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한국노총 간담회에서 교원·공무원 노조 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제 실시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의무적용에 대해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부담을 이유로 유보 의사를 밝혔고, 통상임금-최저임금 산입범위 일원화와 사업장 이전 고용승계 부분에 대해서도 '좀더 논의해보자'고만 했다. 윤 후보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를 방문해 김동명 위원장 등 노총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졌다. 윤 후보 측 김병민 대변인은 간담회 결과 브리핑에서 "한국노총이 제안한 여러 정책 중 2가지에 대해 윤 후보가 긍정적, 찬성(입장)"이었다며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에 확고히 찬성했고, 노동이사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공무원·교원 타임오프는 그 동안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여러 면에서 우려가 있었는데 (윤 후보는) '공무원·교원 타임오프는 지원할 때가 됐다'고 찬성 의지를 분명히 언급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윤 후보는) '하지만 지금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고 열악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를 생각하면 공적 인사의 경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정이 일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고, '납세자·국민이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고 전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대해서는 "그간 노동이사제 전면 도입은 당에서도 다소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 내용은 윤 후보뿐만 아니라 당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언급한 바가 있고 찬성 의견을 분명히 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변인은 "(노동이사제 도입이) 잘 진행되기 위해 동반자 의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공기관) 합리화와 부실 방지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얘기를 같이 나눴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타임오프제 12월 입법과 관련해 (간담회에 동석한) 임이자 의원 등이 관련 내용을 입법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타임오프제와 노동이사제는 국회에서 빠른 속도로 긍정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윤 후보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의무적용, 최저임금 산입범위 일원화 등 한국노총의 다른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뚜렷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타임오프·노동이사제 외의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한국노총에서 비공개로 많은 제안이 있었고 '앞으로 당선되고 나면 현안에 관심을 갖고 또 논의하자'는 부탁이 있었다"며 윤 후보 측에서는 "앞으로 더 깊은 얘기를 나누고 차기 정부 정책을 담아내는 데 많은 바람과 고려를 듣고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약속하는 차원에서 간담회가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문제에 대해서도 같이 이야기를 경청하고 일부 논의를 진행했다"면서도 "다만 (윤 후보는) 이 내용에 대해서 '대원칙에는 찬성할 수 있지만 어느 부분까지 시행해야 할지 등 많은 부분에 대해 실태를 파악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더 많은 논의를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노총 측 이지현 대변인도 이 사안과 관련해 윤 후보가 "대원칙에는 찬성하는데 어느 부분까지 할 건지는 실태 확인조사부터 다시 해봐야 한다. 때문에 사회적 합의 절차가 필요해서 한국노총과 더 논의해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근로기준법 중) 직장 내 갑질·성희롱 같은 부분은 비용 부담이 없어서 바로 적용하는데, 안전망 부분은 소상공인한테 부담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 같아서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고민해 볼 만하다"는 취지로 윤 후보가 말했다고 전했다. "소상공인에게 다 부담하라고 하면 가게를 운영할 수 없는 문제가 있어서 이런 부분은 정부가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였다고 한다. 이 대변인은 "사업 이전시 고용 승계 문제는 임 의원이 '민법-상법 충돌 문제가 있어 좀더 숙성돼야 한다'고 대신 답변했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일원화 관련은 '대법원 판결을 감안해 추후에 더 논의해 보겠다'고 (윤 후보가) 말씀했다"고 전했다. 윤 후보가 기업인들로부터 민원을 듣고 '유연 적용'을 주장했던 주 52시간제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히 이야기 나온 것이 없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尹 "한국노총 친구 되겠다"…노총 "뜻 다르면 동지 될 수 없어"
윤 후보는 앞서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국가는 노사의 자율을 중시하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상생의 대타협·대화합을 이루는 것을 도와줘야 한다"며 "한국노총이 합리적인 상생의 노사관계 형성과 사회적 대타협에 주도적으로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윤 후보는 "정부의 일방적 주도나 노동의 힘에 의해 일방적으로 견인되는 사회적 합의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김 위원장이 말씀하신 것을 깊이 새기고 있다"며 이같이 말하고 "새로운 패러다임과 시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고, 노사관계 역시 미래를 위한 상호 협력을 지향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현 상황에 대해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일자리마저 줄어들어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겹쳐서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이라며 "한국노총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4차 산업혁명 등을 언급하며 "고용 환경과 노동시장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이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어떤 일자리가 없어지고 어떤 일자리가 생길지, 또 그 일자리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기성세대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은 불확실성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코로나, 기후, 산업 전환 등 복합적 위기가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 노동자 서민은 일방적 희생을 강요받으며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며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모든 정치세력은 당장 스러져 가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위위원장은 "구체적으로 5인 미만 영세사업장 관련 법·제도를 완비해야 하고, 하청업제 사장이 바뀌어도 일자리를 지키는 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한국노총은 위 현안을 포함한 7대 입법 과제에 대한 각 정당의 구체적 실천과 성과를 대선 정책 방침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오늘 간담회를 통해 윤 후보가 한국노총의 7대 현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리라 믿는다"고 압박했지만 합의 내용을 이중 일부에 그쳤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인사말 뒷부분에서 "한국노총은 노동의 근본적 가치를 공격·폄하하는 정치세력을 단호히 심판할 것"이라며 "노동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공격은 대한민국의 역사적 퇴행이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해 눈길을 끌었다. 윤 후보는 이와 관련 "산업기반이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노동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노동자가 이 사회의 당당한 주체, 주역이라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한국노총 145만 조합원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번영을 이뤄낸 주역"이라며 "한국노총의 친구가 되겠다"는 자신의 지난 약속을 재강조했다. 윤 후보는 전날 관훈토론에서는 "정치하는 사람은 노동자 편일 수밖에 없다. 표가 그 쪽에 훨씬 많다", "저는 사용자 편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최저임금이 180~200만 원이라면 '나는 150만 원으로도 일할 용의가 있고 하고 싶다'고 하는데 그것을 못하게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 일할 자유'를 주장했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노동자 전체를 대변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생각이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뜻이 다르면 동지는 될 수 없다"며 "선거 전에는 존중하고 선거 후에는 무시하는 행태를 수없이 봐서, 노총의 요구에 구체적 실천으로 답하는 것을 보고 결정하겠다. 국민의힘이 노총의 요구를 제대로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이 결과 브리핑에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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