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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산업체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의 암 발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첫 사례가 나왔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5일 성명을 내고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라인에서 근무하다 유방암에 걸린 청소노동자 황모 씨가 2021년 12월 20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자신의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승인받았다"고 알린 뒤 "전자산업 청소노동자 직업성 암 첫 산재 인정"이라고 밝혔다. 미싱사, 택시운전사, 요양보호사 등으로 일한 뒤 삼성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10년 간 근무한 황 씨는 2020년 정년을 맞아 일을 그만뒀으나 다음해 4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황 씨는 자신보다 먼저 유방암 산재신청을 진행하고 있던 동료 청소노동자 손모 씨를 통해 산재신청에 대해 알게 됐고, 2021년 6월 반올림과 함께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위원회는 △ 미싱사로 근무할 때 불규칙하고 간헐적인 야간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높고 삼성 디스플레이 공장에서도 3교대로 일해 야간 근무 이력을 20년 이상으로 볼 수 있는 점 △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서 스막룸(디스플레이 공장 생산 라인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 공간) 청소 시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황 씨의 유방암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야간 노동은 유방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반올림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산재 승인의 의미를 짚으며, 이번 판정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산재 피해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의 노동자로는 오퍼레이터와 엔지니어가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외에도 다양한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며 "이들의 경우 존재도 사회적으로 아직 잘 드러나 있지 않아 노출가능한 위험이 무엇인지, 피해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등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반올림에는 14명의 청소노동자 피해제보가 있었다"며 "이전에는 청소노동자의 유해물질 노출이 일반 작업자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올림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일하다 암이 발병한 청소노동자 14명 중 3명의 산재가 불승인됐다. 이 중 한 명은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반올림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들어 보면, 화학물질로 추정되는 물질을 면포로 닦은 후 그 면포를 털어낸다거나, 새어나온 화학물질이 있으면 리트머스 시험지를 던져 그 색깔을 보고 조치했다는 등 상당히 위험하다고 짐작되는 부분이 많다”며 “이번 판정을 계기로 전자산업 청소노동자의 피해사례가 많이 알려져야 하고 청소노동자의 진술에 대해 우리 사회가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