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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은 이제 '노멀'이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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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은 이제 '노멀'이 된 것일까?

[시민정치시평]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국가 인식 변화와 이에 관한 질문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팬데믹의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매일아침 눈뜨면서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걸 느끼지만, '이 상황이 언젠가 끝나기는 하는 걸까' 하는 회의감이 고단한 삶의 틈새를 비집고 치밀어 오른다. 레이몽 아롱(Raymond Aron)이 냉전에 대해 '이룰 수 없는 평화(la paix impossible)'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전쟁(la guerre improbable)'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에 빗대자면, 작금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마치 '이룰 수 없는 종식'과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종말' 사이 그 어디쯤에 있는 듯하다.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4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일찍이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돌아갈 수도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더 건강하고 더 안전하며 더 잘 준비된 '뉴노멀(new normal)'이 있어야 한다"며 긍정적인 맥락를 덧붙였지만, 2021년 7월 지금 시점에서 '뉴노멀'은 '더 나은 정상화'라기 보다 '비정상의 정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로서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2020년 5월, 영국의 민간 싱크탱크 네스타(Nesta)는 일찍이 <'노멀로 돌아갈' 수 없을 것(There will be no 'back to normal')>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선보인 바 있다. 각 분야 8명의 전문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새롭게 출현할 세계를 상상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기술・법・환경 영역의 변화를 예측한 것인데, 특히 정치 영역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예측이 포함돼 있었다.

"우리는 국가 권력의 커다란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핵심 산업의 국유화와 삶의 모든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의 수용이 포함된다. 보다 권위주의적인 정부들은 비상 권력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몇몇 사람들은 팬데믹과 불황을 자본주의의 위기로 간주할 것이다. 그것이 정당하든 그렇지 않든, 사회의 취약성이 드러남에 따라 보편적 기본소득(UBI) 같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 안전망에 대한 더 많은 요구와 실험이 일어날 것이다."

"민족주의의 확대와 세계화의 후퇴: 장기적으로, 국경을 조기에 폐쇄한 나라들은 세계화・국경・이민에 대한 태도에 중요한 정치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해당 기사가 나온 지 1년 이상 지난 지금, 이런 예측은 이미 현실화된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사적 영역에 대해 국가 개입이 확대됐고, 기본소득을 포함한 사회 안전망 관련 논의가 차기 대선의 핵심 주제로 떠올랐으며, 세계화・국경・이민에 대한 태도 역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네스타의 예견이 적중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지금 하등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들이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비정상(abnormal)' 혹은 '뉴노멀'로 여겨졌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

이를 정치적 주장의 형태로 바꿔보면 아마도 이런 식이 될 것이다. "국가는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삶의 모든 영역에 개입할 수 있고, 선량한 시민이라면 이를 수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 기본소득을 포함한 사회 안전망 확충은 당연히 필요한 조치다. 전 세계적 팬데믹 위기 속에서 개별 국가들이 국경을 폐쇄하고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상'이고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만약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대체로 이런 주장에 동의한다면, 과거 '뉴노멀'이라고 불렀던 것이 이미 '노멀'로 자리 잡았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는 국가와 정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런 추측만으로 어떤 함의가 도출되지는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가와 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변했고 이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도 함께 변했다는 지루한 논조가 반복될 뿐이다.

하지만 이를 보다 흥미로운 질문으로 바꿔볼 수도 있다. "국가와 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변하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한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국가와 정부에 기능과 역할의 변화를 요구한 결과인 것일까?", "국가 인식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이미 준비돼 있던 것일까, 아니면 팬데믹으로 인해 급격하게 발생한 것일까?", "이런 인식 변화는 정부와 레거시 미디어가 의도해서 만들어낸 것일까, 아니면 뉴미디어 등을 통해 발생한 현상일까?" 이런 질문은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뉴노멀'이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에 '정상'으로 계속해서 자리매김할 것인지 여부와도 관련돼 있다.

물론 지금 당장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의미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는 질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는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팬데믹 시대 전지구적 위기에서 전환은 가능한가?"라는 논제 하에 집담회를 개최해왔다. 지난 4월 "그린뉴딜과 전환", "국가성격의 전환"이라는 제목으로 치러진 두 포럼의 연장선상에서 이번에는 "국가역할의 전환"을 주제로 집담회를 갖는다. 이번 집담회는 다양한 연구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참여하는데, 이들은 과거 한반도에서 발생한 전염병 사례에 대한 검토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보다 풍부하게 이해하려는 연구를 작년부터 수행해오고 있다. 이번 집담회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국가 인식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를 함께 살펴보고 이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과 시각을 공유할 예정이다.

팬데믹 초기부터 여러 기관에서 수행해 온 설문조사 결과 역시 중요한 자료로 다뤄진다. 일례로 2020년 2월,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주도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 일시 중지에 대해서는 91%가, 후베이성 외의 중국 위험지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90%가 찬성했고, 뒤이은 3월의 2차 인식조사에서는 범학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가 완화전략(2차 예방)을 선택해야 한다는 '대정부·대국민 권고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55%의 응답자가 봉쇄전략(1차 예방)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완화전략에 대해서는 45%). 이러한 경향은 3차 인식조사에서 그대로 유지되다가 4차에서는 차단중심전략 69%, 완화전략 31%로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 특히 2020년 4월의 4차 인식조사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된 설문이 추가됐는데, 이와 관련해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에는 70%,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으면 비난할 수 있다'에는 80%가 찬성한 바 있다.

"이런 설문조사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그로부터 1년도 더 지난 지금 시점에서 국가 인식은 또 어떻게 변화했을까?" "팬데믹 종식 이후에 우리는 과거의 '노멀'로 돌아가게 될까, 아니면 '뉴노멀'을 정상으로 여기며 살아가게 될까?" 마음속에 이런 질문을 품고 있다면 이제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국가 인식 변화와 이에 관한 질문들에 대해 동료 시민과 함께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8월 18일 수요일 4시,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비대면으로 치러지는 이번 포럼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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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연구소는 참여연대 부설 연구기관으로, 참여민주사회 모델 개발, 대안 정책의 생산과 공론화를 위해 활동합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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