)은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게 주저된다고 밝혔고, 2명(6%)은 백신을 절대 맞지 않겠다고 답했다.보건의료와 백신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없애야
연구참여자 다수는 공통적으로 보건의료시스템을 불신하고 있었다.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1차 의료기관에서 병원 직원에게 푸대접을 받았던 경험, 또는 친구나 가족의 안 좋았던 진료 경험 때문이었다. 특히 미등록 이주민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가면, 비용이 청구되거나 출입국 심사를 받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 무엇보다 참여자들은 코로나19가 만연했던 팬데믹 기간 정부와 보건의료서비스에서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역시, 백신접종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망명신청자의 경우, 망명 신청은 대부분 연기되었고 임시보호소에 남겨졌다. 그곳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능했고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버려졌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아무도 모르는 정보
영국 정부는 2020년 1월, 코로나19 백신을 미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이주민에게 접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 후 진행한 심층 인터뷰 당시에 이 정보를 아는 이주민은 아무도 없었다. 정부는 접종대상으로 이주민을 포함한다지만, 참여자 다수는 어떻게 코로나19 백신에 접근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는 1차 의료기관을 갈 수 없었던 접근성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주민 중에는 행정상 등록이 어려워 1차 의료기관에 갈 수 없는 이들이 많고, 이들은 코로나19 백신도 당연히 제외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존에는 보건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자선단체를 통해 1차 의료기관에 등록하거나 워크인센터(영국에서 1차 의료기관 이용이 불가능할 경우 긴급방문하는 의료기관으로 대개 비용이 무료임)에 의지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이주민들도 크게 타격을 입었다.확신을 주는 정보, 다양한 언어와 포맷으로
이주민이 보건의료시스템과 정부에 갖는 불신도 있지만, 백신접종에 대한 기본 정보가 애초에 부족했다. 팬데믹이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만한 정보가 없으니, 입소문이나 소셜미디어에 의지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참여자 다수는 백신에 대해 다양한 언어로 된 정보(잠재적 부작용, 백신 성분, 임상시험 결과 요약자료, 백신접종 방문 장소, 시간, 자격)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미등록 이주민을 위해 백신접종 받는 곳에서 비자나 외국인 등록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 전통적인 방식의 홍보 책자, TV뉴스, 인터넷 자료, 포스터부터 소셜미디어, 커뮤니티 대표자, 단체 네트워크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해당 이주민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연계하는 것이 핵심이다.이주민 커뮤니티‧지원단체와 연계로 의료 접근성 확대
백신을 맞을지 안 맞을지 결정하는데 핵심 요인은 편의성이다. 어디서, 언제 접종을 할 수 있는지 충분히 이해 가능한 정보가 있어야 하고, 최소한의 동선으로 익숙한 환경에서 접종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 1차 의료기관에서 긍정적인 진료 경험이 있는 이들은 1차 의료기관에서 접종 받는 것이 가장 편안할 거라고 답했다. 미등록이주민은 백신접종시 익명성이 보장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응답자 다수가 워크인센터나 믿을만한 단체를 통해 접근하고 싶어 했다. 여기서 핵심은 믿을만한 그룹이나 기관(NGO, 커뮤니티 그룹)과 소통하면서 백신접종 전략을 수립할 때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주민에게 보건의료서비스 자원이자 정보 제공 역할을 해온 단체나 기관, 커뮤니티 그룹과의 연계와 협력이 관건이다. 커뮤니티가 백신에 대해 갖고 있는 믿음과 관행을 이해하고, 필요한 경우 커뮤니티와 적극적인 파트너쉽을 통해 백신에 대한 장애 요인을 제거하는 노력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필요하다면, 커뮤니티 내의 공공장소를 정해서 이동식 접종 사업을 펼칠 수 있고, 해당 커뮤니티 기관을 거점으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과 공유, 백신 접근성 확대, 궁극적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연계가 가능해질 수 있다.'소외' 없는 코로나19 예방접종
2020년 12월 발표된 <이주민 건강권 실태와 의료보장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이주민 1051명이 참여한 실태조사 결과, 코로나19 관련 차별 경험으로 '외국인 또는 건강보험 미가입자라는 이유로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17.9%, '코로나19감염 방지 명목으로 직장 기숙사 외출금지'가 16.7%로 나타났다. '1339 또는 보건소의 통역 부재로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한 경험'은 5.5%였으나, 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아예 연락하지 않았다는 부연 설명이 다수였다.(☞ 바로 가기 : 시민건강연구소 연구보고서 3월 11일 자 '') 이런 결과를 감안하면 이주민을 포함하는 코로나19 백신접종계획은 매우 세부적인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의 Q&A자료를 뛰어넘는 구체적이고 세심한 계획이 없다면 이주민도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받을 수 있다는 발표는 그저 입에 발린 말에 그칠 것이다. * 서지정보 - Deal, A., Hayward, S. E., Huda, M., Knights, F., Crawshaw, A. F., Carter, J., et al. (2021). Strategies and action points to ensure equitable uptake of COVID-19 vaccinations: A national qualitative interview study to explore the views of undocumented migrants, asylum seekers, and refugees. Journal of Migration and Health, Volume 4, 2021, 10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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